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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 걸고 추천하는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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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이름 걸고 추천하는 맛집](18) 최송현 / 부산 해운대 ‘보리문디’
    (18) 최송현 / 부산 해운대 ‘보리문디’

    “처음으로 웃을 수 있는 기일이네.”결혼 전, 남편의 고향 부산에 처음으로 함께 갔던 2019년 11월. 해운대 선술집 ‘보리문디’에서 청주와 맛있는 음식에 취해갈 때쯤 그가 말했다. 아버님은 내가 남편과 만나기 전 세상과 이별하셨는데, 갑자기 떠난 아버지의 빈자리에 목 놓아 울지도 못한 장남은 기일이 있는 11월엔 더 깊은 어둠 속으로 침잠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내가 함께여서 5년 만에 아버님 기일에도 웃을 수 있게 됐다며 고맙다고 했지만, 나는 그 웃음을 완성 시켜준 ‘보리문디’가 참 고마웠다.옛 경상도의 주 재배 곡물인 ‘보리’와 경상도 출신의 사람을 장난스럽게 표현한 ‘문디’를 결합한 ‘보리문디’는 경상도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담고 있는 이름이다. 가게 이름만큼이나 크게 ‘주인 김성훈‘이라고 적힌 목조 간판이 눈에 들어온 순간, 자신의 이름을 걸고 요리하는 셰프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 미닫이문을 열자 8석 남짓의 바 자리가 눈에 들어왔고 마...

    1575호2024.04.24 09:47

  • [내 이름 걸고 추천하는 맛집](17)김도진 | 30년 세월 은행원 지갑과 마음을 연 냉목삼
    (17)김도진 | 30년 세월 은행원 지갑과 마음을 연 냉목삼

    1989년 4월에 개업했으니 벌써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뀌었다. 서울 중구 입정동 청계천변 청소년회관 맞은편에 자리한 전주집은 필자가 행원 시절부터 다니기 시작한 오래된 식당이다. 1991년 2월 대리 승진을 했을 때부터 직급별 승진 시에 동료들과 함께 회식하던 곳이다.은행장 취임 후 모 언론사의 ‘맛있는 만남’ 코너에서 필자를 초대해 맛집을 소개한 적도 있는데, 그때도 나의 선택은 어김없이 전주집이었다. 깨끗한 집도 아니고 비싼 집도 아니지만,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푸근한 집이라는 점이 오랜 세월 함께하면서 느낀 전주집의 매력이다.기업은행은 일 년에 두 번 인사를 한다. 전국적으로 3000명에 가까운 직원이 승진과 이동 등의 발령을 받게 된다. 그러면 은행 주위의 식당은 기업은행 직원들로 늘 붐비곤 했다. 그중에서도 전주집은 기업은행 직원들이 가장 애용하던 단골 식당 중 하나였다. 부담 없는 가격에다 많은 직원이 동시에 들어갈 수도 있었으니 그야...

    1567호2024.02.28 06:00

  • [내 이름 걸고 추천하는 맛집](16)김현정 | 서울 방배동 ‘미미치킨’
    (16)김현정 | 서울 방배동 ‘미미치킨’

    이름은 ‘미미’. 의미는 알 수 없다. 40년 넘게 이어온 이름이라고 했다. 20년 전 가게를 인수한 지금의 주인 부부 역시 한참 전부터 내려온 가게 이름을 자신들 이름인 양 순순히 받아들였다. 치킨집인 것을 감안하면 미미(味味), 맛을 뜻하는 한자가 두 번 들어간다고 짐작할 뿐이다. 그렇다. 맛있고 또 맛있는 곳. 이것은 동네 치킨집 이야기다.해 질 무렵, 서울 지하철 7호선 내방역 1번 출구를 빠져나오면 이미 그곳이 멀지 않음을 직감한다.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냄새만 맡아도 저절로 몸이 반응하는 음식. 코끝을 자극하는 고소한 냄새를 따라 열 걸음만 가면 눈앞에 그곳이 나타난다. 빨강, 파랑 네온등이 켜진 ‘양념치킨’이라는 글자와 그 아래 분주하게 치킨을 튀기고 있는 주인장의 모습. 자 이제 다 온 것이다.누군가는 고개를 갸웃할 것이다. 서울 방배동, 이른바 ‘부자 동네’라는 서초구 한복판에 촌스러운 옛날식 네온간판이라니. 손바닥...

    1563호2024.01.22 05:30

  • [내 이름 걸고 추천하는 맛집](15)오수잔나 | 마음까지 데우는 프랑스식 집밥
    (15)오수잔나 | 마음까지 데우는 프랑스식 집밥

    거의 한평생을 수도(首都)에서 살았다. 미국 워싱턴에 살았고, 한국에 와서도 서울에 살고 있으니 말이다. 나라가 다른 만큼 두 곳은 음식도 천지 차이다.엄마는 아일랜드계 미국인이고, 아빠는 독일과 폴란드계 미국인이다. 엄마가 어린 시절부터 먹어온 음식과 아빠가 어린 시절부터 먹어온 음식은 달랐다고 한다. 두 분의 결혼으로 인해 유럽의 서로 다른 음식문화가 우리 집 식탁에서 한데 섞인 셈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엄마가 원하는 음식과 아빠가 원하는 음식은 수시로 달랐다. 그 덕분에 매번 풍성한 식탁 앞에서 뭘 먹을까 선택해야 하는 즐거운 고민에 빠지곤 했다. 게일어(아일랜드 제1공용어)나 독일어, 폴란드어를 할 줄 몰라도 어릴 때부터 아일랜드 전통 음식이나 독일, 폴란드 음식에는 꽤 익숙한 편이었다. 미국을 떠나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엄마의 호박파이와 고구마파이, 그리고 그 위에 살짝 녹아 있는 마시멜로가 많이 그립다.미국 워...

    1559호2023.12.26 07:00

  • [내 이름 걸고 추천하는 맛집](14)김주영 | 음식에 담긴 놀라운 치유의 힘
    (14)김주영 | 음식에 담긴 놀라운 치유의 힘

    저는 가정의학과 의사입니다. 한때 큰 병원에서 열심히 진료도 보고, 연구도 하면서 살다가 지금은 지방간질환 분야의 디지털 치료기기를 만들어보고자 회사 생활을 열심히 하는 중입니다.예전 병원에서 암 생존자 클리닉과 비만 클리닉을 담당했습니다. 건강검진센터 상담도 맡았군요. 어느 클리닉에 가든 제가 듣는 많은 질문은 “뭘 어떻게 먹어야 하나요?”였습니다. 그럴 때마다 열심히 설명했습니다. 염분은 적게, 정제된 당분 섭취를 줄이고 과다한 포화지방 섭취를 줄이면서 매 끼니 채소는 골고루 드시라는…. 무슨 질환을 앓든, 설사 병이 없더라도 건강한 음식의 구성은 이처럼 대개 비슷하지요. 건강한 음식은 분명히 장기적으로 우리를 건강하게 만들고 질병에 걸릴 확률을 줄여줍니다. 예방의 효과가 분명하게 존재한다는 뜻입니다.가정의학과 전문의가 돼 질병예방과 건강증진이란 부분을 새롭게 배우면서 환자들을 전인적으로 대하는 방법과 영양 및 운동의 중요성을 깨우쳤습니다. 대부분의 ...

    1556호2023.12.04 07:00

  • [내 이름 걸고 추천하는 맛집](13)김영기 | ‘지랄맞은’ 내 혀를 아찔하게 후려친 ‘을지로 인셉션’
    (13)김영기 | ‘지랄맞은’ 내 혀를 아찔하게 후려친 ‘을지로 인셉션’

    어릴 적부터 내 입맛은 관대하지 않았다. 해질녘 노을빛에 허리춤까지 잠긴 부엌에서 엄마가 뚝뚝뚝 오이를 썰면, 비명을 지르며 코를 부여잡고 방으로 숨곤 했다. 수박은 수박바만 먹고, 김밥은 우엉 금지였으며, 복국엔 담긴 미나리부터 건져냈다. 만두에 김치를 곁들어 먹으면서도, 김치만두는 싫었다. 땡감이 곶감 되도록 손도 대지 않아 호랑이가 힘들어했다. 덕분에 내가 거듭 손대는 무언가는 종종 주변의 주목을 받았다. 안정적으로 맛있는 음식이라는 징표였기 때문이다. 이토록 까탈스러운 이 인간이 뭔가를 맛있어한다면. 언젠가 남동생이 그랬다. “형이 맛있다고 할 정도면, 확실히 누구나 좋아할 만한 거니까.” 특별히 혀가 섬세할 리는 없다. 그저 ‘호불호’에 모질고 박할 뿐이다. 취향을 타는 음식일수록 내겐 감점이었다. 지금도 들깨가 들어간 음식은 먹지 않는다. 민트 초코와 녹차맛 아이스크림은 스푼까지 넉넉히 챙겨 양보한다. 김, 통깨, ...

    1552호2023.11.03 11:12

  • [내 이름 걸고 추천하는 맛집](12)박영욱 | 대 이어 고수해온 불판과 낙지의 남다른 조화
    (12)박영욱 | 대 이어 고수해온 불판과 낙지의 남다른 조화

    출판 기획자와 출판사 대표, 에이전시 대표로 살아온 출판계 28년을 정리한 책 <내일도, 처음처럼> 출판기념회를 막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다.주간경향 편집장의 ‘내 이름 걸고 추천하는 맛집’ 원고 청탁을 받고 ‘내 인생 맛집은 어디일까’ 장고를 거듭해온 터였다. 불현듯 머릿속에 떠오르는 맛집이 있었다. 내 인생의 달콤쌉쌀한 희로애락의 사연을 고스란히 간직한 ‘서린낙지’다. 바로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 전원을 켰다.서린낙지는 너무 유명해 긴 설명이 필요 없는 진짜 진국 같은 맛집이지만 나와의 인연은 이 글 안에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깊고도 넓다. 내가 서린낙지를 처음 만난 시기는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뒤늦게 군대를 장교로 전역하고 서른에 출판계에 뛰어들었다. 당시 나는 딱히 출판계에 아는 사람이 없었다. 편집 일도 반복적이라 출판이 평생 갈 길일까 고민하던 때이기도 했다....

    1549호2023.10.13 11:06

  • [내 이름 걸고 추천하는 맛집](11)이경채 | ‘맛집’에 길든 내가 ‘짜글이’에 눈뜬 곳
    (11)이경채 | ‘맛집’에 길든 내가 ‘짜글이’에 눈뜬 곳

    어릴 적부터 외식을 많이 하지 않았다. 밖에서 파는 웬만한 음식은 어머니께서 집에서 다 해주셨기 때문이다. 그것도 더 맛있게 해주셨다. 김치찌개, 된장국, 미역국, 오리탕, 계란찜 등 평범한 음식도 어머니 손을 거치면 특별한 음식이 됐다. 중·고등학교 시절 도시락 반찬으로 김치만 싸가도 친구들한테 가장 인기가 있을 정도였다. 어머니는 무슨 음식이든 뚝딱뚝딱 빨리 만드셨다. 요리가 쉬워 보였고, 어머니가 힘들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나이 오십이 넘은 지금도 그렇다. 삼겹살이나 오리구이 정도는 밖에서 사먹을 만도 한데, 어머니만 만나면 으레 집밥을 기대한다. 잠깐만 앉아 있으면 식당보다 맛있는 음식들이 나오니 굳이 외식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한없이 게으른 불효자식이 되고 말았다.대학을 서울로 진학하면서 어머니의 집밥을 떠나게 됐다. 젓갈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전라남도 음식과 하숙집 음식은 많이 달랐다. 그래도 시원한 김치를 비롯해 모든...

    1545호2023.09.08 11:24

  • [내 이름 걸고 추천하는 맛집](10) 최은주 | 예술가를 지탱해준 추어탕
    (10) 최은주 | 예술가를 지탱해준 추어탕

    어느 날인지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예술가의 한 사람인 차계남 작가를 만났다. 아마 1990년대 중반이었지 싶다. 일본 오사카에서 행사가 있기도 했고 일본 현대 작가들의 동향도 살펴야 해서 길지 않은 출장길에 올랐다. 오사카 국립국제미술관의 기무라 관장이 만찬을 준비해 줬는데, 그 자리에서 차 작가를 처음으로 만날 수 있었다. 기무라 관장은 차계남 작가가 너무나 훌륭한 작가이며, 그의 예술이 추구하는 세계가 얼마나 독창적이고 야심만만한지를 끊임없이 이야기했다. 차계남 선생의 도도한 첫인상은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그렇게 내게 또렷하게 각인됐다.미술계엔 유난히 미식가가 많다. 어느 지방에 가면 어떤 식재료가 좋고, 그것을 어떻게 요리해 먹으면 맛있으며 그런 음식을 잘하는 음식점으로는 어디가 으뜸이라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대구에 있다는 상주식당(추어탕 전문) 이야기는 박서보, 심문섭, 윤진섭 선생 같은 한국미술계의 거목들로부...

    1541호2023.08.11 15:05

  • [내 이름 걸고 추천하는 맛집](9) 박주연 | “이런 게 채식이라면 매일이라도 하겠어”
    (9) 박주연 | “이런 게 채식이라면 매일이라도 하겠어”

    어언 19년 전 일이다. 대학생이던 나는 처음으로 인생 최대 용기를 낸다. 뉴질랜드라는 나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기로 한 것!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도착한 그곳에서 평생 간직할 추억을 쌓았다. 현지 친구들을 사귀어 바다로 캠핑장으로 놀러 다녔다. 한식당과 PC방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전에 없는 설움도 느꼈다. 밤하늘 별이 쏟아지는 남섬의 어떤 예쁜 곳에서는 호텔 청소 일을 했다. 거기서 함께 일하던 스테파니와 친구가 됐다. 타지에서 힘든 순간이 올 때마다 든든한 언니처럼 도움을 준 스테파니에게, 나는 한국의 음악, 전통놀이(?)와 같은 ‘K컬처’를 전수해주었다. 아마 스테파니는 ‘똥침’을 아는 유일한 뉴질랜드인일 것이다.내가 떠나는 날 눈물을 훔치던 스테파니의 모습을 기억한다. 그후 그는 넷플릭스를 통해 ‘K드라마’를 완전히 섭렵했고, 결국 한국으로 여행을 왔다. 그렇게 우리는 18년여 만에...

    1538호2023.07.21 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