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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른의 관계 맺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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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어른의 관계맺기] (42) 침묵, 존재를 증명하는 가장 강력한 언어
    (42) 침묵, 존재를 증명하는 가장 강력한 언어

    자주 꾸는 꿈이 있다. 지하철에서 아주머니 가방을 뒤지는 소매치기범과 눈이 마주친다. 내게 조용히 하라는 눈짓을 보내며 씩 웃는다. 마치 ‘너는 소리치지 못할 줄 안다’라는 듯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얼어붙는다. 도둑을 쫓을 때도 마찬가지다. 발이 내 맘처럼 떨어지질 않는다. “도둑이야”라고 고함치고 싶은데 말이 나오지 않는다.꿈을 꿀 때마다 현실처럼 느껴진다. 예닐곱 살 시절 숨바꼭질할 때, 벽장 안에 숨으면 형이 내게 조용히 하라며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댔다. 그때마다 나는 숨을 죽였다. 학교에 가서도 선생님이 “조용!” 하면 말을 멈췄다. 그렇게 나는 어렸을 때부터 침묵에 길들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부터 나는 이런 때 침묵했다.할 말이 없을 때 입을 닫았다. 내가 할 말이 없는 사람이란 걸 들키기 싫었다. 입이 무거운, 말수가 적은 사람에 머물고 싶었다. 그저 과묵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다. 그건 주효했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할 말이 없으면 억지...

    1660호2025.12.26 15:29

  • [요즘 어른의 관계맺기](41) 관계의 늪에서 나를 건져 올리다
    (41) 관계의 늪에서 나를 건져 올리다

    직장 다닐 적 일요일에도 출근했다. 할 일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휴일에 나가 상사와 점심을 같이하면, 평소 그가 해주지 않는 말을 시시콜콜 해주었다. 그 말을 들으며 나는 ‘이 사람이 나를 싫어하진 않는구나’ 안도했다. 휴일에 출근하지 않으면 월요일이 끔찍할 만큼 두려웠다. 당시는 토요일도 일하는 시대여서 상사와 일요일 하루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는데도 월요일 아침에 만나는 상사가 무척 낯설었다. 나는 낯섦이 싫었다.내 말을 잘 들어주는 상사와 일한 적도 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면 ‘너는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하느냐?’, ‘도대체 그런 얘기는 어디서 듣느냐?’라며 놀라워했다. 나는 어느 땐가부터 그에게 할 말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일요일에도 좋은 생각이 나면 월요일 아침 일찍 출근해 그를 기다렸다. 그가 출장을 가면 동료들은 ‘상사가 자리를 비웠다’라고 좋아했지만, 나는 허전했다. 그 감정은 어릴 적 외할머니와 살던 시절, 할머니가 서울 사는 외삼촌...

    1657호2025.12.05 14:45

  • [요즘 어른의 관계 맺기](40) 다름을 견디는 힘이 관계를 완성한다
    (40) 다름을 견디는 힘이 관계를 완성한다

    아내와 함께한 세월도 어느덧 36년이 넘었다. 아내와는 대화가 잘되는 편이다. 잘된다는 의미는 뭘까. 대화를 많이 한다는 뜻일까? 대화 내용이 살갑다는 말일까? 아니다. 맥락을 공유한다는 뜻이다. 말이 통한다는 의미다. 아내와 나는 공통주제와 관심사가 있다. 아내는 내가 말하지 않은 것까지 알아듣는다. 설명하지 않아도 맥락을 이해한다.처음부터 그렇진 않았다. 무엇보다 서로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아내는 내가 무슨 말을 하면 “알아” 하며 말을 끊기 일쑤였다. 나는 말을 하고 싶은데 아내는 그렇지 않았다. 나는 위로받고 싶은데 아내는 “뭘 그딴 걸 갖고 그러느냐”라고 했다. 나는 공감을 원하는데, “나도 힘들어. 내 얘기해 봐?” 하며 시큰둥하게 반응했다.서로의 말에서 가식이 사라지고부터 대화가 자연스러워졌다. 살다 보니 꾸밀 필요가 없어졌다. 꾸며도 소용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 자기 말을 검열하지 않게 됐고, 상대 말을 판단하는 버릇도 없어졌다. 그러면서 말문이 트였...

    1654호2025.11.14 14:49

  • [요즘 어른의 관계 맺기] (39) 관계를 완성하는 용기, 그 이름은 용서
    (39) 관계를 완성하는 용기, 그 이름은 용서

    우리는 많은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갈등과 다툼이 없는 관계는 없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상처는 더 깊다. 부부 사이의 말 한마디, 부모와 자식 사이의 오해, 친구 간의 서운함이 그렇다. 시간이 흐르면 잊힐 법도 한데, 마음속에 작은 가시처럼 남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세 가지 선택이 가능하다. 불편한 관계를 풀고 갈 것인가, 묻고 갈 것인가. 아니면 끊고 갈 것인가.가장 안 좋은 선택은 묻고 가는 것이다. 관계하는 모든 이를 불행하게 하는 최악의 선택이다. 차선은 끊고 가는 것이다. 이 역시 어느 일방에겐 좋은 선택일 수 있지만, 단절을 당하는 상대에겐 씻을 수 없는 상흔을 남긴다. 결국 최선은 풀고 가는 것이다. 갈등을 없던 일로 치부하거나 갈등 이전의 상태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한 단계 더 깊고 성숙한 관계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게 있다. 바로 용기다.성숙한 관계를 위한 용기무엇보다,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상...

    1651호2025.10.24 15:09

  • [요즘 어른의 관계 맺기] (38) 관계를 살리는 작은 습관들
    (38) 관계를 살리는 작은 습관들

    우리는 사랑이 운명적인 만남에서 시작되고, 극적인 사건으로 끝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진짜 사랑은 지극히 평범해서 아침 출근길 커피를 건네는 손길에서, 피곤한 저녁 “오늘 어땠어?”라는 일상적인 물음에서 자란다.관계도 마찬가지다. 진정한 관계는 평범한 순간에 만들어진다. 눈에 띄지 않는 사소한 배려가 진짜 관계를 만들고 지켜간다. 관계를 무너뜨리는 것 역시 작은 무관심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면서 시작된다. 무심히 던진 날 선 말 한마디, 상대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는 시선, 지켜지지 않은 작은 약속들. 이런 것들이 쌓여 관계에 보이지 않는 균열을 만든다. 마치 작은 물방울이 바위틈에 스며들어 결국 바위를 쪼개버리는 것처럼 말이다.물론 거창한 선물이나 특별한 이벤트가 관계에 활력을 더해주는 건 틀림없다. 하지만 매일 반복되는 작은 배려, 눈에 띄지 않는 세심함, 평범해 보이는 예의가 관계를 든든히 쌓는 진짜 기초가 된다. 그렇다면 관계를 살리는 사소한 습관,...

    1649호2025.10.10 06:00

  • [요즘 어른의 관계 맺기] (37) 쉰 살에 찾은 나
    (37) 쉰 살에 찾은 나

    별 이유 없이 나 자신을 비하하며 산 적이 있다. 1차에 낙방하고 2차로 들어간 고등학교 시절이 그랬고, 대우그룹에 다닐 적이나 대통령을 모실 때도 문득문득 그랬다. 아니, 그 이전 초등학교 5학년 무렵의 명절날에도 그랬다.어느 날, 두 살 터울인 형과 어른들 몰래 골방에서 함께 술을 마셨다. 형이 변소에 간 틈을 타 형의 술잔에 요강에 있는 오줌을 따라놓았고, 그걸 마신 형이 나를 개 패듯 할 때, 나는 마치 카프카의 <변신>에 나오는 벌레처럼 몸을 움츠렸지만 맞는 게 싫지 않았다.벌레 취급을 받은 적도 있다. 중학생 때 전주에 있는 고속버스 터미널 화장실에서 쪼그려 앉아 용변을 보는데, 청소하는 아저씨가 양동이에 물을 퍼와 내게 쏟아부을 기세로 “당장 나오지 못해” 하며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제발 문 좀 닫아 주세요” 하며 간절한 눈빛으로 애원했지만, 결국 나는 용변을 보던 중 개처럼 끌려 나왔다.이런 장면은 또 있다. 대통령과 회장에게 혼이 날 때,...

    1646호2025.09.12 14:38

  • [요즘 어른의 관계 맺기](36) 아들아, 흐르는 강물처럼 살아라!
    (36) 아들아, 흐르는 강물처럼 살아라!

    나는 혼밥을 하지 못한다. 혼자 테이블을 독차지하는 것도 눈치 보이고, 남들이 ‘저 사람은 같이 밥 먹을 사람도 없나봐’라고 수군댈까 봐서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은 나에게 관심 없다는 걸 안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들의 실제 평가가 무엇이든 그들이 평가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그 생각이 나를 불안하게 한다.대니얼 길버트 미국 하버드대학 심리학 교수도 그의 책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에서 “사람들은 실제보다 ‘남이 나를 어떻게 볼까’라는 상상에서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경향이 있다”라고 했다.누구나 남을 의식하며 산다. 하지만 의식의 강도는 자신과 타인 가운데 어디에 더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차이가 난다. 나는 타인에 무게중심을 두는 편이다. 아내는 자신에게 더 중심이 가 있다. 그 차이는 크다.남을 의식하다 보니 내 정체성도 모호나 같은 사람의 특징이 있다. 우선, 남들의 평가에 민감하다. ‘내’가 아닌 ‘남들의 평가’가 중요...

    1643호2025.08.22 14:28

  • [요즘 어른의 관계 맺기](35) 사람 보는 눈, 나를 아는 눈
    (35) 사람 보는 눈, 나를 아는 눈

    “너는 어찌 그리 사람 보는 눈이 없느냐?”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아내를 소개팅에서 처음 만난 1986년에도 그랬다. 쌀쌀맞은 표정과 깍쟁이 같은 서울 말씨. ‘이 사람은 아니다’ 싶었다. 그런 판단은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장모님도 나를 ‘날라리’로 판정했다. 나와 처가의 사람 보는 안목으로는 애당초 맺어질 수 없는 관계였다. 그런 아내와 36년째 살고 있다. 연애 기간까지 합하면 무려 40년이다.이런 기억을 떠올린 건 한 예능 프로그램 때문이다. 어느 유명 여자 가수가 예능 프로에서 남자친구를 공개하자 댓글 창에 비난이 쏟아졌다. ‘저 친구는 나이가 몇인데 사람 보는 눈이 저래?’, ‘지금이라도 헤어져야 해’, ‘저 남자는 아닌 것 같다.’ 용기를 내 남자친구를 공개한 그를 응원하기는커녕 사람들은 낯선 남자친구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각자의 기준으로 마음껏 재단하고 평가했다.우리는 정말 사람을 잘 보고 있는 걸까? 미국 프린스턴대학의 심리학자 알렉스 토드로프...

    1640호2025.08.01 14:20

  • [요즘 어른의 관계 맺기](34) 이제 가면을 벗자
    (34) 이제 가면을 벗자

    몇 해 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본 오페라 <오페라의 유령> 중에 나오는 가면무도회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샹들리에 불빛 아래, 각양각색의 가면을 쓴 사람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화려한 가면 속에 이름도, 직업도, 신분도 숨긴 사람들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내려놓고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 자유롭게 행동한다.직장생활을 할 때 나는 매일 아침 가면을 쓰고 출근했다.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 ‘일 잘하고 유능한 사람’, ‘예의 바르고 다정한 사람’이란 가면이다. 상사가 돼서는 ‘조직에 충성하고 아래 직원을 사랑하는 사람’이란 탈을 썼다. 그래야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내가 모시고 있던 회장에게 어느 사장을 칭찬했다. 회장께서 “그 사장, 문제가 많구먼”이라고 답했다. 나는 그 사장이 인기도 많고 직원들이 잘 따른다고 얘기했는데, 회장은 “어떻게 인기가 있을 수 있나? 상사의 배역은 악역이야.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책하고 채근하는 자리라고...

    1637호2025.07.11 14:01

  • [요즘 어른의 관계 맺기](33)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관계 지키기
    (33)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관계 지키기

    감정은 우리 안의 신호이며 관계에 대한 알람이다. 그 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만이 더 깊고 단단한 관계를 만들 수 있다. 감정은 증오, 슬픔, 걱정, 후회처럼 부정적인 것과 사랑, 기쁨, 즐거움 같은 긍정적인 것으로 나뉜다. 반가움, 설렘, 그리움처럼 관계를 살리는 감정이 있는가 하면 시기, 질투, 열등감, 소외감처럼 관계를 해치는 감정도 있다. 관계가 좋다는 것은 서로의 감정이 좋다는 뜻이고, 관계가 나쁘다는 건 감정이 상했다는 걸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감정은 관계의 언어다.나는 관계에서 네 가지 불편한 감정을 느낀다. 이런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첫 번째는 시기와 질투의 감정이다. 시기심은 타인의 성공, 행복 등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그것을 빼앗고 싶은 감정이다. 왜곡된 경쟁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런 시기심은 상대를 깎아내리거나 상대와 거리를 두게 해 관계의 진정성을 해치고 진심 어린 교류를 어렵게 한다.이에 비해 질투심은 결이 좀 ...

    1634호2025.06.20 1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