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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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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33) 샌안토니오, ‘명백한 하나님의 뜻’ 유령이 깃든 ‘돈로주의’
    (33) 샌안토니오, ‘명백한 하나님의 뜻’ 유령이 깃든 ‘돈로주의’

    한 여인이 아이와 노예를 데리고 양쪽으로 도열한 멕시코군 사이를 지나 폐허가 된 요새를 떠난다. 존 웨인이 주연·감독·제작한 영화 <알라모>(1960)의 마지막 장면이다.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의 ‘알라모 전투’는 미국 역사에서 상징적인 전투 중 하나로 손꼽힌다.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끈 결정적 전투인 ‘사라토가 전투’처럼 승리한 전투는 아니다. 186명 중 여자와 아이, 노예를 제외하고 183명이 전사한, 처절하게 패배한 전투다. 하지만 그 패배 때문에 텍사스를 비롯해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등 남부지역을 미국이 가질 수 있게 된 중요한 전투다.멕시코를 정복한 스페인은 텍사스에서 캘리포니아에 이르는 지역도 점령했다. 하지만 이들 지역은 멕시코의 중심지인 멕시코시티와 중부 멕시코로부터 1500~2000㎞가 떨어져 있어 통제가 어려웠다. 스페인은 지역마다 전도소(Mission)를 두고 신부들이 거주하며 행정업무도 담당했다. 알라모도 이중 하나로, 스페인은 이를 ...

    1675호2026.04.17 14:52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32) 리틀록 9총사와 트럼프 불러낸 클린턴
    (32) 리틀록 9총사와 트럼프 불러낸 클린턴

    ‘리틀록 9총사.’ 아칸소의 주도인 리틀록 주청사 앞 잔디밭에는 책을 들고 등교하는 9명 학생의 조각이 세워져 있다. 이들이 무슨 일을 했기에 주청사 앞에 조각까지 만든 것인가? 이들은 10대 어린 나이에 ‘계란으로 바위 치기’로 ‘학교에서의 인종 분리’라는 바위를 깨뜨렸다.“야, 너희들 못 들어가!” 1957년 9월 4일, 아칸소 센트럴고등학교에 첫 등교하는 9명의 아프리카계 학생을 주방위군이 출입을 막았다. 문제의 시작은 유명한 ‘분리시키지만 평등한(separate but equal)’ 조항이다. 남북전쟁의 승리로 노예들이 해방되자 남부는 아프리카계를 차별하기 위해 인종분리법안을 제정했는데, 이에 대해 미연방대법원이 1896년 인종 분리는 분리시설이 ‘평등한’ 한 합헌이라고 판결했다. 이 ‘분리시키지만 평등한’ 조항은 이후 학교 등에서 인종 분리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이용됐다.“공공교육에서 ‘분리시키지만 평등하다’는 조항은 말이 되지 않는다. 분리된 교육시설은 본질적으로...

    1673호2026.04.03 14:40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31) 앨라배마, ‘자유의 행진’과 ‘어린이 십자군’
    (31) 앨라배마, ‘자유의 행진’과 ‘어린이 십자군’

    ‘목화를 따던 손이 대통령을 뽑았다.’ 앨라배마의 주도인 몽고메리에서 서쪽으로 1시간 차를 몰아 셀마(Selma)에 도착하자 한 벽화가 나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 도시는 인구가 2만명이 되지 않는 작은 도시지만, 미국의 역사를 움직인 장소다. 이곳에서 70.8㎞(44마일) 떨어진 몽고메리까지의 행진이 아프리카계가 꿈에도 그리던 투표권을 획득할 수 있게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셀마로부터 몽고메리, 버밍엄에 이르기까지 앨라배마는 아프리카계의 민권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주다.“뭐 14명이라고?” 셀마와 몽고메리의 중간 지점인 로운데스에는 셀마 행진 기념관이 있다. 한 전시물은 셀마가 속해 있는 “댈러스 카운티 1만5000명의 아프리카계 중 1965년에 투표한 사람은 몇명인가”라고 묻고 있다. 보는 이의 관심을 끌려고 일부러 답을 아주 작게 써놓아, 가까이 가 읽어보니 1954~1961년 사이에 투표한 아프리카계가 불과 14명이라는 것이다.남북전쟁 후 수정헌법...

    1670호2026.03.13 14:54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30) 몽고메리, ‘기이한 과일’을 추모하다
    (30) 몽고메리, ‘기이한 과일’을 추모하다

    “아이고, 피곤해.” 1955년 12월 1일 저녁, 백화점 일을 마친 로자 파크스(1913~2005)는 버스를 타자 백인 전용 좌석 뒤에 있는 유색인종 좌석 중 맨 앞자리에 지친 몸을 던졌다. 그날따라 백인 손님이 많아 백인 전용 좌석이 꽉 찼다. 다음 정거장에서 4명의 백인이 탔다.“여봐, 자리 좀 비켜주지!” 백인 운전기사가 유색인종석 첫 줄에 앉은 사람들에게 명령조로 말했다. 3명은 일어났지만, 파크스는 그냥 앉아 있었다. “야, 일어나라니까?”, “싫은데요.” 운전기사는 경찰을 불렀고, 파크스는 체포됐다. 남북전쟁의 첫 수도였을 정도로 인종주의가 심하고 보수적인 ‘인종주의의 심장’ 몽고메리에서 보여준 한 중년 여성의 용기는 역사를 바꿨다. 그의 행동이 1950~1960년대로 이어진 아프리카계 민권투쟁을 격발시킨 것이다.몇 년 전 <그린 북>이라는 영화가 개봉됐다. 인종 분리 시절 백인 운전사가 유명한 아프리카계 피아니스트를 모시고 남부를 여행하는 이야기다...

    1668호2026.02.27 13:11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29) 체로키, ‘인디언 제거법’의 인종주의는 끝났는가
    (29) 체로키, ‘인디언 제거법’의 인종주의는 끝났는가

    “단풍이다.”대서양에 있는 윌밍턴을 떠나 다시 북서쪽 내륙 쪽으로 650㎞를 6시간 달리자 그레이트 스모키 마운틴이 나오며 단풍 등 전혀 다른 풍경이 나타났다. 바쁜 일정에 잊고 있었는데, 여행을 떠난 지 한 달 이상이 지나 가을이 깊어가고 있었다. “여러분은 체로키 영토에 들어와 있습니다.” 체로키 지역에 들어가자 나타난 팻말이다.‘주권(Sovereignty).’ 노스캐롤라이나의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인 체로키 마을에 도착해 역사박물관에 들어가자 나를 맞이한 것은 의외의 단어 ‘주권’이었다. 전혀 예상하지 않은 단어라 충격을 받았지만, 곰곰이 생각하니 당연했다. 이들은 독립된 국가로 주권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인정받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이를 강조한 것이다.미국은 1800년대 초 서부 개척에 나서며 체로키 등 많은 원주민 부족을 독립된 주권국가로 인정하고 조약을 체결해 이들의 땅을 양보받는 대신 대체 영토를 제공했다. 하지만 이 조약을 무수히 파기했다....

    1667호2026.02.20 06:00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28) 윌밍턴, 미국에도 ‘성공한 쿠데타’가 있었다
    (28) 윌밍턴, 미국에도 ‘성공한 쿠데타’가 있었다

    윌밍턴. 잘 알려지지 않은 미국의 이 도시는 워싱턴에서 남쪽으로 600㎞ 떨어진 노스캐롤라이나의 케이프 피어 강에 있는 작은 항구다. 버지니아를 떠난 나는 남쪽으로 550㎞를 5시간 달려 윌밍턴에 도착했다.윌밍턴에 도착하자 마침 자동차 라디오에서 ‘극우 포퓰리스트’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가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을 ‘돈 버는 기계’라고 조롱하며 한국이 방위부담금을 현재보다 10배는 더 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뉴스가 나왔다. 윌밍턴에서 듣는 트럼프의 뉴스는 묘한 기분이 들게 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작은 도시 윌밍턴과 트럼프는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다 죽여!” 남북전쟁이 북군의 승리로 끝나고 수정헌법 제13조에 의해 노예제가 폐지된 지 33년이 지난 1898년 11월 10일, 윌밍턴시의 민주당원(당시 민주당은 지금과 달리 남부의 노예제를 지지하는 ‘골보수당’이었다)을 중심으로 한 백인들은 무장한 채 아프리카계 거주지역으로 쳐들어가 ...

    1665호2026.01.30 15:03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 (27) 리치먼드, 남북전쟁의 현장에서 트럼프를 보다
    (27) 리치먼드, 남북전쟁의 현장에서 트럼프를 보다

    “한국전쟁은 왜 일어났지요?”, “아 6·25요?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군이 비겁하게 쳐들어와서요.”, “그럼 남북전쟁은 왜 일어났지요?”, “노예제 때문에요.”, “아니 남북전쟁은 왜 발발 이유를 ‘1861년 4월 12일 새벽에 남군이 비겁하게 북군을 공격해서’라고 답하지 않고 노예제 때문이라고 답하지요?”, “아 그게….”내가 한국 정치 시간에 학생들에게 자주 하는 질문과 대답이다. 기이하게도, 우리는 한국전쟁의 원인은 누가 먼저 총을 쐈느냐는 ‘사건사’적 시각에서 분석하면서도, 남북전쟁은 누가 먼저 총을 쐈느냐가 아니라 ‘구조적’ 원인으로 분석한다. 이름부터가 한국전쟁은 ‘6·25전쟁’이지만 남북전쟁을 ‘4·12전쟁’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국전쟁에 대한 우리의 이해, 특히 보수 세력의 이해는 그 구조적 원인은 사장하고 사건사만 주목하고 있다. 한 사건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우리는 그 사건의 구조적 원인과 사건사적 원인을 모두 파악해야 한...

    1663호2026.01.16 15:04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 (26) 찰스턴, 인류 역사상 가장 ‘슬픈 시장’
    (26) 찰스턴, 인류 역사상 가장 ‘슬픈 시장’

    “놀라운 은혜여!/ 나같이 철면피를 구한 얼마나 달콤한 소리인가/ 한때 나는 길을 잃었지만, 이제 나는 길을 찾았네/ 한때 눈멀었지만, 이제는 볼 수 있다네.”미국 남부의 중심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이 가까워지자 미국 포크송의 대부인 우디 거스리의 아들 아를로 거스리의 노래를 찾아 틀었다.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가 세상에서 가장 슬픈 시장을 찾아가며 듣기에 적합한 노래였기 때문이다. 시장은 마트처럼 깨끗하지는 않지만, 시끌벅적하고 살아 숨 쉬는 삶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시장은 원래 즐거운 곳이지만, 찰스턴 시장은 그렇지 않다. 사람을 사고팔던 노예시장이었기 때문이다.영국의 악명 높은 노예선 선장 존 뉴턴은 1748년 노예라는 ‘화물’을 가득 싣고 아메리카로 가던 중 풍랑을 만나 죽음 직전에 이르렀다. 그는 자신을 살려주면 회개하고 다른 삶을 살겠다고 기도했고, 다행히 살아났다. 그는 목사가 됐고, 자신의 삶을 주제로 이 노래를 지었다. 악명 높은 노...

    1661호2026.01.02 15:08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 (25) 워싱턴, 히틀러 닮아가는 트럼프의 ‘분서갱유’
    (25) 워싱턴, 히틀러 닮아가는 트럼프의 ‘분서갱유’

    ‘세계 정치의 수도.’ ‘워싱턴’ 하면 당연히 떠오르는 생각이다. 나에게 워싱턴은 ‘정치의 수도’가 아니라 ‘박물관의 수도’다. 자연사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은 일단 논외로 하고, 이번 답사와 직접적으로 관심이 있는 ‘역사박물관’만 해도 그 수가 엄청나다. 대표적으로 국립미국사박물관, 국립아메리칸인디언박물관, 국립아프리카계아메리칸역사문화박물관, 스미스소니언 국립라틴계아메리칸박물관, 스미스소니언 미국여성사박물관, 차이나아메리칸박물관 등이 있다. 박물관마다 엄청난 자료를 전시하고 있어 워싱턴에 머문 3박4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입장료까지 무료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박물관 순회 계획을 세우려고 장소를 찾다 보니 라틴계아메리칸박물관과 여성사박물관은 2020년 법이 통과돼 2030년에나 문을 연다고 한다. 다행히 국립미국사박물관 안에 ‘모리나 패밀리 라티노 갤러리’가 마련돼 ‘미국의 라틴계 역사’라는 전시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차이나아메리칸박물관도 내 일정...

    1659호2025.12.19 14:57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 (24) 아미시 마을, AI 문명 중심에서 18세기를 산다
    (24) 아미시 마을, AI 문명 중심에서 18세기를 산다

    “아니 신호등이 왜 꺼졌지!” 2000년 안식년을 맞아 캘리포니아로 갔는데, 수익을 늘리기 위한 전기회사들의 농간으로 단전 사태가 벌어졌다. 도로 신호등이 모두 꺼지고 병원까지 기능이 마비됐다. 2025년 4월 이상고온으로 전압이 갑자기 올라가,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단전 사태가 발생해 수백만명이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 현대사회에서 전기가 없는 삶은 생각할 수가 없다.자동차도 마찬가지다. 과연 자가용만이 아니라 대중교통을 포함해 자동차가 없는 삶을 생각할 수 있을까? 이제 직장, 마트 등 우리의 생활 반경이 넓어지면서 자동차가 없는 삶은 전기가 없는 삶만큼이나 생각할 수 없게 됐다.필라델피아에서 서쪽으로 100㎞ 정도를 달려가면 랭커스터라는 마을이 나온다. 마을이 가까워지자 관광지에서나 볼 수 있는 마차들이 하나둘 나타난다. 관광용 마차가 아니라 일상 교통수단이다. 워낙 큰 나라고 자동차 보급이 일반화돼 시골에서 길을 걷는 사람을 볼 수 없는 것이 미국인데, 검...

    1657호2025.12.05 14: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