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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목의 함께하는 세상(稅上)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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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정목의 함께하는 세상(稅上) 이야기](10)세정의 창을 통해 본 세상
    (10)세정의 창을 통해 본 세상

    30세에 대구세무서 총무과장으로 국세청에 들어간 후 지금까지 29년째 세금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습니다. 27년은 공직에 있었고, 최근 2년은 세무사로 근무 중입니다. 보기에 따라선 전반부 27년과 후반부 2년은 일의 성격이 180도 다르다 할 수도 있겠지만, 본질에는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회를 끝으로 글쓰기를 마무리하며 칼럼 제목처럼 그동안 세정의 창을 통해 경험한 세상과 세상살이를 말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사적으로 겪은 일과 그 단상이어서 글쓰기를 주저도 했지만, 같은 시대를 함께한 사람들의 경험과 별 차이가 없어 공감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고 용기 내 써보기로 했습니다.다양한 사람과 사건입사 초기에 세무서에서 과장으로 일할 때였습니다. 세무조사를 받던 납세자 한 분이 늘 소형차를 타고 세무서에 왔습니다. 성실하고 바른 사람처럼 보였지만 담당 팀장은 일부러 소형차를 타고 오는 것이니 그분이 하는 말을 모두 믿지는 말라고 했습니다. 조사가 끝난 후 우...

    1541호2023.08.11 15:06

  • [조정목의 함께하는 세상(稅上) 이야기](9)기술발전과 혼돈…비판보다 포용을
    (9)기술발전과 혼돈…비판보다 포용을

    지난 세기말까지 우리는 옳음과 그름이 어느 정도 명확하게 구분되던 세상을 살아왔습니다. 우리 대다수는 비록 소극적이었지만, 권력층의 위력과 조작된 선전에 휘둘리지 않고 진리와 정의를 추구할 줄 알았습니다. ‘최(最)후진국’ 대한민국을 잘사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매진하며, 자유와 민주를 위해 온몸으로 싸우던 용감한 사람들에게 뜨거운 격려를 보냈습니다. 그 결과 모두 함께 힘을 모아 자랑스러운 정치적·경제적 성취를 이룩해냈습니다. 굴곡은 있었지만 소중한 가치를 추구하며 보낸 멋진 시절이었습니다.20세기 말부터 몰아쳐 온 디지털·정보통신 혁명이 우리가 살아오던 세상을 급속하게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40여 년 전 제가 대학에 다닐 때는 공대·자연대에서만 286 개인용 컴퓨터를 조금씩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당시의 슈퍼컴퓨터보다 강력한 성능을 가진 스마트폰이 초등학생들 손에도 하나씩 들려 있습니다. 201...

    1538호2023.07.21 11:15

  • [조정목의 함께하는 세상(稅上) 이야기](8)남성의 의식 변화와 진정한 가사 분담
    (8)남성의 의식 변화와 진정한 가사 분담

    아내가 20일째 부재중입니다. 두어 달 전쯤 미국 외갓집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는 둘째 딸의 전화가 왔습니다. 다른 주에서 열리는 경연대회에 참가하는데, 보호자 동행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할아버지·할머니가 계시지만 소통이 어렵고 고령이라 힘들어 엄마가 동행하려 한 달 예정으로 미국에 가면서 집을 비우게 된 것입니다. 제게 막내까지 맡기고 장기간 집을 비운 경우는 처음입니다. 난생처음 혼자 오롯이 대학생·중학생·초등학생인 3명의 아이를 뒷바라지하게 됐습니다.떠나기 전에 아내는 살림과 아이들 학교생활, 방과 후 활동과 관련해 챙겨야 할 많은 사항을 얘기해 주었습니다. 힘든 일들이 아닌 듯해 건성으로 들었습니다. 공직을 떠난 후 시간 여유도 조금은 생겨 어떻게든 애들을 돌볼 수 있을 거라고 쉽게 생각했습니다. 방학을 맞아 귀국한 대학 1학년인 첫째 딸이 많이 도와주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도 했습니다. 그래서 공항으로 배웅할 때는 오랜 세월 ...

    1535호2023.06.30 11:25

  • [조정목의 함께하는 세상(稅上) 이야기](7)복지제도를 뛰어넘는 기부문화를 보고 싶다
    (7)복지제도를 뛰어넘는 기부문화를 보고 싶다

    일본인 작가 구리 료헤이의 단편소설 ‘우동 한 그릇’을 읽어본 분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한 우동가게 주인이 가난한 세 모자에게 베풀어주는 따뜻한 사랑과 배려의 이야기지요. 살을 에듯이 추운 어느 해 섣달그믐날 밤 허름한 옷차림의 부인이 어린 두 아들과 함께 ‘북해정’이란 우동집에 들어와 우동 1인분을 시킵니다. 세 모자의 딱한 사정을 잘 아는 가게 주인이 우동 1인분을 더 담아주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그후 매년 섣달그믐날 밤이 되면 가난한 세 모자는 이곳을 찾았고, 주인은 1년 중 가장 바쁜 날임에도 그들을 반갑게 맞이해 따뜻하게 챙겨줍니다. 세 모자가 눈치 보지 않고 먹을 수 있게 별도의 식탁까지 마련해 두었답니다. 그러다 세 모자의 방문이 끊기고 오랜 세월이 흐른 후 장성한 아들이 늙은 어머니를 부축하고 다시 북해정을 찾아와 이제는 우동 3인분을 시킵니다. 그리고 북해정 주인의 따뜻한 인심과 격려가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돼서 성공할...

    1531호2023.06.02 11:29

  • [조정목의 함께하는 세상(稅上) 이야기](6)재정준칙 이제는
    (6)재정준칙 이제는

    오랜만에 인근 천변을 새벽에 산책했습니다. 신록의 맑은 공기가 생기를 북돋워 주었습니다. 하지만 출근길에 접한 뉴스는 다시 오늘을 어제처럼 무거운 마음으로 시작하도록 만들어버렸습니다.최근 몇 년 동안 코로나19 창궐, 부동산가격 급등락, 사회양극화 심화, 국제분쟁 격화 등 적응하기 힘든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이런 격동의 흐름 속에서 생긴 문제들의 심각성을 느끼면서도 적절한 대응은 못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특히 정치권이 경제 주체들의 급격한 부채 증가 문제에 대해 무시하거나 너무 안이하게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염려가 되기까지 합니다.급속도로 불어난 국가 빚지난 몇 년간 코로나19로 인한 실업·영업난에 따른 자금 수요, 주택가격 급등에 놀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증가 등에 따라 민간부채가 크게 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대처를 위한 재정확장으로 국가채무도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국제금융협회 자료에 ...

    1529호2023.05.19 11:24

  • [조정목의 함께하는 세상(稅上) 이야기](5)노인정책과 자기 결정권
    (5)노인정책과 자기 결정권

    내년이면 저는 예순 살, 환갑이 됩니다. 굽이굽이 먼 길을 걸어온 것 같은데 돌아보니 지난 세월이 금방입니다. 지난주 토요일에는 형님이 모시고 계신 노모를 뵈러 부산에 갔습니다. 올해 94세인 어머니는 거동이 힘들어 주로 집에만 계십니다. 지난 열흘 동안은 몸이 편찮으셔서 누워만 계셨다고 합니다. 어머니를 뵈러 갔다가 하룻밤만 함께 지내고 다시 일상의 삶이 있는 서울로 올라와야 하는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스마트폰에 저장해둔 노모의 사진을 보면서 그동안 보살핌만 받고 살아온 생각에 울컥하기도 했습니다.12년 전입니다. 아버지께서 낙상해 병원에 입원하고는 건강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자식들은 바쁘다는 이유로 돌봐드릴 형편이 되지 못했습니다. 어쩔 수 없어 부산에서 평판이 좋다는 요양병원을 찾아서 아버지를 모셨습니다. 그 후 형님은 틈만 나면 그곳에 찾아가 정성껏 보살펴 드렸지만, 아버지는 5개월 만에 돌아가셨습니다. 너무 어이없이 세상을 놓아버린 ...

    1521호2023.03.24 12:50

  • [조정목의 함께하는 세상(稅上) 이야기](4)다둥이 아빠의 ‘저출생’ 단상
    (4)다둥이 아빠의 ‘저출생’ 단상

    사무실 책상에 놓인 휴대전화 진동이 울립니다. 초등학교 4학년 막내딸에게 걸려온 전화입니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들고 “여보세요” 하니 “아빠, 지금 비와. 언제 와?” 합니다. 창밖을 보니 날은 벌써 어두워졌고, 도로를 달리는 차들 불빛 사이로 빗줄기만 흩뿌려지고 있습니다. “아~ 시간이 이렇게 됐네. 가야겠네!” 하니 “응” 하고 전화를 끊어버립니다. 엄마가 해보라는 전화는 언제나 이렇게 간단히 끝이 나지만 저는 이처럼 맥락 없는 통화에서도 행복감을 느낍니다. 막내는 언제나 우리에게 기쁨을 주는 사랑의 결정체이기 때문입니다.38세에 결혼해 41세에 첫째를 보았습니다. 그후 2~3년 간격으로 3명이 더 생겨 49세에 딸 셋, 아들 하나, 4명의 아빠가 됐습니다. 아들 보려고 그랬냐고 여럿이 물어보는데 그럴 때마다 셋째가 아들이라고 얘기해줍니다. 그리곤 염려 반, 부러움 반의 눈빛으로...

    1517호2023.02.24 11:15

  • [조정목의 함께하는 세상(稅上) 이야기](3)행정서비스 강화로 어려움 극복해야
    (3)행정서비스 강화로 어려움 극복해야

    얼마 전 코로나19를 심하게 않으면서 한 달 만에 몸무게가 5kg이나 빠졌습니다. 갑작스레 체중이 줄면서 움직일 힘조차 없어 자리를 펴고 누웠습니다. 열흘 이상을 그렇게 지내며 러시아 시인 푸시킨의 시를 읽었습니다. 예전처럼 잔잔히 가슴에 스며들었고 힘들었던 회복과정을 견디는 힘이 돼주었습니다.누구나 살아가면서 피할 수 없는 시련을 겪게 됩니다. 푸시킨은 이런 고난을 잘 헤쳐나가라고 격려하는 뜻으로 “시름의 날을 참고 견디면 멀지 않아서 기쁨의 날이 오리니”라고 노래했습니다. 그리고는 사려 깊게 “현재는 언제나 슬픈 것, 마음은 미래에 살고”라며 일상의 고단함에 지친 우리의 심신을 따뜻하게 다독여주기까지 합니다.외환위기와 성공 DNA사무관 시절 본청에서 힘들게 일하면서 많이 지쳐 있었습니다. 일선 세무서장으로 나가 그동안 챙기지 못했던 몸과 마음의 건강을 회복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아침 시간과 주말을 활용해 규...

    1513호2023.01.27 14:42

  • [조정목의 함께하는 세상(稅上) 이야기](2)국세청 복지세정관리단 출범에 부쳐
    (2)국세청 복지세정관리단 출범에 부쳐

    40년 전의 일입니다. 엄혹했던 1980년대 초에 대학에 들어가 경제학 원론을 들으며 애덤 스미스, 카를 마르크스, 존 메이너드 케인스 등 경제학 대가들의 사상과 이론을 배웠습니다. 모두가 생소하고 경이로웠습니다. 그중에서 특히 깊은 인상을 받았던 사람은 신고전학파 경제학의 창시자인 앨프레드 마셜이었습니다.케임브리지대학 교수였던 마셜은 경제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차가운 머리(Cool head)와 따뜻한 마음(Warm heart)’을 강조했다고 합니다. 함축된 4개의 단어에서 받았던 감동은 긴 세월이 지나서도 바래지 않고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마셜이 언급한 지배 엘리트의 ‘따뜻한 마음’은 지금도 여전히 기득권층에게 유효한 권고입니다. 그가 의도한 세상이 사회권 강화와 복지제도 확대로 실현돼 가고 있다고 할 수도 있겠지요.졸업하고도 한참 뒤에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긴 고시공부로 열정은 식고 가슴도 메말...

    1510호2022.12.30 14:55

  • [조정목의 함께하는 세상(稅上) 이야기](1)어려울 때일수록 ‘동행’
    (1)어려울 때일수록 ‘동행’

    삼성전자의 영향력은 세금만 봐도 안다. 2019년 법인세 10조5000억원은 대구·경북 세금 총액과 맞먹는다. 이재용 회장이 취임 후 첫 행보로 보여준 ‘동행의 철학’이 우리 사회 약육강식의 현장을 바꿔나가길 바란다.추운 겨울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창문을 스쳐 지나가는 찬바람 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칠흑같이 깜깜한 밤입니다. 새벽이 오고 있어선지 어둠의 농도는 짙기만 합니다. 옆에서는 고른 숨소리가 느껴집니다. 곤히 잠든 아내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일을 겪으면서도 잘 견디며 함께해온 참 고마운 사람입니다. 조용히 거실로 나와 그동안 쌓아둔 신문 하나를 집어들고 책상에 앉아 펼쳐봅니다. 슬쩍 넘겨보는 지면에는 온통 어두운 기사가 도배돼 있습니다. 3년째 계속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공격, 정치 세력들의 다툼, 국가 간 분쟁에 따른 불안한 국제질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세계경제의 암울한 현황 등 우리를 우울하게 하는 문제만 가득 담겨 있습...

    1505호2022.11.25 1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