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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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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 (33) 채용 결정 후 평판 조회, 합법인가 함정인가
    (33) 채용 결정 후 평판 조회, 합법인가 함정인가

    “다섯 개 받았어.”회식에서 ‘소맥’을 몇 잔 마신 부장이 손가락을 펴들며 뇌물을 받았다고 자랑했습니다. 팀원 A의 표정이 어두워졌습니다. A는 협력업체의 부조리를 발견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협력업체 감사를 면해주고 개인적으로 돈을 받은 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A는 다음날 회사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내부고발도 했습니다. 작지만 제법 강한 목소리였습니다. 회사는 내부 감사에 착수했고, 부장은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돈 받았다는 사실을 부인했습니다. 회식에 같이 있었던 동료들도 부장의 편을 들어줬습니다. 분명한 것은 협력업체에 대한 감사가 무마됐다는 사실과 부장이 들었던 다섯 손가락이었습니다.회사가 A에게 돌려준 답변은 ‘A의 권고사직’이었습니다. 젊은 20대 직원이 20년차 부장의 권위에 도전했다는 이유였습니다. 진실은 저 멀리 보내버린 조직에 A는 암담함을 느꼈습니다.A는 이직하기로 했습니다. 서류, 필기, 실무 면접, 임원 면접을 거쳐 동종업계에서 더 높은...

    1577호2024.05.03 16:00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32) 당장 사직할 결심, 무단퇴사할까?
    (32) 당장 사직할 결심, 무단퇴사할까?

    근래 ‘사직’이 화두입니다. 의대 증원 정책에 반대한 전공의, 대학병원 교수의 사직서 제출이 그것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사직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일을 그만두고 싶을 때, 대부분의 사람은 퇴사하기 한 달 전쯤에 회사에 사직 의사를 말합니다. 늦어도 2주 전쯤에는 말합니다. 사직을 언제 말해야 하는지 노동법에는 정해진 규칙이 없습니다. 회사가 새로운 사람을 찾을 시간을 주거나, 일을 넘겨주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을 주는 예의의 차원입니다.반대로 회사가 직원을 해고하려면 적어도 30일 전에 알려야 합니다. 만약 회사가 이를 지키지 않고 30일 전에 해고 통보를 하지 않는다면, 적어도 30일 치의 임금을 직원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근로기준법 제26조). 하지만 이 규정은 사장이 근로자를 해고할 때 적용되고, 근로자가 사직할 때는 해당하지 않습니다.직원은 언제든지 일을 그만둘 수 있고, 강제로 근로를 하게 할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퇴사...

    1571호2024.03.22 16:30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31)직장 괴롭힘 증거, 녹음이 능사일까
    (31)직장 괴롭힘 증거, 녹음이 능사일까

    인사팀에서 녹음하라고 했는데요?신고인(A): 작년부터 F와 G 두 동료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하고 있어요.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어서, 이제는 더 이상 참기 어려운 상태입니다.인사팀 차장(H):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이었나요?A: 무시하거나,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업무상의 실수를 과도하게 지적하는 등의 행동이 자주 있었습니다. 이러한 행동이 저를 스트레스받게 하고 업무 집중도를 떨어뜨리고 있어요.H: 혹시 이러한 상황을 녹음하거나 증거로 남길 수 있는 자료가 있나요?A: 아니요.H: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 대응 매뉴얼’에서는 녹음이 근로자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하고 있습니다. 녹음하세요.A: 네. 감사합니다.A는 실제로 인사팀의 조언에 따라 휴대전화로 G와 F의 통화를 녹음했습니다. 여기까지는 A도 대화 당사자이니 법의 보호 범위 내에 있습니다. 그런데 A는 본인이 없을 때 이...

    1567호2024.02.23 15:30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30)10년 지난 퇴직금을 받은 방법
    (30)10년 지난 퇴직금을 받은 방법

    A: 돌아가신 남편 퇴직금 문제로 상담하려고요.변호사: 네. 그동안 많이 힘드셨을 것 같습니다. 상황을 설명해 주시겠어요.A: 남편은 B은행에서 일하다가 5년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은행 단체협약을 꺼내며) 나중에 알아보니 은행과 노조 사이에 ‘사망으로 인한 퇴직자의 퇴직금은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유족에게 지급한다’라고 이렇게 규정돼 있네요.변호사: 네. 그래서 사망퇴직금 1억원이 발생했군요.A: 네. 맞아요. 그런데 우리가 사망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하니, B은행이 남편 채권자분들 때문에 못 받을 거라고 계속 안내했어요. 은행에서 그렇게 공식적으로 말하니 진짜 그러려니 하고 있었지요. 1억원 중 5000만원은 이미 채권자들이 압류해 배분을 완료했다네요.변호사: 일단 고인께서 5년 전에 돌아가셨다고 했지요. 퇴직금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3년이라 이미 소멸했을 수 있습니다. 혹시 그 후에 다른 일은 없으셨나요?A: 최근 ...

    1562호2024.01.18 06:00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29)출산율 0.7에 대처하는 노동법의 자세
    (29)출산율 0.7에 대처하는 노동법의 자세

    육아기, 근로자 개인이 전적으로 감당하라?A는 두 어린 자녀를 둔 워킹맘입니다. A가 다니는 회사는 고속도로 영업소 용역업체였는데, A는 출산과 양육을 이유로 초번 근무는 면제받고, 공휴일에는 연차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대체해 실제로 근무하지 않았습니다(초번 근무는 교대제 근로에서 오전 6시부터 오후 3시까지). 그런데 그 용역업체가 바뀌고 바뀐 용역업체가 A의 고용을 승계했습니다.바뀐 용역업체는 A와의 근로계약에서 “수습(시용) 기간 3개월 중 문제가 있는 경우 사용자가 본채용을 거부할 수 있다”라고 규정했습니다. 취업규칙에는 “사원은 정당한 이유 없이 근무 시간 변경을 거부하지 못한다”라는 내용도 규정돼 있었습니다. 즉 고용 승계 과정에서 3개월의 시용계약을 체결한 셈입니다.A는 어린아이가 있어 초번 근무와 공휴일 근무가 불가능했습니다. A는 ‘종전 용역업체에서는 공휴일에 근무하지 않았고 광주 제2순환도로 다른 영업소의 서무주임도 공휴일에 근무하지 않으며, 오랜 근무...

    1556호2023.12.04 07:00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28)무기계약직은 차별이 아니라지만
    (28)무기계약직은 차별이 아니라지만

    노동법은 차별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①남녀의 성(性)을 이유로, ②국적 ③신앙 또는 ④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 대우를 하지 못합니다(근로기준법 제6조 ‘균등한 처우’).노동자의 성별, 국적, 신앙을 이유로 차별을 금지한다는 말은 그래도 명확합니다. 특히 고용상 성차별은 남녀고용평등법에서 구체적으로 성별, 혼인, 임신 또는 출산 등의 사유로 채용 또는 불리한 조치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관련해 최근 성비 채용차별 사건이 문제 됐습니다. 정규직 신입사원 공개 채용 과정에서 여성 지원자를 떨어뜨리고 남성 지원자를 합격시키는 등 미리 정해둔 성비에 따라 지원자를 채용한 카드회사와 은행들의 인사담당자들이 각각 유죄 판결을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고용상 성차별은 형사처벌까지 하며 금지하고 있는 쟁점입니다.어느 국내 항공사는 내부규정에서 ‘내국인’ 운항승무원의 경우 수염을 기를 수 없게 했지만, ‘외국인&r...

    1552호2023.11.03 11:12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27)인사위원회에서 말조심해야 하는 이유
    (27)인사위원회에서 말조심해야 하는 이유

    인사(징계)위원회 회의록 중에서 위원 3 징계 제일 큰 게 뭐야?인사팀장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제일 높게 줄 수 있는 건 정직 6개월. 노무법인도 징계해고까지 간다는 얘기는 잘 안 하거든요. 최대 정직 6개월까지는 가능하다고 했어요.위원 3 그럼 3개월에서 6개월 사이로 줘야겠네요.위원 2 그런데 우리가 궁극적으로 봤을 때 앞으로 이제 이런 친구들을 내보내는 방향으로 인사가 좀 약간 가는 게 맞지 않나, 저는 그런 생각이 들고요.위원 3 그리고 이제 그렇게 편하게만 생각할 게 아니라 직장 내 불만족 세력으로 커갈 가능성이 되게 많은 친구잖아, 성향상 보면. 소명자료 보면 결국 하나도 불인정한다는 얘기 아니야.회사는 노동자를 해고했고, 노동자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습니다. 법원은 이렇게 판결했습니다.“인사위원회 회의록의 기재에 의하면, 회사는 제1차 인사위원회에서의 징계양정에 관한 논의에서 이미 제1차 인사위원회 당...

    1548호2023.10.06 11:06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26)임금 주느니 벌금 내는 게 낫다고?
    (26)임금 주느니 벌금 내는 게 낫다고?

    인천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김 사장(남·60대). 노동자 10명에게 임금 6300만원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매출액 대부분을 또 다른 할인마트의 인수자금으로 유용했고, 채권추심을 피하려고 아들 명의의 계좌를 사용하면서 주로 현금을 사용했습니다.노동자들은 노동청에 ‘임금체불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김 사장은 노동청에서 연락이 오자 “노동법 뭔데? 그냥 조사해서 올려”, “한번 벌금 내면 말아. 그렇죠?”라고 하면서 근로감독관의 여러 번 출석요구에도 고의로 불응했습니다. 노동청은 끝내 통신영장,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해 김 사장을 체포했습니다. 법원 역시 김 사장의 죄질이 극히 불량하고, 모텔 등에서 숙박하는 등 주거가 불분명하고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보아 김 사장을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1544호2023.09.01 10:56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25)사장님이 지켜보고 있다
    (25)사장님이 지켜보고 있다

    트럭을 만드는 회사(타타대우상용차)에서 도난사고와 화재사고가 있었습니다. 회사는 시설물 안전, 화재 감시를 이유로 공장 외곽 울타리와 출입문, 출고장 등 주요 시설물에 CCTV 카메라 51대를 설치했습니다. 회사는 CCTV 카메라 설치에 관해 노동자들의 동의를 받거나 노사협의회의 협의를 거치지 않았습니다.노동자들은 CCTV 51대 중에서 평소에 작업하는 모습을 찍을 수 있는 14대의 카메라가 싫었습니다. 근로시간 중에 회사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래서 노동조합은 노동자 1026명의 서명을 받아 CCTV 설치와 운영에 반대한다는 항의문을 보냈습니다. 그래도 회사가 CCTV 가동을 멈추지 않자, 노조 집행부 노동자들은 4차례에 걸쳐 CCTV 카메라에 검은색 비닐봉지를 씌워 촬영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그렇게 노조 집행부는 회사 운영과 관련된 시설물 관리 업무를 방해한 혐의(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로 기소됐습니다.근로자 감시설비법어떤 행...

    1541호2023.08.11 15:07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24)주저하는 이직러를 위해
    (24)주저하는 이직러를 위해

    ‘손톱깎이 공장 부장이 경쟁관계에 있는 중개무역회사를 설립한 사건’은 대법원이 경업금지약정을 무효로 봤습니다. 하지만 경업금지약정에 영업비밀 유출 시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경우 퇴사자가 손해배상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습니다.사장 김 부장이 퇴사하고 우리 제조공법을 이용해 사업을 하고, 큰돈을 벌고 있다고요?전무 네. 우리 경쟁사에 납품하고 있다고 합니다.사장 김 부장은 전직하지 않는다는 약정을 하고 나가지 않았나요?전무 네. 맞습니다. ‘퇴직 후 2년 이내에는 원고와 경쟁관계에 있는 회사에 취업하거나 회사를 운영하여 직·간접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사장 그에 대한 대가를 줬던가요?전무 대가는 없었습니다.사장 그럴 경우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알아보시오.전무 변호사 의견으로는 법원에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고, 시급한 건이니 전직금지가처분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합니...

    1537호2023.07.14 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