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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 말 있습니다](35)식물 의·약사 제도 왜 시급한가
    (35)식물 의·약사 제도 왜 시급한가

    <피로사회>의 저자로 잘 알려진 재독 철학자 한병철은 성과사회의 과잉활동과 과잉자극에 맞설 수 없는 현대사회의 일면을 비판한 적이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지금 우리는 ‘위기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아프리카의 질병, 북한의 인권문제, 국토에 마구 뿌려지는 농약과 제초제 등 유해물질과 같은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있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아무도 귀 기울여 듣지 않아서 별 반향도 없는, 이른바 ‘소리 없는 위기(silent crisis)’는 더 심각한 실정이다.우리나라 농경지와 골프장에 제한 없이 뿌려지는 유해물질이 몇십만t 규모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다. 유해물질에 대한 생산통계는 있으나 소비통계가 없어서다. 쌀을 평생 연구해온 전문가로서 땅과 유해물질 그리고 농작물의 치명적인 순환 관계를 생각할 때 이만저만 걱정스러운 게 아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생물학적 위해요소의 발생과 위험 정도는 과거보다 크게 증가할 것으...

    1532호2023.06.09 11:23

  • [할 말 있습니다](34)정책·철학 다 실종…문화도 ‘퇴행’했다
    (34)정책·철학 다 실종…문화도 ‘퇴행’했다

    윤석열 정부 1년에 대한 평가는 사회 전 분야에서 참담한 수준이다. 문화 분야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타 분야에 비해 존재감이 미미했고, 상대적으로 큰 실책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농담처럼 “그나마 다행이지 않냐?”는 자조적인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문화정책은 역대 이전 정부들에서도 관심사에서 벗어나 있거나 부수적인 것으로 취급받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큰 틀에서 보면 정책 방향이나 내용 면에서 별 차이를 발견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정부마다 나름 문화정책의 목표와 방향은 존재했다. 정책적으로 독자적인 특징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윤석열 정부의 문화정책은 그야말로 아무런 특징도 찾을 수 없는, 문화정책의 부재 상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지난 1년간,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회의 현안 질의 과정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내용이 ‘청와대 이전에 따른 활용 방안’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청와대 ...

    1531호2023.06.02 11:29

  • [할 말 있습니다](32)‘세기의 골’ 넣을 현대차의 기회
    (32)‘세기의 골’ 넣을 현대차의 기회

    올해 1분기 현대차그룹의 합산 이익이 6조원을 넘었다. 현대차는 9.5%, 기아는 12.1%의 영업이익률을 올렸다. 토요타보다 영업이익률이 높았다. 단순히 가성비 좋은 차라는 인식을 넘어선 듯하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684만대를 팔아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 순위에서 토요타, 폭스바겐에 이어 세계 3위에 올라섰다. 국내 한 증권사는 현대차그룹이 2026년 세계 1위에 오를 수 있다는 예측까지 내놓았다. 현대차그룹이 그러나 지금처럼 내연차 생산에 집착하면, 이런 장밋빛 전망은 신기루로 끝날 수도 있다.IEA 사무총장 “전기차발 역사적 변혁 일어날 것”지금 자동차 시장의 대세는 전기차로 빠르게 기울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판매된 8063만대의 차량 중 802만대가 배터리 전기차였다. 10대 중 1대꼴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지난 2월 발간한 <2022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 실적 분석>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배터리 전기차 ...

    1530호2023.05.26 11:01

  • [할 말 있습니다](31)지방대 몰락위기에 시장주의가 해법인가
    (31)지방대 몰락위기에 시장주의가 해법인가

    이주호 교육부가 지방대 ‘소멸’위기에 대응하는 파격적일 정도의 새로운 대학정책을 내놓았다. 중앙정부가 행사하던 대학지원의 행정적·재정적 권한을 지자체에 이양하고 향후 대학재정지원사업 예산의 50% 이상을 넘기는 것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혁신 대학지원체계(RISE·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 구축사업이 그것이다. 여기에는 지역대학 가운데 30개 내외의 대학을 글로컬대학으로 지정해 대학마다 5년간에 걸쳐 약 1000억원의 재정을 지원하는 ‘글로컬대학 30’ 사업도 포함돼 있다. 이 같은 권한 이양과 대규모 지원은 일찍이 없었던 일로, 각 지방정부와 대학들은 향후 이 두 사업의 중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리라고 본다. 지자체가 대학관리의 권한을 위임받았던 적도 없고, 그런 역량을 갖추고 있지도 않기 때문에 이런 시도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미지수일...

    1528호2023.05.12 14:40

  • [할 말 있습니다](30)윤석열 케어가 만들 의료 디스토피아
    (30)윤석열 케어가 만들 의료 디스토피아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사절단에 장지호 닥터나우 대표가 참석했다. 비대면 진료의 형식이나 기술적인 측면에서 미국의 현지 헬스케어기업과 비교해 특별한 경쟁력이 있다고 볼 수도 없는 스타트업 대표의 동참을 보면서 의아스러웠다. 기술 수출이나 해외 진출 등에 특별한 장점을 가진 회사라고 보기도 어렵다. ‘방미’ 외에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닥터나우를 향한 윤석열 대통령의 총애는 긴 역사가 있다. 둘이 밀접한 친분을 과시하던 대선 후보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 대표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참여했다. 최근 비대면 진료 관련 보건복지부 장·차관들의 발언을 살펴보면, 국가를 대표하는 보건복지부의 공무원인지 닥터나우의 직원인지 의심이 될 정도로 일방적으로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비대면 진료는 충분히 숙고하고 추진해도 될까 말까 한 사안이다. 사설 업체들 살리겠다고 무리한 시범사업까지 벌이려는 정부의 ...

    1527호2023.05.05 12:21

  • [할 말 있습니다](29)‘동물학대’ 소싸움 대안 고민할 때다
    (29)‘동물학대’ 소싸움 대안 고민할 때다

    전북 정읍시청 앞에서는 매년 시의회 예산심의가 있는 11월과 12월 사이 1인 시위가 벌어진다. 2017년부터 6년 동안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눈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동물학대 소싸움대회 예산 삭감하라!”는 손팻말을 든 1인 시위는 멈출 줄 모른다(‘전통이란 이름의 학대 정읍 소싸움 폐지 목소리’ 경향신문(khan.co.kr) 2022년 12월 15일 기사 참고).정읍시는 소싸움 반대 활동이 전국에서 가장 활발한 곳이다. 전국의 동물보호단체들도 주목하고 있다. 그만큼 소싸움협회를 편드는 시민과 이를 반대하는 시민 간 갈등도 크다. 이처럼 정읍시가 소싸움대회를 둘러싼 갈등의 중심지로 떠오른 계기는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7년 정읍시가 축산테마파크사업으로 포장된 상설 소싸움장을 건설하려 했다. 녹색당과 정읍시민들은 ‘동물학대 소싸움도박장 건립반대 정읍시민행동’을 결성했다. 2년여 동...

    1526호2023.04.28 10:56

  • [할 말 있습니다](28)우리가 먹는 장어, 대부분 불법조업
    (28)우리가 먹는 장어, 대부분 불법조업

    많은 시민이 살면서 한 번쯤 기력에 좋다는 장어를 먹어봤을 것이다. 피로 해소부터 혈액순환과 피부미용, 심지어는 정력에도 좋다는 이유로 장어를 찾는다. 하지만 우리가 보양식으로 즐겨먹는 장어는 대부분 불법적이고 파괴적인 어업으로 잡힌 것이다. 이로 인해 해양생태계가 망가지고 있다.3000㎞를 헤엄쳐온 뱀장어 우리가 다르다고 생각하는 민물장어와 바닷장어는 사실 ‘뱀장어’라는 하나의 종이다. 뱀장어는 민물과 바다를 오가며 생활한다. 주로 민물에서 발견되기 때문에 대중은 민물장어라고 인식한다. 새끼 뱀장어일 때 우리나라로 헤엄쳐온 뱀장어는 민물에서 자란 뒤 새끼를 낳기 위해 다시 바다로 나간다. 우리나라에서 3000㎞ 떨어진 마리아나 해구로 이동해 산란한다고 알려져 있다. 여기서 태어난 새끼는 다시 바다를 거슬러 우리나라 강 하구로 돌아온다. 수천㎞ 떨어진 곳에서 태어난 새끼 뱀장어가 어떤 원리로 우리나라에 돌아오는지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실보다 ...

    1525호2023.04.21 13:56

  • [할 말 있습니다](27)불투명 시트지에 가려진 안전
    (27)불투명 시트지에 가려진 안전

    지난달(3월)에 겪은 일을 어제(4월 10일)도 겪었다. 한 여성이 편의점으로 급히 들어와서는 “어떤 남자가 뒤쫓아오는 것 같다”며 “너무 무서운데 경찰을 불러줄 수 있냐?”고 물었다. 조금 뒤 경찰이 왔고, 그는 그제야 비로소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었다. 우리 옆에서 벌어지고 있는 편의점 이야기다.어두운 골목에 밤늦도록 홀로 불을 밝히는 곳이 있다. 바로 편의점이다. 편의점은 현대인의 필수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편의점은 이제 시민들의 일상에 없어서는 안 될 공간이 되었다. 또한 여성안심지킴이, 미아 찾기 시스템, 무더위 대피소 등 사회안전망의 하나로서 지역에 순기능적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소상공인이 이윤을 창출하는 매장 운영자를 넘어서서 시민의 안전과 편의를 함께 지키는 골목 터줏대감이 된 셈이다.앞서 든 사례처럼 시민들은 어떤 곤혹스러운 순간이 발생할 때면 무의식적으로 편의점으로 뛰어들...

    1524호2023.04.14 14:19

  • [할 말 있습니다](26)잦아지는 산불, 대안은 간벌과 임도
    (26)잦아지는 산불, 대안은 간벌과 임도

    지난해 3월에 발생한 울진 산불은 213시간 동안 주택 319채를 포함 산림 약 2만㏊(6000만평)를 단숨에 집어삼킴으로써 그 규모와 기간에서 기록을 세웠다. 날이 갈수록 대형화되는 산불이 지구 온난화의 상징이고, 산불 예방이 곧 지구를 구하는 일이라며 여기저기서 목청을 높인 지 1년이 지났다. 올해도 여전히 산불 소식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산불은 반세기 넘게 가꿔온 숲을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만들어버린다. 산불의 피해 규모를 줄이고 발생 빈도를 낮출 수 있는 좀더 획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은 없는 것일까.산불의 원인과 해법을 본격적으로 찾기 전에 미국 산림청 홈페이지(2022년 3월 2일 발표)에 소개된 관련 자료를 잠시 살펴볼까 한다. 이 자료에 따르면 무성하고 촘촘하게 자란 숲이 미국 서부지역 산불 발생의 주요 요인 중 하나이며, 산불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으로 미국 산림청은 간벌(솎아주기)을 제시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스테이니슬라우스-투얼룸...

    1522호2023.03.31 11:24

  • [할 말 있습니다](26)설악 케이블카 동의, 환경부가 할 일인가
    (26)설악 케이블카 동의, 환경부가 할 일인가

    “국립공원, 자연을 담다! 사람을 품다! 미래를 열다!”2023년, 세 번째로 맞이한 ‘국립공원의 날’(3월 3일) 주제였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직접 서울신문의 칼럼에서 국립공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시민들에게 소개했다. 해당 칼럼은 교육적 측면도 있고, 꽤 읽기에 편한 글이다. 그가 ‘거짓말쟁이’라는 사실을 모른다면 말이다.한화진 장관과 환경부는 칼럼 발행일 하루 전인 지난 2월 27일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조건부 동의’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국립공원이자 백두대간 보존지역, 유네스코 생물권보존지역 등 보호받을 이유만 나열해도 한 문단을 꽉 채울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설악산이다. 이곳에 3.3㎞짜리의 케이블카를 꽂겠다고 말을 뱉고, 파렴치한 태도로 국립공원의 자연생태계를 지키겠다고 언급했다. 황당무계 그 자체다.여러 시민단체, 환경단체, 종교계와 정당들은 일제히 ...

    1519호2023.03.10 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