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100여 일, “맘 졸이고 긴장했지만…광장에서 희망을 봤다”
강원도 강릉에 사는 대학생 임세경씨(21)는 최근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다. 여러 원인이 있었지만 모든 일의 발단은 ‘계엄’이다. 대학 신문사 기자인 그는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되자 이를 규탄하는 대자보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신문사 내에서 의견이 엇갈렸다. 누군가는 아직 불법 여부를 알 수 없다고 했고, 누군가는 정 하고 싶으면 혼자 붙이라고 했다. 국회에서 계엄이 해제되기 전이어서 두려움도 컸지만 임씨는 대자보를 썼다. 그러나 그때의 의견 대립은 이후의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학내 온라인 게시판에서는 대자보를 두고 “중국인이냐”, “북한 간첩이냐”라는 악성 댓글이 달렸다. 계엄이라는 도무지 눈을 뗄 수 없는 이슈에 집중하면서 피로감도 쌓였다. 종종 무기력해졌고, 결국 치료를 받기로 했다. 임씨는 “일상이 많이 바뀌었어요. 주말에는 서울로 집회를 가고 제대로 쉬지를 못했어요. (계엄이 정당하다는) 그런 말도 안 되는 뉴스를 보는 게 피로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부정적인 쪽으로 변했어요”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