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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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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28) 윌밍턴, 미국에도 ‘성공한 쿠데타’가 있었다
    (28) 윌밍턴, 미국에도 ‘성공한 쿠데타’가 있었다

    윌밍턴. 잘 알려지지 않은 미국의 이 도시는 워싱턴에서 남쪽으로 600㎞ 떨어진 노스캐롤라이나의 케이프 피어 강에 있는 작은 항구다. 버지니아를 떠난 나는 남쪽으로 550㎞를 5시간 달려 윌밍턴에 도착했다.윌밍턴에 도착하자 마침 자동차 라디오에서 ‘극우 포퓰리스트’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가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을 ‘돈 버는 기계’라고 조롱하며 한국이 방위부담금을 현재보다 10배는 더 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뉴스가 나왔다. 윌밍턴에서 듣는 트럼프의 뉴스는 묘한 기분이 들게 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작은 도시 윌밍턴과 트럼프는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다 죽여!” 남북전쟁이 북군의 승리로 끝나고 수정헌법 제13조에 의해 노예제가 폐지된 지 33년이 지난 1898년 11월 10일, 윌밍턴시의 민주당원(당시 민주당은 지금과 달리 남부의 노예제를 지지하는 ‘골보수당’이었다)을 중심으로 한 백인들은 무장한 채 아프리카계 거주지역으로 쳐들어가 ...

    1665호2026.01.30 15:03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 (27) 리치먼드, 남북전쟁의 현장에서 트럼프를 보다
    (27) 리치먼드, 남북전쟁의 현장에서 트럼프를 보다

    “한국전쟁은 왜 일어났지요?”, “아 6·25요?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군이 비겁하게 쳐들어와서요.”, “그럼 남북전쟁은 왜 일어났지요?”, “노예제 때문에요.”, “아니 남북전쟁은 왜 발발 이유를 ‘1861년 4월 12일 새벽에 남군이 비겁하게 북군을 공격해서’라고 답하지 않고 노예제 때문이라고 답하지요?”, “아 그게….”내가 한국 정치 시간에 학생들에게 자주 하는 질문과 대답이다. 기이하게도, 우리는 한국전쟁의 원인은 누가 먼저 총을 쐈느냐는 ‘사건사’적 시각에서 분석하면서도, 남북전쟁은 누가 먼저 총을 쐈느냐가 아니라 ‘구조적’ 원인으로 분석한다. 이름부터가 한국전쟁은 ‘6·25전쟁’이지만 남북전쟁을 ‘4·12전쟁’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국전쟁에 대한 우리의 이해, 특히 보수 세력의 이해는 그 구조적 원인은 사장하고 사건사만 주목하고 있다. 한 사건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우리는 그 사건의 구조적 원인과 사건사적 원인을 모두 파악해야 한...

    1663호2026.01.16 15:04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 (26) 찰스턴, 인류 역사상 가장 ‘슬픈 시장’
    (26) 찰스턴, 인류 역사상 가장 ‘슬픈 시장’

    “놀라운 은혜여!/ 나같이 철면피를 구한 얼마나 달콤한 소리인가/ 한때 나는 길을 잃었지만, 이제 나는 길을 찾았네/ 한때 눈멀었지만, 이제는 볼 수 있다네.”미국 남부의 중심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이 가까워지자 미국 포크송의 대부인 우디 거스리의 아들 아를로 거스리의 노래를 찾아 틀었다.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가 세상에서 가장 슬픈 시장을 찾아가며 듣기에 적합한 노래였기 때문이다. 시장은 마트처럼 깨끗하지는 않지만, 시끌벅적하고 살아 숨 쉬는 삶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시장은 원래 즐거운 곳이지만, 찰스턴 시장은 그렇지 않다. 사람을 사고팔던 노예시장이었기 때문이다.영국의 악명 높은 노예선 선장 존 뉴턴은 1748년 노예라는 ‘화물’을 가득 싣고 아메리카로 가던 중 풍랑을 만나 죽음 직전에 이르렀다. 그는 자신을 살려주면 회개하고 다른 삶을 살겠다고 기도했고, 다행히 살아났다. 그는 목사가 됐고, 자신의 삶을 주제로 이 노래를 지었다. 악명 높은 노...

    1661호2026.01.02 15:08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 (25) 워싱턴, 히틀러 닮아가는 트럼프의 ‘분서갱유’
    (25) 워싱턴, 히틀러 닮아가는 트럼프의 ‘분서갱유’

    ‘세계 정치의 수도.’ ‘워싱턴’ 하면 당연히 떠오르는 생각이다. 나에게 워싱턴은 ‘정치의 수도’가 아니라 ‘박물관의 수도’다. 자연사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은 일단 논외로 하고, 이번 답사와 직접적으로 관심이 있는 ‘역사박물관’만 해도 그 수가 엄청나다. 대표적으로 국립미국사박물관, 국립아메리칸인디언박물관, 국립아프리카계아메리칸역사문화박물관, 스미스소니언 국립라틴계아메리칸박물관, 스미스소니언 미국여성사박물관, 차이나아메리칸박물관 등이 있다. 박물관마다 엄청난 자료를 전시하고 있어 워싱턴에 머문 3박4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입장료까지 무료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박물관 순회 계획을 세우려고 장소를 찾다 보니 라틴계아메리칸박물관과 여성사박물관은 2020년 법이 통과돼 2030년에나 문을 연다고 한다. 다행히 국립미국사박물관 안에 ‘모리나 패밀리 라티노 갤러리’가 마련돼 ‘미국의 라틴계 역사’라는 전시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차이나아메리칸박물관도 내 일정...

    1659호2025.12.19 14:57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 (24) 아미시 마을, AI 문명 중심에서 18세기를 산다
    (24) 아미시 마을, AI 문명 중심에서 18세기를 산다

    “아니 신호등이 왜 꺼졌지!” 2000년 안식년을 맞아 캘리포니아로 갔는데, 수익을 늘리기 위한 전기회사들의 농간으로 단전 사태가 벌어졌다. 도로 신호등이 모두 꺼지고 병원까지 기능이 마비됐다. 2025년 4월 이상고온으로 전압이 갑자기 올라가,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단전 사태가 발생해 수백만명이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 현대사회에서 전기가 없는 삶은 생각할 수가 없다.자동차도 마찬가지다. 과연 자가용만이 아니라 대중교통을 포함해 자동차가 없는 삶을 생각할 수 있을까? 이제 직장, 마트 등 우리의 생활 반경이 넓어지면서 자동차가 없는 삶은 전기가 없는 삶만큼이나 생각할 수 없게 됐다.필라델피아에서 서쪽으로 100㎞ 정도를 달려가면 랭커스터라는 마을이 나온다. 마을이 가까워지자 관광지에서나 볼 수 있는 마차들이 하나둘 나타난다. 관광용 마차가 아니라 일상 교통수단이다. 워낙 큰 나라고 자동차 보급이 일반화돼 시골에서 길을 걷는 사람을 볼 수 없는 것이 미국인데, 검...

    1657호2025.12.05 14:47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23) 필라델피아, 노예는 5분의 3 인간이다?
    (23) 필라델피아, 노예는 5분의 3 인간이다?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됐으며 창조주에 의해 천부의 권리를 부여받았다. 그 권리 중에는 생명, 자유, 행복추구권이 있다. 정부의 권한은 피지배자들의 동의로부터 나오며, 어떤 형태의 정부건 그것이 그 목적에 어긋날 경우 이를 바꾸거나 폐기하는 것은 인민의 권리다.”뉴욕에서 서남쪽으로 160㎞를 달려 필라델피아 독립기념관 앞에 서자, 250년 전인 1776년 13개 지역(식민지) 대표들이 이곳에 모여 발표한 미국 독립선언의 도입부가 생각났다. 이 선언은 미국을 넘어 인류의 역사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은 혁명적인 문건이다. 이는 수천 년간 인간을 얽매어 온 신분적 예속과 불평등을 넘어서 민주주의의 핵심인 자유, 평등이 사회 구성의 기본원리임을 선언하는 한편 정부의 목적을 규정하고 시민들의 저항권을 인정한 최초의 문건이다. 당시 미국 최고의 지성이었던 토머스 제퍼슨이 유럽에서 생겨난 근대 정치사상인 사회계약론과 자연권 사상, 계몽주의 등에 기초해 쓴 이 문건은 프랑스혁명 후 ...

    1655호2025.11.21 14:58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 (22) 뉴욕, 트럼프가 ‘돌려세운’ 자유의 여신
    (22) 뉴욕, 트럼프가 ‘돌려세운’ 자유의 여신

    “이름이 뭐지?”“코를레오네에서 온 비토요.”“아, 비토 코를레오네구나.”세기의 명화 <대부>에는 대부 말론 브랜도가 어린 나이에 홀로 낡은 범선을 타고 대서양을 건너와 뉴욕 엘리스섬에서 입국 심사를 받는 장면이 나온다. 이탈리아 시칠리섬 중서부의 작은 마을인 코를레오네는 마피아가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코를레오네를 마을이 아니라 성으로 잘못 이해한 이민국 직원의 실수로 이름이 ‘비토 코를레오네’가 돼버린 어린 소년이 대기소에서 창밖으로 ‘자유의 여신상’을 바라본다. 이 모습은 ‘이민국가 미국’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명장면이다.미국은 세계에서 이민자가 제일 많은 ‘세계 제1의 이민국가’다. 미국의 뒤를 독일, 사우디아라비아, 영국 등이 따르고 있지만 미국과는 비교가 안 된다. 미국 인구는 세계 인구의 4%지만 세계 이민자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7%나 된다. 2023년 현재 미국 이민자는 4780만명으로 인구의 14.3%를 차지한다. 7명 중 1명은...

    1653호2025.11.07 15:26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 (21) ‘현대의 뱀파이어’ 월스트리트를 점거하라
    (21) ‘현대의 뱀파이어’ 월스트리트를 점거하라

    “우리는 99%다”, “서민들과 소상공인들의 빚을 탕감하라”, “투기자본에 토빈세를 부과하라!” 2011년 9월 17일 200명의 활동가가 월스트리트 중심가로부터 5분 거리에 있는 주코티 공원을 점거했다. 역사적인 ‘월스트리트를 점거하라’ 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월스트리트는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지로, 사실상 세계 자본주의의 총사령부라는 점에서, 이는 소련·동구 몰락 후 세계를 평정한 세계 자본주의에 대한 새로운 공격이었다.‘뉴욕시 노예시장.’ 주코티 공원에 가기 위해 월가를 걷고 있는데 고층빌딩 사이에 작은 팻말이 보였다. ‘월가가 노예시장이었어?’ 충격을 받고 인터넷을 찾아봤다. 뉴욕의 중심인 맨해튼과 월스트리트를 만든 것은 네덜란드였다. 1624년 네덜란드인들은 맨해튼을 차지하고 뉴암스테르담이라 불렀고, 2년 뒤 아프리카에서 12명의 노예를 실어왔다.노예제라는 비인간적 토대 위에 세워진 월가네덜란드는 영국으로부터 이곳을 지키기 위해 노예를 시켜 사방에 벽을 쌓았고,...

    1651호2025.10.24 15:10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 (20) 우드스톡, 인류역사상 최대의 축제
    (20) 우드스톡, 인류역사상 최대의 축제

    ‘개미와 베짱이’, 이 유명한 우화의 원전은 ‘개미와 매미’라는 이솝우화다. 이 이야기가 여러 나라를 거치면서 매미가 베짱이로 변한 것이다. 그 핵심은 개미처럼 미래를 준비하고 열심히 일하지 않고 매미나 베짱이처럼 놀면 굶어 죽는다는 이야기다. 일리가 있지만, 유희를 죄악시하고 노동을 일방적으로 찬미한다는 문제를 갖고 있다. 일과 노동을 미화함으로써 민초에게 노동을 강제하는 ‘자본의 지배 이데올로기’다.인류 역사에서 ‘개미 이데올로기’에 의해 억압돼온 것이 디오니소스(술의 신)와 놀이, 축제다. 나는 이 억압에 반기를 든 ‘인류역사상 최대 축제’를 찾아가고 있다. 몇만명이 아니라 무려 50만명이 한자리에 모인다. 이들이 3일간 좋아하는 음악가들의 연주를 들으며 술 마시고 춤추며 놀았던 엄청난 축제다. ‘음악과 평화의 3일’이라고 불리는 전설적인 1969년 ‘우드스톡 페스티벌’(공식 명칭은 ‘우드스톡 음악과 예술박람회’)이다.‘20세기 최고의 문화적 사건’이라 불리는 이 축...

    1649호2025.10.03 14:56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 (19) 커피를 ‘세계 음료’로 만든 보스턴의 반란
    (19) 커피를 ‘세계 음료’로 만든 보스턴의 반란

    “커피요? 티요?” 호텔에서 아침을 먹으러 가면 제일 먼저 하는 질문이다. 미국은 아예 종업원들이 커피 주전자를 들고 와 “커피요?” 하고 묻는다. 커피가 이처럼 보편화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약 250년 전으로, 한 정치적 사건 때문이다.나는 플리머스를 떠나 커피를 ‘미국의 국민차’로 만든 사건을 찾아서 보스턴으로 향했다. 1773년 말에 있었던 ‘보스턴의 반란’의 현장을 찾아가기 위해서다. 한 시간 정도 달려 보스턴 중심가로 들어가자, 당시 보스턴 시민들의 정치적 모임 장소였던 고색창연한 건물이 나타났다. 항구 쪽으로 향하자 고층빌딩을 배경으로 작은 옛 선박 한 척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사람들이 배 위에서 흰 사각형 상자를 바다로 던지는 시늉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 모습을 찍고 있었다. 관광객들이 영국 차를 바다에 던져버렸던 250년 전의 ‘보스턴 차 파괴사건’을 재현하고 있었다.영국은 17세기부터 중국에서 수입한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영국은 동인...

    1648호2025.09.26 1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