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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대승의 소수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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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8)대선 이후 어떤 국가체계 만들 것인가?
    (8)대선 이후 어떤 국가체계 만들 것인가?

    누군가 “선거란 서로 다른 이념을 대표하는 정치지도자들이 자신의 국가 비전을 제시하고 유권자의 선택을 받는 제도”라고 말한다면, 나도 모르게 실소가 터져나올 것 같다. 모두가 더러운 과거를 폭로하거나 은폐하는 데만 몰두하고 있는 이번 대선에서 ‘비전’을 얘기하는 건 우스운 일이 돼버렸다. 돌아보면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새로운 국가와 사회를 꿈꾸기에는 더 좋은 시절이었다. 많은 이들이 ‘암울한 현재’가 끝나기를 기다리며, 다른 미래를 위한 참신한 기획을 내놓았다. 실제로 혁신적이라 평가받는 사회정책의 상당수를 그 당시 지방정부에서 시도했다. 암울한 현재가 끝나고 나니, 미래를 말하는 것이 부질없는 세상이 오고 말았다.한국과 서구의 제도그래도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갈 길을 가야 한다. 경제 규모는 이미 선진국 수준일지 몰라도, 한국은 여전히 지속가능한 사회관계와 국가체계를 형성하지 못했...

    1461호2022.01.07 15:26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7)공정과 능력주의는 고립된 수험생 세계서 태어난다
    (7)공정과 능력주의는 고립된 수험생 세계서 태어난다

    능력주의에 관한 최근의 논의를 살펴보면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능력주의란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능력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을 찾기도 어렵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능력주의를 비판하든 지지하든 이 말을 메리토크라시(meritocracy)의 번역으로 간주하는 사람이 많다는 데 있다. 하지만 메리토크라시는 능력주의가 아니다.능력주의와 메리토크라시메리토크라시는 말 그대로 ‘메리트에 의한 지배’를 의미한다. 이때 메리트(merit)는 ‘능력’이 아니고, 크라시(cracy)도 ‘주의’가 아니다. 메리트는 좋음, 가치 있음, 훌륭한 자질, 탁월함, 뛰어남 등을 의미한다. 동사로 쓰일 때는 ‘무엇을 받거나 얻을 만하다’, ‘그럴 자격이 있다’ 정도로 옮길 수 있다. 메리트는 한국에...

    1457호2021.12.10 14:35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6)‘이념 없는 정치’가  세운 대선후보
    (6)‘이념 없는 정치’가 세운 대선후보

    윤석열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됐다. 그의 발언이 나올 때마다 사람들은 지지 혹은 분노를 쏟아낸다. 나는 이 상황이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져 아무런 감흥도 느낄 수가 없다. 비극적 결말에 이른 영화 속 주인공이 마지막 순간에 자문하듯이, 당혹스러운 질문만 머릿속을 맴돌 뿐이다. 한국정치는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인가?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결정했던 순간, 문재인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됐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 누군가는 현 정부의 성공을 기원했고 누군가는 실패를 예견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을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른바 ‘촛불정부’의 검찰총장이 이명박·박근혜 사면을 약속하는 대선후보가 될 것이라고 누가 상상했겠는가? 더구나 대선후보 윤석열이 탄생하는 과정은 역사의 비극적 우연이 아니라 정치적 행위자들의 ‘거대한 헛발질’이 만들어낸 블랙 코...

    1453호2021.11.12 12:02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5)한국판 지옥도, 세계 자본주의를 들추다
    (5)한국판 지옥도, 세계 자본주의를 들추다

    이제 <오징어게임>은 좀 지겨운 주제가 됐지만, 아직 해야 할 이야기가 꽤 남아 있다. 일단 언론 반응에 시선을 돌려보자. 한국언론 다수는 작품 자체보다 ‘한국 문화산업의 대성공’에 주목한다. 어쩌면 한국 관객에게 드라마 속 지옥은 그리 새롭거나 충격적인 광경이 아닐지 모르겠다. 반면 해외 언론에 그 작품은 공포다. 세상 어딘가에 그런 지옥이 존재하고, 그것이 세계의 미래가 될지도 모른다는 보편적 두려움이 <오징어게임>이라는 전 지구적 문화현상의 한 배경이다. 뉴욕타임스, 가디언, 르몽드, 슈피겔 등 영향력 있는 서구언론 대부분이 한국사회의 불평등과 폭력을 조명하는 심층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한국 관객의 입장은 좀 난처하다. 한국사회의 지옥도를 재현한 작품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걸 기뻐해야 하나 슬퍼해야 하나.드라마, 한국, 자본주의<오징어게임>의 성공 원인 중 하나는 드라마와 현실이 맺고 있는 독특한 관...

    1450호2021.10.22 14:41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4)‘몇명만 참아’  한국에는 없는 어떤 공동체
    (4)‘몇명만 참아’ 한국에는 없는 어떤 공동체

    우리는 낯선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기후변화는 그 원인이 인간사회 내부에 있더라도, 결과적으로 인간을 향한 자연의 위협으로 나타난다. 오로지 인류 전체의 노력으로만 그 위협에 대응할 수 있다. 지금의 위기는 오히려 새로운 시대를 위한 계기일지도 모른다. 이른바 ‘포스트코로나’에 관한 최근의 논의는 이런 위기의식과 기대감이 뒤섞인 결과물이다. 하지만 과연 한국은 변화를 위한 준비가 돼 있는가? 오히려 한국의 팬데믹 대응방식은 오래된 관성으로 새로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놀라운 증거를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한국의 위기극복 방식팬데믹의 위협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분명 그것은 ‘모두의 문제’이지만, 과연 ‘공동체의 문제’이기도 할까? 불이 난 건물 안에 여러 사람이 갇힌 상황을 상상해보자. 모두가 안전한 탈출을 원하지만, 그것은 각자의 문제가 될 수도, 공동체의 문제가 될 수도...

    1447호2021.10.01 15:21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3)‘사람을 털었다’ 온라인 집단과 사회적 폭력
    (3)‘사람을 털었다’ 온라인 집단과 사회적 폭력

    얼마 전 머지포인트 사태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줬다. 포인트 판매가 중단되자, 일부 이용자들이 남은 포인트를 ‘털어버리기 위해’ 집단적으로 움직였고, 아무것도 모른 채 포인트 결제를 해준 자영업자들은 순식간에 날벼락을 맞았다. 자기 손의 폭탄을 약자에게 떠넘기는 장면은 그리 생소하지 않다. 한국은 항상 약자를 희생하는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해오지 않았는가. 그래도 이런 식의 대응을 공개적이고 떳떳하게 주장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문제는 온라인 공간이다. 머지포인트 이용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서로 응원과 격려를 주고받으며 ‘포인트 털기’에 동참하는 광경에서, 부끄러운 행위를 하고 있다는 의식을 발견하기는 힘들다.‘우리끼리’의 온라인 집단흔히 한국사회를 ‘각자도생’이나 ‘신자유주의적 경쟁’으로 설명하곤 한다. 이런 말을 들으면, 개인으로 파편화된 사회, 만...

    1443호2021.08.30 11:04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2)페미니즘 사냥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
    (2)페미니즘 사냥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

    백래시가 몇개월째 난동을 부리고 있다. 페미니즘을 증오하는 남성들이 손가락 고리 모양을 찾아 헤매고, 이른바 ‘페미’를 색출한답시고 여성에 대한 낙인찍기를 시도한다. 이제는 도쿄올림픽 양궁 국가대표 안산 선수를 겨냥하고 있다. 이번에는 양상이 다르다. 그들의 주장과 행동이 워낙 황당한 수준이다 보니 대중의 피로가 상당히 누적됐다. 공격 대상이 ‘태극전사’라는 사실은 페미니즘에 대한 증오를 압도한다. 그럼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반페미니즘 난동이 소멸하게 될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이번 사건의 의미는 역설적이다. 올림픽 3관왕 정도의 ‘역사적 인물’이 피해자가 될 경우에만 백래시를 반격할 여론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지금 주류 여론을 주도하는 것은 안산 선수 개인에 대한 지지와 열광일 뿐 백래시 그 자체에 대한 반대라고 하기도 어렵다. 허약한 먹잇감이 등장하면 페미니즘 사냥은 언제라도 재개될 것이다. 그것의 사회&...

    1440호2021.08.09 14:09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1)청소노동자 사망과 별점 테러
    (1)청소노동자 사망과 별점 테러

    괴롭힘은 특수하고 일탈적인 사건이 아니라 노동 통제의 일상적 수단이 됐다. 그것을 해결하려면 노동시장의 불평등 구조와 노동 규율 방식, 플랫폼 노동의 불안정성 그 자체를 문제로 삼아야 한다. 서울대 청소노동자가 자신의 일터에서 사망했다. 노동사고는 끊이지 않고, 노동자들은 괴롭힘당하다 죽어간다. ‘괴롭힘’은 은유적 표현이 아니다. 고인에게 강요된 필기시험의 목적은 괴롭힘을 통해 노동자를 길들이는 것이고, 이런 광경은 한국사회 어딜 가나 어렵지 않게 목격된다. 괴롭힘은 특수하고 일탈적인 사건이 아니라 노동 통제의 일상적 수단이 됐다.규율 혹은 훈육(discipline)은 현대 자본주의 노동의 핵심이다. ‘직장에서 일한다’는 것은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 정해진 방식으로 행동함을 의미한다. 규율된 노동의 등장은 인류사의 충격적 사건이었다. <모던 타임스>의 찰리 채플린은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미친 듯이 나사를 조이다...

    1438호2021.07.23 1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