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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 말 있습니다](15)다시 하르츠 개혁을 주목하겠다면
    (15)다시 하르츠 개혁을 주목하겠다면

    하르츠 개혁은 1990년대 독일 통일과 유럽통합의 시대를 맞이해 기존에 서독에서 가꿔온 노동시장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2000년대에 추진한 개혁방안이었다. 서독은 동독을 흡수통합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지역 차별을 하지 않으려 했고, 생산성이 낮은 동독을 대폭 지원해야 했다. 동독의 마르크화를 서독과 마찬가지로 1 대 1로 하면서 동독의 물가는 치솟았고, 동독의 국영기업들을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인력이 늘어나 실업도 급증하게 됐다.1990년대 탈냉전의 시대를 맞이해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여러 국가는 외국자본의 유치를 위해 규제 완화 경쟁에 돌입했다. 독일의 자본은 보다 저렴한 조건을 찾아 다른 나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려 했다. 그 결과 독일 국내의 고용위축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이러한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독일은 신규 일자리 창출력이 약화됐고, 두 자릿수 고실업률이 지속됐으며, 사회보장 시스템은 장기 고실업을 타개하지 못한 채...

    1494호2022.09.02 11:30

  • [할 말 있습니다](14)중대재해, 조사부터 공개해야 막을 수 있다
    (14)중대재해, 조사부터 공개해야 막을 수 있다

    타산지석(他山之石), 반면교사(反面敎師).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들이 새삼 의미를 새겨야 할 사자성어다. 쓰임에 약간 차이가 있다고는 해도 타인의 언행이나 사례를 참고해 자신의 상황을 돌아보고 깨우침을 얻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재해 예방 활동을 위해서든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든 이전에 발생한 중대재해의 원인과 의무 위반사항,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한 상세한 보고서를 참고해 타산지석, 반면교사로 삼으려던 이들은 당황하게 될 것이다. 도대체 그런 중대재해 조사보고서를 구해볼 수가 없을 터이기 때문이다.공개되지 않는 조사보고서 산업안전보건법 제56조(중대재해 원인조사 등)는 고용노동부 장관은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그 원인 규명 또는 산업재해 예방대책 수립을 위해 그 발생 원인을 조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는 관할 고용노동지청의 근로감독관이 재해조사의 주체가 되나 경찰이나 소방도 관여(때로는 주도)하기도 한다. 재해조사에 있어서 안...

    1492호2022.08.19 11:58

  • [할 말 있습니다](13)펄펄 끓는 지구, 이젠 나무를 베야 할 때
    (13)펄펄 끓는 지구, 이젠 나무를 베야 할 때

    올여름 세계 곳곳에서 온난화로 인한 사고와 재난 소식이 끊이지 않고 들려온다. 이탈리아 돌로미티 빙하 붕괴로 10명이 사망했고, 미국의 캘리포니아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초대형 산불이 번져가고 있고, 북극 그린란드의 빙하가 녹아 하루 60억t의 물이 바다로 쏟아지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산업혁명 이후 땅속에서 퍼올린 석탄, 석유, 가스를 지나치게 사용하면서 이산화탄소의 농도 상승과 함께 시작됐다. 산업혁명으로 탄생한 기계와 전기 문명은 대규모의 기름과 석탄의 사용을 불러왔다. 그 결과 불과 200년 만에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278ppm에서 413ppm으로 49% 증가했다. 이산화탄소를 줄이려면 우선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면 된다. 이와 더불어 식물에 의한 이산화탄소의 흡수량을 늘려야 한다.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나무 최근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 클라우드연구소의 지구온난화 대응에 대한 연구결과 발표에서 1조그루의 나무를 심으면 기후 변화를 중지시킬 수 있다고 했다. ...

    1490호2022.08.05 14:37

  • [할 말 있습니다](12)모든 노동자에게 최저임금법 적용을
    (12)모든 노동자에게 최저임금법 적용을

    “후보로 최저임금 1만원을 내세우면 당선은 확실하겠네요.”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분위기가 실제로 그랬다. 모든 정당의 후보들이 실현 시기만 차이가 있을 뿐 최저임금 1만원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불과 5~6년 만에 상황은 정반대가 됐다. 2022년에 연거푸 치러진 대선과 지자체 선거에서 최저임금을 핵심 공약으로 내건 정치세력은 존재하지 않았다.어쩌다가 최저임금은 찬밥 신세가 돼버린 것일까. 최저임금이 너무 많이 올라서? 간단한 계산만 해봐도 사실이 아니다. 2017~2018년에 최저임금을 많이 올리긴 했지만 2019~2021년까지 인상률은 최악이었다.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부 5년간의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은 7.2%로, 박근혜 정부 4년간의 평균인 7.4%에도 못 미쳤다.“최저임금이 나랑 무슨 상관인데요?” “최저임금이 나랑 무슨 상관인데요?” 어쩌면 이 한마디에 지금 ...

    1487호2022.07.15 14:30

  • (11)충정아파트 철거, ‘용적률 사기극’ 돼선 안 된다

    서울시는 2019년 4월 현존하는 최고(最古) 아파트 중 하나인 충정아파트를 문화시설로 전면 보존(기부채납)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충정아파트가 포함된 서울 서대문구 마포로5구역 제2지구(이하 5-2지구)의 용적률 상한을 기존의 526%에서 595%로 대폭 상향시키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존의 용적률에 1할 이상을 얹어주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했다.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거주할 정도로 아파트라는 주거 형태가 보편화됐으나, 정작 원형이 된 초창기의 아파트들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현실을 반영해 내린 결정이었다. 특히 서대문구라는 서울 시가지 한복판에서 80년 넘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충정아파트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전문가가 다양한 연구를 통해 아파트가 가진 역사성과 보존의 당위성을 주장해 오고 있었다.한국 근현대사 그 자체인 충정아파트1937년 일본인 도요타 다네마쓰가 지은 충정아파트는 상·하수도는 물론이고, 수세식 변기와 가스&midd...

    1484호2022.06.24 17:14

  • [할 말 있습니다](10)“노조 좋아요님” 닉네임은 안 불러주는 미국 스벅
    (10)“노조 좋아요님” 닉네임은 안 불러주는 미국 스벅

    커피를 주문하면 진동벨이나 번호 대신 앱 가입 시 설정한 닉네임으로 불러주는 ‘콜 마이 네임’ 서비스. 고객들과의 친근함을 강조하는 스타벅스의 정책이 바뀌고 있다. “노동조합(union), 단결한 노동자(workers united), 이런 닉네임을 사용하는 고객에겐 닉네임으로 부르지 말고 그냥 음료 이름으로 안내해주세요.” 미국의 스타벅스가 최근 전국의 매장 관리자들에게 보낸 e메일 내용이다.수십년 동안 무노조 정책을 유지해 오다가 지난해 12월 버펄로의 한 매장에서 시작된 노조 결성 운동이 반년도 지나지 않아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급기야 스타벅스를 지금의 반열에 올려놓았던 하워드 슐츠가 최고경영자(CEO)로 컴백했는데, 그는 최근 공개된 관리자들과의 대담 자리에서 “미국에 노조할 권리가 있지만 안 할 권리도 있다”는 궤변으로 반노조 선동에 나서기도 했다.이 노골적인 간담회에도 불구하고 스...

    1477호2022.05.06 14:52

  • [할 말 있습니다](9)바람 잘 날 없는 쌍용차
    (9)바람 잘 날 없는 쌍용차

    쌍용자동차 매각이 쳇바퀴를 돌고 있다. 자신만만하던 에디슨 모터스는 인수 자금도 마련하지 못하고 꼬리를 내렸다. 에디슨 모터스는 국내 전기버스 생산업체로서 명성을 쌓아왔다. 매출 규모는 쌍용차와 비교할 때 매우 작아 인수 후보자로 선정되고 나서부터 “새우가 고래를 삼키려 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쌍용차는 한때 친환경차의 대명사였던 클린 디젤차와 세계적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및 고급차의 명가로 이름을 날렸다. 외환위기로 인해 외국 자본에 매각되면서 핵심역량을 상실해왔다.일반적으로 완성차업체가 매물로 나오면 동종 산업이나 이종 산업 내 기업들과 재무적 투자자가 인수자로 나선다. 자동차산업은 자금력과 역량이 우월한 기업들이 부실 업체를 인수해왔다. 쌍용차는 1차 매각부터 단추를 잘못 끼웠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중국 상하이 자동차에 쌍용차를 매각했기 때문이다.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인수하자 일각에서는...

    1476호2022.04.29 15:35

  • [할 말 있습니다](8)‘킴리아’ 건보 등재만으론 부족하다
    (8)‘킴리아’ 건보 등재만으론 부족하다

    지난 4월 1일, 건강보험 역사에서 기억할 만한 발걸음이 있었다. 약효가 명확한 신약이 있지만,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죽음을 기다리던 환자들에게 생명의 소식이다. 바로 백혈병 항암치료제 ‘킴리아’ 신약의 건강보험 적용이다. 지금까지 치료를 받으려면 약 5억원을 내야 했지만, 이제는 소득에 따라 100만~600만원만 부담하면 된다.킴리아는 한국에서 제1호 첨단바이오의약품이다. 2020년에 시행된 첨단재생바이오법에 따라 환자의 세포·조직이나 유전물질 등을 원료로 한 의약품이다. 킴리아는 환자에게서 추출한 면역세포(T세포)에 환자의 암세포 정보를 인지하도록 배양한 후 다시 환자에게 주사하는 환자맞춤형 항암제다. 환자의 면역세포를 활용해 암세포만을 유도탄처럼 공격하므로 치료 효과가 탁월하다. 항암 치료에 쓰는 대부분의 약이 과거에는 부작용이 많은 화학 항암제들이었으나 글리벡과 같은 표적항암제, 환자의 몸에 존재하는 면역체계를 이용한 면역항암...

    1474호2022.04.18 13:32

  • [할 말 있습니다](7)카카오, 알맹이 빠진 배차 알고리즘 공개
    (7)카카오, 알맹이 빠진 배차 알고리즘 공개

    “카카오택시 영업비밀 배차시스템 공개 초강수”, “콜 몰아주기 논란에 카카오, AI 배차 구조 공개 정면 대응…”. 지난 4월 4일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배차 알고리즘에 대한 설명을 홈페이지에 게시하자 일부 언론이 보인 반응이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뜨거운 쟁점이 불거질 때마다 “(다양한 변수와 항목을) 적절히 고려해 실제 배차시스템에 적용하는 일은 매우 복잡하다”거나 “이러한 어려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등의 추상적인 문구로 빠져나가기 일쑤였다.충성도 높은 기사에 우선 배차 카카오가 AI 배차시스템을 운영하면서 고려하는 핵심변수는 무엇일까? 앱을 켜고 카카오택시를 부르면 순차적으로 5분 거리, 7분 거리, 10분 거리의 기사에게 요청을 보낸다는 메시지가 뜬다. 승객 입장에서는 도착예정시간이 배차의 가장 중요...

    1473호2022.04.08 14:54

  • [할 말 있습니다](6)푸틴의 전쟁, 그리고 글로벌 안보환경의 미래
    (6)푸틴의 전쟁, 그리고 글로벌 안보환경의 미래

    러시아의 붉은군대가 ‘선’을 넘은 지 40여일이 지났다. 지난 2월 24일 모스크바 시각으로 오전 5시 50분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직후 러시아군이 전격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서부 지역을 제외하고 전 축선에 걸쳐 비선형 동시통합작전을 감행했다. 개전 2일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수도 키이우의 함락을 우려하며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청했다. 러시아는 침공 3일 만에 우크라이나와 휴전 협상을 협의하는 등 전쟁은 러시아군의 의도대로 종결될 가능성이 우세해보였다.하지만 우크라이나 국민이 결사항전의 의지로 러시아군에 맞서면서 전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 등 국제사회가 강력하고 속도감 있는 제재를 시행해 러시아의 경제를 봉쇄하고 있으며, 대전차 미사일과 탄약 등 전략물자를 우크라이나에 공급하고 있다. 여기에 모스크바는 물론 세계 각지에서 확산되는 반전여론...

    1472호2022.04.01 1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