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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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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13)나의 해고일지
    (13)나의 해고일지

    서울시내 한 대형교회에서 방송실 정규직 직원들을 계약직으로 외주화하고 이에 따르지 않은 직원들은 정리해고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외주 계약직을 거부한 8명의 정리해고자는 노조를 만들고 소송을 제기해 결국 부당해고를 인정받게 됩니다. 교회는 종교단체의 특수성을 강조하며 해고자들의 신앙을 문제삼으려 했지만, 신앙은 노동법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없습니다.“변호사님, 우리 교회 방송실을 외주 기업으로 넘긴다고 하네요, 사직서를 쓰라고 합니다.”“갑자기 외주요? 사유가 뭔가요?”“잘 모르겠는데, 전문성을 키우고 멀티플레이어로 만든다고 해요.”“외주 기업으로 안 가면 어떻게 된다고 하나요?”“정리해고한다는 것 같아요.”“부당하고 어려운 일이네요. 사직서를 한번 쓰면 돌이키기는 어렵습니다. 쓰실 건가요?”...

    1489호2022.07.29 14:16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12)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12)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실시하면 장년 근로자로 계속 일할 수 있고, 청년의 일자리도 늘어날 수 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호봉제를 실시하는 기업이 많은 한국의 현실에서 고임금 근로자에게 퇴직의 유인을 주고, 그래서 생겨난 자리에 청년을 고용한다는 정책은 그럴듯하기도 합니다.임금피크제와 연봉계약 중 우선은? A는 골프장·스키장을 운영하는 회사(문경레저타운)에 2003년부터 2016년까지 14년간 근무한 근로자입니다. A는 회사와 2014년 3월 7090만원에 연봉계약을 했습니다. 회사는 노조의 동의를 받아 ‘임금피크제 운용세칙’(취업규칙)을 제정·공고했습니다. 정년 2년 미만자에 기준연봉(임금피크제 적용 직전 연봉)의 60%, 정년 1년 미만자는 기준연봉의 40%였습니다.A는 회사에 임금피크제의 적용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했습니다. 회사가 삭감된 임금을 지급하자, A는 삭감되지 않은 임금을 ...

    1485호2022.07.01 14:51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11)고용상 성차별 당했다면 노동위 찾아가세요
    (11)고용상 성차별 당했다면 노동위 찾아가세요

    A는 상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사내 고충처리위원회에 상사의 성추행 피해 신고를 했습니다. 상사는 회사의 실세였습니다. 회사는 갑자기 한 달간 A에게 업무를 거의 부여하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다른 근로자들에게는 하지 않는 근태 감시를 A에게만 실시하고, 꼭 해야 할 외부 취재업무도 금지했습니다. 회사는 그렇게 A에게 업무상 불이익을 주다가, A의 의사에 반해 가해자와 같은 층에 있는 부서로 이동시켰습니다. 회사는 A를 기존 입사 때 선발한 직군인 ‘기자’와 무관한 ‘연구원’으로 바꿔 전보했습니다. 급여가 낮아졌고 보너스도 깎였습니다.신고에 대처하는 회사의 자세 ‘남녀고용평등법’이 있습니다. 1987년에 제정한 이 법에는 ‘누구든지’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그 사실을 해당 사업주에게 신고할 수 있습니다. 회사는 피해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적절한 조...

    1481호2022.06.03 11:23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10)이것은 사직인가 해고인가
    (10)이것은 사직인가 해고인가

    A는 2019년 1월 제과·제빵업체 I사에 제빵 생산관리 책임자로 입사했습니다. 대표 B는 A가 본사에 반품 문의를 했다고 거짓말을 한 점을 질책했습니다. 2019년 5월 B는 A에게 “이렇게 거짓말하면 같이 일 못 합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A는 B에게 “그럼 내가 그만두면 되겠네요”라고 했습니다. A는 그러면서 제빵실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B는 제빵실로 와서 다시 A에게 “나간다고 그러지 않았나요. 일을 왜 하고 있어요”라고 했습니다. A는 그 뒤 집으로 갔고, 출근하지 않았습니다. A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내가 그만두면 되겠네요?”법원은 “설령 A가 B의 첫 번째 질책에 대해 ‘그만두면 되지 않느냐’라는 의사를 표현했다고 하더라도, 그 자리를 떠나 제빵실로 가서 근무하고 있었다면, 앞서 한 ...

    1477호2022.05.06 14:51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9)채용비리는 무죄다
    (9)채용비리는 무죄다

    어느 삼계탕 가게에서 한국고속철도 기장으로 근무하다가 정년퇴직하고 계열사 회사의 경력직 기장 채용절차에 지원 예정인 사람이 회사의 노사업무 담당자 A와 만났습니다. 지원자는 “나를 꼭 뽑아달라”는 말과 함께 노사담당자에게 500만원을 건넸습니다. A는 그렇게 12명의 채용과 관련해 6630만원을 받았습니다.돈을 건넨 사람 중에는 경력직 기장 B도 있었는데, ‘B가 2016년 3월 초 A에게 딸이 지원했고 잘 부탁한다고 했더니, A가 사람들을 만나려면 술을 마셔야 한다고 했다. 이에 자신이 A에게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해 2016년 3월 18일 200만원을 입금했고, A가 술을 한잔 더 마셔야 한다고 해 2016년 3월 23일 230만원을 추가로 입금했다’고 인정됐습니다.청탁을 한 B는 해고됐고, 해고를 다투는 재판에서 법원은 “채용비리 행위가 참가인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큼에도 사전에 적발하기 어려운 특성...

    1472호2022.04.01 14:20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8)부당한 인사발령, 소송 가능할까?
    (8)부당한 인사발령, 소송 가능할까?

    회사의 신설 충청지역본부장 자리에 대전서부지사장 A가 승진 임명됐습니다. A의 입사 2년 선배로 대전동부지사장인 B가 인사에 불만을 표출했습니다. A를 향해 “본부장 역할이나 제대로 해라. 내가 그만두든 본부장이 그만두든 해야겠다”고 말하기도 하고, 공식 행사에서 A의 악수를 거절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회사는 B가 본부장 취임식이나 지사장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하극상’을 벌였다고 판단, B를 수도권 남부지역본부 영업담당 부장으로 발령했습니다.규정을 무시하고 좌천하면회사는 기존 지사장의 직무수행이 부적절하거나 영업 성과가 떨어지면 지사장을 영업담당 부장으로 발령(좌천)하고, 다시 성과를 내면 지사장으로 복귀시키는 인사 방식을 적용하고 있었습니다. 실적에 따른 사실상 ‘문책 인사’로 B도 이 상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B는 이번 인사발령이 부당전보라며 충남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구제신청을 내 받...

    1467호2022.02.25 15:00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7)어떻게 ‘힘듦’을 증명할까
    (7)어떻게 ‘힘듦’을 증명할까

    어느 4월의 초봄, 75세 어르신이 아파트 계단 청소(신주작업)를 하다가 그 자리에서 돌아가셨습니다. 점심시간에 집을 나서던 주민이 발견했을 때 고인은 급성심근경색으로 돌아가신 뒤였습니다. 유가족들은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사망에 미처 슬퍼할 겨를도 없이 알음알음으로 산업재해 보험금 지급신청을 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고령자이고 원래 병이 있는 상태인데다 간단한 청소업무이니 “힘들지 않아 산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했습니다.유족들은 소송할 것인가 고민에 빠졌습니다. 산재 소송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녀 중 장남이 용기를 내 찾아왔습니다. 70대 중반 근로자의 산재를 인정한 전례는 찾기 힘들었습니다. 65세 이상 근로자들을 산재로 인정한 사례조차 발견하기 어려웠습니다.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습니다.달리 생각해보면 아무리 고령자라도 근로자라면 산재보험료를 냅니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몸에 조금...

    1462호2022.01.14 15:04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6) 핵심만 추려본 ‘2021 노동판결’
    (6) 핵심만 추려본 ‘2021 노동판결’

    100만건, 1년 동안 제기되는 민사 본안사건 수입니다. 형사 공판 사건은 약 35만건(2021 <사법연감> 기준)입니다. 법원은 2021년에도 수많은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몇몇 대법원판결은 알아두면 의미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의 피·땀·눈물이 섞인 대법원판결은 웬만해서는 바뀌지 않고, 실생활과 관련 있기 때문입니다.누구나 신입사원이 되고, 연차가 몇개인지 여부는 큰 관심입니다. 그런데 몇년 전부터 1년 기간제 근로자의 연차휴가일 수가 11일인지, 아니면 26일인지 논쟁이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지난 10월 14일, 1년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연차휴가는 26일이 아닌 11일이라고 판결, 최대 26일의 연차휴가가 발생한다는 기존의 고용노동부 행정해석과 반대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판결 이후 모든 신입사원이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노동법과 관련된 사건들은 대체로 해고(신분), 임금(돈)이나 안전(산재), ...

    1458호2021.12.17 13:23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5)기간제 K의 ‘기대’, 권리가 될 수 있을까
    (5)기간제 K의 ‘기대’, 권리가 될 수 있을까

    권리는 힘입니다. ‘특별한 이익을 누릴 수 있는 법률상의 힘’을 말합니다. 권리에는 기본권, 소유권, 전세권, 청구권, 형성권, 항변권 등이 있습니다. 노동과 관련한 권리는 기본적으로 헌법 제32조 제1항 제1문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입니다. 구체적으로 임금도 청구하고, 근로시간, 작업환경, 재해보상에 대한 근로조건에 관해 다양한 권리를 가집니다.‘기대할 수 있는 권리’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을까요? 기대권(期待權)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현재는 없지만, 장차 다른 법적 요건이 갖춰지면 특정한 권리를 획득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그렇지만 일방의 권리에는 상대방의 의무가 따르므로 쉽게 인정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기간제 근로자의 계약 ‘갱신기대권’은 유례없이 ‘성공한 기대권’인 것 같습니다.1980년대, 계약 기간을 정해 임용된 대학교원...

    1454호2021.11.22 13:38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4)누구는 못 받고 누구는 억? 퇴직금의 스펙트럼
    (4)누구는 못 받고 누구는 억? 퇴직금의 스펙트럼

    퇴직금은 주 15시간 이상 근로자가 1년 이상 계속 근무할 때 발생합니다. 법령상 회사의 감독을 받아 일을 제공하고 임금 받고 일하는 사람을 근로자라고 합니다. 근로자인가 아닌가의 문제, ‘근로자성’은 퇴직금 소송에서 단골 쟁점입니다.백화점 위탁판매원으로 의류 등을 판매하는 회사와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하고 백화점에 파견돼 매장 관리·판매 업무를 수행하는 ‘백화점 위탁판매원’의 근로자성을 부정한 사례가 있습니다(대법원 2020다207864). 최근까지 법원의 동향에 따르면 많은 직종의 분들이 퇴직금을 받지 못합니다. 보험설계사, 레미콘 차량 운전사, 도급제 신문 배달사원, 굴착기 소유자 겸 운전자, 아이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이돌봄인, 학습지 교사를 관리하는 지점장, 휴대전화 판매인, 자동차 카마스터, 미용실에서 동업 약정을 체결하고 일한 미용사는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퇴직금도 없다고 판단합니다....

    1450호2021.10.22 14: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