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사회>의 저자로 잘 알려진 재독 철학자 한병철은 성과사회의 과잉활동과 과잉자극에 맞설 수 없는 현대사회의 일면을 비판한 적이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지금 우리는 ‘위기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아프리카의 질병, 북한의 인권문제, 국토에 마구 뿌려지는 농약과 제초제 등 유해물질과 같은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있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아무도 귀 기울여 듣지 않아서 별 반향도 없는, 이른바 ‘소리 없는 위기(silent crisis)’는 더 심각한 실정이다.우리나라 농경지와 골프장에 제한 없이 뿌려지는 유해물질이 몇십만t 규모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다. 유해물질에 대한 생산통계는 있으나 소비통계가 없어서다. 쌀을 평생 연구해온 전문가로서 땅과 유해물질 그리고 농작물의 치명적인 순환 관계를 생각할 때 이만저만 걱정스러운 게 아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생물학적 위해요소의 발생과 위험 정도는 과거보다 크게 증가할 것으...
1532호2023.06.09 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