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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 (22) 뉴욕, 트럼프가 ‘돌려세운’ 자유의 여신
    (22) 뉴욕, 트럼프가 ‘돌려세운’ 자유의 여신

    “이름이 뭐지?”“코를레오네에서 온 비토요.”“아, 비토 코를레오네구나.”세기의 명화 <대부>에는 대부 말론 브랜도가 어린 나이에 홀로 낡은 범선을 타고 대서양을 건너와 뉴욕 엘리스섬에서 입국 심사를 받는 장면이 나온다. 이탈리아 시칠리섬 중서부의 작은 마을인 코를레오네는 마피아가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코를레오네를 마을이 아니라 성으로 잘못 이해한 이민국 직원의 실수로 이름이 ‘비토 코를레오네’가 돼버린 어린 소년이 대기소에서 창밖으로 ‘자유의 여신상’을 바라본다. 이 모습은 ‘이민국가 미국’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명장면이다.미국은 세계에서 이민자가 제일 많은 ‘세계 제1의 이민국가’다. 미국의 뒤를 독일, 사우디아라비아, 영국 등이 따르고 있지만 미국과는 비교가 안 된다. 미국 인구는 세계 인구의 4%지만 세계 이민자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7%나 된다. 2023년 현재 미국 이민자는 4780만명으로 인구의 14.3%를 차지한다. 7명 중 1명은...

    1653호2025.11.07 15:26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 (21) ‘현대의 뱀파이어’ 월스트리트를 점거하라
    (21) ‘현대의 뱀파이어’ 월스트리트를 점거하라

    “우리는 99%다”, “서민들과 소상공인들의 빚을 탕감하라”, “투기자본에 토빈세를 부과하라!” 2011년 9월 17일 200명의 활동가가 월스트리트 중심가로부터 5분 거리에 있는 주코티 공원을 점거했다. 역사적인 ‘월스트리트를 점거하라’ 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월스트리트는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지로, 사실상 세계 자본주의의 총사령부라는 점에서, 이는 소련·동구 몰락 후 세계를 평정한 세계 자본주의에 대한 새로운 공격이었다.‘뉴욕시 노예시장.’ 주코티 공원에 가기 위해 월가를 걷고 있는데 고층빌딩 사이에 작은 팻말이 보였다. ‘월가가 노예시장이었어?’ 충격을 받고 인터넷을 찾아봤다. 뉴욕의 중심인 맨해튼과 월스트리트를 만든 것은 네덜란드였다. 1624년 네덜란드인들은 맨해튼을 차지하고 뉴암스테르담이라 불렀고, 2년 뒤 아프리카에서 12명의 노예를 실어왔다.노예제라는 비인간적 토대 위에 세워진 월가네덜란드는 영국으로부터 이곳을 지키기 위해 노예를 시켜 사방에 벽을 쌓았고,...

    1651호2025.10.24 15:10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 (20) 우드스톡, 인류역사상 최대의 축제
    (20) 우드스톡, 인류역사상 최대의 축제

    ‘개미와 베짱이’, 이 유명한 우화의 원전은 ‘개미와 매미’라는 이솝우화다. 이 이야기가 여러 나라를 거치면서 매미가 베짱이로 변한 것이다. 그 핵심은 개미처럼 미래를 준비하고 열심히 일하지 않고 매미나 베짱이처럼 놀면 굶어 죽는다는 이야기다. 일리가 있지만, 유희를 죄악시하고 노동을 일방적으로 찬미한다는 문제를 갖고 있다. 일과 노동을 미화함으로써 민초에게 노동을 강제하는 ‘자본의 지배 이데올로기’다.인류 역사에서 ‘개미 이데올로기’에 의해 억압돼온 것이 디오니소스(술의 신)와 놀이, 축제다. 나는 이 억압에 반기를 든 ‘인류역사상 최대 축제’를 찾아가고 있다. 몇만명이 아니라 무려 50만명이 한자리에 모인다. 이들이 3일간 좋아하는 음악가들의 연주를 들으며 술 마시고 춤추며 놀았던 엄청난 축제다. ‘음악과 평화의 3일’이라고 불리는 전설적인 1969년 ‘우드스톡 페스티벌’(공식 명칭은 ‘우드스톡 음악과 예술박람회’)이다.‘20세기 최고의 문화적 사건’이라 불리는 이 축...

    1649호2025.10.03 14:56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 (19) 커피를 ‘세계 음료’로 만든 보스턴의 반란
    (19) 커피를 ‘세계 음료’로 만든 보스턴의 반란

    “커피요? 티요?” 호텔에서 아침을 먹으러 가면 제일 먼저 하는 질문이다. 미국은 아예 종업원들이 커피 주전자를 들고 와 “커피요?” 하고 묻는다. 커피가 이처럼 보편화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약 250년 전으로, 한 정치적 사건 때문이다.나는 플리머스를 떠나 커피를 ‘미국의 국민차’로 만든 사건을 찾아서 보스턴으로 향했다. 1773년 말에 있었던 ‘보스턴의 반란’의 현장을 찾아가기 위해서다. 한 시간 정도 달려 보스턴 중심가로 들어가자, 당시 보스턴 시민들의 정치적 모임 장소였던 고색창연한 건물이 나타났다. 항구 쪽으로 향하자 고층빌딩을 배경으로 작은 옛 선박 한 척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사람들이 배 위에서 흰 사각형 상자를 바다로 던지는 시늉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 모습을 찍고 있었다. 관광객들이 영국 차를 바다에 던져버렸던 250년 전의 ‘보스턴 차 파괴사건’을 재현하고 있었다.영국은 17세기부터 중국에서 수입한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영국은 동인...

    1648호2025.09.26 15:06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18) 은혜를 원수로 갚은 청교도 이민
    (18) 은혜를 원수로 갚은 청교도 이민

    “아메리카다!” 1620년 11월 21일, 영국 범선에 탄 한 청년은 멀리 보이는 육지를 가리키며 소리 질렀다. 미국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이 배는 신천지 미국으로 이주해 살기 위해 영국을 떠나온 102명의 ‘순례자(Pilgrim)’를 태운 메이플라워호였다.월든 연못을 떠나 보스턴 시내를 거쳐 남서쪽으로 100㎞를 달려가면, 플리머스라는 작은 어촌마을이 나타난다. 마을의 끝인 바닷가에는 커다란 범선이 정박해 있다. 400여 년 전 아메리카 대륙에 백인 정착민들을 태우고 온 메이플라워호를 재현해 놓은 것이다.유럽인들이 신대륙에서 살기 위해 식민지(colony)를 세운 것이 메이플라워호가 처음은 아니다. 영국은 1607년 버지니아주에 당시 왕이었던 제임스 1세의 이름을 딴 제임스타운을 짓고 104명을 이주시켰다. 이것이 유럽인의 신대륙 첫 이주였다. 메이플라워호도 원래의 목적지는 버지니아주였지만, 강한 폭풍 때문에 플리머스에 머물러야 했다. 하지...

    1646호2025.09.12 14:39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17) 미국의 ‘오래된 미래’ 월든 연못
    (17) 미국의 ‘오래된 미래’ 월든 연못

    <오래된 미래: 라다크에서 배우다>. 스웨덴 출신 언어학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1970년대 학위논문을 쓰기 위해 인도 북부 라다크를 방문했다가 자연과 하나가 돼 살아가는 라다크 사람을 보고 그들의 삶을 통해 현대사회를 돌아보며 쓴 책이다. 이 책이 나온 뒤 ‘오래된 미래’는 무한생산과 무한소비를 통해 인류, 나아가 지구를 파멸로 몰고 가고 있는 현대문명을 넘어서 미래에 우리가 살아가야 할 오래된 ‘자연친화적’ 삶의 전통을 의미하는 상징어가 됐다.나는 미국의 ‘오래된 미래’를 찾아 동쪽으로 10시간을 달려갔다. 그곳은 ‘미국 역사의 출발점’인 보스턴으로부터 1시간 거리에 있는 작은 연못이다.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연못’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의 월든 연못이다. 소로가 이곳 통나무집에서 살며 인간들이 탐욕에 빠져 자원을 낭비하지 말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라고 경고한 지 180년이 지난 현재, 우리는 지구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고 있는 심...

    1644호2025.08.29 14:54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16) ‘미국판 5·18’ 켄트주립대 학살
    (16) ‘미국판 5·18’ 켄트주립대 학살

    “탕탕탕~” 1970년 5월 4월 12시 반, 미국 오하이오주 방위군 100여명은 오하이오주 켄트시에 있는 켄트주립대학 언덕 위에서 시위대에게 M-1 소총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60여발을 발사했다. 무장하지 않은 시민들을 향한 이들의 발포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4명이 사망하고 9명이 중상을 입었다. 사망한 것은 시위에 참여했던 사람만이 아니다. 사망자에는 구경하던 학생, 수업에 가던 학생도 있었다. 전두환 일당이 시민들에 무차별 총격을 가해 수많은 사상자를 낳은 ‘광주학살’ 10년 전에 ‘미국판 5·18’이 민주주의의 나라 미국에서, 그것도 학문의 전당인 대학 캠퍼스 안에서 벌어진 것이다.미국 북부 5대호 중 하나인 이리호 남쪽에는 ‘로큰롤의 발생지’로 ‘로큰롤 명예의 전당’이 있는 클리블랜드가 자리 잡고 있다. 클리블랜드에서 남쪽으로 60여㎞를 달려가자, 문제의 켄트주립대학이 나타났다. 제일 먼저 학생회관 앞 운동장을 찾았다. 주방위군이...

    1643호2025.08.22 14:29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15) 몰락한 ‘세계 자동차의 수도’ 디트로이트
    (15) 몰락한 ‘세계 자동차의 수도’ 디트로이트

    ‘세계 자동차의 수도.’ 미국 오대호 중 하나인 이리호 근처에 자리 잡은 디트로이트에 따라다니던 별명이다. 나는 자동차를 몰고 ‘세계 자동차의 수도’를 향하고 있다. 나의 차는 로스앤젤레스공항에서 빌린 한국산 자동차다. 왜 디트로이트가 몰락했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증거다. 몇 년 전 울산대교 위에서 현대차로부터 현대중공업에 이르는 울산공장 지대의 전경을 내려다본 적이 있다. 디트로이트의 몰락은 ‘한국 자동차의 수도’ 울산 성장의 뒷면이다.디트로이트가 세계 자동차의 수도가 된 것은 헨리 포드가 1904년 자동차 공장을 이 도시에 건설하면서다. ‘미국 역사유적’으로 지정된 포드 피켓 공장을 향하는 길에는 디트로이트의 몰락을 보여주는 버려진 공장이 즐비했다. 포드는 피켓에서 ‘자동차 시대’의 시작을 알린 전설적인 ‘모델 T’를 제조했다. 공장에 들어서자 모델 T를 비롯해 다양한 포드 초기모델이 나를 맞았다. 이외에도 ‘초기 포드주의’라고 볼 수 있는 자동차 조립 과정 사진, ...

    1641호2025.08.08 14:30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14) ‘트럼프 벨트’로 변한 러스트 벨트
    (14) ‘트럼프 벨트’로 변한 러스트 벨트

    “오하이오, 트럼프!” 2016년 11월 9일, 미국 대통령선거를 중계하던 방송은 오하이오주, 미시간주, 위스콘신주, 아이오와주 등 중북부 ‘러스트 벨트(Rust Belt)’에서 트럼프가 승리했다고 발표했다. 2008년과 2012년 버락 오바마가 승리했던 이 지역을 차지함으로써 트럼프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백악관에 입성했다. 철강, 자동차 등 미국산업의 중심지였지만, 이제는 경쟁력이 약화하면서 공장들이 남부의 선 벨트(Sun Belt)나 중국 등 해외로 옮겨간 ‘녹슨 지역’은 세계화를 외쳐온 민주당과 공화당의 주류정치인들과 달리 ‘미국 제일주의’와 보호무역을 내건 트럼프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철은 ‘산업의 쌀’이라 불릴 정도로 산업의 기본이다. 철도, 자동차, 건축, 조선 등 ‘철 없는 산업’은 생각할 수 없다. 미국의 제철 산업은 1850년대를 기점으로 크게 발전했고, 두 차례 세계대전을 통해 급성장했다.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해 세계 패권국으로 성장한...

    1640호2025.08.01 14:20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13) 메이데이의 발상지 시카고
    (13) 메이데이의 발상지 시카고

    위스콘신주 애플턴을 떠나 170㎞를 달리면 ‘미시간호의 도시’ 밀워키를 만난다. 거기서 미시간호를 끼고 남쪽으로 다시 150㎞를 내려가면 나타나는 곳이 뉴욕, 로스앤젤레스에 이어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시카고다.동부와 서부를 잇는 교통중심지인 시카고는 1926년 만들어진 미국 최초의 대륙횡단 고속도로인 루트66의 출발지다. 이제는 노인이 됐을 세대가 젊은 시절 한번쯤 봤을 성인 잡지 ‘플레이보이’ 창립자 휴 헤프너가 1959년 처음으로 문을 연 ‘플레이보이맨션’이 있는 곳도 시카고다. 내가 시카고를 찾은 것은 다른 이유다. 구체적으로 모든 노동자, 월급쟁이의 일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건을 찾아서다.“8시간! 8시간! 8시간!” 140년 전인 1886년 5월 1일, 파업에 돌입한 4만여명의 노동자 중 1만여명이 시카고 거리로 나와 구호를 외쳤다. 당시 미국은 주 6일 근무에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해 주 60시간이 넘게 일하는 ...

    1637호2025.07.11 1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