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를 방문한 적이 있다. 학회에 참석하고 인근 대학에서 한동안 연구하며 지낼 수 있는 기회였다. 호주 방문은 내게 오래 기다려온 여행지였다. 붉은 사막, 끝없이 펼쳐진 초원 그리고 남반구 호주에서만 살아가는 이국적인 야생동물들, 그중에서도 가장 보고 싶었던 동물은 단연 ‘코알라’였다. 주변 코알라 보호구역의 나무 위에서 졸고 있는 회색 털 뭉치들을 찾았다. 생각보다 훨씬 작고 귀여웠다. 두툼한 앞발로 나무를 끌어안은 모습은 마치 세상 모든 걱정을 내려놓은 듯 평온했고, 가끔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에 코를 찡그리며 몸을 움츠리는 모습은 어린아이의 깜찍한 잠버릇 같았다. 하루 스무 시간을 자는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순간, 시간은 나무 아래에서 조용히 멈춰 섰다. 호주를 떠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졸고 있는 코알라의 모습은 지금까지 인상 깊게 남았다.최근 코알라와의 평온한 기억이 흩뜨려졌다. 호주 빅토리아주 정부가 야생 코알라 약 700마리를 헬기에서 총으로 사...
1629호2025.05.16 1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