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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의 메타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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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주연의 메타뷰](7) “땅의 건축으로 서울의 100년 청사진 그리겠다”
    (7) “땅의 건축으로 서울의 100년 청사진 그리겠다”

    청와대와 도보로 7분 거리인 서울 종로구 창성동에 있는 온그라운드. 1층 카페 문을 열고 안쪽으로 들어가니 정원처럼 꾸민 작은 마당이 나온다. 카페 건물과 연결된 4층짜리 또 다른 건물의 앞마당이다. 계단을 타고 3층에 올라서니 3면 유리창으로 햇살이 환하게 비치고 테라스가 있는 널찍한 사무실이 나타났다. 중앙에 놓인 넓고 긴 책상 위에는 각종 물감과 붓, 직각자 등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턴테이블에서는 베토벤의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가 흘러나왔다. 얼핏 보면 화가의 작업실처럼 보였다.이곳은 조병수 건축가(65)의 개인공간이다. 3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조병수건축연구소(비씨에치오건축사사무소)는 반포에 있지만, 그는 매주 수요일과 주말이면 이곳에 나와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건축 아이디어를 구상하거나 청년기에 잠시 꿈꿨던 화가의 작업을 한다.테라스에서는 1910년대 지어진 적산가옥들과 그 사이를 이리저리 가르는 좁은 ...

    1471호2022.03.28 11:38

  • [박주연의 메타뷰](5)“에코 캠퍼스, 기후 솔루션의 산실 될 거예요”
    (5)“에코 캠퍼스, 기후 솔루션의 산실 될 거예요”

    매일 아침 8시, 오피니언 리더 2000명의 휴대전화에 문자 알림이 일제히 울린다. 그날의 주요 환경뉴스 클리핑 배달서비스다. 발신자는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58). 2016년부터 6년째 하루도 빠짐없이 해온 일이다.그는 환경재단(이사장 최열) ‘살림꾼’이다. ‘불도저’처럼 일한다. 왼손으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후원을 이끌어내고, 오른손으로는 그렇게 모금한 돈으로 환경 관련 각종 공익사업을 구상하고 실행에 옮긴다. ‘서울환경영화제’, ‘그린보트’, ‘4차 산업혁명 리더십 과정’ 등 환경재단 주요사업을 주도해왔다. 최근에는 대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자,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ESG 리더십 과정’ 등을 기획해 호응을 얻고 있다.환경재단은 오는 11월이면 스무 살이 된다. 20년 전 유일한 직원이자 사무국장으로 환경재단에 ...

    1470호2022.03.18 14:04

  • [박주연의 메타뷰](4)“또 다른 변희수의 죽음만은 막아야죠”
    (4)“또 다른 변희수의 죽음만은 막아야죠”

    2월 27일은 변희수 하사 1주기다. 육군 제5기갑여단에서 복무하던 중에 성전환 수술을 한 변 하사에 대해 육군은 심신장애 판정을 내리고 2020년 1월 강제전역 결정을 내렸다. 여군으로 살고 싶었던 변 하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고 전역처분 취소소송을 내 는 등 투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첫 재판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그의 죽음은 묻는다.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은 우리 사회에서 공존할 수 없냐고. 엄연히 존재하는 사회구성원으로서 차별받지 않고 꿈을 이룰 수 있는 권리에서 끝내 배제되는 거냐고. 답을 찾는 것은 남겨진 자들의 몫이다.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의 대표이자 인권재단 사람의 사무처장인 정민석씨(44)도 해법을 구하려, 변화를 일구려 고군분투 중이다. 동성애자로, 이미 인생에서 수많은 어두운 터널을 지나온 그는 동성애자인권연대 창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25년째 인권...

    1467호2022.02.25 15:01

  • [박주연의 메타뷰](3) “꾹 다문 노무현의 입술, 타살 아님을 확신했죠”
    (3) “꾹 다문 노무현의 입술, 타살 아님을 확신했죠”

    유재철씨(63)는 매일 아침 6시 서울 은평구 사무실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있다. 작은 불상 앞에 촛불 3개를 켜고 향초를 피운 후 기도를 한다. 그가 배웅한 고인들의 극락왕생을 위한 기도다. 그는 스스로를 ‘염장이’라 부른다. 염장이는 ‘염습(殮襲)’을 하는 사람이며, 염습은 고인을 마지막으로 목욕시키고 깨끗한 옷을 입혀 관에 모시는 일이다. 유씨는 염습 외에도 장례지도사로서 매장이나 화장, 묘소 조성, 봉안 등 장례 전반의 일을 진행한다.지난 29년 동안 그의 위로를 받으며 떠난 고인은 우리 사회 가장 낮은 곳에 머물던 불법체류노동자·무연고자부터 최고 권력 또는 재력가에 이르기까지 수천명에 달한다. 최규하·노무현·김대중·김영삼·노태우·전두환 등 전직 대통령 여섯명도 포함된다. 그에게 ‘대통령의 염장이’라는 별칭...

    1466호2022.02.18 13:57

  • [박주연의 메타뷰](2)“위트 있는 한국 속담, 이불에 담고 싶었죠”
    (2)“위트 있는 한국 속담, 이불에 담고 싶었죠”

    삼성은 1996년부터 명화를 넣은 VIP용 달력을 제작했다. 일반종이의 수십 배 가격인 전문 판화지에, 예술작품을 엄선해 한정판으로 제작하기에 특별한 가치를 인정받았다. ‘삼성에서 달력을 받았는지’ 여부가 사회적 지위를 가늠한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돌았다. 2000년부터 일반 판매를 시작했는데, 8만원(2005년도 기준)이라는 고가였음에도 새해가 되기도 전에 매진될 만큼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삼성은 2016년부터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등을 이유로 달력 제작을 중단했다.2020년 리움미술관이 한정판 달력을 다시 만들기 시작했다. 지난해 달력은 열두명 작가의 작품으로 구성했는데, 올해 달력은 오직 한 작가의 작품으로만 채웠다. 재불(在佛) 설치미술가 이슬기(50)의 누비이불 작품 12점이다. ‘이왕이면 다홍치마’, ‘우물 안 개구리’ 등 ...

    1464호2022.02.04 15:49

  • [박주연의 메타뷰]‘책방무사’ 2호점 연 요조 “능력자 돼야 한다는 강박에 저항할래요”
    ‘책방무사’ 2호점 연 요조 “능력자 돼야 한다는 강박에 저항할래요”

    차가운 도시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할 무렵, 서울 홍대 앞 길모퉁이의 오두막 같은 그곳에선 따스한 기운의 노란 불빛이 은은하게 내비치고 있었다. 모퉁이를 돌아 민트색 격자무늬 유리문을 열고 마주한 7~8평 정도의 아담한 공간은 서점이라기보다 예쁜 편집숍처럼 보였다. 음반과 LP가 진열된 벽면 아래 턴테이블에선 독일 밴드 콰드로 누에보의 보사노바 재즈곡 ‘MARE(바다)’가 흘러나왔다. 크고 작은 탁상시계들과 구형 TV 등 엔틱한 소품들도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했다. 여느 서점과 달리, 책의 종류와 수량은 많지 않았다. 오로지 책방 주인인 요조(41)가 큐레이션한 서적만 판매하기 때문이다.요조는 2015년 서울 종로구에 ‘책방무사’를 처음 열었다. 2016년에는 책방도, 집도 제주 성산읍으로 옮겼다. ‘책방무사’ 2호점을 서울 홍대 부근에 낸 건 두 달 전인 지난해 11월이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을 테다. 전...

    1463호2022.01.21 1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