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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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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 (44) 업무시간에 집에 가버린 직원의 최후
    (44) 업무시간에 집에 가버린 직원의 최후

    위원장: 지금부터 징계위원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안건은 직원 A씨의 근무시간 중 자택 체류 및 근무지 무단이탈 행위와 관련해 징계 여부를 논의하는 것입니다.위원1: 감사실은 직원 A씨가 상습적으로 근무시간 중 자택에 가서 오래 체류한다는 취지의 제보를 받고, 그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영업직원 A씨는 근무시간 중 자택에 체류한 사실이 26일 확인됐습니다. 캠코더로 촬영한 시간만 평균적으로 하루 약 3시간 46분 동안 자택에 머물렀습니다.직원 A : 저는 자택 체류 중에도 고객과 전화나 문자를 통해 업무를 지속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아이들을 돌봐야 했고, 불가피하게 자택에 머무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징계는 너무 과도하다고 생각합니다.위원장: 코로나19 상황이 특수한 만큼 해당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은 이해했습니다. 그러나 근무시간 중 사적인 체류가 반복됐다는 조사 결과에 대한 반론이나 증거가 있습니까?직원 A:...

    1614호2025.01.24 15:00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43) 통상임금 변경, 내 월급도 오르나
    (43) 통상임금 변경, 내 월급도 오르나

    2025년, 다시 통상임금이 화두입니다. 통상임금이라는 것은 쉽게 말해 수당 산정 ‘기준’입니다. 시간외근무수당(연장·야간·휴일), 연차수당, 휴업수당의 기준이자, 평균임금 최소기준이 됩니다. 예를 들어 기본급 250만원, 상여금 80만원, 식대 20만원, 일 8시간, 주 40시간 근무하는 근로자가 있다고 해봅시다.근로계약에 “월 15일 이상 출근자에게 지급한다”(또는 “월 15일 미만 근무 시 지급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상여금에도 식대에도 각각 붙여놓은 경우, 조건을 제외한 임금만 산정한다면 이 근로자의 통상임금(250만원 기준)은 시간당 1만1961원(250만원/209시간)이었습니다. 연장근로수당은 1.5배인 시간당 1만7941원, 하루 연차수당은 9만5688원이 됩니다.통상임금 소송은 통상임금을 높여서 수당을 다시 산정한 뒤 그 차액을 지급하라는 것입니다. 통상임금이 올라가면 각종 수당이나 퇴직금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위 통상임금 기준을 250만원에서 ...

    1611호2025.01.03 15:00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41) 카톡 메신저 훔쳐본 상사의 최후
    (41) 카톡 메신저 훔쳐본 상사의 최후

    회사에서 A는 선배, B는 수습이었습니다. 점심시간, B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A는 우연히 그의 컴퓨터 화면에 떠 있는 카카오톡 창을 보게 됐습니다. 화면 속 대화 내용도 보였습니다. 거기엔 남자친구와 나눈 사적인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순간, A는 손을 뻗었습니다. ‘대화 내용 내보내기’를 눌러 텍스트 파일로 저장하고 자신의 휴대전화로 전송했습니다.며칠 뒤, B는 우연히 자신의 대화 기록이 파일로 전송된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 기록은 개인적인 이야기였습니다. ‘누가, 왜 이런 짓을 한 거지?’ 곧 내부 조사를 통해 A가 파일을 전송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A는 조사 단계에서 별다른 변명 없이 사건을 인정한 뒤 자신의 행동이 단순 호기심이 아니라 “업무와 관련이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납득하기 어려운 변명법정에서 A는 자신의 행동을 변호했습니다. “나는 B가 업무상 비밀을 누설하지 않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대화 내용을 확인한 것뿐입니다.”, ...

    1605호2024.11.22 15:30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40) 블라인드 앱과 노동법
    (40) 블라인드 앱과 노동법

    [Re : 대표님, 이번 채용 관련 블라인드 보셔야 합니다.]대표이사에게 e메일이 도착했습니다. 이번에 A를 채용했다는 대표의 공지 e메일에 누군가 답장을 보냈습니다. 대표이사는 인사팀에 e메일을 전달해 확인해 보라고 지시했고, 인사팀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를 뒤져서 다음과 같은 글을 찾았습니다.“전에 같이 일했는데, 완전 소시오패스 같은 사람임. 절대 이 사람 채용하면 안 됨”, “원래 괴롭힌 사람들은 자기가 무슨 잘못 했는지 모르죠”, “자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괴로웠는데 ㅋㅋㅋ 터질 게 터진 거지. 딴 데도 절대 가지 마라. 괴로운 사람들 늘어나지 않았으면 한다.”대표는 위 블라인드 글을 읽어보고 ‘새로 뽑은 친구를 출근시키면 큰일 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즉시 채용을 취소했습니다. 인사팀도 취업 규칙상 “회사의 업무수행에 부적합하다고 인정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런데 그 블라인드 글에는 구체적인 사실이나 근거는 없었고, 개인...

    1602호2024.11.01 16:00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39) 최사라 실장, 불륜으로 해고할 수 있을까?
    (39) 최사라 실장, 불륜으로 해고할 수 있을까?

    드라마 <굿 파트너>는 불륜과 이혼이 주된 소재입니다. 주인공은 이혼 소송업계 스타 변호사 차은경입니다. 차은경의 남편 김지상은 의사인데, 차은경이 재직 중인 로펌에 고문으로 합류해 사무실을 냈습니다. 그런데 최고 이혼 전문 변호사 차은경의 남편마저 불륜 행위를 했고, 상대방은 같은 로펌 실장 최사라입니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차은경은 최사라를 이혼전문팀 수석실장으로 승진시켰습니다. 최사라에게는 꿈에 그리던 대형로펌 개인 방이 생겼습니다.빌드업(하나씩 쌓아올리기)을 마치는 순간 차은경은 최사라에게 한마디를 던집니다. “드디어 꿈을 이뤘네. 방에 다시 들어갈 필요 없어. 최사라 수석실장, 당신 해고야.” 모든 이의 주목을 받는 수석실장 승진 당일 해고한 것입니다. 최악의 순간 최사라는 악에 받쳐 “부당해고로 문제 삼겠다. 노동청으로 가겠다”고 했습니다(①대사 중에서 부당해고는 노동‘청’이 아니라 노동‘위원회’로 가겠다는 게 맞습니다. ②서면 통보...

    1598호2024.10.04 16:00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 (38) 상사를 따돌리는 직장 내 을질
    (38) 상사를 따돌리는 직장 내 을질

    A는 유독 큰 소리로 키보드를 두드렸습니다. 마치 C에게 들으라는 듯했습니다. A와 C 그리고 B과장 단 3명으로 구성된 ‘콥’(팀의 하부조직)이었고, C는 A의 상급자였습니다.C가 사무실 자리에 앉으려 할 때, 옆자리의 A와 B과장이 대화하는 듯한 미묘한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C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고, 무언가 C를 배제한 대화를 하는 듯 보였습니다. C는 모니터를 보며 일을 시작했지만, 울리는 키보드 소리에 신경이 곤두섰습니다.알고 보니, A는 근무시간 중 같은 팀의 B과장과 사내 메신저에서 C를 대상으로 “미친년”, “개또라이”, “개노답”, “극혐” 등의 표현을 수차례 사용하면서 C를 따돌렸습니다. “오른손으로 턱을 괴어. 누나(B과장)도 하자. 오른손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해. 고개도 돌려야 해. 본인의 정수리가 상대방(C)을 향해야 각도가 완성됨. 한숨도 푹푹 쉬어주고”라며 C의 정신적인 압박을 유발할 만한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1595호2024.09.06 16:00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37) 성공하면 특고, 실패하면 부당해고 아닙니까?
    (37) 성공하면 특고, 실패하면 부당해고 아닙니까?

    “판결을 선고합니다. ‘캡틴’과 골프장은 공동해 망인의 어머니에게 1억6000만원, 망인의 언니에게 1000만원과 각 지연이자를 지급하라. 원고 일부승소입니다.”2019년 7월에 입사한 27세 골프장 캐디와 ‘캡틴’ 캐디 간에 발생한 일입니다. 연장자이자 경력이 많은 캡틴 캐디는 신입 캐디 A가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입니다. 다른 캐디들도 들을 수 있는 무전으로 공개적·반복적으로 A의 외모를 비하하고 질책했습니다.“뚱뚱해서 못 뛰는 거 아니잖아. 뛰어.”, “오늘도 진행이 안 되잖아. 오늘도 또 너냐.”캐디는 캡틴으로부터 질책을 받으면 “네” 또는 “죄송합니다”라고만 대답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추가로 질책 또는 벌칙을 받게 되므로 A가 캡틴에게 항의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A는 또 기숙사에서 룸메이트와 분쟁이 있었고, 캡틴으로부터 방을 옮기라는 지시를 받아 한동안 모텔에서 거주했습니다. 캐디 기숙사에서는 룸메이트 간 분쟁 시 방을 옮기는 사람이 잘못을 저지른 ...

    1592호2024.08.16 16:00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36) ‘365일 근무’ 땐 연차수당 11일치, 366일  땐 26일치?
    (36) ‘365일 근무’ 땐 연차수당 11일치, 366일 땐 26일치?

    2023년 여름이 될 무렵, 홍 사장은 2명의 신입 직원을 채용했습니다. 그중 1명인 지훈(가명)은 26세의 청년으로, 열정적이고 성실해 보였습니다. 그는 하루의 휴가도 쓰지 않고 매일 출근해 열심히 일했습니다. 홍 사장은 지훈의 모습을 보며 기특하게 생각했고, 그의 노고를 인정해주기 위해 특별 보너스도 준비했습니다.그런데 지훈은 애초부터 1년+1일 일하고 26일치 연차수당을 받아 나갈 계획이었습니다. 2024년 초여름 즈음, 1년이 지나자마자 퇴사 의사를 밝혔습니다. 홍 사장은 당황스러웠지만, 지훈의 선택을 존중하기로 했습니다. 퇴사 당일, 지훈은 26일치 연차수당을 요구했고, 홍 사장이 지급하지 않자 노동청에 진정을 넣었습니다. 홍 사장은 노동청을 나서며 “20년 장기 근속한 직원이 퇴직할 때도 이렇게 수당을 많이 받지는 않았는데…”라며 힘겨워했습니다.■1년 차 연차 논쟁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1년간 80%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연차휴가를 주어야 ...

    1589호2024.07.26 16:00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 (35) 오죽하면, 20년 전 일로 해고하기
    (35) 오죽하면, 20년 전 일로 해고하기

    “부장님, 유튜브 보셨어요? 이 과장(가명)이 20년 전 그 사건의 공범이었다고요. 계속 같이 근무할 수 있을까요?” 김 대리가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사무실은 일순 조용해졌다.인사부 박 부장은 창밖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군. 우리 회사 규정에 맞는지 확인해봐야겠어.”부장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회사에 입사하기 전 범죄로 해고할 수 있는지는 케이스별로 달라. 과거 비위행위를 저지르고 입사한 경우에도 징계할 수 있다는 판례도 있기는 하지만, 원칙적으로 과거와 현재의 직무가 연속성이 있어야 하거든.”김 대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럼 이 과장의 경우는 어떻게 되나요?”부장은 답했다. “이 과장이 입사한 후 범죄사실이 밝혀졌다면, 회사 규정에 따라 채용 결격 사유로 해고가 가능할 수도 있어. 우리 회사는 성범죄로 벌금형을 받은 후 2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해고가 가능하지.”김 대리는 다시 물었다. “하지만 20년 전 사건이라면 ...

    1585호2024.06.28 16:00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 (34) 다정한 노조가 살아남는다
    (34) 다정한 노조가 살아남는다

    ■생산직과 사무직 간 대화김철수(생산직 노조원·40대·15년차): 대리님, 요즘 사무직 노동조합 교섭단위 분리 때문에 회사에서 얘기가 많던데, 사무직 노조에서는 어떤 얘기가 나와요?이수진(사무직 노조원·30대·7년차): 네, 선배님. 우리 사무직은 생산직과의 차별이 너무 심하다고 봐요. 특히 생산직에는 없고 사무직만 시행하는 임금피크제, 사무직만 정년 퇴직일이 최대 11개월 더 빠른 문제, 사무직에는 격려금을 지급하지 않는 문제에서 특히 불만이 많았어요.김철수: 사무직과 생산직 간 차별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큰 문제가 될 줄은 몰랐네요. 사무직이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거든요.이수진: 물론 생산직 선배님들도 힘들지만, 나름의 고충이 있어요. 예를 들어, 사무직은 연봉제이고 성과에 따라 연봉이 결정되다 보니 항상 성과 압박을 받아요. 그리고 가족수당, 별도 연장근로수당, 각종 수당도 없고요. 이게 다 사무직은 생산직 단체협약 적용을...

    1581호2024.05.31 1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