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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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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11) 덴버, 미국판 역사바로세우기
    (11) 덴버, 미국판 역사바로세우기

    2000년 서울 영등포구 문래근린공원. 젊은이들이 한 동상을 밧줄로 묶어 쓰러뜨렸다. 충성 혈서까지 써서 만주국 일본군관학교에 입학해 일본군 장교로 복무한 친일파 박정희를 단죄하기 위한 것이었다. 김영삼 정부가 전두환·노태우를 잡아넣으며 시작한 ‘역사바로세우기’ 투쟁이 본격화된 것이다.“정확히 어디였지?” 나는 운디드니를 떠나 1000㎞를 달려 콜로라도 덴버에 도착하자마자 시청 앞 광장을 찾았다. 그곳이 ‘미국판 역사바로세우기’ 현장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역사바로세우기가 주로 이승만과 박정희라는 극우 독재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면, 미국의 역사바로세우기는 콜럼버스를 주된 공격대상으로 하고 있다. 내가 찾고 있는 것은 바로 콜럼버스의 동상 흔적이었다.덴버시는 미 대륙의 역사를 바꾸어 놓았고, 미국이란 나라가 세워지게 해준 콜럼버스의 공을 기념하기 위해 1972년 이 광장에 콜럼버스 동상을 세웠다. 하지만 원주민 등은 이를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202...

    1632호2025.06.06 14:20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10) 슬픈 원주민 학살의 현장 ‘운디드니’
    (10) 슬픈 원주민 학살의 현장 ‘운디드니’

    “우리는 오늘부로 역사적인 운디드니(Wounded Knee) 마을이 자랑스러운 오글랄라 수족의 전통을 이어받은 독립국인 ‘오글랄라국’임을 선언한다. 우리는 원주민들과 원하는 사람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할 것이며 국제연합(UN)에 대표단을 파견해 회원국으로 가입할 것이다.”1973년 3월 8일 무장한 원주민들이 호위하는 미국인디언운동(AIM) 지도부는 주요 TV에 방송된 기자회견에서 충격적인 발표를 했다. 흔히 ‘제2차 운디드니’라고 부르는 역사적인 ‘운디드니 점거투쟁’이 시작된 것이다.크레이지 호스 기념관으로부터 동남쪽으로 160㎞를 달려가면 운디드니가 나타난다. 미국 역사의 중요한 현장인 운디드니에 도착하자 나는 충격에 빠졌다. 언덕 위에 있는 운디드니 기념 현장에는 진입로도 포장조차 되지 않았고, 제대로 된 기념관이나 기념시설도 전혀 설치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주민들이 설치한 것으로 보이는 조야한 붉은 대형 안내판만이 이곳이 역사의 현장이라는 ...

    1630호2025.05.23 14:42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 (9) 미 기병대 몰살시킨 크레이지 호스
    (9) 미 기병대 몰살시킨 크레이지 호스

    로스앤젤레스에서 북쪽으로 1800㎞를 달려 미 대륙 북서쪽 끝에 있는 시애틀에 도착한 후 다시 기수를 동쪽으로 틀었다. 벌써 1800㎞를 달렸지만, 이번 여정의 15분의 1도 못 달린 것이니 정말 나라가 아니라 대륙이다. 나는 동쪽으로 워싱턴주, 아이다호주를 거쳐 몬태나주 중간을 흐르는 리틀 빅혼이라는 작은 강까지 1600㎞를 1박2일 달렸다. 이 강에는 놀라운 역사가 숨겨져 있다.“자, 모두 3개 방향으로 공격한다.” 1876년 6월 25일 새벽 미 육군 7기병 연대 소속 3개 중대 268명은 조지 커스터 중령의 명령에 따라 리틀 빅혼강을 건너 원주민 마을을 향해 공격을 시작했다. 두 개 중대는 좌우에서 공격하고 한 개 중대는 뒤로 돌아가 퇴로를 차단해 원주민을 몰살할 계획이었다. 이 공격은 미국의 원주민 정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남북전쟁이 끝난 지 3년 뒤인 1868년 미국은 이 지역 원주민인 라코타족(수족이라고도...

    1627호2025.05.02 14:59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8) 21세기 상거래의 최전선 시애틀
    (8) 21세기 상거래의 최전선 시애틀

    <영하의 삶>(Life Below Zero). 알래스카 오지의 삶을 찍은 이 프로그램은 혹독한 추위 속에서 말코손바닥사슴 등을 사냥해 식량을 조달하고, 거의 자급자족으로 살아가는 에스키모 원주민이나 백인의 삶을 그리고 있다. 이들도 눈썰매의 기름값 등 최소한의 현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덫을 놓아 비버, 스라소니 등을 잡아 모피를 손질해 판다.미 서부 북쪽 끝에 있는 시애틀 근처에는 컬럼비아강이 흘러간다. 포틀랜드를 떠나 시애틀 방향으로 2시간을 달려 컬럼비아강 입구에 이르러 좌회전해 20분 정도 가면 포트 니스퀄리(Fort Nisqually)라는 요새가 나타난다. 미 서부의 남쪽인 캘리포니아를 개척시킨 것이 금이었다면, 북쪽인 시애틀 지역과 그 북쪽인 캐나다를 개척시킨 것은 비버, 수달 등 이 지역에 많은 동물 모피였다.17세기부터 유럽에는 상류층 부인들을 중심으로 모피 옷이 인기를 끌었고, 그중 최고로 친 것이 물가에 댐을 만들고 사는 비버였다. 유럽...

    1625호2025.04.18 14:29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 (7) 진보와 노동운동의 도시 포틀랜드
    (7) 진보와 노동운동의 도시 포틀랜드

    “손호철입니다.” “예약 없는데요.” “아니 한 달 전 예약했는데….”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도착해 저가 전국체인인 모텔6 포틀랜드에 들어갔는데 예약이 안 돼 있단다. 휴대전화의 호텔 예약 사이트에서 예약 내용을 보여줬다. “아, 이건 메인주 포틀랜드의 모텔6인데요.” 아이고! 그동안 세계 각국을 여행했지만, 메인주에도 포틀랜드가 있는 줄 모르고 멍청한 실수를 하고 말았다. 긴 여행에 경비를 줄이려고 싼 모텔에 예약했다가 생돈을 날리고 말았다.미국 서부가 대체로 그러하지만, 특히 포틀랜드는 매우 ‘진보적’인 도시다. 그런 만큼 찾아갈 데가 여러 곳이다. 첫 목적지에 도착했다. 작은 가정집이었다. 사무실이 아니고 가정집이라는데 실망했다. 그러나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 ‘팔레스타인에 연대를’과 같은 각종 피켓, 그리고 창문으로 보이는 ‘IWW’라는 글자가 내 가슴을 뛰게 했다. IWW(Industrial Workers of World·세계산업노동자들)는 한때 세계 노동...

    1623호2025.04.04 15:30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6) 다양성과 관용의 도시 샌프란시스코
    (6) 다양성과 관용의 도시 샌프란시스코

    “샌프란시스코에 가면 꼭 머리에 꽃을 꽂으세요.” 북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항구도시 샌프란시스코로 들어가는 골든게이트 다리를 건너며 나는 ‘샌프란시스코’를 흥얼거렸다. 1967년 발표된 이 노래는 샌프란시스코만이 아니라 그 시대의 특징인 베트남전쟁에 반대하는 반전운동과 히피문화를 대표한다. ‘꽃’은 단순한 꽃이 아니라 ‘평화’를 상징한다.1960년대 후반~1970년대 초반 반전운동과 히피문화를 상징하는 세계적인 음악 페스티벌은 1970년 우드스톡축제다. 하지만 우드스톡 이전에 샌프란시스코가 있었다. 구체적으로 1967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사랑의 여름’이라는 축제다. 기존의 고루한 남녀관을 혁명적으로 파괴하는 ‘프리섹스’, ‘꽃의 힘(flower Power)’, ‘폭력과 징집 중단’을 내걸고 미국 전역에서 10만명의 ‘꽃아이들’(flower children)이라 불린 젊은이들이 샌프란시스코로 몰려들었다.‘헤이트 애시베리.’ 샌프란시스코 중심가에 있는 헤이트 거...

    1621호2025.03.21 15:00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5) 복합위기 시대의 실리콘밸리
    (5) 복합위기 시대의 실리콘밸리

    “아이고, 또 틀렸네!” 1980년 나는 동양통신(현 연합뉴스) 기자로 근무하다가 “5·18을 ‘폭동’이라고 보도하라”는 신군부의 지침에 저항해 통신사를 떠나 미국으로 유학을 가야 했다. 미국 대학교수들은 과목당 매주 300쪽 이상의 원서를 읽고 비판적 글을 두 장 정도 써오라고 했다. 한 학기에 세 과목을 들으니 900쪽 이상을 읽고 영어로 비평문을 쓰는 것은 고문이었다. 더 큰 문제는 타자였다. 치다가 오자가 생기면 그 페이지를 전부 다시 쳐야 했다. 이렇게 타자를 반복하다 밤을 새우는 날이 많았다.“호철, 이거 한 번 써봐.” 어느 날 미국인 대학원 동료가 나를 연구실로 불러 무언가를 보여줬다. 애플이 만든 매킨토시 PC(퍼스널 컴퓨터)였다. PC를 구입하면서 오자가 생기면 그 페이지를 전부 다시 쳐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었다. 덕분에 영어로 글쓰기 속도가 붙었다. 애플 덕에 박사학위 논문을 끝낼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북캘리포니아 샌프란시...

    1619호2025.03.07 14:30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4) 금이 만든 캘리포니아
    (4) 금이 만든 캘리포니아

    ‘포티나이너스(49ers).’ 전설적인 쿼터백 조 몬태나가 활약하던 인기 있는 샌프란시스코 미식축구팀의 이름이다. 샌프란시스코와 포티나이너스는 무슨 연관이 있는가? 포티나이너스는 미국 역사에서 독특한 의미가 있다. 이는 1849년 캘리포니아 골드러시 때 일확천금을 노리고 서부로 몰려든 사람들을 의미한다. 금을 찾는 포티나이너스야말로 미국 서부 개척의 핵심동력이었다.보스턴 등 동부에서 시작된 백인들의 아메리카대륙 정착은 유럽으로부터 인구 유입이 늘어나면서 서서히 서부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1800년대 중반까지는 ‘대평원’이라고 불리는 로키산맥 동쪽에 머물러 있었다. 서부 개척을 본격화한 것은 세 가지다. 하나는 종교 탄압에 따른 모르몬교도들의 대이동이다. 미주리와 일리노이에 주로 자리 잡고 있던 모르몬교는 일부다처제 등과 관련, 1844년 자신들의 지도자들이 체포되고 타살당하자 일부가 대대적으로 서부로 이동했다. 이들은 로키산맥을 넘어 솔트레이크시티 등 유타지역에...

    1616호2025.02.14 15:00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3) 황무지에 숨겨진 일본계 강제수용소
    (3) 황무지에 숨겨진 일본계 강제수용소

    데스밸리. 미국 캘리포니아주 중부 동쪽 끝에 있는 이곳은 해수면보다 82m나 낮고, 최고 기온이 50도를 기록할 정도로 무더운 사막으로, 금을 찾아 캘리포니아로 향하던 서부 개척자들이 무수히 죽어 나갔다. 차베스기념관을 나와 북으로 395번 도로를 4시간 정도 달리면 오른쪽에는 데스밸리가, 왼쪽에는 수천 년 된 나무로 유명한 세쿼이아 국립공원과 캘리포니아주를 북에서 남으로 가로지르는 시에라네바다산맥이 나타난다. 이곳은 인적과 거리가 먼 오지다. 특히 기이한 바위들과 황무지가 이어진 론 파인은 서부영화의 단골 촬영지로 서부영화박물관이 세워져 있다. 이 박물관을 지나 북으로 조금 더 올라가면 부끄러운 미국의 역사가 숨겨져 있다.카레이스키. 중앙아시아에 흩어져 있는 한인들을 지칭하는 말로 아픈 우리의 역사다. 일본이 만주를 침략하고 일본과 소련(현 러시아) 국경 간의 긴장이 고조되자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1937년 한 말 이후 하바롭스크 등 연해주에 정...

    1614호2025.01.24 15:00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2) 농업노동자의 아버지 세사르 차베스
    (2) 농업노동자의 아버지 세사르 차베스

    “농민들은 한 자루의 감자와 같다.” 농민들이 자기 농지에 매달려 일하는 노동과정의 고립 때문에 한 공장에 모여 일하는 노동자들과 달리 감자처럼 한 자루에 모아놓아도 단결하지 못하고 각각 분리돼 있을 뿐이라는 카를 마르크스의 비판적 평가다. 그러나 중국혁명 등 여러 농민혁명이 보여주듯이 그의 평가는 틀렸다는 지적이 많다.캘리포니아 등 미국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유럽과 아시아 등 소농 위주의 많은 나라와 달리 미국은 안창호가 일했던 리버사이드의 오렌지농장처럼 대농장들이다. 과거 남부의 대농장은 대부분 목화를 생산했고, 아프리카 노예에 의존했다. 대농장들은 노예해방 후에는 농업노동자에 의존하고 있다. 농업도 공장과 마찬가지로 자본주의적 생산방식을 택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캘리포니아 등 대농장의 노동자들은 멕시코계 등 스페인어권의 히스패닉계와 필리핀계 같은 ‘유색인종’ 이주노동자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그런 만큼 열악한 노동조건에도 불구하고 권리의식은 취약하고 이들의 조직화,...

    1612호2025.01.10 1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