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유통업계 골리앗들 ‘덩치 키우기’

공모자금 확보한 롯데쇼핑과 이에 맞서는 업체들의 신규매장 확장 치열한 경쟁

롯데쇼핑

롯데쇼핑이 한국과 영국에 동시 상장한 이후 유통업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유통명가인 롯데가 공모자금을 가지고 공격적인 경영을 펼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증권가와 유통업계는 롯데가 우선 할인점인 롯데마트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부동의 업계 1위인 이마트 아성에 도전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롯데쇼핑을 상장하면서 후계구도 정착에 총력을 쏟고 있는 롯데그룹 신동빈 부회장으로서는 향후 1~2년 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기 위해 전력투구할 가능성이 높다.

할인점 빅4 올해 43개 매장 오픈

롯데뿐만이 아니다. 신세계, 현대백화점, GS리테일, 한화유통, 삼성테스코 등도 공격적인 경영을 펼칠 것이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특히 백화점, 할인점에서 롯데쇼핑과 신세계 양강이 ‘진검승부’를 벼르고 있어 ‘유통대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이런 이유로 올해는 유난히 유통매장 확장이 많다. 현재 오프라인 유통시장은 백화점-할인점-슈퍼마켓-편의점 등 4개 채널로 나눌 수 있다. 우선 할인점에서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까르푸 등 빅4가 무려 43개의 매장을 신규로 오픈한다. 이는 지난해 전체 신규 할인점 수 28개의 2배에 육박한다. 편의점도 할인점 못지않다. 1위 업체인 보광훼미리마트의 450개를 비롯한 약 1400개 가량이 개점될 예정이다. 슈퍼마켓은 대형슈퍼마켓(SSM·Super Supermarket) 중심으로 60여 개가 오픈된다. 이에 비해 백화점은 롯데백화점의 미아점 외에는 올해 신규로 오픈하는 매장이 없다. 다만, 내년 이후 롯데백화점은 부산 광복동점, 해운대점을, 신세계백화점은 본점 구관과 죽전점을 오픈한다.

신세계

올해 롯데와 신세계의 최대 격전지는 할인점. 이곳에서 양강의 유통대전 승부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다. 우선 롯데는 이마트, 홈플러스에 밀려 3위를 기록하고 있는 롯데마트에 전력을 쏟을 방침이다. GS리테일에 따르면 현재 5개 할인점(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까르푸·GS마트)의 2004년 총 매출액은 15조1352억 원으로 이마트가 40.2%(6조800억 원)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단연 선두다. 이어 홈플러스가 25.6%(3조8692억 원), 롯데마트 16.9%(2조5581억 원), 까르푸 12.5%(1조8975억 원), GS마트 4.8%(7304억 원)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롯데마트의 매출액은 1위인 이마트의 절반도 안 되며 홈플러스에도 1조 원이 넘게 차이가 난다.

롯데쇼핑이 롯데마트에 전력을 쏟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롯데쇼핑은 12개 매장을 올해 추가로 내면서 롯데마트 매장을 55개까지 늘릴 예정이다. 올 매출 목표도 지난해보다 무려 25% 이상 많은 4조1000억 원으로 높여 잡았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롯데쇼핑 상장 공모자금을 롯데마트 등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막강한 자금력으로 선두를 추격하겠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신세계는 상당히 여유있는 모습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롯데마트는 앞으로도 이마트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할 것”이라며 “이미 입지 좋은 곳은 다 매장을 오픈해 할인점을 낼만한 목 좋은 곳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이마트는 국내에서 12개 매장을 신규로 오픈한다. 이는 롯데마트와 같은 수다. 신세계는 연말이면 국내에서만 90개의 매장을 운영하게 된다.

롯데마트는 이마트보다 우선 홈플러스를 젖혀야 하는 부담이 있다. 업계 2위인 홈플러스는 올해 16개의 점포를 새로 연다. 예정대로 오픈할 경우 총 매장수는 56개에 이른다. 매출액뿐만 아니라 매장 수로도 롯데를 앞서게 된다. 유통업계의 한 임원은 “롯데는 좋은 입지를 신세계에 이미 다 뺏겼다”면서 “롯데의 패착은 백화점 입지의 안목으로 롯데마트 입지를 따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롯데의 할인점 승부수는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할인점 부동의 1위인 신세계를 이기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멤버십카드로 고객 유치 작전

백화점에선 할인점과 다르다. 이 신세계백화점을 여유있게 따돌리고 있다. 신세계에 따르면 시장점유율은 롯데가 44%, 현대 22%, 신세계가 13%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신세계는 일단 본점 구관의 리모델링이 끝난 후 승부를 걸겠다는 복안이지만 업계 2위인 현대백화점부터 추월해야 하는 상황이다.

롯데 신동빈 부회장(사진 오른쪽)은 향후 1~2년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기 위해 전력투구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에는 롯데와 신세계가 멤버십카드로도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먼저 치고 나간 것은 롯데. 롯데는 롯데백화점 멤버스포인트, 롯데마트 마일리지포인트, 롯데슈퍼 보너스포인트, 롯데닷컴 포인트, 롯데카드 포인트 등을 지난 3월 1일부터 ‘롯데포인트’ 하나로 통합했다. 이 포인트는 합산해 제휴 관계사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이에 질세라 신세계도 ‘포인트’를 서둘러 내놨다. 신세계 백화점과 이마트, 신세계몰, 이마트몰에서 구매할 때마다 일정금액을 포인트로 적립해주는 ‘신세계포인트’를 새로 만든 것. 적립된 포인트로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인터넷몰(신세계몰·이마트몰)은 물론, 스타벅스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유통업계 양강의 신경전이 치열함을 엿볼 수 있다.

이밖에도 롯데와 신세계는 신유통채널에서도 맞닥뜨리고 있다. 일단 신유통채널에서는 신세계가 앞서가고 있는 상황이다. 신세계는 명품 아울렛 매장인 첼시를 내년 3월 경기도 여주에서 문을 열 계획이다. 명품아울렛은 고가의 명품 재고 물량을 저렴한 값에 판매하는 대규모 매장으로, 신세계는 여주 1호점을 시작으로 전국적인 점포망을 확충할 계획이다.
또 부산 센텀시티 복합쇼핑몰 공사를 올해 착공한다. 이 복합쇼핑몰은 총 2만2900평 부지에 1조250억 원을 투자해 백화점·쇼핑몰·면세점·아이맥스영화관·푸드스트리트 등이 조성된다.

롯데의 반격도 만만찮다. 김포공항 내 복합쇼핑몰 스카이파크 사업을 신세계를 따돌리고 따냈다. 롯데는 이로써 수도권 복합쇼핑몰사업에서 신세계의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했다. 롯데 신격호 회장이 어떤 비용을 들이더라도 사업권을 따내라는 특명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김포 스카이파크는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 부지 6만 평에 백화점·호텔·쇼핑몰 등과 함께 테마파크와 녹지까지 조성된다.

복합쇼핑몰에서도 ‘한판승부’

홈쇼핑을 빼고는 모든 유통채널을 보유해 수직계열화돼 있는 롯데는 신세계 외의 유통강자와도 격전을 벌여야 한다. 편의점에서도 일단 2위권에 진입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세븐일레븐은 한때 1위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2004년 기준(GS리테일 자료) 훼미리마트 30.2%(1조291억원), GS25 27.7%(9426억원), 세븐일레븐 16.0%(5433억 원)로 3위에 밀려나 있다. 일단 롯데는 지난해 세븐일레븐의 구조조정을 마쳤기에 올해는 공격경영의 시동을 걸 방침이다. 개점 예정 중인 매장은 350개 가량. 그러나 훼미리마트도 450개, GS25는 300~400개를 신규로 오픈할 계획이다. 세븐일레븐이 훼미리마트·GS25와 힘겨운 싸움을 펼쳐야 하는 셈이다.

롯데쇼핑은 슈퍼마켓에서는 GS리테일을 추격하고 있다. 슈퍼마켓 시장 에서는 GS슈퍼마켓이 점유율 50% 이상으로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다. 85개 점포를 가지고 있는 GS슈퍼마켓은 올해도 10여 개의 매장을 추가로 열어 독주를 이어갈 태세다. 롯데슈퍼는 2배 가량인 20여 개를 개설해 그 격차를 좁힌다는 복안이다. 예정대로 점포를 열 경우 롯데슈퍼의 매장은 70개 가량이 된다. 그러나 롯데는 삼성테스코의 슈퍼마켓인 ‘슈퍼익스프레스’의 추격도 신경을 써야 할 처지다. 지난해 5월 처음 진출한 슈퍼익스프레스는 올해 32개 매장을 신규로 열어 모두 56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오프라인 ‘투톱’ 온라인서는 마이너

온라인유통업계, 즉 홈쇼핑(케이블과 카탈로그)과 인터넷 쇼핑몰도 경쟁이 치열하다. 인터파크, 디앤숍, GS홈쇼핑(GS이숍), CJ홈쇼핑(CJ몰), 롯데닷컴, 현대홈쇼핑(H몰), 신세계닷컴 등이 업계 수위를 달리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대체적인 순위는 온라인 전문 유통업체가 오프라인을 겸하고 있는 유통업체를 압도하고 있다.

유통업계의 ‘투톱’인 롯데쇼핑·신세계는 마이너리그에 속해 있는 셈이다. 케이블·카탈로그 온라인 유통시장 거래규모는 대략 2조5000억 원, 인터넷 쇼핑몰은 10조6756억 원(통계청 발표. 2005년 기준)이므로 온라인 유통시장은 13조 원 정도다. 이는 지난해 국내 백화점 매출액(17조1617억 원)의 76%, 할인점 매출액(23조5921억 원)의 55% 가량으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렇다보니 롯데쇼핑·신세계·현대백화점·GS리테일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 빅4는 온라인쇼핑몰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들은 ‘오프라인에서 검증된 상품을 그대로 옮겨 믿고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할인점과 슈퍼마켓몰은 신선식품을, 백화점몰은 명품 화장품과 패션을 전략상품으로 차별화하면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롯데쇼핑의 별도법인으로 돼 있는 롯데닷컴(www.lotte.com)은 수입 명품 화장품과 패션 등 백화점 상품 비중이 20%다. 인터파크와 함께 국내 최초의 인터넷 쇼핑몰이다. 롯데그룹 신동빈 부회장이 설립을 주도했던 롯데닷컴은 유통 명가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옥션·G마켓과 같은 오픈 마켓플레이스 진출을 추진하는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신세계는 이마트의 온라인 쇼핑몰 격인 이마트몰(www.emart.co.kr)을 운영 중이다. 판매상품의 90% 이상을 먹거리 등 생활필수품으로 갖춘 이마트몰은 신선식품 24시간 내 전국 배송이 강점이다. 또 별도의 인터넷 쇼핑몰 법인인 신세계닷컴(www.shinsegae.com)에서 신세계몰(mall.shinsegae.com)을 운영 중이다. 신세계몰은 현재 약 15%인 백화점 상품 비중을 연내 30%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현대백화점도 현대홈쇼핑이 운영하고 이는 H몰(www.hmall.com)을 통해 인터넷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H몰은 의류, 패션잡화 상품군을 중심으로 백화점 상품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조명

GS홈쇼핑(GS이숍)과 별도법인으로 돼 있는 GS리테일은 최근 e-슈퍼(www.gseretail.com)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는 70개 GS슈퍼마켓, 12개 GS마트, 2개 GS스퀘어에서 운영 중으로 신선식품과 일상 필수품 등 5000여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인근 지역 주문시 2만 원 이상 구매고객은 3시간 이내에 무료로 집까지 배달한다. 맞벌이, 육아 등으로 장보기가 힘든 주부 고객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고 회사측은 자평한다.

<조완제 기자 jw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