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의 명곡, ‘이등병의 편지’는 참 묘한 노래다. 몇줄 안 되는 가사의 주인공이 생판 남이었다가 어느 순간 내 얘기가 된다. ‘어느 순간’이란 바로 입영통지서가 날아온 시점, 전문대를 졸업한 지 한달도 되지 않은 때였다. 삶의 우선순위란 기나긴 줄에 갑자기 나타난 병역의무가 새치기를 했다.그날부터 가슴과 머리가 따로 놀았다. 본능에 가까운 거부감과 각오를 가장한 체념. 심장은 복학생들의 ‘군대 썰’을 들을 때마다 느꼈던 두려움에 떨었고, 이성은 어차피 거쳐 가야 할 길 걷는 동안 진로 결정을 유예할 수 있다며 위로했다. 입대 날짜가 일주일 앞까지 다가왔을 때였다. 집에서 주호민의 군대 이야기 만화 <짬>을 읽으며 시간 죽치고 있을 때, 휴대전화가 울렸다. 지도교수였다.“현우야, 기능요원 해볼래? 자리 생겼다.” 산업기능요원. 산업체에서 일하며 병역을 대체하는 제도...
1435호2021.07.02 1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