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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 말 있습니다](25)‘플라스틱 오염’에서 벗어나려면
    (25)‘플라스틱 오염’에서 벗어나려면

    지난 2월 10일 호주 자선단체인 민더루재단(the Minderoo Foundation)이 글로벌 100대 기업 순위를 발표했다. 100여개 기업 중 무려 다섯 개 국내 기업이 순위권에 들었다. 평가 주제는 안타깝게도 ‘플라스틱 폐기물 제조업체 지수(The Plastic Waste Makers Index 2023)’였다. 즉 기업이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조사하고 평가해 순위를 매긴 것이다. 보고서에서 공개한 플라스틱 폐기물 발자국 100대 기업의 순위표에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LG화학, SK이노베이션 그리고 대한유화까지 모두 5개의 한국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롯데케미칼이 한국 기업 중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플라스틱 오염의 주범으로서 ‘롯데’의 이름을 보는 것은 낯설지 않다. 롯데그룹은 그린피스가 3년 연속 진행한 플라스틱 사용량 조사에서 상위권을 차지해왔다. 롯데칠성음료는 2020년과 2021년...

    1516호2023.02.17 11:05

  • [할 말 있습니다](24)건강보험 위기? 마녀사냥 멈춰라
    (24)건강보험 위기? 마녀사냥 멈춰라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말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케어(문케어)를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인기영합적 포퓰리즘 정책”으로 규정하고, “재정 파탄을 가져와 커다란 희생을 강요하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정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건강보험 재정위기의 주범으로 지목하면서 사실상 폐기를 선언한 것이다.정말 건강보험이 재정위기이고, 문케어가 재정위기의 주범일까? 전혀 아니다. 2017년 문케어를 시작할 때 20조원이었던 건강보험 누적적립금은 문케어가 끝나가는 2021년 말 기준 여전히 20조원으로 변화가 없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 저축한 돈을 쓰지 않았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건강보험이 재정위기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혹시 건강보험료를 너무 많이 걷어 적립금이 안 줄어든 것일까? 이도 사실이 아니다. 문케어 기간 5년(2017~2021)간 인상률은 2.3%로 문케어 이전 10년(2007~2016)간 건강보험...

    1513호2023.01.27 14:42

  • [할 말 있습니다](23)플라스틱 끊기, 정부·기업이 나서야
    (23)플라스틱 끊기, 정부·기업이 나서야

    2022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다. 회사 동료나 지인, 가족과 모임을 하며 올해를 되돌아보는 사람이 많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2년 넘도록 지속해왔기에, 모임에 대한 규제가 풀린 지금은 직접 마주하는 가족, 친구들과의 교류가 더 반갑고 따뜻하게 다가온다.플라스틱으로 가득한 연말 파티 여유롭고 따뜻한 연말 모임에서 음식이 빠질 수 없다. 인원에 맞춰 음식을 준비하거나 배달을 시키고 마실거리 등을 준비한다. 기쁜 마음으로 가득 담은 장바구니를 들여다보면 플라스틱을 쓰지 않은 물건이 별로 없다. 일회용 용기부터 포장재로 둘러싸인 각종 식재료까지 모든 게 플라스틱이다.모임이 끝나고 쓰레기를 정리하다 보면 산더미처럼 쌓인 플라스틱 쓰레기와 마주한다. 지구에 크게 잘못된 행동을 하는 것 같은 죄책감도 든다. 불편한 마음을 털어내고자 열심히 분리배출을 해보기도 하지만, 이 플라스틱이 과연 제대로 재활용될지 의문이 든다.그린워싱에 감춰진 플라스틱 생...

    1509호2022.12.23 11:37

  • [할 말 있습니다](22)유네스코는 왜 등재 유산을 삭제했을까
    (22)유네스코는 왜 등재 유산을 삭제했을까

    “의견 없으십니까?”, “8번 의안 채택합니다.”의장이 엄숙한 목소리로 의사봉을 내리치자 회의장 곳곳에서 환희의 반응과 함께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무겁고 숙연하던 분위기는 한순간에 바뀌었다.지난 12월 2일 모로코 수도 라바트에서 열린 제17차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 정부간위원회에서 벨기에 도시 아트(Ath)에서 열리는 가장행렬(뒤카스·Ducasse) 축제가 유네스코 유산목록에서 삭제됐다. 흑인 노예 캐릭터가 등장해 인종차별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후 3년 가까이 끌어 오던 문제가 결론을 찾는 순간이었다. 2003년 유네스코총회가 무형문화유산보호에 관한 협약을 채택한 이후 유네스코 무형유산에 등재된 유산이 그 지위를 박탈당한 두 번째 사례다. 첫 사례는 2010년 유네스코 무형유산에 등재됐다가 유대인을 비하하는 인형을 등장시켜 2019년 유산 목록에서 퇴출된 벨기에의 알스트 축제이다.흑인 희화화...

    1508호2022.12.16 11:30

  • [할 말 있습니다](21)‘열심’을 자책하지 않는 사회로
    (21)‘열심’을 자책하지 않는 사회로

    “나는 왜 아프게 태어났어?” 아이의 물음에 엄마는 말문이 막힌다. 10여년 동안 일한 대가가 이런 것일 줄 꿈에도 몰랐다. 맡은 바 책임을 다하려고 힘들어도 꾹 참고 일했을 뿐이다. 그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이럴 줄 알았다면 열심히 하지 말걸, 엄마는 자신을 탓한다. 열심히 살았을 뿐인 사람이 자신의 ‘열심’을 자책하는 건 이상한 일이다. 아이가 아픈 건 엄마의 탓이 아닌데, 아이의 잘못은 더더욱 아닌데. 그러면 뭐가 문제였을까.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 ‘반올림’이 기획해 지난 10월 나온 책 <문제를 문제로 만드는 사람들>(희정·오월의봄)은 반도체 산업 현장인 일명 ‘클린룸’에서 일했던 여성들과 그 자녀들의 직업병을 기록했다. 클린룸은 생식독성 물질로 가득했다. 생식독성이란 생물체의 생식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약물이나 화학물질의 독성을 뜻한...

    1506호2022.12.02 11:09

  • [할 말 있습니다](20)응급실의 지구, 메스는 함께 들어야 한다
    (20)응급실의 지구, 메스는 함께 들어야 한다

    “지구는 여전히 병원 응급실에 있다, 우리는 지금 급격하게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하지만 이번 COP 회의에서 이 문제를 다루지 못했다.”(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지난 11월 6일부터 18일까지 계획됐던 유엔 기후변화협약 제27차 당사국총회는 막판 합의에 진통을 겪으면서 지난 20일 가까스로 종료됐다. 최종 합의문에 그동안 남반구 국가(개발도상국)들이 꾸준히 요구해오던 ‘손실과 피해’ 해결을 위한 기금 마련에 합의를 이뤘다. 그래서 이번 회의는 남반구 국가와 기금 설립을 함께 요구해온, 기후위기 최전선에 노출된 공동체와 시민사회 등의 승리로 평가받고 있다. ‘손실과 피해’는 기후변화로 인해 빈도가 늘어나고 강도가 세진 태풍, 폭염, 가뭄, 홍수 등의 극한 기상 현상과 평균기온 및 해수면 상승과 같은 점진적인 변화로 야기되는 기후변화의 부정적 측면을 다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 때문에 1990년...

    1505호2022.11.25 14:28

  • [할 말 있습니다](19)전 세계 배달 라이더들 ‘분노의 질주’
    (19)전 세계 배달 라이더들 ‘분노의 질주’

    “사람들은 우리 배달 라이더가 파업할 수 없을 거라 말하죠. 건당 배달비를 받는 경쟁 때문에 힘을 모을 수 없을 거라고요. 우리 말고도 여러분 집으로 배달을 해줄 배달원들이 많이 있으니까, 회사는 우리가 결국 지쳐서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거라고 말합니다. 우리 대답은 이겁니다. 아니오(No)!”올해가 시작된 1월, 플랫폼 노동자 투쟁의 첫 포문을 연 것은 영국 배달 라이더였다. 놀랍게도 이들의 파업은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돼 반년 넘게 지속됐다. 배달 플랫폼 ‘저스트이트’, 이들의 배달을 대행해온 ‘스튜어트’가 기본 배달단가를 무려 24%나 삭감해 버리자 이에 분노한 라이더들이 파업을 시작했다.2월은 튀르키예, 3월은 미얀마, 4월 포르투갈, 5월 아랍에미리트(두바이), 6월 네덜란드, 7월 독일, 8월 말레이시아, 9월 프랑스, 10월은 이탈리아·한국·태국&midd...

    1503호2022.11.11 15:05

  • [할 말 있습니다](18)숨겨선 안 될 비밀
    (18)숨겨선 안 될 비밀

    원자력발전소는 ‘가’급 국가보안시설이다. 원전 출입자는 지문을 등록하고 출입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원전 관련 정보와 내부 촬영물의 유출도 엄격히 통제된다. 원전사고가 발생해도 1·2등급 사고만 보고하면 된다. 이런 철통같은 보안체계가 위험한 원전을 더 큰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지금 월성원전이 그렇다. 방사성물질이 줄줄 샌다는 언론보도와 내부고발이 이어지는데도 관계당국은 이것이 심각한 사안임을 부인하고 있다. 국내 원전을 관리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황주호 사장은 지난 10월 1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위) 국정감사장에 출석해 월성원전의 누설 여부를 묻는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누설은 없다”고 당당히 답했다. 최근 양이원영 국회의원실이 한수원에서 입수한 국정감사 자료는 황 사장의 주장과 달랐다. 자료에는 월성 1호기 수조 밖에서 방사성물질이 지속적으로 검출된 사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1501호2022.10.28 11:00

  • [할 말 있습니다](17)‘외국인 육아도우미’ 무엇이 문제인가
    (17)‘외국인 육아도우미’ 무엇이 문제인가

    서울 성북구 소재 라파엘클리닉에서는 매주 일요일 ‘이주민을 위한 무료법률상담’ 부스가 열린다. 이주노동자 무료진료소인 라파엘클리닉에 방문한 이주노동자들이 법률적인 이슈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을 때 물어볼 수 있도록, 진료소 한켠에 이주민센터 ‘친구’가 마련한 작은 공간이다. 어느 추운 겨울날이었다. 진료대기를 위해 줄을 길게 늘어서 있는 틈을 비집고 한 중년 여성이 부스 앞 간이의자에 앉았다. “어떤 큰 회사 사장님의 집에서 10년 넘게 아이를 돌봤는데 한순간에 쫓겨났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듣지 못하고 나온 것이 억울하다. 10년 넘게 일했는데 퇴직금 한푼 못 받았다. 이게 말이 되나?” 이분은 아이가 갓 태어났을 때부터 학교에 다닐 때까지 입주 육아도우미로서 아이를 먹이고, 놀아주고, 중국어와 수학을 가르쳤지만 한편으로는 비정규 노동자로서 언제든 쫓겨날 수 있는 상태이기도 했다.돌...

    1498호2022.10.07 14:01

  • [할 말 있습니다](16)우리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
    (16)우리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

    노동조합과 투쟁하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손해배상은 노동자의 삶을 파괴하고 인권을 파괴하는 행위다. 실제로 손배·가압류로 인해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가. 기업은 ‘재산권’을 이야기한다. 이는 돈과 사람의 목숨을 저울질하는 비인간적인 사고방식을 그대로 드러낸다.노동자가 수백 번 죽었다 살아나도 갚지 못하는 금액을 배상하라는 의도는 분명하다. 노동자가 가지고 있는 기본권과 인권을 박탈했을 때, 기업은 노동자들을 더욱 손쉽게 돈벌이 수단으로 묶어둘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여름, 거제 대우조선해양에서 일하는 하청노동자들은 ‘돈벌이 수단’이길 거부했다. 위험한 노동현장에서 안전하게 일을 하고, 배를 만드는 숙련 노동자로서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고자 했다. 대우조선해양이라는 기업에서 ‘수단’이 아닌 구성원이 되길 요구했다. 이들의 요구에 대한 대우조선해양의 답은 470억원의 손해를...

    1497호2022.09.30 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