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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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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49) 오요안나는 노동법에 ‘살려달라’ 할 수 없다
    (49) 오요안나는 노동법에 ‘살려달라’ 할 수 없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방송국의 불빛만이 외로이 깜빡입니다. 그 불빛 아래, 수많은 시청자에게 내일의 희망과 정보를 전달하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매일 출근 도장을 찍던 젊은 기상캐스터, 오요안나가 있었습니다. 그의 하루는 방송 시작 3시간 전부터 시작됐고, MBC 정규직 파트장의 꼼꼼한 원고 검토와 지시 아래 방송이라는 치열한 전쟁터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카메라 불빛 뒤편, 그는 “네가 유퀴즈에 나가서 무슨 말을 할 수 있어?”라는 선배의 공개적인 질책과 보이지 않는 압박감 속에서 홀로 스러져 갔습니다. 그의 마지막 외침은 유서 속에 빼곡히 기록됐습니다.그러나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 뒤에 남겨진 것은 차가운 현실입니다.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 결과, 고인이 겪었던 괴롭힘의 존재는 인정하면서도, 정작 고인을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프리랜서’라는 이름표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고인은 근로기준법 제76조의2...

    2025.05.23 14:39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 (48) 징계를 두려워하는 마음
    (48) 징계를 두려워하는 마음

    A의 얼굴에는 깊은 수심이 있었습니다. 공무원 B와 크게 다투다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손에 잡힌 문구류를 집어던진 일 때문에 ‘특수공무집행방해’라는 무시무시한 죄명으로 기소됐기 때문입니다. ‘특수’라는 단어는 A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A는 필자와 대면 상담했습니다. “변호사님, 저… 정말 감옥에 가게 되는 건 아닐까요?” A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한 목소리로 물었습니다.사건 기록을 검토하던 변호사의 눈빛이 반짝였습니다. 사건의 이면에는 또 다른 진실이 숨어 있었습니다. 피해자인 공무원 B 역시 민원인 A에게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여러 차례 퍼부었던 것입니다. 변호사는 여기에 집중해서 치밀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공무원 B와 함께 그 욕설을 당직실 바로 옆에서 들었던 동료 공무원 C를 나란히 증인으로 신청했습니다.드디어 공판일, 법정에는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증인들은 오른손을 들고 진실만을 말할 것을 엄숙히 선서했습니다. 먼저 증인석에 앉은 ...

    1626호2025.04.25 14:34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47) 블랙리스트와 블랙 기업 리스트
    (47) 블랙리스트와 블랙 기업 리스트

    재판장 “2021고단286호, 피고인 A에 대한 근로기준법 제40조 위반 혐의 심문을 시작합니다. 검사님, 공소사실 진술해 주시죠.”검사 “피고인은 헬스클럽 대표입니다. 해고된 트레이너 B를 겨냥해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동영상을 올렸습니다. 영상엔 B가 등장하고, 그 아래엔 ‘C’, ‘이런 사람 채용하지 마세요’라는 문구, 그리고 해시태그(#)까지 걸어 지역 헬스장 대표들이 볼 수 있도록 배포했습니다. 취업 방해 목적의 통신 행위로서 근로기준법 제40조 위반에 해당합니다.”재판장 “변호인, 변론하세요.”변호인 “네. 재판장님. 피고인은 감정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개인 SNS에 글을 올린 것입니다. 실명은 언급하지 않았고, 특정인을 공격하기보다는 그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 것일 뿐입니다. 취업을 방해할 의도는 없었습니다. 무죄판결을 내려주시기를 바랍니다”재판장 “그러나 피고인의 글엔 ‘이런 사람 채용하지 말라’는 직접적인 문구가 있었고, ‘피해자의 ...

    1623호2025.04.04 15:30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46) ‘7세 고시’에 노동법을 넣자
    (46) ‘7세 고시’에 노동법을 넣자

    최근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에 올라온 <휴먼페이크다큐 자식이 좋다>에서 ‘Jamie(제이미)’ 엄마(개그우먼 이수지 분)는 자녀의 배변 훈련 성공 소식에도 눈물 글썽이며 “투 섬즈 업!(Two thumbs up)”을 외치고, 넷플릭스 드라마에 제기차기가 나왔다며 제기차기 과외까지 알아봅니다​.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서 네 살배기 아이를 위해 하루를 바쁘게 보내는 이 엄마의 모습은 재미있지만, 우리 교육의 현실을 날카롭게 드러냅니다.이른바 ‘7세 고시’는 대치동에서 시작된 것으로 초등학교 입학 전 아이들이 7세가 되는 해 가을쯤부터 영어학원 ‘톱 3’의 입학 테스트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입시지옥 커리큘럼에서 정작 살면서 가장 중요하지만 빠져 있는 과목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노동법 교육입니다.만 15세만 넘으면 법적으로 일할 수 있고, 실제로 많은 청소년이 편의점이나 카페 아르바이트 등을 시작합니다​. 이렇게 시작해 평생을 혹은 ...

    1620호2025.03.14 15:00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 (45) 정년연장의 꿈과 임금피크의 벽
    (45) 정년연장의 꿈과 임금피크의 벽

    근로자: “우리는 같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왜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연봉을 깎습니까?”회사: “임금피크제는 경영난 극복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습니다. 연령이 아니라 호봉을 기준으로 삭감된 것입니다.”근로자: “신규 채용을 하지 않았고, 임금피크제로 절감한 재원을 어디에 썼는지도 불분명합니다.”회사: “정년연장 대신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것이고, 연령차별이 아닙니다.”일정 연령에 도달하면 높아진 임금을 감액하는 제도를 임금피크제라고 합니다.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아 월급을 삭감당한 근로자들은 이렇게 주장합니다. ▲임금피크제는 특정 연령에만 불리한 연령차별에 해당한다. ▲임금 삭감의 정도가 과도하고, 그에 대한 보완조치나 대상조치가 전혀 없었으며, 감액된 재원이 신입사원 채용에 쓰였는지 사용 목적도 불분명하다.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연령차별금지) 위반으로 무효이며, 미지급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반면, 회사는 이렇게 반격합니다. ▲임...

    1617호2025.02.21 15:00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 (44) 업무시간에 집에 가버린 직원의 최후
    (44) 업무시간에 집에 가버린 직원의 최후

    위원장: 지금부터 징계위원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안건은 직원 A씨의 근무시간 중 자택 체류 및 근무지 무단이탈 행위와 관련해 징계 여부를 논의하는 것입니다.위원1: 감사실은 직원 A씨가 상습적으로 근무시간 중 자택에 가서 오래 체류한다는 취지의 제보를 받고, 그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영업직원 A씨는 근무시간 중 자택에 체류한 사실이 26일 확인됐습니다. 캠코더로 촬영한 시간만 평균적으로 하루 약 3시간 46분 동안 자택에 머물렀습니다.직원 A : 저는 자택 체류 중에도 고객과 전화나 문자를 통해 업무를 지속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아이들을 돌봐야 했고, 불가피하게 자택에 머무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징계는 너무 과도하다고 생각합니다.위원장: 코로나19 상황이 특수한 만큼 해당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은 이해했습니다. 그러나 근무시간 중 사적인 체류가 반복됐다는 조사 결과에 대한 반론이나 증거가 있습니까?직원 A:...

    1614호2025.01.24 15:00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43) 통상임금 변경, 내 월급도 오르나
    (43) 통상임금 변경, 내 월급도 오르나

    2025년, 다시 통상임금이 화두입니다. 통상임금이라는 것은 쉽게 말해 수당 산정 ‘기준’입니다. 시간외근무수당(연장·야간·휴일), 연차수당, 휴업수당의 기준이자, 평균임금 최소기준이 됩니다. 예를 들어 기본급 250만원, 상여금 80만원, 식대 20만원, 일 8시간, 주 40시간 근무하는 근로자가 있다고 해봅시다.근로계약에 “월 15일 이상 출근자에게 지급한다”(또는 “월 15일 미만 근무 시 지급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상여금에도 식대에도 각각 붙여놓은 경우, 조건을 제외한 임금만 산정한다면 이 근로자의 통상임금(250만원 기준)은 시간당 1만1961원(250만원/209시간)이었습니다. 연장근로수당은 1.5배인 시간당 1만7941원, 하루 연차수당은 9만5688원이 됩니다.통상임금 소송은 통상임금을 높여서 수당을 다시 산정한 뒤 그 차액을 지급하라는 것입니다. 통상임금이 올라가면 각종 수당이나 퇴직금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위 통상임금 기준을 250만원에서 ...

    1611호2025.01.03 15:00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41) 카톡 메신저 훔쳐본 상사의 최후
    (41) 카톡 메신저 훔쳐본 상사의 최후

    회사에서 A는 선배, B는 수습이었습니다. 점심시간, B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A는 우연히 그의 컴퓨터 화면에 떠 있는 카카오톡 창을 보게 됐습니다. 화면 속 대화 내용도 보였습니다. 거기엔 남자친구와 나눈 사적인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순간, A는 손을 뻗었습니다. ‘대화 내용 내보내기’를 눌러 텍스트 파일로 저장하고 자신의 휴대전화로 전송했습니다.며칠 뒤, B는 우연히 자신의 대화 기록이 파일로 전송된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 기록은 개인적인 이야기였습니다. ‘누가, 왜 이런 짓을 한 거지?’ 곧 내부 조사를 통해 A가 파일을 전송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A는 조사 단계에서 별다른 변명 없이 사건을 인정한 뒤 자신의 행동이 단순 호기심이 아니라 “업무와 관련이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납득하기 어려운 변명법정에서 A는 자신의 행동을 변호했습니다. “나는 B가 업무상 비밀을 누설하지 않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대화 내용을 확인한 것뿐입니다.”, ...

    1605호2024.11.22 15:30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40) 블라인드 앱과 노동법
    (40) 블라인드 앱과 노동법

    [Re : 대표님, 이번 채용 관련 블라인드 보셔야 합니다.]대표이사에게 e메일이 도착했습니다. 이번에 A를 채용했다는 대표의 공지 e메일에 누군가 답장을 보냈습니다. 대표이사는 인사팀에 e메일을 전달해 확인해 보라고 지시했고, 인사팀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를 뒤져서 다음과 같은 글을 찾았습니다.“전에 같이 일했는데, 완전 소시오패스 같은 사람임. 절대 이 사람 채용하면 안 됨”, “원래 괴롭힌 사람들은 자기가 무슨 잘못 했는지 모르죠”, “자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괴로웠는데 ㅋㅋㅋ 터질 게 터진 거지. 딴 데도 절대 가지 마라. 괴로운 사람들 늘어나지 않았으면 한다.”대표는 위 블라인드 글을 읽어보고 ‘새로 뽑은 친구를 출근시키면 큰일 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즉시 채용을 취소했습니다. 인사팀도 취업 규칙상 “회사의 업무수행에 부적합하다고 인정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런데 그 블라인드 글에는 구체적인 사실이나 근거는 없었고, 개인...

    1602호2024.11.01 16:00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39) 최사라 실장, 불륜으로 해고할 수 있을까?
    (39) 최사라 실장, 불륜으로 해고할 수 있을까?

    드라마 <굿 파트너>는 불륜과 이혼이 주된 소재입니다. 주인공은 이혼 소송업계 스타 변호사 차은경입니다. 차은경의 남편 김지상은 의사인데, 차은경이 재직 중인 로펌에 고문으로 합류해 사무실을 냈습니다. 그런데 최고 이혼 전문 변호사 차은경의 남편마저 불륜 행위를 했고, 상대방은 같은 로펌 실장 최사라입니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차은경은 최사라를 이혼전문팀 수석실장으로 승진시켰습니다. 최사라에게는 꿈에 그리던 대형로펌 개인 방이 생겼습니다.빌드업(하나씩 쌓아올리기)을 마치는 순간 차은경은 최사라에게 한마디를 던집니다. “드디어 꿈을 이뤘네. 방에 다시 들어갈 필요 없어. 최사라 수석실장, 당신 해고야.” 모든 이의 주목을 받는 수석실장 승진 당일 해고한 것입니다. 최악의 순간 최사라는 악에 받쳐 “부당해고로 문제 삼겠다. 노동청으로 가겠다”고 했습니다(①대사 중에서 부당해고는 노동‘청’이 아니라 노동‘위원회’로 가겠다는 게 맞습니다. ②서면 통보...

    1598호2024.10.04 1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