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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른의 관계 맺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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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어른의 관계맺기](29) 관계의 힘으로 역전을 꿈꾼다
    (29) 관계의 힘으로 역전을 꿈꾼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 반년이 갓 지난 시점에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개인 비리가 불거졌다. 대통령은 이에 대해 자신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으며, 국민께 재신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당시 연설비서관이었던 나는 대통령의 말씀이 과하다고 생각했다.대통령은 나와 두 가지 점에서 달랐다. 우선, 대통령은 총무비서관 문제를 자신의 실패로 받아들였다. 나는 실패의 원인이 총무비서관에게 있다고 본 데 반해, 대통령은 자신에게서 그것을 찾았다.후회보다는 반성 통해 반전 기회 엿봐야재신임을 묻는 발표문에서도 나와의 차이점을 발견했다. 대통령은 후회하지 않았다. 대신 반성했다. 총무비서관 임명을 잘못했다고 후회하지 않고 자신을 성찰했다. 그때 배웠다. 후회하기보다는 반성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반전의 기회를 엿봐야 한다.아내가 좋아하는 말이 있다. “나는 당신을 만나서 인생 역전에 성공했다”라는 말이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아내는 반색한다. 아내는 내가 처음 만난 여자가 ...

    1621호2025.03.21 15:00

  • [요즘 어른의 관계 맺기] (28) 나는 비교를 거부한다
    (28) 나는 비교를 거부한다

    인류는 비교를 통해 생존하고 번성했다. 먹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적과 동지를 구분하고, 보다 나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비교하면서 발전해왔다. 비교하기 위해 갈래를 나눴고, 이렇게 분류된 것에 서열을 매겨 나은 것을 선택했다. 서열은 또한 경쟁을 낳았고, 남보다 더 가지려는 경쟁은 발전의 촉매제가 됐다. 특히 우리나라는 비교에 민감하다. 타인에 대해 유난히 관심이 많고, 남과 비교하는 걸 즐긴다. 친구 자녀와 자기 자식을 비교한다. 아파트 평수와 자동차 크기를 비교한다. 심지어 마트에 가서도 다른 사람의 카트를 유심히 본다.비교의 폐해는 크다. 무엇보다 정서적으로 피폐해진다. 비교에서 오는 감정은 크게 세 가지다. 열등감과 상대적 박탈감, 우월의식과 교만함, 시기와 질투심이다. 이 모두 하등 도움이 안 된다. 불행의 구렁텅이로 빠트릴 뿐이다. 남과 비교하는 순간, 우리 인생은 지옥이 된다.우리는 평생을 비교의 재물로 살아불만이란 감정도 비교에서 비...

    1618호2025.02.28 15:00

  • [요즘 어른의 관계 맺기](27) 보이지 않는 나의 얼굴, 평판
    (27) 보이지 않는 나의 얼굴, 평판

    나는 내가 둘이다. 그 하나는 내가 아는 나다. 다른 하나는 남들이 아는 나다. 이 둘은 일치하지 않는다. 내가 아는 나보다 남들이 아는 내가 더 나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신입사원 때 첫 번째 맡겨진 일이 그 회사 역사를 책으로 쓰는 일이었다. 개발새발 썼는데, 나는 책을 쓴 사람이 됐다. 내가 아는 나는 글을 못 쓰는데, 사람들은 내가 글을 잘 쓴다고 했다. 그런 연유로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의 글을 쓰게 됐고, 김우중 회장 글을 썼다는 이유로 김대중 대통령의 글을 쓰게 됐다. 노무현 대통령의 글을 쓸 기회도 그렇게 주어졌다. 이 과정에서 실제 내 글쓰기 실력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나 자체는 중요하지 않았다. 남들이 나를 어떤 사람으로 아느냐가 중요했다. 나에 대한 남들의 인식과 평가가 나의 행로를 결정했다. 남들이 나를 인정해주면 나는 잘될 수 있었고, 그렇지 않으면 잘될 수 없었다.부모님을 비롯해 선생님, 직장 상사 모두 내게 기대를 했다. ‘너는 이래야...

    1615호2025.02.07 14:50

  • [요즘 어른의 관계 맺기](26) 당신은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26) 당신은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눈치를 보는 사람과 안 보는 사람이다. 눈치가 없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논외로 한다. 나는 눈치를 심하게 보는 부류다. 이 눈치 저 눈치 보며, 할 말 못 할 말 가려가며 살아왔다. 반면 아내는 눈치를 안 본다. 하고 싶은 말은 하면서 산다. 나는 그런 아내가 늘 걱정이다. 혹시 아내가 쏟아낸 말의 불똥이 내게도 튈까 싶어서다.아내처럼 사는 건 피곤한 일이다. 감수해야 할 것이 많다. 무엇보다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그렇게 말함으로써 감당해야 할 손해가 크다. 그것이 비난이든 질책이든 기회의 박탈이든 말이다. 아무 말 하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시류에 반하는 말을 결코 달가워하지 않는다. 특히 공개석상에서 ‘아니다’라고 주장하면 무례하거나 반사회적인 사람으로 낙인찍기 십상이다. 아무리 그 말이 옳아도, 아니 그럴수록 사람들은 ‘튄다’, ‘나선다’라며 손가락질한다. ‘누구는 몰라서 아무 말 않고 있는 줄 알...

    1611호2025.01.03 15:00

  • [요즘 어른의 관계 맺기] (25) 인간관계도 가지치기가 필요하다
    (25) 인간관계도 가지치기가 필요하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한 해 농사를 갈무리한 농부들은 슬슬 가지치기를 준비한다. 나무가 햇빛을 고루 받아 건강하게 자라게 하려면 말라죽거나 길게 늘어진 가지를 잘라내야 한다. 제멋대로 뻗어 나가 뒤엉킨 가지는 나무에도 스트레스여서 솎아내야 한다. 그래야 튼실하고 풍성한 열매를 수확할 수 있다.인간관계도 가지치기가 필요하다. 사람은 누구나 가족이나 친구, 연인, 동료 등과 인연을 맺으며 새로운 가지를 뻗어 나간다. 이 가운데는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만남도 있지만, 갈등하고 고통받는 만남도 있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는 법이니까.그런데 살다 보면 가지를 쳐나가는 데만 관심을 가질 뿐, 쓸데없이 웃자란 관계를 쳐내는 데는 소홀하게 된다. 관계가 성장을 넘어 성숙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가지치기가 필요한 데도 말이다. 물론 상급 학교에 진학하고, 직장에 들어가고 결혼하면서 상급 학교에 진학하지 않은 사람과 직장을 다니지 않거나 결혼하지 않은 사람과 자연스러운 가...

    1607호2024.12.06 15:40

  • [요즘 어른의 관계 맺기](24) 첫인상으로 승부하라
    (24) 첫인상으로 승부하라

    ‘처음’은 누구에게나 각별하다. 첫사랑, 첫인상, 첫 경험, 첫아이, 첫눈, 첫 만남, 첫 출근, 첫 키스, 첫 직장 등.“나 처음 만났을 때 어땠어?” 아내는 틈날 때마다 이렇게 묻는다. 나는 짐짓 모른 체한다. 세련된 서울 말씨에 짧지도 길지도 않은 단발머리, 단정한 하얀 원피스 차림의 그 모습을 잊을 리 없다. 그야말로 어제 본 듯 또렷하다. 하지만 굳이 말하려 하지 않는다. 가슴속에 묻어둔 나만의 추억이 사라져버릴 것 같아서다.‘첫’이라는 관형사가 붙으면 어떤 평범한 말도 특별하게 느껴진다. ‘처음’, ‘첫’, ‘최초’라는 단어가 주는 마법 효과다. 우리에게 첫 번째라는 의미는 왜 중요할까. 첫 경험은 그것이 무엇이든 오래도록 남아 삶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처음은 새로움이고, 새로움은 늘 두근거리게 한다. 잘할 수 있을까 두렵고 잘할지도 몰라 설렌다. 두근거림은 두려움과 설렘이란 감정을 동반한다. 그리하여 처음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되고, 미치는 ...

    1603호2024.11.08 16:00

  • [요즘 어른의 관계 맺기](23) 상처 극복하기
    (23) 상처 극복하기

    우리는 관계의 홍수 속에서 살아간다. 직접적인 만남을 넘어 인터넷 커뮤니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간접적인 경로를 통해 관계가 복잡다단해졌다. 관계가 다면화하면서 이로 인한 갈등도 커졌다. 많은 직장인이 직장생활에서 겪는 첫 번째 어려움으로 인간관계를 꼽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 인간관계 고민 중 으뜸은 역시 다른 사람에게 상처받는 일일 것이다. 상처받았을 때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문제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나만의 방식이 있다.인정한다우리 삶은 상처투성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내가 받는 상처는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누구나 겪는 일이다. 억울해하거나 자책할 일이 아니다. 그뿐만 아니라 상처는 굳은살이 된다. 부러진 뼈가 더 튼튼해지는 법이다. 상처는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고 믿는다.대처한다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때 이를 외면하거나 부정하거나 억누르지 않는다. 상처받았다는 걸 인지하고 대응한다. 나의 대처 방식은 감정을 글로 써보는 것이...

    1599호2024.10.11 16:00

  • [요즘 어른의 관계 맺기](22) 잘 살기 위해 잘 헤어지는, 이별의 기술
    (22) 잘 살기 위해 잘 헤어지는, 이별의 기술

    헤어짐에 관한 표현이 많다. 잠깐 헤어지는 ‘작별’이 있고, 영원히 헤어지는 ‘고별’이 있다. 작별 인사는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지만, 고별인사는 마지막 단 한 번뿐이다. 헤어짐의 강도에 따라서도 담담하게 갈라서는 ‘이별’, 애틋하게 헤어지는 ‘석별’, 단호하게 끊어내는 ‘결별’이 있다.돌아보면 수없이 헤어졌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헤어졌고, 고등학교 때 만났던 첫사랑 여학생과 헤어졌고, 내가 모셨던 김우중 회장,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과도 헤어졌다. 사람들과 헤어짐만 있었던 것도 아니다. 소중했던 학창 시절, 직장생활과도 헤어졌고, 오래전에 고향과도 헤어졌다. 헤어짐이 이토록 애틋하고 그리운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라면, 내 인생에서 헤어질 것들을 만났다는 건 얼마나 큰 축복이고 감사한 일이었는가.잘 헤어져도 절반은 성공한 인생삶은 헤어짐의 연속이다. 회자정리(會者定離)라고 했던가. 만나면...

    1596호2024.09.13 16:00

  • [요즘 어른의 관계 맺기](21) 나는 괜찮은 어른일까?
    (21) 나는 괜찮은 어른일까?

    공자는 세 가지를 조심하라고 했다. 청년 시기엔 여색을, 중년 시기에는 싸움을, 노년 시절엔 아집을 경계해야 한다며 ‘군자삼계(君子三戒)’를 강조했다. 나이 들수록 판단력이 흐려질 수밖에 없는데, 자기 생각을 고집하는 것이야말로 위험한 일이니,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 단속해야 한다고 했다.나도 예순을 넘기며 깨달은 게 있다. 어른의 척도는 나이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나이를 먹었다고 다 어른이 되는 건 아니다. 나이가 성장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나이는 시간이 지나면 늘게 마련이지만, 성숙함은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나이가 들었어도 어른답지 못하면 어른이 아니다. 어린 사람도 어른답게 의젓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이가 들었어도 여전히 의젓잖은 사람도 있다.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이 많으면 사회는 미성숙 상태에 머문다.‘나잇값이 비싼 때’는 지났다우리 사회는 나이에 민감하다. 차량 접촉사고가 나거나 말다툼이 벌어지면 ‘너, 몇...

    1593호2024.08.23 16:00

  • [요즘 어른의 관계 맺기](20) 온라인에서 관계의 지경을 넓히다
    (20) 온라인에서 관계의 지경을 넓히다

    2001년 여름, 고도원 당시 청와대 연설비서관이 내게 물었다.“책에서 읽은 글귀에 내 생각과 느낌을 붙여 사람들에게 e메일을 보내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요?”“e메일 받는 사람은 돈을 얼마나 내야 하죠?”“돈은 받지 않을 생각입니다.”나는 그런 일을 왜 하려고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그즈음 영상 메시지를 촬영하는 자리에서 고 비서관이 김대중 대통령께 e메일 보내는 일을 하려 한다고 보고하자, 대통령은 ‘잘해보라’며 따뜻하게 격려했다. ‘고도원의 아침편지’는 이렇게 시작했다. 그로부터 23년이 흐른 지금 아침편지 독자는 400만명을 넘어섰다. 돈은 받지 않았지만, 400만명과의 관계가 만들어졌다.노무현 대통령 당선에는 ‘노사모’로 대표되는 네티즌의 역할이 컸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이 돼서도 인터넷으로 국민과 소통하는 걸 즐겼다. 취임 후 가장 먼저 회견한 언론도 인터넷 매체였고, ‘국민께 드리는 글’을 직접 써서 수시로 인터넷에 올렸을 뿐 아니라 인터넷...

    1589호2024.07.26 1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