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 주물 불판에 놓였던 고기를 위장으로 떠나보내고 소주 한병이 거의 비어갈 무렵이었다. 아저씨가 남은 고깃덩어릴 싹 집어다가 내려놓는 동안 대화가 잠깐 끊겼다. 술자리에서 기자들에게 배운 인터뷰 기술을 활용해보기로 했다. 공백의 틈에 원하는 화두를 슬며시 밀어넣었다.사고 당일과 다음 날엔 부동산 뉴스만“듣자니께 건설 쪽 가셨담시롱? 그 판떼기는 사람 억수로 마이 다치지예?”두 눈 끔뻑대던 아저씨는 막잔을 치고선 비로소 운을 떼기 시작했다. “다치면 차라리 다행이지.” 아저씨는 동료가 다치는 건 종종 봤어도 죽는 걸 직접 본 건 처음이라고 했다. 1월 말쯤, 간만에 건설 쪽으로 복귀해 현장 분위기도 파악할 겸 까대기, 그러니까 지게를 멘 채로 위층에 자재 날라다 주는 일부터 시작하고 있었다. 오십 초반 중년이 감내하기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현장에서 쌓은 눈칫밥으로 아파트 한채는 쌓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1469호2022.03.11 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