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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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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37) 샌타모니카, 종착지에서 ‘트럼프주의’를 생각한다
    (37) 샌타모니카, 종착지에서 ‘트럼프주의’를 생각한다

    ‘루트 66’. 유학 시절 박사과정을 끝내고 논문을 쓰기 위해 로스앤젤레스(LA)에 살면서 미주한국일보 기자로 일한 적이 있다. 그때 가끔 머리를 식히러 들렀던 곳이 LA 서쪽 끝 바닷가에 있는 샌타모니카다. 샌타모니카 부두에 올라가자, 많은 상점과 인파 사이로 한 간판이 나타났다. 시카고에서 출발해 LA에서 끝나는 미국 최초의 대륙 횡단도로 ‘루트 66’의 종착지라는 표시다. 루트 66은 이제 사라졌고, 나는 이 도로를 타고 오지 않았다. 하지만 루트 66이 갖는 상징성 때문에 미국 답사를 이곳에서 끝내기로 했다.‘돌아선 자유의 여신’. 두 달간의 여행을 통해 느낀 미국의 현주소를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내가 찍은 사진처럼, 돌아선 자유의 여신이라고 답하고 싶다. 물론 원주민 학살, 노예제 등이 있지만 미국은 자유의 여신상이 상징하는 것처럼, 어느 정도는 ‘자유의 나라’, ‘이민자의 나라’, ‘기회의 땅’이었다. 이제 미국은 그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 뉴욕 한가운데 울...

    1683호2026.06.12 15:09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36) 로스앤젤레스, 잊힌 아시아계 배척과 차별
    (36) 로스앤젤레스, 잊힌 아시아계 배척과 차별

    ‘중국인과 한국인 배척 리그.’ 1905년에 샌프란시스코에 결성된 백인 조직이다. 자신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중국인과 한국인을 몰아내자는 조직이다. 이로부터 43년 전인 1862년에는 캘리포니아주가 공장에 취업하는 아시아인과 고용주에 매달 세금을 부여하는 반(反)쿨리법을 제정했고, 1882년에는 미 의회가 중국인의 이민 자체를 금지하는 ‘중국인 배척법’을 제정했다.원주민 학살, 아프리카 노예와 같은 ‘거대 참사’에 밀려 별로 주목하지 않았지만, 미국의 역사는 아시아계와 같은 다른 유색인종, 멕시코계와 같은 다른 소수민족의 수난 역사이기도 하다. 나는 아시아계의 수난을 찾아 LA(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으로 향했다. 2000년대 이후 중국계 이민이 급증하면서 다운타운에 있던 차이나타운의 많은 업소가 근교로 옮겨갔지만, 아직도 일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아시아계의 미국 이민의 격발쇠는 엉뚱하게도 아편이었다. 1840~1850년대에 중국이 아편 수입을 금지하자 영...

    1681호2026.05.29 14:45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35) 캘리포니아 시미밸리, ‘1 대 99의 사회’ 지옥문을 연 레이건
    (35) 캘리포니아 시미밸리, ‘1 대 99의 사회’ 지옥문을 연 레이건

    “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 미국에 유학 온 몇 달 뒤 있었던 1980년 대선에서 레이건이 승리했다. “아니 저 비열한 놈이!” 단순히 그가 보수적인 것이 문제가 아니다. 그는 1950년대 광기의 매카시즘 당시 배우노조위원장으로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동료 배우들을 ‘빨갱이’라고 고발해 밥줄을 끊었고, 블랙리스트에 오른 낸시 레이건을 위원장 자리를 이용해 리스트에서 빼주고 꼬셔서 결혼한 자다. “전두환 보기 싫어 귀양 오듯이 미국 왔다가, 밀고자 밑에서 지내야 한다니.” 그날 밤 나는 폭음을 했다. 그는 재선에 성공함으로써 나는 유학 생활 내내 그를 TV에서 봐야 했다.“내가 잘못 왔나? 레이건 기념관 맞아? 전쟁기념관 아닌가?” 근 40년 만에 그를 다시 보기 위해 로스앤젤레스 북쪽에 있는 시미밸리의 레이건 기념관에 도착해 기념관 정원을 돌아보다가, 깜짝 놀랐다. 탱크와 전투기가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보스턴의 존 F. 케네디 기념관과 리틀록의 빌 클린턴 기념관에는 군사...

    1679호2026.05.18 06:00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34) 후버댐, 미국을 공황에서 구하다
    (34) 후버댐, 미국을 공황에서 구하다

    “세 번째 자유는 결핍으로부터의 자유입니다. 각 나라가 국민에게 건강하게 평화로운 삶을 보장하는 경제적 약속을 의미합니다.” 1941년 1월 6일,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1882~1945)은 그의 새해 연설에서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에 이어 ‘결핍으로부터의 자유’를 이야기했다.현대사회를 지배하는 ‘자유주의’ 역사는 바로 이날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전까지 자유주의가 의미하는 자유는 국가의 간섭으로의 자유라는 ‘소극적 자유’였다면, 루스벨트는 결핍으로부터의 자유와 같은 ‘적극적 자유’를 주창했다. 이를 통해 민주주의가 단순한 정치적 민주주의가 아니라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보장하는 경제(사회)적 민주주의를 의미하게 됐으며, 자본주의가 ‘복지 자본주의’, 복지국가를 추구하게 됐다.“우리의 진보의 시험은 이미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풍요에 더 더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너무 적게 가진 사람들에게 충분한 것을 제공할 수 있느냐다.” 워싱...

    1677호2026.05.01 14:15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33) 샌안토니오, ‘명백한 하나님의 뜻’ 유령이 깃든 ‘돈로주의’
    (33) 샌안토니오, ‘명백한 하나님의 뜻’ 유령이 깃든 ‘돈로주의’

    한 여인이 아이와 노예를 데리고 양쪽으로 도열한 멕시코군 사이를 지나 폐허가 된 요새를 떠난다. 존 웨인이 주연·감독·제작한 영화 <알라모>(1960)의 마지막 장면이다.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의 ‘알라모 전투’는 미국 역사에서 상징적인 전투 중 하나로 손꼽힌다.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끈 결정적 전투인 ‘사라토가 전투’처럼 승리한 전투는 아니다. 186명 중 여자와 아이, 노예를 제외하고 183명이 전사한, 처절하게 패배한 전투다. 하지만 그 패배 때문에 텍사스를 비롯해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등 남부지역을 미국이 가질 수 있게 된 중요한 전투다.멕시코를 정복한 스페인은 텍사스에서 캘리포니아에 이르는 지역도 점령했다. 하지만 이들 지역은 멕시코의 중심지인 멕시코시티와 중부 멕시코로부터 1500~2000㎞가 떨어져 있어 통제가 어려웠다. 스페인은 지역마다 전도소(Mission)를 두고 신부들이 거주하며 행정업무도 담당했다. 알라모도 이중 하나로, 스페인은 이를 ...

    1675호2026.04.17 14:52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32) 리틀록 9총사와 트럼프 불러낸 클린턴
    (32) 리틀록 9총사와 트럼프 불러낸 클린턴

    ‘리틀록 9총사.’ 아칸소의 주도인 리틀록 주청사 앞 잔디밭에는 책을 들고 등교하는 9명 학생의 조각이 세워져 있다. 이들이 무슨 일을 했기에 주청사 앞에 조각까지 만든 것인가? 이들은 10대 어린 나이에 ‘계란으로 바위 치기’로 ‘학교에서의 인종 분리’라는 바위를 깨뜨렸다.“야, 너희들 못 들어가!” 1957년 9월 4일, 아칸소 센트럴고등학교에 첫 등교하는 9명의 아프리카계 학생을 주방위군이 출입을 막았다. 문제의 시작은 유명한 ‘분리시키지만 평등한(separate but equal)’ 조항이다. 남북전쟁의 승리로 노예들이 해방되자 남부는 아프리카계를 차별하기 위해 인종분리법안을 제정했는데, 이에 대해 미연방대법원이 1896년 인종 분리는 분리시설이 ‘평등한’ 한 합헌이라고 판결했다. 이 ‘분리시키지만 평등한’ 조항은 이후 학교 등에서 인종 분리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이용됐다.“공공교육에서 ‘분리시키지만 평등하다’는 조항은 말이 되지 않는다. 분리된 교육시설은 본질적으로...

    1673호2026.04.03 14:40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31) 앨라배마, ‘자유의 행진’과 ‘어린이 십자군’
    (31) 앨라배마, ‘자유의 행진’과 ‘어린이 십자군’

    ‘목화를 따던 손이 대통령을 뽑았다.’ 앨라배마의 주도인 몽고메리에서 서쪽으로 1시간 차를 몰아 셀마(Selma)에 도착하자 한 벽화가 나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 도시는 인구가 2만명이 되지 않는 작은 도시지만, 미국의 역사를 움직인 장소다. 이곳에서 70.8㎞(44마일) 떨어진 몽고메리까지의 행진이 아프리카계가 꿈에도 그리던 투표권을 획득할 수 있게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셀마로부터 몽고메리, 버밍엄에 이르기까지 앨라배마는 아프리카계의 민권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주다.“뭐 14명이라고?” 셀마와 몽고메리의 중간 지점인 로운데스에는 셀마 행진 기념관이 있다. 한 전시물은 셀마가 속해 있는 “댈러스 카운티 1만5000명의 아프리카계 중 1965년에 투표한 사람은 몇명인가”라고 묻고 있다. 보는 이의 관심을 끌려고 일부러 답을 아주 작게 써놓아, 가까이 가 읽어보니 1954~1961년 사이에 투표한 아프리카계가 불과 14명이라는 것이다.남북전쟁 후 수정헌법...

    1670호2026.03.13 14:54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30) 몽고메리, ‘기이한 과일’을 추모하다
    (30) 몽고메리, ‘기이한 과일’을 추모하다

    “아이고, 피곤해.” 1955년 12월 1일 저녁, 백화점 일을 마친 로자 파크스(1913~2005)는 버스를 타자 백인 전용 좌석 뒤에 있는 유색인종 좌석 중 맨 앞자리에 지친 몸을 던졌다. 그날따라 백인 손님이 많아 백인 전용 좌석이 꽉 찼다. 다음 정거장에서 4명의 백인이 탔다.“여봐, 자리 좀 비켜주지!” 백인 운전기사가 유색인종석 첫 줄에 앉은 사람들에게 명령조로 말했다. 3명은 일어났지만, 파크스는 그냥 앉아 있었다. “야, 일어나라니까?”, “싫은데요.” 운전기사는 경찰을 불렀고, 파크스는 체포됐다. 남북전쟁의 첫 수도였을 정도로 인종주의가 심하고 보수적인 ‘인종주의의 심장’ 몽고메리에서 보여준 한 중년 여성의 용기는 역사를 바꿨다. 그의 행동이 1950~1960년대로 이어진 아프리카계 민권투쟁을 격발시킨 것이다.몇 년 전 <그린 북>이라는 영화가 개봉됐다. 인종 분리 시절 백인 운전사가 유명한 아프리카계 피아니스트를 모시고 남부를 여행하는 이야기다...

    1668호2026.02.27 13:11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29) 체로키, ‘인디언 제거법’의 인종주의는 끝났는가
    (29) 체로키, ‘인디언 제거법’의 인종주의는 끝났는가

    “단풍이다.”대서양에 있는 윌밍턴을 떠나 다시 북서쪽 내륙 쪽으로 650㎞를 6시간 달리자 그레이트 스모키 마운틴이 나오며 단풍 등 전혀 다른 풍경이 나타났다. 바쁜 일정에 잊고 있었는데, 여행을 떠난 지 한 달 이상이 지나 가을이 깊어가고 있었다. “여러분은 체로키 영토에 들어와 있습니다.” 체로키 지역에 들어가자 나타난 팻말이다.‘주권(Sovereignty).’ 노스캐롤라이나의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인 체로키 마을에 도착해 역사박물관에 들어가자 나를 맞이한 것은 의외의 단어 ‘주권’이었다. 전혀 예상하지 않은 단어라 충격을 받았지만, 곰곰이 생각하니 당연했다. 이들은 독립된 국가로 주권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인정받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이를 강조한 것이다.미국은 1800년대 초 서부 개척에 나서며 체로키 등 많은 원주민 부족을 독립된 주권국가로 인정하고 조약을 체결해 이들의 땅을 양보받는 대신 대체 영토를 제공했다. 하지만 이 조약을 무수히 파기했다....

    1667호2026.02.20 06:00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28) 윌밍턴, 미국에도 ‘성공한 쿠데타’가 있었다
    (28) 윌밍턴, 미국에도 ‘성공한 쿠데타’가 있었다

    윌밍턴. 잘 알려지지 않은 미국의 이 도시는 워싱턴에서 남쪽으로 600㎞ 떨어진 노스캐롤라이나의 케이프 피어 강에 있는 작은 항구다. 버지니아를 떠난 나는 남쪽으로 550㎞를 5시간 달려 윌밍턴에 도착했다.윌밍턴에 도착하자 마침 자동차 라디오에서 ‘극우 포퓰리스트’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가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을 ‘돈 버는 기계’라고 조롱하며 한국이 방위부담금을 현재보다 10배는 더 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뉴스가 나왔다. 윌밍턴에서 듣는 트럼프의 뉴스는 묘한 기분이 들게 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작은 도시 윌밍턴과 트럼프는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다 죽여!” 남북전쟁이 북군의 승리로 끝나고 수정헌법 제13조에 의해 노예제가 폐지된 지 33년이 지난 1898년 11월 10일, 윌밍턴시의 민주당원(당시 민주당은 지금과 달리 남부의 노예제를 지지하는 ‘골보수당’이었다)을 중심으로 한 백인들은 무장한 채 아프리카계 거주지역으로 쳐들어가 ...

    1665호2026.01.30 1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