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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수의 틈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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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동수의 틈새] (15) 사랑하면 눈에 콩깍지 쓰이듯, 판사 눈에도 유죄의 콩깍지?
    (15) 사랑하면 눈에 콩깍지 쓰이듯, 판사 눈에도 유죄의 콩깍지?

    무죄추정은 헌법에 적혀 있다. 그러나 법정에 선 피고인들은 종종 그 반대를 경험한다. 피고인들에게 법정은 때때로 유죄추정이 작동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느껴진다.판사들은 피고인을 쉽게 믿지 않는다. 마치 피고인에게 속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들 같다. 그래서 기록 어디선가 유죄로 볼 만한 대목이 발견되면 ‘역시 그렇지’ 하며 유죄판결을 선고할지도 모른다. 19세기 프랑스 화가 오노레 도미에의 법정 판화 속 판사들은 이미 결론을 내려놓은 사람처럼 보인다. 팔짱을 낀 채 법대 위에서 피고인을 내려다보는 모습은 오늘날 피고인들이 느끼는 두려움과도 닮았다.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라면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통념이 비판받아왔다. 그런데 형사재판에서도 반대로 억울함을 못 이겨 분노하거나 울음을 터뜨리는 등 ‘무죄인 사람이라면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통념 또한 경계해야 한다. 이는 피해자 권리를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는 문제와는 별개다.공소장 내용에 경계심 필요사랑하면 눈에 콩깍...

    1688호2026.07.18 06:00

  • [한동수의 틈새](14) 내일의 시민을 위한 오늘의 형사소송법
    (14) 내일의 시민을 위한 오늘의 형사소송법

    형사소송법은 범죄를 처벌하기 위한 기술문서가 아니다. 국가권력을 적법절차 아래 두기 위한 권리장전이다. “내일의 사람들을 위하여 현재의 집을 짓는다.” 시몬 드 보부아르의 말이다. 집은 오늘의 거주자만을 위해 짓지 않는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 언젠가 그 집에 들어와 살아갈 사람까지 생각하며 짓는다. 법도 마찬가지다. 특히 형사소송법은 더욱 그렇다. 현재의 권력기관이 아니라 미래의 시민을 위해 만드는 것이다.올가을이면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이 출범한다. 검찰청이라는 익숙한 이름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수사와 기소가 분리된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시작된다.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상호 대등한 관계에서 협력하고 견제하는 구조로 바뀐다.검사의 직접수사권, 특별사법경찰관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권은 폐지될 것이다. 전건송치주의 부활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검사는 수사기관에서 소추기관으로 탈바꿈하지만, 독점적 영장청구권과 공소제기 및 수행권, 보완수사요구권, 형집행권 등 현...

    1684호2026.06.20 06:00

  • [한동수의 틈새](13) 검사는 가속페달이 아닌 브레이크를 밟는 사람
    (13) 검사는 가속페달이 아닌 브레이크를 밟는 사람

    ‘대한민국 검사’는 검사들 흉중(胸中)의 언어다. 검사 임관 시 낭독하는 검사선서에도 “국가와 국민의 부름을 받고 영광스러운 대한민국 검사의 직에 나선다”라고 적혀 있다. 현실에서는 자신이나 조직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거나 위기에 몰릴 때 검사들이 외치는 무기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검사는 과연 공익의 대표자로서 경찰의 부패를 막고 범죄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사람인가.그러나 국회 청문회, 형사법정에서 보이는 검사들의 실제 모습은 국민과 법 앞에 겸손하지 않고 거짓으로 진실을 가리려 한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오만과 거짓’이 검사들의 직무용 인격(Working Personality) 내지 ‘종특’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경찰의 부패를 염려하지만, 정작 수사권과 소추권을 모두 가지고 외부의 감시 통제기관이 없는 검찰의 부패가 더욱 심각하고 위험할 수밖에 없다. 정치 검사가 주축이 돼 마침내 검찰 정권을 세우고 내란으로 이어지는 헌법 파괴의 과정을...

    1680호2026.05.22 14:41

  • [한동수의 틈새](12) 보완수사 논쟁 넘어 새로운 형사소송법 준비할 때
    (12) 보완수사 논쟁 넘어 새로운 형사소송법 준비할 때

    10월 2일이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공소청이 업무를 개시한다. 이제 보완수사권이나 전건송치주의니, 특별사법경찰관리 지휘권 등 논쟁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이들 기관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절차법인 새로운 형사소송법 조항을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준비해나가야 할 때다.공소청법에는 검찰청법에 규정됐던 검사의 과거 직무 중 “범죄수사” 및 “범죄수사에 관한 특별사법경찰관리 지휘·감독”을 삭제하고, 그 대신 “범죄수사에 관한 사법경찰관리와의 협의·지원”을 신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완을 빙자해 직접수사권인 보완수사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 폐지된 전건송치주의를 부활해야 한다는 주장, 특사경에 대한 지휘감독권이 필요하다는 주장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들은 검사의 특권과 지배구조를 유지하려고 전략적으로 설치한 일종의 ‘허들’이자 ‘바리케이드’, ‘협상의 지렛대’ 같은 것으로 볼 수 있을 때 개혁의 길을 잃지 않는다. 공소청에 수사권을 일부라도 남겨놓으면...

    1676호2026.04.24 15:07

  • [한동수의 틈새](11) 검찰청 폐지 후 남은 검찰개혁 과제
    (11) 검찰청 폐지 후 남은 검찰개혁 과제

    마침내 검찰청이 폐지됐다. 해방 후 친일 경찰을 못 믿어 한시적으로 시작했다가 검찰이 78년간 갖고 있던 수사권은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이관됐다. 공소제기와 공판수행이라는 소추권은 수사권과 분리돼 공소청에 남았다. 6월 지방선거 후 형사소송법 등 절차법 개정 논의가 다시 시작될 것이다.중수청법과 공소청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자칫 이재명 정부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갈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정권이 바뀌어도, 빛의 혁명이라고 해도 그 안에 안주해 단맛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정치인들이 국민보다 똑똑하다는 것인지, 빛의 혁명을 배신하는 것인지, 또다시 전·현직 검사들에게 속는 것인지 화가 나기도 하고 측은하기도 했다. 그러다 개혁은 좌절되고 더 강한 반동을 불러오는 것이 역사의 경험이기에 경각심이 필요했다.입법 예고 법안에 숨어 있던 독소조항당초 입법 예고된 정부의 중수청법안에는 독소조항이 걸러지지 않았다. 권한 남용 우려가 있고, 다...

    1672호2026.03.27 13:37

  • [한동수의 틈새](10) AI 판사와 형사재판 배심제
    (10) AI 판사와 형사재판 배심제

    ‘판사를 못 믿겠다. 인공지능(AI) 판사가 낫다’는 주장이 인터넷 댓글은 물론 사법개혁 관련 토론의 장에서 자주 제기된다. AI 기술 발달에 따른 업무환경의 변화가 배경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법 앞에 평등한 재판, 공정한 재판, 국민의 눈높이와 상식에 부합하는 재판’을 간절히 원하는 시민들의 분노와 한탄이 섞인 외침일 것이다.헌법 제27조는 살아 있는 인간인 법관에 의한 재판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AI 판사가 인간 판사를 대체해 직접 재판하는 것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다. 다만 AI가 어디까지 어떤 방법으로 판사의 재판을 지원하고 보조하는 역할을 하는가의 문제다. 규제의 관점에서는 재판과정에 나타날 수 있는 AI의 위험성을 어떻게 실효적으로 통제해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켜내는가의 문제다.기술적인 관점에서 AI의 효율성부터 살펴보자. 미국에서 2004년 구현된 ‘판결예측 알고리즘’은 미국 연방대법원의 자료를 학습한 후 인간 전문가(59%)보다 더 뛰어난...

    1666호2026.02.06 14:31

  • [한동수의 틈새] (9) 베카리아는 법왜곡죄를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할까
    (9) 베카리아는 법왜곡죄를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할까

    우리 사회 몇 가지 현안은 죄형법정주의의 의미를 다시 묻고 있다.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된 명확성의 원칙, 유추해석 금지원칙과 관련해 법왜곡죄가 불명확한 것인지, 북한을 외환유치죄에 규정된 외국으로 볼 수 있는지, 대통령 당선인을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공무원으로 볼 수 있는지 등이 그것이다.체사레 베카리아는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1764년 저서 <범죄와 형벌>(Dei delitti e delle pene)에서 죄형법정주의, 고문과 잔혹한 형벌 금지, 사형제 폐지, 범죄와 형벌의 비례 등을 주장했다. 이로써 그는 ‘근대형법의 아버지’로 불리게 됐다. 이 책에 적힌 “오직 법률만이 범죄에 대한 형벌을 명할 수 있고, 이 권한은 사회계약을 통해 결합된 사회 전체를 대표하는 입법자에게만 속한다”는 문장은 죄형법정주의의 원형으로 평가받는다. 무엇이 범죄이고, 또한 그 범죄에 대해 어떤 형벌을 가할 것인지는 반드시 의회가 사전에 제정한 법률에 정해져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1662호2026.01.09 14:54

  • [한동수의 틈새] (8) 판사가 법대에 착석할 권한을 부여받은 이유
    (8) 판사가 법대에 착석할 권한을 부여받은 이유

    예수를 심판한 빌라도도 ‘리토스트로토스’라는 재판석에 앉은 후 비로소 재판을 시작했다. 판사도 법정의 법대에 앉아 재판한다. 역사적 수치였던 군사독재 시절의 대표적인 사법살인 사건으로 불리다 결국 재심 후 무죄 판결이 선고된 인혁당 사건에서도 판사가 재판석에 앉아 재판했다. 재판석이 정의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12·3 불법 계엄 이후 법원의 신뢰가 끝없이 추락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판사는 누구이길래 법대에 앉아 재판할 권한을 부여받았는가? 법관의 신분과 재판의 독립을 보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지게 된다.국민이 선거로 뽑았으면 판사는 선출 권력으로서 그 자체로 민주적 정당성을 가지게 될 터인데, 우리나라 판사는 모두 대법원장이 법조 경력자 중 판결서 작성과 같은 직무수행 능력을 주된 선발기준으로 삼아 임명하는 구조다. 일단 판사가 되면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는 한’이라는 아주 느슨한 기준에 따라 신분과 보수가 철저히 보장된다. 법정에서 판사는...

    1658호2025.12.12 14:41

  • [한동수의 틈새] (7) 대통령 불소추특권 어떻게 봐야 할까
    (7) 대통령 불소추특권 어떻게 봐야 할까

    대통령 당선 전에 기소된 위증죄, 업무상배임죄, 음주운전으로 인한 도로교통법위반죄 등 일반 형사 범죄에 대해 형사재판을 진행할 수 있을까?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의 형사상 불소추특권을 보장한 것이다.서울고등법원은 지난 6월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사건 공판기일을 헌법 제84조에 따라 추후 지정한다고 밝혔다. 다른 법원들의 나머지 사건들도 같은 이유로 공판기일을 추후에 지정키로 했다. 법관들의 법률과 양심에 따른 조치로 이해됐고, 이는 사회질서를 지탱하는 힘이다. 그리고 위의 헌법 조항이 위헌임을 확인해달라는 헌법소원, 또 대통령 취임 이전의 범죄에도 적용되는지나 이미 기소된 재판에 대해도 위 조항이 적용돼 재판이 중지되는지 해석해달라는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모두 부적법 각하결정을 내렸다.하지만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은 지난 10월 ...

    1654호2025.11.14 14:46

  • [한동수의 틈새](6) 피의자신문조서 없애고 영상녹화 확대는 어떨까
    (6) 피의자신문조서 없애고 영상녹화 확대는 어떨까

    지난 10월 15일 내란특검팀은 “피의자가 영상녹화 조사를 거부해 일반 조사 중”이라며 “피의자가 진술을 거부하고 있지만, 질문을 다 소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이를 두고 피의자의 수사 비협조를 비판하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 반면 제도 개선의 관점에서 피의자가 거부하더라도 영상녹화를 할 수 없는지, 피의자 조사 시 반드시 질문과 답변으로 이뤄진 조서를 작성해야 하는지 등 피의자신문의 방식과 모습이 앞으로 어떻게 개선돼야 하는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영국과 미국, 조서 작성 대신 메모·보고서 작성우리는 오랫동안 우리만의 독특한 수사구조에 갇혀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소환해 범죄를 추궁하는 신문조서가 당연한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근대 형사소송 절차의 모범이 된 미국과 영국, 독일은 그렇지 않다. 영국과 미국 모두 조서를 작성하지 않고, 메모나 보고서를 작성할 뿐이다.조서를 작성하는 것은 일제강점기에 조선말을 모르는 일본인 판사를 위...

    1650호2025.10.17 14: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