[탁현민의오프스테이지]여성 스태프에 대한 기대

공연산업이 성장을 거듭하면서 공연기획이나 연출을 배우고자 하는 학생도 늘고 있다. 이미 기획과 연출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아카데미뿐만 아니라 4년제 정규대학과 전문대학까지, 예비 기획자와 연출가를 키워내기 위해 교육기관들도 이제는 서로 경쟁하는 정도에까지 이르렀다.

아무래도 연예산업 전반에 대한 긍정적인 사회인식과 이 일이 고수입에 전문직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직업도 마찬가지겠지만 기획·연출이라는 직업 역시 개인의 부단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 또 이러한 노력이 없으면 고수입-전문직이 되기는커녕 저수입-일용직이 될 가능성이 더욱 높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 공연은 프로젝트가 독자적으로 구성되고 실행되는 구조여서, 프로젝트의 성패와 공연의 기간, 내용에 따라 처우와 벌이에 차이가 크다. 이미 고정화된 콘텐츠(가수)를 갖고 재해석, 재창조 해내는 일이기 때문에 기획-연출가의 신선한 아이디어와 노력이 없으면 그다지 환영받는 기획자도, 연출가도 되기 어렵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 많은 사람이 공연산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반가운 일이다. 젊고 유능하고 재기발랄한 예비기획자와 연출가들이 많을수록 더 재미있고 즐거운 공연을 즐기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여성 스태프의 현장진출이 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실 현장에선 스태프로 일하는 여성을 만나기가 쉽지 않지만 예비 기획자, 연출가를 꿈꾸는 학생들은 90%가 여성들이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여성 스태프가 공연산업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라 예감한다.

그동안 공연장에 여성 스태프가 없었던 이유는 ‘노가다’수준의 험한 일이 많은 ‘현장’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많은 스태프들을 통제해야 하는 일이 여성에게는 맞지 않다는 성적 편견 때문이다.‘곤조’가 있는 스태프들을 휘어잡기 위해서는 여성적인 ‘섬세함’보다 남성적인 ‘카리스마’가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시대에 공연장에서만 이러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은 낡은 생각이다.

탁현민의오프스테이지

오늘날 한국영화의 성공은 유능한 인재들이 영화판에 모여들면서 시작되었다. 대중음악공연 역시, 많은 인재들과 그들의 부단한 노력과 성적편견 없는 현장의 분위기만 만들어진다면 충분히 가능하리라 기대해본다.

<공연기획자> tak051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