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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의 메타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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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주연의 메타뷰](27)\'한국인 첫 국제콩쿠르 우승\' 81세 현역 피아니스트의 오늘
    (27)'한국인 첫 국제콩쿠르 우승' 81세 현역 피아니스트의 오늘

    “오늘 새 여권을 받아왔어요. 표지색이 초록색이었는데 이번엔 남색이에요.”그는 만나자마자 한껏 밝은 표정으로 외투 주머니에서 새로 발급받은 전자여권을 꺼내 흔들어보였다. 그러면서 “한국 여권이 미국 여권보다 더 많은 국가를 갈 수 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어머니의 나라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다”며 2019년 영구 귀국해 65년 만에 한국 국적을 회복한 그는 “행복하다”, “감사하다”는 말을 수시로 했다. 만 13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한국인 최초로 국제음악콩쿠르(1965년 리벤트리트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한동일씨(81) 이야기다.지난 11월 29일 그를 만난 건 오는 12월 9일 하트하트오케스트라 공연(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에 그가 협연한다는 소식을 듣고서였다. 2006년 창단된 하트하트오케스트라는 발달장애인들로 구성돼 있다. 지...

    1506호2022.12.02 11:09

  • [박주연의 메타뷰](26)정호승 시인 “반송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하여”
    (26)정호승 시인 “반송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하여”

    ‘봄길’, ‘고래를 위하여’, ‘슬픔이 기쁨에게’ 등 그의 시는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여러 편이 수록돼 있다. 고 김광석의 ‘부치지 않은 편지’, 고 이동원의 ‘이별노래’, 양희은의 ‘수선화에게’ 등 노랫말이 된 시도 70편이 넘는다. 그만큼 그의 서정시는 탄탄하면서도 읽는 이의 가슴을 흠뻑 적신다. 올해로 등단 50년을 맞은 정호승 시인(72) 얘기다.그는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 ‘첨성대’가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1979년 첫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를 시작으로 모두 14권의 시집을 펴냈다. 14번째 시집은 올해 9월 발표한 <슬픔이 택배로 왔다>다. 사랑과 슬픔, 죽음에 대한 깊은 사유와 성찰을 담은 시집이다.지난 11월 16일 정호승 시인을 만났다. 흰 머리...

    1505호2022.11.25 14:28

  • [박주연의 메타뷰](25)송경용 신부 “참사 유족들 슬픔 치유, 정부가 공간 제공해야”
    (25)송경용 신부 “참사 유족들 슬픔 치유, 정부가 공간 제공해야”

    지난 10월 30일 새벽, 송경용 신부(62)의 휴대전화가 쉴새없이 울렸다.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거였다. 믿기지 않았다. 사태 파악과 대응을 위해 그 역시 서둘러 여기저기 연락을 취했다. 그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생명안전시민넷’은 시민사회단체 중 제일 먼저 이날 성명서를 발표했다. 유족에게 정확한 정보 제공과 피해자·유족의 인권 보호, 선정적 보도 방지, 의료진이나 소방관 등 구호자들의 안전 보장, 생존자·목격자·구조대의 심리적 치료와 치유 등에 대한 요구사항이 담겼다.성공회의 송경용 신부는 ‘걷는 교회’ 주임사제다. 예배당 건물 없이 어떤 곳도 성소가 될 수 있다는 송 신부의 철학이 담긴 열린 교회다. 반도체 노동자 인권단체인 ‘반올림’ 농성장, 세월호 광장, KTX 해고 승무원들과 함께한 서울역,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를 위...

    1503호2022.11.11 15:06

  • [박주연의 메타뷰](24)“소설·뮤지컬을 변호사가? 선거 등 다양한 경험 덕”
    (24)“소설·뮤지컬을 변호사가? 선거 등 다양한 경험 덕”

    백색의 머리카락을 짧게 깎은 그는 작은 여성용 손가방을 들고 나타났다. 휴대전화 등 간단한 소지품을 넣고 다니기 편해 든다고 했다. 흔히 연상되는 중후한 중년의 남성 변호사 이미지와는 사뭇 달랐다. ‘겉멋’보다 ‘실용’을 우선하는 이라고 생각했다. 조광희 변호사(56) 얘기다.그는 칼럼니스트이자 소설가·에세이스트이기도 하다. 2018년 여러 매체에 써온 글을 엮은 산문집 <그래봐야 인생, 그래도 인생>과 추리소설 <리셋>을 잇따라 펴냈고, 지난해에는 SF소설 <인간의 법정>을 출간했다. 100년 후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안드로이드와 인간의 관계, 더 나아가 생명과 소수자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치열한 법정공방을 통해 던지는 작품이다. 최근에는 그가 직접 각색한 뮤지컬 <인간의 법정>이 서울 대학로 무대(12월 4일까지 아트원씨어터)에 올랐다.그의 이력은 꽤 다채...

    1502호2022.11.04 11:16

  • [박주연의 메타뷰](23)“제어할 수 없는 바로 그 순간, 달항아리에 생명이 피어난다”
    (23)“제어할 수 없는 바로 그 순간, 달항아리에 생명이 피어난다”

    수개월 전 한 동양화가의 집에서 본 달항아리(백자대호)에 두고두고 마음을 빼앗겼다. 달항아리는 화가의 거실 한 켠 쪽창 앞 반닫이 위에 놓여 있었다. 커다란 보름달이 휘영청 떠 있는 것 같았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1913~1974)도 “내 뜰에는 한아름 되는 백자 항아리가 놓여 있다. 달밤일 때면 항아리가 흡수하는 월광으로 온통 달이 꽉 차 있는 것 같다”고 예찬하지 않았던가. 김환기는 프랑스 파리에 머물 당시 달항아리를 그리면서 고국을 향한 그리움을 달랬다.영국의 유명한 현대 도예가인 버나드 리치(1887~1979)도 1935년 경성에서 조선의 달항아리를 구매하고 귀국하면서 “나는 행복을 안고 간다”고 말했다. 그가 평생 애지중지하던 그 달항아리는 현재 대영박물관에 소장돼 있다.김동준(41)의 달항아리는 조선의 백자 달항아리가 그러했듯 대지, 흙을 연상시키는 요철이 살아 있다. 흙이 불에 구워지면서...

    1501호2022.10.28 11:01

  • [박주연의 메타뷰](22)“절절한 돌싱 연기, 다 ‘X’ 덕분이죠”
    (22)“절절한 돌싱 연기, 다 ‘X’ 덕분이죠”

    “다올빠이어~?”그가 무대 위에서 수화기를 든 채 혀를 굴리며 발음하는 순간 관객은 빵 터졌다. 코미디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11월 6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보모 할머니로 목소리를 꾸민 채 전화한 전남편에게 이름을 묻는 순간, 수화기 건너편에서 한 남성을 쫓던 여성이 “다 오빠예요!”라고 외치자 내뱉는 대사다. 신영숙씨(47)는 이 작품에서 철부지 남편과 이혼한 워킹맘 미란다 역으로 출연 중이다. 수시로 여장한 채 배꼽을 잡게 하는 남자 주인공이 중심인 이 공연에서도 그의 찰진 연기는 빛난다.지난 9월 20일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 분장실에서 신영숙씨를 인터뷰했다. 그는 흥이 많고 유머러스했다. 자주 손뼉을 치며 “아하하하…” 하고 크게 소리 내 웃었다. 간혹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으로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었다. 폭발적 가창력으로 <모차르트!>에서...

    1497호2022.09.30 11:06

  • [박주연의 메타뷰](21)“거둬주세요, 하청공장 노동자 향한 연민의 시선을”
    (21)“거둬주세요, 하청공장 노동자 향한 연민의 시선을”

    청년 용접노동자 천현우씨(32)의 존재를 처음 인지한 건 지난해 4월이었다. 한 출판사 대표가 공유한 그의 페이스북 글을 읽으면서다. 4·7 재보궐선거에서 이대녀(20대 여성)·이대남(20대 남성) 표심이 엇갈리면서 그것과 관련한 논쟁이 뜨거울 때였다. ‘대한민국 최하층에서 바라본 20대 남성들의 이반 투표’라는 글귀로 시작하는 그의 글은 존재하는지조차 잊고 있던 변방에서 날아온 통렬한 ‘비수’ 같았다.그가 얼마전 자신의 이름으로 첫 에세이를 펴냈다. <쇳밥일지>(문학동네)다. 용접노동자로 일하면서 주간경향에 연재한 ‘쇳밥일지’와 ‘쇳밥이웃’에 전사(前事)를 더하고 개고해 묶은 책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8월 3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서둘러 소개하고 싶은 책을 만났다”고 추천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

    1495호2022.09.16 14:50

  • [박주연의 메타뷰](20)“나름 즐기며 살아온 우리, 계속 이렇게 살아가겠지”
    (20)“나름 즐기며 살아온 우리, 계속 이렇게 살아가겠지”

    백년가약을 맺은 1996년이 시작이었다. 신혼집 얻을 돈을 탈탈 털어 긴 여행길에 올랐다. 유럽 전역과 이집트, 캐나다 등지를 303일간 돌아다녔다. 이국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모아 몇년 후 <이우일·선현경의 신혼여행기>를 펴냈다. 딸 은서가 태어나자 셋이 다녔다. 1년에 두어 번씩은 꼭 일주일 이상 해외나들이에 나섰다. 본업인 ‘그림 그리고 글 쓰고’ 외에 ‘여행하고’도 이 부부의 일상이 됐다. 2015년부터는 아예 낯선 곳에 눌러앉기 시작했다. 미국 포틀랜드에서 2년, 하와이 오아후섬에서 2년을 살았다. 각자 그리고 같이 이곳에서의 생활을 산문집으로 펴냈다. < 랜, 무엇을 하든 어디로 가든 우리>와 <파도수집노트>, <하와이하다>가 그렇게 나왔다.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이우일씨(53)와 그림동화작가이자 역시 일러스트레이터인 선현경씨(52) 부부 얘기다....

    1494호2022.09.02 11:30

  • [박주연의 메타뷰](19)“협의 없이 몰래 재편집…쿠팡이 나를 속였다”
    (19)“협의 없이 몰래 재편집…쿠팡이 나를 속였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가 지난 6월 공개한 드라마 <안나>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이주영 감독(44)은 지난 8월 2일 쿠팡플레이가 이 드라마의 극본을 쓰고 연출을 한 자신을 배제한 채 8부작을 6부작으로 일방적으로 재편집해 작품을 훼손했다며 법적 공방을 예고했다. 하루 뒤인 3일 쿠팡플레이는 “수개월에 걸쳐 감독에게 구체적인 수정 요청을 전달했지만, 감독이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주영 감독은 이를 재반박했고, 이의태·정희성(촬영), 이재욱(조명), 박범준(그립), 김정훈(편집), 박주강(사운드)씨 등 <안나> 스태프 6인도 이주영 감독을 지지하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이 감독과 6인의 스태프는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6부작 <안나> 크레딧에서 자신들의 이름을 삭제할 것을 쿠팡플레이에 요구했다. 아울러 이 감독은 8부작 마스터 파일 그대로의 <안나> 공개도 촉구했다....

    1491호2022.08.12 13:32

  • [박주연의 메타뷰](18)44년차 베테랑 배우 예수정 “나에게 ‘연기’란 광활한 삶의 학원이죠”
    (18)44년차 베테랑 배우 예수정 “나에게 ‘연기’란 광활한 삶의 학원이죠”

    인터뷰할 때 배우 예수정씨(67)에게서 외견상 보이는 가장 큰 특징은 풍부한 표정이다. 그러한 표정의 8할은 그의 눈빛이 발산한다. 형형함에 희로애락이 교차하며 담긴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깊이 몰입해 있음을 느끼게 한다. 카메라로 그의 얼굴을 타이트하게 클로즈업하던 사진기자가 “눈에서 보여지는 다양한 감정표현에 감정이입돼 하마터면 눈물을 흘릴 뻔했다”고 고백했을 정도다. 화장기 하나 없는 민얼굴에 염색하지 않은 백발. 그는 “어느 순간부터 거울을 통해 내 얼굴을 보면 주름살과 흰머리가 편안하게 느껴져 평소 스킨과 에센스만 바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이듦이,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의 시간 속에 무엇이 있을지 궁금하다”고도 했다. 오히려 그에게선 생동감이, 성찰적 삶을 살아온 이의 부드러움이 동시에 느껴졌다.1979년 한태숙 연출가의 연극 <고독이란 이름의 여인>으로 데뷔했으니, 44년차 베테...

    1489호2022.07.29 1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