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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 말 있습니다](45)의약품 규제 완화의 역설
    (45)의약품 규제 완화의 역설

    최근 일부 언론이나 특정 시민단체 등에서 편의점 판매 의약품의 품목 확대, 의약품의 배달 허용과 같은 규제 완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흔히 신자유주의자들이 그러하듯, 의약품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 시장에 공급이 늘어나 의약품 가격이 내려가고, 서비스 품질은 올라간다고 주장한다. 약국의 숫자가 늘어나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고 제약 관련 서비스 범위가 커지니 소비자들로선 이득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폴란드는 왜 규제 완화에 역행할까폴란드에서는 2017년 4월 대통령이 ‘약사를 위한 약국(pharmacies for the pharmacists)’ 법안에 서명했다. 전문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는 한국에서는 쉽게 상상할 수 없는 내용의 법안이었다. 약국을 소유할 수 있는 사람을 약사로 한정했고, 거리 및 인구에 따른 신규 개설 규정까지 포함했다. 폴란드뿐만 아니라 에스토니아, 헝가리, 우크라이나와 같은 국가에서도 의약품 관련 정책에서 자유도를 낮...

    1565호2024.02.13 05:30

  • [할 말 있습니다](44)국악과 멀어져 버린 한국인들에게
    (44)국악과 멀어져 버린 한국인들에게

    1887년 고종황제는 내가 지금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학교의 이름을 배재학당(培材學堂)이라고 지었다. 미국의 감리교 선교사인 헨리 아펜젤러가 서울에 세운 근대식 중등교육기관으로 배재중학교, 배재고등학교, 배재대학교의 전신이다. 나는 국악을 공부하고자 한국으로 유학 오기 훨씬 오래전, 조선이 1932년에 들여온 최초의 그랜드피아노 중 한 대가 배재대학교에 보관돼 있다는 글을 읽었다. 이는 배재대학교에서 교수직 제의가 왔을 때 수락한 중요 이유로 작용했다.그 그랜드피아노는 현재 서울 정동에 있는 배재학당 역사박물관에 보존돼 있다. 그 안쪽에 한때 조선 최초로 인가된 서양식 학교인 배재학당 건물이 있다. 이 학교는 조선 학생들에게 찬송가를 통해 최초로 서양 음악 중 일부를 소개해 주었다. 배재학당 창립자인 아펜젤러의 친구인 메리 스크랜튼이 1925년에 이화여전에 정식으로 음악학과를 설립한 이후, ‘음악’이라는 말은 한국에서 오로지...

    1556호2023.12.07 07:00

  • [할 말 있습니다](43)다음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
    (43)다음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

    ■디지털 전환의 시대디지털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아주 구체적으로 일상에서 경험한다. 디지털에 의한 세상의 변화는 단지 도구나 방법이 바뀌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는 조직, 기업, 정부 등 활용 주체의 구성과 성격, 적용하려는 구체적인 대상의 정의와 구조, 다른 대상과 이루어지는 관계의 변화와도 관계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서 교육 분야를 보자면, 바로 얼마 전의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 시스템)의 오류 사례가 있다. 과거의 종이 기록으로 관리하던 교육환경은 이제 더는 상상할 수 없다. 시스템의 오류는 교육 구조 전체의 실패로 연결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문제로 인식된다. 종이에 쓰이던 개개인의 교육 관련 기록을 단지 컴퓨터 파일로 바꿔 저장하는 수준이 아니다. 교육 정보는 구조화된 데이터 집합으로 관리되며, 한 사람의 평생에 관계하며 영향을 준다. 의료 분야도 디지털 기반으로 바뀐 지 오래다. 병원에 진료를 접수하는...

    1554호2023.11.20 07:12

  • [할 말 있습니다](42)한 푼도 안 내는 정부가 왜 연금개혁 결정하나
    (42)한 푼도 안 내는 정부가 왜 연금개혁 결정하나

    미래 운명과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 과제를 국가에 맡겨놓을 수는 없다. 보험료 납입자와 연금수급자가 총회를 통해 자주적으로 보험료율과 급여율 등을 정해야 한다. 연금개혁의 결정권을 당사자들이 가져와야 한다는 뜻이다.현 정부가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노동, 연금, 교육 등 3대 개혁을 제시했다. 세 가지 개혁 과제 모두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시급하고도 절박하다고 하겠다. 특히 연금개혁은 인구의 급격한 고령화 추세와 맞물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당장 변화하지 않으면 미래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암담하다. 지난 10월 27일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안이 공개됐다. 그리고 맹탕 개혁안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연금이 도대체 뭐길래 이렇게 국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걸까, 아니 한쪽에선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고 반대 쪽에선 저출생으로 인구소멸마저 우려되는 상황에서 연금개혁의 방안이 있기는 한 걸까. 대다수가 연금 외에 이렇다 할 노후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연금제...

    1553호2023.11.13 07:00

  • [할 말 있습니다](41)국민공천 통해 정치 인재 발굴을
    (41)국민공천 통해 정치 인재 발굴을

    지난 20년간 우리 정치에 대해 모든 국민이 공감하는 바가 하나 있다. 그것은 경제도 세계 10위권, 한류 문화도 세계 톱클래스, 스포츠 위상도 글로벌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 딱 한 가지 정치만, 과거 ‘삼김 시대’에 자조적으로 읊조리던 삼류도 아닌 오점투성이 오류로 추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정을 앞세우면서 뒤로는 ‘아빠찬스’로 자녀 스펙을 채운 야당 고위층과 그들을 비호하는 야당 지지자들도 싫고, 이에 분노한 민심을 등에 업고 정의와 법치주의를 바로 세우겠다면서 정권을 잡아놓고 흘러간 옛 정권 인사를 재활용하질 않나, 이념대립으로 정치보복에만 열을 올리는 지금 여당도 꼴 보기 싫다는 탄식이 끊이질 않는다. 역대 최대 규모의 중도층이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다.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비리와 부패가 5년마다 교대하면서 반복적으로 불거지다 보니 루틴이 돼버린 느낌마저 든다. 허구한 날 정치보복으로 날을 새면서 피해는...

    1552호2023.11.03 11:12

  • [할 말 있습니다](40)‘죽음의 시장’ ADEX를 멈춰라
    (40)‘죽음의 시장’ ADEX를 멈춰라

    지난 10월 7일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교전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무기박람회 ADEX 반대 행동’을 준비하고 있었다. 나를 포함해 주변의 많은 평화활동가가 충격을 받았고, 무력감을 느꼈다. 그럼에도 이 글을 쓰는 지금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ADEX 반대 행동을 준비하고 있는 이유는 그것이 또 다른 전쟁을 막는 길임을 알기 때문이다.10월 17일부터 22일까지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3’이 열리고 있다. ADEX는 1996년 서울 에어쇼로 출발해 2009년부터 ADEX라는 이름으로 2년마다 개최된다. 항공우주 무기체계뿐 아니라 지상 무기체계도 전시되는 동아시아 최대 규모의 종합 무기박람회다.전쟁은 여기서 시작된다무기박람회는 두 가지 기능을 한다. 첫 번째는 무기와 군사 기술의 과시다. ADEX에는 매번 수십만명이 방문해 전차, 장갑차부터 전투기, 미사일까지 각종 첨단 무기체계를 구경한다. ...

    1550호2023.10.20 10:45

  • [할 말 있습니다](39) 기후동행카드 왜 찜찜하냐면
    (39) 기후동행카드 왜 찜찜하냐면

    지난 9월 11일 서울시가 월 6만5000원을 내면 서울 시내의 지하철, 버스, 따릉이 등 모든 대중교통수단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후동행카드’를 담은 계획을 발표했다. 2024년 1월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가는 기후동행카드가 도입되면, 연간 1만3000대가량의 승용차 이용이 감소하고 대중교통 이용이 늘어나며 연 3만2000t(2020년 기준 서울시 수송 분야의 0.4%)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있을 거라고 서울시는 내다봤다.2020년 기준 서울 시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18.1%가 수송 분야인 점을 감안할 때, 서울시가 기후위기에 대응하며 교통비 부담까지 덜 수 있는 방안을 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 기후동행카드가 서울시가 내세운 목표를 잘 달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오직 서울에서만첫째,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이 카드가 서울이 아닌 경기·인천 등에서는 쓰일 수 없다...

    1547호2023.09.22 11:24

  • [할 말 있습니다](38)양평고속도 논쟁, 기후위기 시대엔 새로운 발상 필요
    (38)양평고속도 논쟁, 기후위기 시대엔 새로운 발상 필요

    2017년 계획된 서울-양평고속도로의 경기 양평군 양서면 종점 계획안이 2023년 5월 양평군 강상면으로 변경된 이후 각종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고속도로 사업 자체를 돌연 백지화함에 따라 여야는 극심하게 대립했고, 정치권이 연일 시끄럽다. 김건희 여사 일가의 수혜 여부를 놓고 갈라진 양 진영은 교통 분담 효과, 건설비용, 자연환경 피해, 공학적 우위, 주민 편의성 등의 근거를 들며 연일 자신의 입장을 강변했다. 국민은 나들목(IC)과 분기점(JCT)의 구조적 차이와 지가 상승의 효과에 대해 난데없이 학습을 강요받는 상황에 이르렀다.이러한 공방 가운데 정작 근본적인 질문은 도외시되고 있다. 자가용 중심의 고속도로 건설이 과연 양평군민을 포함한 시민의 교통권을 진정으로 보장하는 방식인지, ‘개발’이란 이름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엄청난 혜택을 주는 것으로 포장되지만, 실은 대기업과 토호들 그리고 부동산 투기자들이 개발의 이익을 ...

    1539호2023.07.28 11:06

  • [할 말 있습니다](37)문화 대신 ‘개발’뿐인 오세훈식 문화정책
    (37)문화 대신 ‘개발’뿐인 오세훈식 문화정책

    지난 7월 4일 문화연대와 서울와치 등 시민단체는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세훈 시장이 한 244개 공약의 이행 평가와 함께 그가 내세운 5대 공약에 대한 서울시민 1000명의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예산 낭비가 우려되거나 목표 달성이 어려운 사업이 32개, 기후위기와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사업이 30개, 정치적·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사업이 29개로 나타났다. 막무가내 개발로 미래 가치를 훼손하는 사업도 26개, 계획이 부실하거나 미비한 사업은 19개로 드러났다. 무려 152개 공약사업에서 다양한 문제를 드러냈다고 본다.‘약자와의 동행’이란 시정 기조를 중심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고 강조하는 오세훈 시장은 “핵심 정책을 본격 추진한 결과 비로소 현장에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각계 시민단체가 최근 발표한 <서울시 공약 이행 1년 평가>자료집을 ...

    1537호2023.07.14 11:20

  • [할 말 있습니다](36)완벽한 챗GPT 뒤에 유령 노동자 착취가
    (36)완벽한 챗GPT 뒤에 유령 노동자 착취가

    영화 <설국열차> 후반부에 어린아이가 등장해 톱니바퀴를 돌리는 장면이 나온다. 스스로 완벽하게 굴러갈 것 같은 열차라는 자동화 시스템 속에서, 알려지지 않고 유령처럼 일하는 이 아이는 인공지능(AI) 시대에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유령 노동자(ghost worker)’를 떠올리게 한다.유령 노동자는 새로운 경제 형태의 등장으로 발생한 플랫폼 노동자의 한 분류다. 국제적으로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 정의를 두고 여전히 토론이 진행 중이다.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1년 대표발의해 심사 중인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의안번호 제8908호)에 따르면 플랫폼 노동자는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과 관계없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중개 또는 알선받은 노무를 제공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사용하지 아니하고 주로 자신의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보수 등을 받는 사람이다. 즉 그때그때의 노동수요에 따라 온라인...

    1534호2023.06.23 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