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대업 “이회창 아들 병역비리 문제 아직 결론 안났다”

2002 병풍 주역 김대업 3시간 격정토로

전 BBK 대표 김경준씨가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김대업’이라는 이름이 다시 세간에 오르내리고 있다. ‘김대업식 공작정치’ ‘김대업 학습효과’는 물론 ‘김경준씨가 제2의 김대업이다, 아니다’등 여야 간의 공방도 이제는 익숙한 풍경이다.

김대업씨가 ‘뉴스메이커’가 된 것은 2002년 대선 때부터다. 의무부사관 출신인 그는 병역비리 수사에 참여해 수사에 큰 공을 세웠다. 한때 그가 ‘병역검증전문가’로 통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런 그가 이회창 후보의 아들 정연씨의 병역면제에 대해 비리 의혹을 제기하면서 대선판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병역비리수사에 참여하면서 얻은 자료 등을 토대로 제기한 의혹이었다.

그러나 김씨에 대한 시선은 곧 차가워졌다. 그의 주장에 대해 검찰은 ‘(병역비리와 관련) 그렇게 볼 만한 객관적 근거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물론 검찰도 ‘불충분한 수사’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다. 김씨는 1년 10월의 징역형을 받기도 했다. 그가 1985년부터 병역비리, 사기 등 수차례 범죄를 저질러온 전과자라는 점도 그를 항상 뒤따라 다닌다.

한때 뉴스의 중심에 섰던 김씨는 지난 대선 이후로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다 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뉴스메이커는 지난 21일 김대업씨를 만나 그의 솔직한 심정을 들어봤다. 김씨는 “2002년 제기했던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문제는 아직도 결론이 안 났다”며 “(김대업씨의) 징역형 또한 이회창 후보의 아들과 직접 관련돼 받은 처벌이 아닌데도 그렇게 알려져 있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지난 대선 이후 어떻게 지냈는지.
“이것저것 해봐도 잘 할 수가 없었다. 원래 사업을 했기 때문에 몇 가지 아이템을 가지고 시도해봤다. 아프리카 쪽에 수출을 해보려고 했는데 (한국에 있는) 거래처하고 문제가 생겨 그만뒀다. 내가 김대업이라는 사실 때문이었던 것 같다. 미국에 가서 사업을 해보려고도 했지만 비자가 끝내 나오지 않았다. 오랜 시간 인터뷰하고 판결문도 갖다주고 (대사관에서) 하라는 대로 다 했는데 마지막에는 고위층의 보증을 받아오거나 사면복권을 받아오라고 하더라. 허탈하고 자존심이 상했다. 지금은 가족과 지인의 이름을 빌려 사업을 하고 있다. 무슨 사업을 하는지는 구체적으로 쓰지 말아 달라. 내가 한다는 게 소문나면 사람들이 협조를 안 해준다. 일할 때도 나를 알리기가 싫어서 직접 거래처에 가는 일은 삼가고 있다. 사업을 하다 보면 내가 처음에 의도한 것과는 다르게 흘러버려 속상하다.”

며칠 전에 검찰에 고소장을 보냈다.
“정말 이상하다. 난 고소장을 보낸 적이 없다. 기사를 보니 직접 써서 보냈다고 하더라. 2002년 당시에 내가 검찰에서 쓴 자술서가 있으니 검찰이 그거랑 필적을 대조해보면 내가 쓴 게 아님을 알 것이다.
나도 ‘김대업식 공작정치’ 운운하는 사람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할까 생각해보긴 했다. 공작이라는 증거 없이 공작이라는 말을 한 사람들 전체에 대해서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생각이었다. 이명박 후보만 고소할 생각이 아니었다. 변호사에게 고소 문제를 상의하니까 ‘일단 두고 보자’고 하더라. 그래서 가만히 있었던 거다. 만약 고소할 생각이 있었으면 재판을 함께 하고 있는 변호사와 같이 고소장을 작성했을 거다. 일단 이 상황을 두고 보려고 한다. 이건 누군가 나쁜 의도를 갖고 한 행동이라고 본다.”

누가 어떤 의도를 갖고 있다는 뜻인가.
“누가 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나는 지금 대통령 이름보다 더 많이 거론되고 있는데, 내가 명예회복을 위한 어떤 행동을 할 것에 대비한 행위 아니겠나. 그리고 내가 한 고소가 아니기 때문에 할 말은 없지만, (보도를 보니) 검찰이 나는 부를지 말지 생각 중이고 이명박은 안 부르겠다고 선을 그었더라. 이건 올바른 집행이 아니지 않나. 지난 병풍 때도 그랬다. 고소인만 조사하고 피고소인은 조사하지 않더라. 나는 병풍 겪고 나서 느낀 게 있다. 절대 법은 국민 앞에 평등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 국민에게 ‘김대업’이라는 이름은 ‘사기꾼’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나는 당시에 ‘있는 사실’을 얘기했을 뿐이다. 거짓말을 한 게 아니었다. 2002년에 주장한 것에 대한 입장은 변함이 없다. 한나라당에서는 이회창 아들 비리가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의혹은 지금도 결론이 안 난 거다. 현재진행형이다.”

병풍 때 일로 징역형을 받았다.
“직접적으로 이회창 아들과 관련해서 재판받은 것은 없다. 내가 1년 10월의 징역형을 받은 이유는 '병역비리가 없었는데 있었다고 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기자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을 거다. 그런데 타이틀을 ‘김대업 명예훼손 무고 등으로 징역’ 이렇게 뽑아버리니, 국민들은 그렇게 알고 있지. 언론이 제대로 알려줬으면 국민들도 지금쯤 한나라당의 ‘공작’ 주장을 그대로 믿지는 않을 것이다. 어쨌든 법은 나를 처벌했을지 모르지만 당시의 의지와 생각은 변치 않았다.”

재판 이전에 검찰에서 병역비리에 대해 ‘그렇게 볼 만한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적도 있다.
“당시 검찰은 당사자 이정연씨 등은 물론 보호자도 조사하지 않았다. 그게 나는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 그리고 검찰은 내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언은 무시했다. 1999년 당시 군검찰에 있던 류관석 소령이 '한인옥씨로부터 병역면제 청탁을 받았다는 김도술씨의 진술서가 있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하지만 검찰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김길부 전 병무청장이 한나라당 관계자들과 만난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나(검찰은 그 만남이 ‘은폐대책회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 검찰도 당시 수사 발표 때, ‘체중을 빼 군대를 안 가려고 노력했다는 의혹을 받을 만하다’고 인정한 바 있다.”

자신을 ‘사기꾼’으로 보는 시선이 억울하다는 뜻인지.
“대선이 끝난 뒤 2003년, 한나라당에서 병풍에 대해 공작이라면서 국정감사와 청문회를 하자고 했다. 나는 수용의사를 밝혔다. 그런데 현 정부와 여당은 발을 뺐다. 그때 (공작 주장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했으면 한나라당에서 지금쯤 공작 얘기는 꺼낼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 여당은 한나라당이 ‘김대업식 공작’ 운운할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공작이 아닌데 왜 아니라고 말을 못 하나. 대응을 하면 나하고 통한다는 의심을 사니까 못 하고 있는 거다. 자업자득이다. 당시에는 나보고 ‘의인’이라고 하던 사람들이 병역문제를 정치쟁점화해서 가장 큰 수혜를 입었으면서 그 이후에는 병풍을 부담스럽게 느끼고 공작 주장에 대한 진상 규명에 나서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어디 가서 명예를 회복하나. 내가 명예훼손을 당하면, 그 피해가 당시 나를 도와준 분들에게까지 간다. 그게 마음 아프다. 당시 민주개혁국민연합의 이해학 목사, 효림 스님께 너무 죄송하다.”

김도술 진술서가 없다고 주장했던 상부(고석대령)와 달리 진술서가 있다고 증언한 류관석 소령과 '자신의 후임자가 이정연씨 병역면제 관련 자료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증언한 이명현 중령은 지금 어떻게 지내나.
“류관석 소령은 변호사 개업을 했다. 나머지 한 명은 아직도 군 검찰에 있다. 그 사람들도 마음의 고통이 컸을 거다. 용기를 갖고 증언했는데 김대업 이름이 나올 때마다 같이 취급받는 것 같아 얼마나 고통스러웠겠나.”

‘김대업 학습효과’ 때문에 대선 후보 검증이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여당과 현 정권이 한나라당의 공작 주장에 대해 진실규명을 했다면 그런 일이 없었을 것이다.”

대선에 큰 영향을 준 만큼 여당과의 커넥션 의혹이 일 만한 상황이었다. 여당인사나 정부인사에게서 도움받은 거 없나.
“현 정권으로부터 혜택·수혜를 받았다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을 거다. 애초 내가 훗날을 도모하고 폭로하려 했다면 전면에 나서지 않고 국회의원에게 정보만 제공했을 거다. 처음부터 나는 어느 당 누구를 이롭게 하기 위해서 병역비리에 대해 얘기한 게 아니었다. 나는 사면복권도 안 됐다. (도움받을 생각이었다면) 사면이라도 해달라고 부탁했을 거 아니냐. 지금 번번이 사업에 실패했고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 다만 밥은 먹고 살아간다. 과거에 내가 사업해서 모아놓은 돈이 있고 부모도 잘 만났고.”

여당 의원은 만난 적 없나.
“전혀. 2002년 의혹을 제기할 때도 나는 민주개혁국민연합 이해학 목사님, 효림 스님과 함께 행동했지 따로 국회의원을 만난 적은 없다. 물론 출소 이후에도 만난 적 없고.”

한나라당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최재천 의원이 변호사로 돼 있던데 자주 안 만났나.
“당시엔 국회의원이 아니었고, 내 변호사니까 당연히 자주 만났다. 그런데 그 사람, 내가 구속된 이후엔 단 한 번도 찾아오지 않더라. 전화 한 통도 없었고. 변호인 접견실에서 다른 사람을 접견하러 온 최 의원과 우연히 한 번 마주친 적이 있긴 하다. 그때 최 의원이 고개를 돌리고 모른 척하더라. 구차한 느낌이 들어 나도 알은 체하지 않았다.”

2005년에 최 의원이 맡았던 민사소송의 재판이 있었는데.
“난 그 재판에 대해 아는 게 없다. 판결이 났는지도 (최 변호사 측에서) 얘기해주지 않았다. 판결문도 못 봤다. 최재천 의원은 나 (감옥에서) 나오고 난 뒤에 피해 다니고 있다. 그러면 안 된다. 솔직히 (1년10월형을 받은 죄목 중) 무고죄는 최재천 변호사가 고소장을 잘못 써서 그렇게 된 거다. 당시 나하고 DJ가 방미를 같이 했다는 루머가 있어, 그걸 기사화한 기자들에 대해 명예훼손소송을 건 것인데 그중 중앙일보 기자가 (최재천 의원이 쓴 고소장에) 잘못 들어갔다. 그 기자는 방미와 관련한 부분은 쓰지 않았는데. 그래서 그 부분 때문에 무고죄가 된 거다.”

전과가 많다.
“내 과거가 깨끗하지 않은 것, 그게 가장 후회스럽다. 마음이 아프다. 내가 깨끗하게 살아왔다면 한나라당이 공작 운운하는 걸 국민이 다 받아들이지는 않았을 텐데. 어쨌든 한나라당의 ‘공작’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공작을 말하는 이들은 지금 증거도 못 대고 있는 것 아닌가.

이회창 출마에 대한 생각은.
“‘나오고 안 나오고’는 본인 자유다. 하지만 이회창 두 아들에 대한 병역비리문제는 아직도 결론이 안 났다. 김도술이 미국 도피 중이라서 의혹은 현재진행형이다. 당시의 내 주장은 지금도 그대로다. 나는 국민들을 믿는다. 2002년 병풍 때도 검찰에서 뚜렷한 결과를 내놓지 않았지만 결국 떨어졌다. 국민들이 심판을 한 거다.”

1년 10월의 징역형이 선고된 판결문을 보면 그의 죄는 이렇다. 수사에 참여할 당시 사복을 입고 수사관 행세를 하며 피의자를 조사하는 등 권한을 넘어서는 행동을 했다는 것(공무원자격사칭). 김씨의 제보에 의해 '전 의무사령관 전태준씨가 국군춘천병원의 담당자로 하여금 이회창 후보이 아들 정연씨에 관한 신검부표를 파기하게 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신검부표 파기에 관한) 김씨의 주장은 허위임이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로 증명됐다는 것(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수사관 행세를 하면서 인터넷 동호회 게시판에 글을 쓴 적이 있다는 중앙일보의 보도에 대해 그런 사실이 있음에도 명예훼손으로 해당기자 등을 고소했다는 것(무고)

녹음테이프의 진실은 아직도 미궁

김대업씨는 2002년 8월 12일 검찰에 녹음테이프를 제출했다. 그리고 이 녹음테이프가 당시 수사의 핵으로 떠올랐다.
이 녹음테이프는 김대업씨가 1999년 병역비리 수사에 참여할 당시, 김도술 전 국군수도병원 원사를 조사하면서 녹음해둔 것이다.

2002년 8월 대검찰청 과학수사과 감정서에 따르면 “여기 적혀 있는 (이회창씨의 큰 아들인) 이정연이 건에 대해서 금액이 또 뭐 18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적혀 있는데, 정확하게 얘기해봐요.(김대업)” “…올 때 받고, 그 다음에… 100만 원 줬는데(김도술)”라는 내용이 테이프에 담겨 파장을 일으켰다.

문제는 테이프의 조작 여부였다. 여야는 테이프의 진위 여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2002년 8월 김대업씨가 1차로 제출한 녹음테이프에 대해 대검찰청은 “의도적으로 편집됐다고 보기 어려움”이라는 결과를 내놨다. 그러나 제작연도와 김동술씨의 음성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판독불능이라고 밝혔다.

2개월 뒤 김대업씨가 다시 테이프를 제출해 감정이 이뤄졌고 그 결과는 혼란을 가중시켰다. 검찰이 김도술씨 음성인지 "판독 불가능하다"면서도 "인위적 편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던 것. 여기에 일부 언론은 김씨가 두 번째로 제출한 테이프의 제작연도가 2001년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조작론이 점차 힘을 얻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 그 녹음테이프의 진위 여부에 대해 지금까지도 명확히 밝혀진 것은 없다. 김대업씨를 도와 비리 의혹을 제기했던 민주개혁국민연합의 이해학 목사는 “당시 검찰이 ‘김도술의 좀더 명확한 진술이 필요하다’고 말해 김대업씨가 애초부터 복사본을 내놓았던 것”이라며 “검찰이 원본을 요구한 게 아니었는데, 사본이었다는 이유로 조작 의혹을 받은 점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녹음테이프에 치우쳐 검찰이 중요한 대목에 대해 수사를 미흡하게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길부 전 병무청장과 한나라당 관계자가 힐튼호텔에서 만났다는 점은 드러났지만 검찰은“은폐대책회의가 아니었다”고만 할 뿐 그 모임의 성격에 대해 명확히 하지 못했다. 또 정연·수연씨의 병적기록표상 수많은 의문점에 대해서도 시원하게 밝혀내지 못했다. 김도술씨나 이정연씨 등 핵심 당사자에 대한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글·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사진·이상훈 기자 dool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