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꾸는 꿈이 있다. 지하철에서 아주머니 가방을 뒤지는 소매치기범과 눈이 마주친다. 내게 조용히 하라는 눈짓을 보내며 씩 웃는다. 마치 ‘너는 소리치지 못할 줄 안다’라는 듯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얼어붙는다. 도둑을 쫓을 때도 마찬가지다. 발이 내 맘처럼 떨어지질 않는다. “도둑이야”라고 고함치고 싶은데 말이 나오지 않는다.꿈을 꿀 때마다 현실처럼 느껴진다. 예닐곱 살 시절 숨바꼭질할 때, 벽장 안에 숨으면 형이 내게 조용히 하라며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댔다. 그때마다 나는 숨을 죽였다. 학교에 가서도 선생님이 “조용!” 하면 말을 멈췄다. 그렇게 나는 어렸을 때부터 침묵에 길들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부터 나는 이런 때 침묵했다.할 말이 없을 때 입을 닫았다. 내가 할 말이 없는 사람이란 걸 들키기 싫었다. 입이 무거운, 말수가 적은 사람에 머물고 싶었다. 그저 과묵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다. 그건 주효했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할 말이 없으면 억지...
1660호2025.12.26 1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