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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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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23)너희가 K노동법을 아느냐
    (23)너희가 K노동법을 아느냐

    40년 이상 밸브만 만들어온 스위스 회사가 있습니다. 자타공인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20년 전, 그 회사가 한국 법인(○○코리아 주식회사)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10년 전, K부장은 한국 법인에 경력직으로 입사했습니다. K는 전 직장에서의 능력을 인정받았고, 회사에서 가장 핵심인 대기업(삼성·LG) 영업 부서를 담당했습니다. K는 회사에 뼈를 묻는다는 각오로 세계적인 기업에서 영업을 잘해왔습니다. 좋은 성과를 냈고, 회사의 대우도 점점 좋아졌습니다. 회사에서의 앞날에 청사진이 그려졌습니다.외국계 회사 K부장 이야기그런데 대표이사의 생각은 조금 달랐던 모양입니다. K부장은 어느 날 갑자기 대표이사로부터 e메일 한 통을 받았습니다. “2023년 3월 16일부로 귀하의 아시아지역 부문 관리자 고용이 종료됨을 알려드리게 되어 유감입니다. 아시아 경영진은 더 이상 지역에서 해당 직책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결정했습니다. 귀하의 마지막...

    1534호2023.06.23 11:18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22)‘사회통념’의 지평선
    (22)‘사회통념’의 지평선

    법조계에서는 사회통념이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사회통념이라는 것은 ‘사회 일반에 널리 퍼져 있는 공통된 사고방식’ 또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일반인들이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는 관념’ 정도로 정의할 수 있을 겁니다. 사회통념에 관해 어느 부장판사는 다음과 같이 고백합니다.#어떤 아이가 손을 들고 “판사는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 인생을 좌우할 만한 중요한 판결을 하는데, 판사들은 그 많은 사람을 어떻게 그렇게 다 잘 알고 있나요? 공부를 많이 하면 다 알게 되나요?”라고 물었다. (…) 그 아이의 질문을 받고 보니 간접경험을 위한 독서만으로는 그 대답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금방 깨달았다.#판결문을 포함해 법조인들은 법률 서면에 ‘사회통념’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사회통념에 비추어볼 때…’, ‘사회통념에 부합한다&r...

    1529호2023.05.19 11:24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21)‘저성과자’라면 해고해도 되나요
    (21)‘저성과자’라면 해고해도 되나요

    “일을 못 하느니 나오지 마세요”①현대중공업은 사무연구직 과장급 이상 직원 3859명 중 2012~2014년 3년간 하위 2% 이내의 직무역량을 보인 직원 65명을 추려냈습니다. 다음 해에는 1년간 직무 재배치 교육을 실시했고, 2~3년에 걸쳐 직무경고·교육 이수를 했습니다. 직무교육에는 ‘창업 트렌드’, ‘편의점 사업의 이해’와 같은 창업교육과 독서과제, 소감문 작성도 포함됐습니다. 그런데 그중에도 2명한테 최저등급이 나왔습니다. 회사가 장기간에 걸쳐 선정한 2명(3859명 중 3857위, 3859위)을 해고했습니다.②PIP(Productivity Improvement Program)는 SK하이닉스가 2013년 도입한 성과향상 프로그램입니다. 회사는 3년간 2회 이상 낮은 등급을 받은 직원 중 일부를 ‘성장한계인력’으로 선정하고, 10주간 역량향상 교육을 했습니다...

    1522호2023.03.31 11:22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20)맑은 눈의 광인이 노조위원장 된다면
    (20)맑은 눈의 광인이 노조위원장 된다면

    1단계: ‘MZ+노조’라는 형용모순-회사생활이 즐겁고 하는 일에 만족하지만, 처우나 인사제도에 다소 불만이 있는 어느 회사원(K대리·30)과의 상담 중.K 변호사님, 우리 회사에는 문제가 좀 있어요.한 무슨 문제인가요?K 일단 일이 많아요. 그래서 야근하려고 하면 정작 회사에서 못하게 해요.한 회사가 야근 수당이 부담돼서이겠군요.K 네. 그래서 야근은 못 하고 주말에 출근해요. 그런데 휴일근무수당도 주지 않아요.한 부당한 일이네요.K 그것만이 아니고, 저희는 공공기관인데 이사진들이 인사권을 마음대로 행사해요.한 그래서 실제 불이익이 있었나요?K 네. 불공정하고 억울한 일이 많아요. 서류전형, 1차 면접, 최종 면접제가 있는데, 대표의 지인이라 바로 다음 날부터 출근하는 경우도 있었어요.한 회사에 말씀해 보셨나요?K 아니요. 개인적으로 말하다가는 찍힐 것 같아요.한 노동조합...

    1518호2023.03.03 11:28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19)경력과 연봉, 제대로 챙기려면
    (19)경력과 연봉, 제대로 챙기려면

    인기 가수가 운영하는 의류 회사가 있습니다. 이 회사 경력사원 모집공고에 ‘대졸/3~7년차/경력직/CS’를 뽑는데 연봉 2500만원이 적혀 있었습니다. 3년 이상의 경력직인데 최저임금 수준으로 너무 적고, 공고된 일이 너무 많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2023년 최저임금을 연봉으로 환산하면 약 2400만원입니다). 회사는 “‘학력 무관/경력 무관/신입/CS’ 채용을 위한 연봉이었는데 착오로 기재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무경력 신입이라 하더라도 “2500만원이라는 금액은 너무 적지 않냐”는 의견이 일었습니다. 회사는 그래서 “이번 일을 계기로, 신입 팀원은 물론 회사에 입사하는 모든 학력 무관/경력 무관/신입 초봉을 3000만원으로 조정하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덕분에 신입 연봉이 500만원 높아졌습니다.위에서 공고된 연봉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급...

    1515호2023.02.10 11:37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18)직장 내 ‘열 번 찍기’는 제 발등 찍기
    (18)직장 내 ‘열 번 찍기’는 제 발등 찍기

    팀장(남·열 살 많음): “사귀자.”팀원(여): “싫습니다.”팀장: “그래? 그럼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팀장은 그 뒤로도 석 달간 수시로 팀원에게 전화로 연락하고, 술 마시고 전화하고, 소문에 대해 추궁했습니다. 근무시간 중 38회(총 통화시간 3시간 46분), 근무시간 이외 52회(총 통화시간 3시간 25분) 전화를 했습니다. 인형, 비타민제, 홍삼, 비누, 구강청결제, 카시트, 블루투스 이어폰 등 선물 공세도 했습니다. 수시로 업무지시를 했고, 업무 중인 팀원의 뒷모습이 촬영된 CCTV 영상을 별다른 이유 없이 단톡방에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아침에 팀원을 면담한다는 이유로 영업을 50분 늦게 시작하기도 했습니다.보다 못한 팀원은 회사에 신고했고, 회사는 팀장을 해고했습니다. 팀장이 해고무효 확인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팀장의 개인적인 감정에 따라 피해자에게 한 ...

    1511호2023.01.06 14:17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17)정당한 권리 행사를 보복하지 말지어다
    (17)정당한 권리 행사를 보복하지 말지어다

    “결혼했으니 집에 들여앉혀라.”“네가 알아서 설득해 집에 들여앉혀라. 네 마누라 계속 저렇게 놓아둘 것이냐. 다른 회사를 알아보라고 해라.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권고사직으로 처리해 퇴직금 더 나오게 하는 것밖에 없다.”어느 사내 커플이 결혼하자 회사 대표는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남편 A를 불러 이렇게 말했습니다.그러면서 그(B)의 의사와 무관하게 별다른 업무를 부여하지 않고 전공과 관련 없는 연구부서로 인사발령을 내 B에게 불리한 조치를 했습니다. 결국 B가 퇴직했고, 남편 A까지도 퇴사하기에 이르렀습니다.1999년 IMF 시절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부부 직원에 대해 수차례 명예퇴직을 종용하며 “그러지 않으면 남편들이 순환명령 휴직 대상자가 될 것이고, 그후 복직이 불투명하며 그들이 바로 정리해고 대상자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모두 762쌍의 사내부부 중 752쌍의 한쪽 배...

    1507호2022.12.09 11:25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16)“그 친구, 같이 일할 때 어땠어요?”
    (16)“그 친구, 같이 일할 때 어땠어요?”

    금감원 채용시즌이 막바지에 달하고 있었습니다. 면접위원들은 2차 면접일정이 끝난 후 2차 면접 합격자들을 결정했습니다. 면접위원들은 2차 면접전형 합격자를 결정할 무렵, 갑자기 직장 근무 경력이 있는 일부 응시자들에 대해 평판조회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회사는 세평 절차, 방법, 기준 등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 하루 만에 평판조회를 했습니다. 그나마 경력이 없는 지원자는 하지 않았습니다. 경력이 있는 지원자 A의 평판조회를 했습니다. 보고 내용 중에는 “A는 패기나 열정이 없고, 금융공학에 대한 전문지식이나 열정도 매우 부족해 XX은행 인사팀이라면 채용하지 않겠다고 함”이라는 다분히 주관적이고 악의적인 내용도 있었습니다(A의 금융공학 필기성적은 우수했고, 추후에 XX은행은 그런 사실도 없다고 확인했습니다). 회사는 평판조회(Reference Check) 중 긍정적인 평가는 임의로 누락시키고 부정적인 내용만 보고했습니다. 그 결과 A는 탈락했고, ...

    1504호2022.11.18 11:20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15)800원 해고와 법의 온기
    (15)800원 해고와 법의 온기

    고속도로가 생기기 전, 전라북도 남원~전주 간 국도는 한때 교통사고가 잦기로 유명한 죽음의 도로였습니다. 이 도로를 오가는 시외버스 회사가 있습니다. 이 회사 버스 운전기사 A, B도 남원~전주 간 버스를 운전했습니다. 그 구간 중간에 있던 간이정류장에서는 버스요금을 현금으로 받았습니다. A는 직접 현금으로 내는 2명으로부터 받은 버스요금(1인당 6400원) 중 잔돈 800원을, B는 다른 버스를 운전하면서 같은 날 13명으로부터 받은 현금 중 잔돈 5200원을 회사에 납부하지 않았습니다. 승객 1인당 400원이었습니다. 잔돈이라도 당연히 입금해야 하는 회사의 수입원이었습니다. 회사는 A와 B를 해고했습니다. A와 B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습니다.중앙노동위원회는 ①잔돈 미납 행위가 징계사유는 인정되지만 ②징계양정(징계의 정도)이 해고는 너무 심하다고 보았습니다. ▲금액이 소액이고 ▲잔돈 미납이 묵인되는 관행으로 오인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행위가 고의적이거나 계획적이지...

    1499호2022.10.14 14:51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14)연차휴가는 소중하다
    (14)연차휴가는 소중하다

    얼마 전, 연차휴가 사유에 ‘생일파티’라고 쓴 어느 직원의 이야기가 인터넷에서 화제였습니다. 회사에 제출하는 연차사유에 ‘생일파티’라고 쓴 경우에 대해 “회사에 보고하는 자료인데 요즘 세대들 이해가 안 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연차사유는 원래 적지 않아도 되는 것이고, 그런 걸 따지는 것이 ‘꼰대’”라는 의견도 많았습니다.연차사유가 뭔가? 1990년대생의 경우 연차는 “나의 자유이고, 자유의 사유 또한 알릴 필요가 없다”(<90년대생이 온다> 중에서)로 요약된다고 합니다. 그래도 현실에서는 “부장님, 저… 연차 좀 내겠습니다”라고 어렵게 내밀며, 회사가 요구하는 대로 연차사유 칸을 착실히 기재하는 직원이 대다수일 것입니다.회사가 연차사유를 기재하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법적인 이유는 발견...

    1493호2022.08.26 1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