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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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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 (64) 꿈과 취업과 사기와 임금체불
    (64) 꿈과 취업과 사기와 임금체불

    “200억원 투자를 받을 겁니다. 회사를 차립시다. 정씨가 감사를 맡아요.”“제가요? 감사를요?”“청년이 주인공이 되는 프로젝트니까요.”스물여덟 청년은 북콘서트에서 만난 유명 미래학자의 말을 믿었습니다. 자기 이름으로 감사 등기가 됐고, 일이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약속한 투자금은 한 푼도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급여도 없었습니다. 몇달 뒤 대화는 이렇게 바뀌어 있었습니다.“투자금이 조금 늦어지네요. 카드 연체금이랑 급여, 생활비를 어디서 구할 수 없을까요?”청년은 오히려 신용대출을 받아 그에게 2000만원을 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갚으라고 했을 때 돌아온 말은 이것이었다고 합니다.“이게 왜 제 책임이죠?”지난 7월 말 JTBC가 단독 보도한,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미래학자’로 불려온 이병한씨 의혹의 내용을 재구성한 장면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청년에게는 7000만원이 넘는 빚만 남았습니다. 물론 아직 수사와 재판으로 확정된 사실은 아니므로 단정할 수는 없...

    1691호2026.08.07 14:41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 (63) 노란봉투법이 우리에게 건넨 뜻밖의 소득
    (63) 노란봉투법이 우리에게 건넨 뜻밖의 소득

    높은 건설 현장, 타워크레인 위에서 홀로 일하는 조종사 한 사람을 떠올려 봅니다. 크레인은 임대업체 소속이고, 현장은 대형 건설사가 총괄합니다. 어느 날 안전망이 낡아 위태롭습니다. 그 안전망을 새로 달지 말지, 언제 어떻게 고칠지는 누가 정할까요. 임대 업체일까요, 아니면 현장 전체를 지휘하는 원청 건설사일까요. 이 물음이 2026년 대한민국 노동 현장을 통째로 흔들고 있습니다.옛날 월급봉투는 노란색이었습니다. 2014년, 파업했다는 이유로 수십억원의 손해배상을 떠안은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에게 한 시민이 노란 봉투에 성금을 담아 보냈습니다. 그 봉투가 법의 이름이 됐고, 2026년 3월 10일 ‘노란봉투법’이라 불린 개정 노동조합법이 시행됐습니다. 저도 이 지면에서 여러 차례 이 법을 새겨보았습니다(52화, 61화 참조).정작 산업 현장을 뒤흔든 것은 다른 조항입니다. 사장의 정의가 넓어졌기 때문입니다. 개정 노조법 제2조 제2호 후단은 근로계약을 직접 맺지 않았더라도 근...

    1687호2026.07.10 14:21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 (62) 인간을 고용하지 마라
    (62) 인간을 고용하지 마라

    지난 화에서는 삼성전자 성과급 투쟁을 다뤘습니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에 이르는 약 45조원의 성과급을 요구하며 18일간 총파업을 예고했고, 사측은 100조원의 손실을 경고했으며, 주주들은 인건비가 치솟는 현실에 격분했습니다. 그런데 2025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버스 승차장 앞에는 이 갈등을 단번에 끝내겠다는 듯한 광고판이 서 있었습니다. “인간을 고용하지 마라(Stop Hiring Humans).”광고를 내건 AI 스타트업 ‘아티잔(Artisan)’의 메시지는 노골적입니다. “아티잔은 워라밸을 불평하지 않는다”, “HR 면담을 요구하지 않는다”, “숙취로 출근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AI 직원은 파업하지 않고, 성과급을 요구하지 않으며, 노동조합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창업자는 의도된 도발이었다고 했지만, 그 한 문장은 지금 노동시장의 흐름에 대한 가장 솔직한 자백이기도 합니다.로봇은 파업하지 않는다노사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을 때 사측과 주주가 도달하는 결...

    1683호2026.06.12 15:10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61) 이러려고 만든 노란봉투법이 아닌데
    (61) 이러려고 만든 노란봉투법이 아닌데

    #2024년 가을 미국 시애틀의 보잉 공장에서 3만3000명의 기계공이 53일간 일손을 놓았습니다. 결정적 도화선은 ‘연평균 3~4% 수준’으로 지급해오던 AMPP(Aerospace Machinists Performance Plan) 성과급을 사측이 폐지하려 한 것이었습니다. 결국 사측은 AMPP를 부활시키고 ‘최저 연 4% 지급 보장’을 단체협약에 명문화해야 했습니다. ‘회사 재량’이던 성과급이 ‘단협상 권리’로 격상된 성공 사례였습니다.#2001년 한국에 있는 T사 노조는 기본급 13% 인상, 성과급 200% 인상 지급 등의 임금요구안을 제출했으나 교섭이 결렬됐습니다. 노조는 조정 기간이 끝나기 전에 전면 파업에 돌입했고 급작스러운 공장 가동 중단, 공장 출입 봉쇄 등 위법한 방법을 동원했습니다. 법원은 “노조가 회사의 생산시설과 공정에 피해를 줄 것이 명백하고도 직접적인 행위들인 급작스러운 공장 가동 중단, 공장 출입 봉쇄 등을 기획·지시했거나 방임하는 등 위법한 방법을...

    1679호2026.05.15 14:18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60) 직장 내 괴롭힘 허위신고자의 최후
    (60) 직장 내 괴롭힘 허위신고자의 최후

    #인사팀 회의실“김 팀장님, 이번에 우리 팀에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들어왔거든요. 그런데 조사해보니까, 신고한 직원이 한 말이 사실이 아닌 게 많더라고요.”“이 과장님, 정말요?”“네. 알고 보니까 업무 평가 점수를 낮게 받은 게 불만이었던 거예요. 그걸 ‘상사가 나를 따돌린다’고 해석하고 동료들에게 계속 얘기하고 다녔어요.”“평가 점수 불만을 괴롭힘으로 바꿔 말한 거네요.”“맞아요. 그런데 우리가 이 신고자한테 뭐라고 하기가 너무 조심스러워요. 자칫하면 보복으로 몰릴까 봐서요.”“그 심정 저도 알아요. 우리는 거꾸로 된 케이스가 있었어요.”“어떤 거요?”“한 직원이 팀장님을 신고했는데 ‘사실관계 확인 불가’로 기각이 됐어요. 그러니까 본부장님이 ‘신고가 허위니까 징계하자’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법무팀에서 ‘기각됐다는 사실만으로는 허위라고 단정 못 한다’고 반려됐어요.”“그러면 어디까지가 징계할 수 있는 선이에요?”“그게 진짜 애매해요. 요즘...

    1675호2026.04.17 14:46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59) 국가는 ‘모범적 사용자’가 될 수 있을까
    (59) 국가는 ‘모범적 사용자’가 될 수 있을까

    2025년 4월, A공단 로비에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3년 전 ‘파면’으로 쫓겨났던 B 소장이 법원 판결문을 들고 다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와 행정법원, 고등법원을 거치며 공단이 물어낸 이행강제금은 총 1억원에 육박합니다. “부당해고이니 즉시 복직시키라”는 확정된 복직 명령 앞에 공단은 문을 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를 맞이한 건 따뜻한 환영이 아닌 싸늘한 ‘직위 해제’ 통보서였습니다. 복직 당일, 그는 다시 재택근무라는 이름의 유배지로 떠나야 했고, 공단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3년 전의 그 사유를 다시 꺼내 들며 두 번째 인사보복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이행강제금 1억원과 무노동 임금 지급이 사건의 핵심은 공공기관이 사회적 비난과 거액의 예산 낭비를 감수하면서까지 한 직원을 배제하려 했다는 점입니다. 공단은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의 원직 복직 명령을 모두 거부하며 네 차례에 걸쳐 총 9412만5000원의 이행강제금을 납부했습...

    1671호2026.03.20 14:36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58) 코스피 5500시대, 성과급은 안녕하십니까
    (58) 코스피 5500시대, 성과급은 안녕하십니까

    1월 22일 오후 2시. 여의도 증권가 전광판에 5019.54라는 숫자가 빨갰습니다. 역사상 최초의 코스피 5000포인트 돌파. 2월 12일에는 5500을 돌파했습니다. 2월 초 기준 삼성전자는 ‘17만 전자’로 시가총액 1000조원을 돌파했고, SK하이닉스 주가는 100만원을 넘보게 됐습니다. 곧이어 회사들에서는 또 다른 숫자가 직장인들의 도파민 수치를 높였습니다. 스마트폰 뱅킹 앱에 찍힌 입금 알림, 바로 성과급입니다.SK하이닉스는 2025년 영업이익 47조2063억원(영업이익률 49%)이라는 경이적인 실적을 바탕으로 기본급의 2964%를 초과이익분배금(PS)으로 지급했습니다. 연봉 1억원 기준 성과급만 약 1억4820만원, PI(생산성 격려금) 등을 합산하면 직원 1인당 총보상이 2억~4억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기본급 500%+1800만원+주식 25주로 6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달성했고, HD현대삼호는 성과급 상한인 1000%를 채웠습니다. LG전자...

    1667호2026.02.13 15:00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 (57) 문 앞의 새벽배송, 누군가의 목숨값인가
    (57) 문 앞의 새벽배송, 누군가의 목숨값인가

    “아버지 장례를 치르고 딱 하루 쉬었습니다.” 슬픔을 추스를 새도 없이 다시 운전대를 잡아야 했던 이유, 멈출 수 없는 ‘새벽배송’ 때문이었습니다. 2025년 11월 10일 새벽, 제주에서 쿠팡 배송을 하던 33세 청년 오승용씨는 전신주를 들이받는 사고로 영영 퇴근하지 못했습니다. 사고 직전 4주간 그가 일한 시간은 주당 평균 76시간. 유족은 그가 과로와 수면 부족에 시달렸다고 눈시울을 붉혔습니다.그리고 2026년 1월, 근로복지공단은 드디어 그의 죽음을 ‘산업재해’로 공식 인정했습니다. 11시간씩 주 6일, 칠흑 같은 어둠 속을 달렸던 그의 노동이 ‘업무상 재해’였음을 국가가 확인해준 것입니다.2025년 10월, 50대 택배기사 A씨는 일산지역 배송 후 자택에서 뇌졸중으로 쓰러져 사망했습니다. 지난해 언론에 보도된 쿠팡 관련 사망·사고만 8건에 이릅니다. 부친상의 슬픔마저 뒤로한 채, 뇌졸중이 오는지 모르는 채 달려야 하는 이 숨 막히는 속도전. 새벽배송의 ...

    1663호2026.01.16 15:02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 (56) 퇴사자의 ‘로그아웃’ 확인하셨나요?
    (56) 퇴사자의 ‘로그아웃’ 확인하셨나요?

    9년 차 반도체 연구원 A씨. 2024년 11월, 피고인석에 선 채 고개를 떨궜습니다. 한때 회사의 핵심 인재였던 그에게 법원이 내린 판결은 징역 1년 6월의 실형이었습니다. 엘리트 연구원은 왜 산업 스파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을까요.A씨는 공학 석사 출신으로 입사해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하지만 연말 승진자 명단에 그의 이름은 없었습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느낄 법한 이 서운함은 A씨의 마음속에서 위험한 불꽃으로 변했습니다. 그는 곧장 중국의 경쟁사인 ‘L반도체’로 이직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2022년 6월, 마침내 합격 통보를 받습니다. 그런데 그가 회사에 남길 마지막 인사는 아름다운 이별이 아니라 치명적인 한 방이었습니다.핵심 기술을 들고 떠난 9년 차 연구원이직이 확정된 A씨는 중국 주재원(N Office) 신분이었습니다. 본사 복귀까지 남은 시간은 단 며칠. 그는 알고 있었습니다. 한국 본사의 보안 검색대는 물 샐 틈 없지만, 중국 사무소는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1659호2025.12.19 14:52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 (55) “사실 저 사장입니다”…몰래 한 겸직의 최후
    (55) “사실 저 사장입니다”…몰래 한 겸직의 최후

    퇴근 후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거나, 배달 플랫폼을 켜거나 스마트 스토어를 관리하는 직장인은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회사는 여전히 ‘본업 충실 의무’를 강조합니다. 개인 시간 활용이라고만 보기도 어렵고, 회사 통제라고만 보기도 어렵습니다.그렇다면 겸직이 적발됐을 때 법원은 어떤 기준으로 징계·해고의 적정성을 판단할까요. 흥미롭게도 사실관계가 조금만 달라져도 결론이 완전히 달라집니다.#1 “택시 매출은 바닥인데, 대리운전 수익은 쏠쏠?”…정당 해고택시 기사 A씨는 회사 몰래 대리운전 기사로 활동했습니다. 회사의 취업규칙에는 “회사의 승인 없이 타 직종에 종사하며 영업 행위를 했을 때”를 해고 사유로 정하고 있었습니다. 회사는 A씨가 겸직 금지 의무를 위반하고 불성실하게 근무했다며 그를 해고했습니다.A씨는 억울해했습니다. “생계가 어려워 어쩔 수 없었고, 회사가 근무 형태를(1인 1차제→2인 1차제) 갑자기 바꿔서 일을 제대로 못 한 것뿐”이...

    1655호2025.11.21 14: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