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로 스탠더드 보수”
‘얼떨결에’ 정치입문한 2세 정치인…소장파 리더로 당개혁 고삐 죈다
![[뉴리더]남경필 한나라당 의원](http://img.khan.co.kr/newsmaker/656/leader.jpg)
남경필 의원의 정치 이력은 상당히 특이하다. 선친의 지역구를 그대로 물려받은 2세 정치인이라는 점도 그렇고, 만 나이로 이제 갓 40대에 들어섰을 뿐이면서도 벌써 3선이라는 경력을 쌓은 것도 이채롭다. 민주화운동이 들불처럼 번졌던 1980년대에 대학생활을 했으면서도 학생운동 경험이 전무하다는 것, 그런데도 한나라당 소장파를 말할 때 제일 앞자리에서 호명되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남 의원과 관계된 몇몇 키워드를 소개한다.
남평우 전 의원은 수원에서 자수성가한 사업가 출신이다. 1970년부터 수원 ‘경남여객’을 운영하며 운수업계의 거물로 성장했고 이후에는 경인일보를 인수해 언론에도 진출했다. 남 전 의원은 13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비록 당시 선거에서는 떨어졌지만 14, 15대 선거에서 연이어 당선되며 지역적 기반을 탄탄히 닦았다.
1990년 남 전 의원이 운영하던 경인일보 사회부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남경필 의원은 1992년 신문사 생활을 접고 이듬해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이때만 해도 남 의원에게 정치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일 따름이었다. 유학의 목적도 경영학을 공부한 뒤 경인일보에 복귀해 획기적인 언론경영전략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었다.
남 의원이 인생의 좌표를 수정하게 된 것은 1998년 3월. 당시 유학생활을 하던 남 의원에게 아버지 남평우 전 의원의 사망소식이 들려왔다. 갑작스럽게 귀국한 남 의원은 ‘어머니와 주변 사람의 권유’로 같은해 7월 아버지의 지역구인 수원 팔달 보궐선거 출마를 결심했다. 스스로도 ‘얼떨결에’ 정치에 입문했다고 밝혔다.
선거전은 쉽지 않았다. 인지도가 워낙 낮아 선거 직전까지도 여론조사에서는 상대편에게 크게 뒤지고 있었다. 이변이 벌어진 것은 투표율이 저조했기 때문. 투표율이 낮은 만큼 상대적으로 조직관리를 잘 해왔던 아버지의 덕을 아들이 톡톡히 누린 셈이다. 남 의원 본인 역시 당선은 행운이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남 의원은 “아버님 돌아가신 것에 대해 지역 유권자들이 아쉬워하지 않았다면 그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그때나 지금이나 아버님이 해놓으신 게 워낙 컸다”고 밝혔다. 남 의원은 작고한 아버지의 후광, 혹은 음덕에 대해 굳이 극복의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평생 간직하고 가야 할 자산”이라고 말했다.
남 의원의 이런 ‘전력’(?)은 한나라당 내에서도 종종 공격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2003년 말 정형근 의원과 벌인 ‘오렌지족’ 논쟁이다. 2004년 총선을 앞두고 남 의원을 중심으로 한 미래연대 소속 의원들이 인적쇄신을 주장하고 나섰다. 5·6공 때 인권탄압 의혹을 받고 있던 정 의원도 소장파의 공격대상이었다.
그러자 정 의원은 소장파의 리더인 남 의원을 겨냥해 “내가 조국을 위해 일할 때 남 의원은 미국에서 오렌지족 하면서 떵떵거리지 않았느냐”고 가시돋친 비난을 퍼부었다. 5·6공 때 고문을 당한 김문수·이재오 의원이 인권을 거론한다면 이해하겠지만 오렌지족이었던 남 의원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 정 의원의 설명이었다. 이때부터 남 의원에게는 한동안 ‘오렌지족 국회의원’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녔다.
남 의원은 “학생운동 경험이 없다는 데 대해 채무감도 있고, 젊은 시절에 그들처럼 치열하게 고민하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부끄러운 부분도 있다”면서도 “젊은 정치인의 출신이 한 쪽으로 획일화되는 것도 바람직하지만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남 의원이 소장파의 리더로 자리 잡게 된 것은 1999년 출범한 ‘미래를 위한 청년연대(미래연대)’ 공동대표로 나서면서부터. 미래연대는 당시 남경필 심재철 원희룡 임태희 정병국 김부겸 의원 등 개혁적 성향의 젊은 초재선 의원 20여 명을 중심으로 출범했다. 미래연대는 현재 한나라당 소장파들의 그룹인 새정치수요모임(수요모임)의 전신이기도 하다.
출범 초기만 해도 ‘지도부의 액세서리 아니냐’는 조롱이 나오기도 했지만 2002년 대선 직전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하는 과정에 미래연대가 나름대로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이 남 의원의 주장이다. 총선 직전 최병렬 대표체제 대신 박근혜 대표체제를 세우는데 공헌한 것도 미래연대였다.
남 의원은 “지금은 해체됐지만 미래연대 출신들이 한국정치 발전에 밑거름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래연대 출신은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을 비롯한 수요모임 주축세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현재 열린우리당 40대 기수론의 중심에 있는 김부겸, 김영춘 의원이나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측근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성헌 부총장도 미래연대에서 성장했다.
2001년 만 35세의 나이에 대변인을 맡은 것도 남 의원에게는 기회였다. 대변인에 임명된 이후 2002년 지방선거, 8월 보궐선거, 12월 대통령선거까지 세 차례 선거를 치르며 남 의원은 간결한 논평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대변인 시절에 정치인으로서 인지도도 크게 올랐다는 사실은 남 의원 본인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한나라당 소장파의 리더로 불리는 만큼 소장파에 대한 비판도 대부분은 남 의원이 해명해야 할 몫으로 돌아온다. 우선 ‘한나라당 소장파는 기회주의적’이라는 비판. 2002년 대선이 끝난 뒤 소장파는 최병렬 대표체제를 지원했다가 탄핵국면에서는 최 대표를 압박하고 대신 박근혜 대표를 내세웠다. 이후 소장파는 그런 박 대표에게도 등을 돌렸다.
남 의원은 “힘있는 사람에게 붙는다면 기회주의적이라는 말을 할 수 있겠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닌 당 대표에게 반기를 든 것이 어떻게 기회주의냐”며 “오히려 소장파의 실책이 있다면 스스로 변화를 주도하겠다는 생각보다 최 대표나 박 대표를 통해 뭔가를 이뤄보겠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밝혔다.
‘비판능력만 갖췄을 뿐 실현능력은 없다’는 것도 한나라당 소장파가 비판받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 6월 치러진 경기도지부장 경선에서 소장파는 당시 수요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던 정병국 의원을 후보로 내세웠다. 남 의원을 비롯한 소장파는 총력을 다해 정 의원을 지원했다. 그러나 정 의원은 원외인사인 홍문종 전 의원에게 어이없는 표차로 패하고 말았다. 남 의원은 “소장파가 실현능력이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오만하기까지 했다”면서 “내년 전당대회에서는 독자후보를 내서 한나라당을 변화시킬 수 있는 주체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 의원 본인도 “이제 남원정은 개혁·소장파의 리더라는 타이틀을 반납해야 한다”면서 “이 역할을 후배들에게 넘겨주는 대신, 우리는 기득권을 포기한 상태에서 당내 중도개혁세력으로 녹아들어가 이들의 외연을 넓히는데 일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남 의원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강연 등에서 “내가 바로 보수”라는 사실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다. 자신과 같은 사람이 보수이기 때문에 보수를 나쁜 시각으로만 바라보지 말아달라는 당부의 뜻이 담겨 있다. 한나라당도 ‘수구’보다는 자신과 같은 ‘스탠더드’ 보수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자신의 이념적 정체성을 스탠더드 보수로 규정한 남 의원은 아이덴티티를 실현하기 위한 정치철학으로 양극화 해소를 통한 경제성장의 실현을 내세웠다. 그는 “경제에 대한 비전 제시가 없다면 중도보수라고 할 수 없다”면서 “내가 생각하는 중도보수는 경제성장을 꾀하되 양극화 해소를 통해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남경필 한나라당 의원
“경기도지사 도전은 시대적 사명”
-경기도지사 출마선언은 언제쯤 할 예정인가.
“만약 출마선언을 한다면 2006년 1월쯤이 될 것 같다. (아직 발표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경기도지사에 도전하는 것이 시대적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경쟁 후보들은 일찌감치 준비중인데.
“준비야 나도 하고 있다. 다만 대규모 행사로 갈 일은 아닌 것 같아 자제하자고 말한 것이다. 또 한 가지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있다. 나를 포함해 서울시장이나 경기도지사 선거를 준비하는 사람 대부분이 빠져있는 오류인데, 대선에 대해서는 ‘빅텐트를 치자, 고건도 데려와야 한다, 문호를 개방하자’고 주장하면서 정작 서울시장이나 경기도지사 선거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건 말이 안 된다. 궁극적으로 한나라당이 차기대선에서 정권을 잡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인물이 있다면 서울시장이나 경기도지사 후보로 영입해야 한다. 기득권을 포기하는 것이 개혁의 시작이다.”
-만약 경기도지사 후보로 외부인사를 전략공천한다면 받아들이겠나.
“그 전략공천이 경기도와 도민의 발전을 위한 길이고 한나라당이 집권하는데 필요한 외연을 확대하는 방법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다.”
-민주당과의 합당을 주장했는데 그것도 외연확대의 방법인가.
“그렇다.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100% 패배하는 시나리오가 있다. 한나라당이 오만해져서 이대로 혼자 가고 저쪽에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중부권신당이 합쳐버리면 우리는 대선에서 또 진다. 만약 한나라당이 민주당과 합치면 이는 대선승리뿐만 아니라 역사적 의미도 함께 얻을 수 있다.”
-합당이 가능한가.
“물론 호남에서 한나라당을 5·18의 가해자라고 단정하는 한 양당이 합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걸 뛰어넘는 변화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즉 한나라당의 중심세력이 바뀌어야 하고 정책에 있어서도 중도지향 정책을 계속적으로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통합이 가능하다. 그런 차원에서 내년 전당대회는 한나라당 변화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박근혜 대표의 장외투쟁이 언제까지 갈 것으로 보나.
“상당히 오래 갈 것 같다.”
-박 대표의 투쟁방식에 공감하나.
“김밥이 먹기 싫을 때도 있지만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를 할 때는 아니라고 본다. 일단 사학법 날치기 통과를 막았어야 하는데 못 막아서 아쉽다. 장외투쟁으로 간 것도 아쉬운 부분이 지만 지금은 당이 호랑이 등에 올라탄 상황이다. 정치는 타이밍이라는 말이 있는데, 호랑이 등에 올라탄 이상 뒤로 잡아끄는 이야기를 할 때는 아니라고 본다.”
약력
1983년 2월 경복고등학교 졸업 (58회)
1984년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입학
1989년 2월 육군52사단 168연대 입소
1990년 11월 경인일보 취재부 입사
1994년 미 예일대 경영학 석사과정 입학
1996년 미 예일대 한국인학생회 회장
1998년 3월 미 폴리테크닉대 도시공학 박사과정 전학
1998년 7월 21일 보궐선거 수원시 팔달구 국회의원 당선
2001년 12월~2002년 12월 한나라당 대변인
2004년 제17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2004년 5월 한나라당 수석원내부대표
![[오늘을 생각한다]](http://img.khan.co.kr/spko/ranking/weekly/140098/20240430104625_14009801.jpg)
점점 커지는 채 상병 의혹
‘이채양명주’ 의제로 올려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