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주간경향

국제

2025.12.14
  • [이한재의 세계 인권 현장] (4) 빵이 아니라 다시 시작할 기회가 필요하다
    [이한재의 세계 인권 현장] (4) 빵이 아니라 다시 시작할 기회가 필요하다

    아프리카 케냐 북동부 사막지대의 평야에 양철지붕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해가 지면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며, 흙길 옆으로 상점과 이발소가 문을 연다. 40만명이 넘게 사는 이 거대한 도시는 한때 ‘다답(Dadaab) 난민캠프’라 불리던 곳이다. 1991년 소말리아 내전 피란민을 수용하면서 시작된 이곳은 다양한 분쟁으로 계속 확장됐다. 케냐 전역에는 현재 약 80만명의 난민이 등록돼 있다. 분쟁뿐 아니라 반복되는 가뭄과 홍수 같은 기후 재난이 이어지면서 여러 난민캠프는 ‘임시’라는 이름을 한 영구 거주지가 됐다.난민캠프는 수용소가 아니다. 인근 마을과 맞붙어 있고, 이 구역 안팎을 오가는 사람들이 섞여 산다. 다답 캠프와 같이 생긴 지 수십 년 된 대규모 캠프는 하나의 도시가 됐다. 하지만 여전히 이들에 대한 공공기관, 국제사회의 시선은 ‘긴급 구호’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바트샤바 아사티는 이 오래된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는 시장·민간 기반 조성을 통해 이 문제...

    1658호2025.12.12 14:40

  • 영화 팬을 위한 합병은 없다
    영화 팬을 위한 합병은 없다

    넷플릭스와 파라마운트의 워너브러더스(이하 워너) 인수전이 점입가경이다. 넷플릭스가 약 106조원에 워너를 인수한다는 초대형 계약을 성사시킨 지 사흘 만에 파라마운트가 ‘적대적 인수’를 선언했다. 여기에 파라마운트와 친분이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개입하겠다고 나서면서 ‘팝콘각’ 전개가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워너의 주인이 누가 되느냐와 상관없이 분명한 사실 한 가지가 있다. 이 인수전의 가장 큰 패배자는 TV와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될 것이란 점이다.영화계 희망 삼키려는 스트리밍 공룡102년 역사를 자랑하는 워너는 스트리밍 서비스 시대에서도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영화 스튜디오다. 올해만 해도 <컨저링: 마지막 의식> 같은 팝콘 영화뿐 아니라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웨폰> 같은 창의적인 영화를 연달아 흥행시키면서 역대 최고 수준의 성적을 거뒀다.워너는 또 DC코믹스인 <슈퍼맨>, <...

    1658호2025.12.12 14:38

  • 구글 추격받는 오픈AI, 한달만에 챗GPT 새 버전 출시
    구글 추격받는 오픈AI, 한달만에 챗GPT 새 버전 출시

    구글의 추격을 받는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이전 버전을 내놓은 지 불과 한 달 만에 새 인공지능(AI) 모델 ‘GPT-5.2’를 내놨다.구글도 같은 날 제미나이의 심층연구용 에이전트를 선보이며 맞불을 놨다.오픈AI는 전문적인 지식 업무 수행에 가장 뛰어난 모델 GPT-5.2 시리즈를 출시한다고 11일(현지시간) 밝혔다.GPT-5.2는 이전의 즉답(Instant), 사고(Thinking) 모드에 프로 모드를 더해 모두 세 가지 모드로 구성됐다.즉답 모드는 일상적인 업무와 학습을 위한 빠른 답변에 최적화했고, 사고 모드는 코딩이나 수학적 해결, 긴 문서 요약 등에 적합하다.또 프로 모드는 보다 긴 작업시간을 필요로 하는 어려운 질문에 적합한 도구라고 오픈AI는 소개했다.오픈AI는 새 버전이 추론과 코딩 능력을 강화하고 환각을 줄였으며, AI 성능을 측정하는 다양한 벤치마크에서 최고 수준을 달성했다고 강조했다.전문 산업 현장 44개 직종의 업무 수행 능력을...

    2025.12.12 11:46

  • “희대의 사기 사건”…‘테라사태’ 권도형, 미 법원서 검찰 구형량보다 높은 징역 15년 선고받아
    “희대의 사기 사건”…‘테라사태’ 권도형, 미 법원서 검찰 구형량보다 높은 징역 15년 선고받아

    스테이블코인 ‘테라USD’(이하 테라) 발행과 관련한 사기 등 혐의로 미국에서 형사재판을 받는 권도형(34) 테라폼랩스 설립자에게 법원이 “희대의 사기 사건”이라고 칭하며 징역 15년형을 선고했다.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의 폴 엥겔마이어 판사는 11일(현지시간) 열린 선고 공판에서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권씨의 형량을 이같이 결정했다.미 검찰은 ‘플리 바겐’(유죄인정 조건의 형량 경감 또는 조정) 합의에 따라 권씨에게 최대 12년 형을 구형했고, 권씨 변호인은 한국에도 추가 형사 기소에 직면한 점을 고려해 형량이 5년을 넘지 말아야 한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구형량보다 더 높은 형량이 선고됐다.엥겔마이어 판사는 이번 사건 피해금액이 400억 달러(약 59조원)에 달하는 점을 지적하며 “규모면에서 보기 드문 희대의 사기 사건(a fraud on an epic, generational scale)”이라며 “미 연방 기소 사건 가운데 권씨 사건보다 피해 규모가 큰 사건...

    2025.12.12 11:08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 (24) 아미시 마을, AI 문명 중심에서 18세기를 산다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 (24) 아미시 마을, AI 문명 중심에서 18세기를 산다

    “아니 신호등이 왜 꺼졌지!” 2000년 안식년을 맞아 캘리포니아로 갔는데, 수익을 늘리기 위한 전기회사들의 농간으로 단전 사태가 벌어졌다. 도로 신호등이 모두 꺼지고 병원까지 기능이 마비됐다. 2025년 4월 이상고온으로 전압이 갑자기 올라가,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단전 사태가 발생해 수백만명이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 현대사회에서 전기가 없는 삶은 생각할 수가 없다.자동차도 마찬가지다. 과연 자가용만이 아니라 대중교통을 포함해 자동차가 없는 삶을 생각할 수 있을까? 이제 직장, 마트 등 우리의 생활 반경이 넓어지면서 자동차가 없는 삶은 전기가 없는 삶만큼이나 생각할 수 없게 됐다.필라델피아에서 서쪽으로 100㎞ 정도를 달려가면 랭커스터라는 마을이 나온다. 마을이 가까워지자 관광지에서나 볼 수 있는 마차들이 하나둘 나타난다. 관광용 마차가 아니라 일상 교통수단이다. 워낙 큰 나라고 자동차 보급이 일반화돼 시골에서 길을 걷는 사람을 볼 수 없는 것이 미국인데, 검...

    1657호2025.12.05 14:47

  • [구정은의 수상한 GPS] (19) 검은 연기에 휩싸인 홍콩, 올 것이 왔다?
    [구정은의 수상한 GPS] (19) 검은 연기에 휩싸인 홍콩, 올 것이 왔다?

    홍콩에서 초대형 불이 났다. 사망자가 150명이 넘고 주변 체육관 등에는 이재민 대피소들이 생겼다. 말 그대로 재난이다. 공사를 하면서 외벽에 대나무 비계를 덧댄 것, 창문을 스티로폼으로 밀폐한 것 등 안전 불감증을 보여주는 정황이 나왔고, 당국은 아파트 관리회사 직원들을 살인 혐의로 수사 중이다. 세계 어디서나 대형사고가 일어나면 늘 드러나는 패턴이다. 그런데 이번 화재는 보기만 해도 아찔한 홍콩의 빽빽한 고층 아파트들의 이미지와 맞물리면서 ‘올 것이 왔다’는 우울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홍콩은 왜 그런 도시가 됐을까.홍콩 면적이 1114㎢이고 약 750만명이 살고 있으니, 600㎢ 남짓에 약 930만명이 사는 서울에 비하면 인구밀도가 외려 낮다. 그런데도 홍콩의 주거지역은 유난히 밀도가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같은 대형 화재는 처음이지만 화재 사망자는 2024년 33명, 2023년 31명으로 계속 있었다.전체 면적의 75% 공원·산지...

    1657호2025.12.05 14:45

  • 질병 잡는 CT가 암을 부른다?
    질병 잡는 CT가 암을 부른다?

    ‘연간 6151만명의 미국인이 받은 9300만건의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 부작용으로 약 10만2700건의 암이 발병할 것으로 예측된다.’병원 CT 검사실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환자가 이런 정보를 듣는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2023년 CT 검사를 받은 6200만명의 미국인 중 10만2700명이 방사선으로 인한 암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의학 전문 플랫폼 ‘메드스케이프’와 독일 공영 도이치벨레방송 등이 지난 4월 보도한 내용이다.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캠퍼스(UCSF), 플로리다대, 영국 암연구소(ICR) 등이 공동 진행한 이 연구 결과는 지난 4월 내과학 분야 세계적 권위지인 ‘미국의사협회지 내과학저널(JAMA Internal Medicine)’에 게재됐다.컴퓨터단층촬영을 의미하는 ‘Computed Tomography’의 약어인 CT는 X-선을 투과시켜 그 흡수 차이를 컴퓨터로 재구성해 인체의 단면영상 또는 3차원적인 입체영상을 얻는 영상진...

    1656호2025.11.28 14:46

  • [꼬다리] 이름에 대한 고민, 두 번째
    [꼬다리] 이름에 대한 고민, 두 번째

    국제 기사를 쓸 때마다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단어가 몇 있다. 러시아 정부·군대가 사용하는 ‘특별군사작전’이 그중 하나다. 침략 전쟁이라는 본질을 흐리는 말 같아 쓸 때마다 조심스러웠다. 그렇다고 내 멋대로 바꿔 쓸 수는 없는 노릇이라 나름 기준을 세웠다. 러시아 측 발언을 전할 때는 작은따옴표(‘’) 안에 넣어 적되, 기사 문장으로 풀어쓸 때는 침략, 침공, 전쟁 등 단어로 바꾸곤 한다.내가 러시아인이라면 이런 타협점을 찾기 어려웠을 것 같다. 전쟁 발발 직후 러시아 의회는 군대 관련 ‘가짜정보’를 유포한 사람에 대해 최대 15년 징역형 선고가 가능하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이 법을 근거로 우크라이나 침공을 공개 비판한 야당 정치인 등이 옥살이를 했다. 왜 이리 엄하게 구는가. 전쟁임을 공식 인정했다가 대외 책임 부담이 늘고 내부 비판 여론이 커질까 러시아 정부가 걱정해서란 분석을 나중에야 알았다.일본 기사를 쓸 땐 ‘처리수’와 ‘오염수’ 표현이 고민이다. 처리수는...

    1656호2025.11.28 14:44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23) 필라델피아, 노예는 5분의 3 인간이다?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23) 필라델피아, 노예는 5분의 3 인간이다?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됐으며 창조주에 의해 천부의 권리를 부여받았다. 그 권리 중에는 생명, 자유, 행복추구권이 있다. 정부의 권한은 피지배자들의 동의로부터 나오며, 어떤 형태의 정부건 그것이 그 목적에 어긋날 경우 이를 바꾸거나 폐기하는 것은 인민의 권리다.”뉴욕에서 서남쪽으로 160㎞를 달려 필라델피아 독립기념관 앞에 서자, 250년 전인 1776년 13개 지역(식민지) 대표들이 이곳에 모여 발표한 미국 독립선언의 도입부가 생각났다. 이 선언은 미국을 넘어 인류의 역사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은 혁명적인 문건이다. 이는 수천 년간 인간을 얽매어 온 신분적 예속과 불평등을 넘어서 민주주의의 핵심인 자유, 평등이 사회 구성의 기본원리임을 선언하는 한편 정부의 목적을 규정하고 시민들의 저항권을 인정한 최초의 문건이다. 당시 미국 최고의 지성이었던 토머스 제퍼슨이 유럽에서 생겨난 근대 정치사상인 사회계약론과 자연권 사상, 계몽주의 등에 기초해 쓴 이 문건은 프랑스혁명 후 ...

    1655호2025.11.21 14:58

  • [구정은의 수상한 GPS] (18) 미국 없는 유엔 기후협약, 순항할까
    [구정은의 수상한 GPS] (18) 미국 없는 유엔 기후협약, 순항할까

    벨렝. 포르투갈어로 ‘베들레헴’을 가리킨다. 브라질 북부 파라주의 주도이자 아마존강의 관문, 인구 140만명의 분주한 항구도시다. 적도 바로 아래, 아마존 지류인 파라강이 대서양과 만나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여기서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30)가 열렸다. 기후협약에 가입한 나라들이 매년 모여서 약속을 얼마나 지켰는지 점검하는 자리다. “향후 10년 동안 기후대응 속도를 높이고 성과를 거둘 수 있게 하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11월 6일(현지시간) 개막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21일까지 이어진 이 회의에는 협약에 가입한 200개 가까운 나라 가운데 대부분이 참여했다. 총 193개국과 유럽연합(EU)이 참석했고, 북한도 대표단을 보냈다. 한동안 국제무대에서 떨어져 있던 시리아도 모습을 비췄다. 불참한 국가는 아프가니스탄, 미얀마, 유럽의 작은 공국 산마리노 정도다. 과거에도 불규칙적으로 참석한 나라들이다.엘 고어와 캘...

    1655호2025.11.21 14: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