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붙어 앉은 게 화근이었다. 고등학교 다닐 적 사귀던 여학생이 있었다. 늦은 저녁 그 친구가 찾아왔다. 놀이터 벤치에 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눴다. 가족들과 로스구이를 먹었다는 그의 입에서 진한 파 냄새가 났다. 그날 이후 우린 멀어졌다.너무 가까운 거리는 위험하다. 인간(人間)은 사람 인(人)과 사이 간(間)으로 이뤄져 있다. ‘사람 사이’란 뜻이다. 사이가 좋아야 관계가 좋다. 사이가 좋다는 건 적당히 거리를 뒀다는 의미다. 극장 맨 앞줄에 앉으면 영화를 관람하기 어렵다. 너무 먼 뒷자리도 그렇다. 스크린과 적당한 거리를 둬야 온전히 영화를 즐길 수 있다. 사람 관계도 매한가지다. 사이에 어울리는 거리를 둬야 온전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사이가 멀어도 안 되지만, 너무 밀착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가깝지 않은 관계에서는 거리 두기가 저절로 이뤄진다. 상대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서로를 배려하면서 선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문제는 가까...
1552호2023.11.03 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