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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대승의 소수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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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28)평등하지 않은 세상을 꿈꾸는 당신에게
    (28)평등하지 않은 세상을 꿈꾸는 당신에게

    얼마 전 한 아파트 시행사가 ‘언제나 평등하지 않은 세상을 꿈꾸는 당신에게 바칩니다’라는 광고를 걸었다가 사과하는 일이 있었다. 해당 아파트의 분양가는 100억원에서 4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저런 광고 문구를 생각해냈다는 것도 놀랍지만, 그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는 사실 역시 놀랍지 않은가? 평등하지 않은 세상을 꿈꾸는 사람은 주변 어디에나 널려 있기 때문이다.SNS에는 ‘상류층’과 결혼하려는 사람을 모집한다는 결혼 정보 회사 광고가 뜬다. 결혼과 계급 차이는 익숙한 주제지만, 결혼 상대방의 ‘스펙’을 하나씩 따지며 인간의 등급을 분류하는 것은 최근의 일이다. 주거지에 따른 차별은 일상적 사건이 돼 별다른 뉴스거리도 되지 않는다. 기괴한 외국어 이름이 붙은 이른바 브랜드 아파트를 보라. 아파트단지 입구에 서 있는 저 흉물스럽고 거대한 아치는 평등하지 않은 세상을 꿈꾸는 이들의 자기 존재 증명 같은 것이...

    1536호2023.07.07 11:29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27)노키즈존과 일상의 무례함
    (27)노키즈존과 일상의 무례함

    이른바 ‘노키즈존’을 둘러싼 논란이 주기적으로 반복된다. 노키즈존은 차별적 공간임이 확실하지만, 탄생 이유에 대한 별도의 분석은 필요하다.노키즈존은 차별이다2016년 제주시에서 노키즈존 식당 이용을 거부당한 어린이와 부모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적이 있다. 당시 인권위는 “특정 집단을 특정한 공간 또는 서비스의 이용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방식으로 구현되는 경우에는 그에 합당한 사유가 인정돼야만 한다”라고 밝히며, 해당 식당의 조치가 아동 차별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여기서 합당한 사유에 관해 좀더 생각해 보자.서비스 상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배타적 방식으로 운영되는 경우는 흔하다. 미성년자는 술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영화관은 영상물 연령 등급에 따라 운영된다. 여성 전용 헬스장이나 외모를 기준으로 입장객을 받는 클럽도 있다. 공간마다 배제의 합당한 근거가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청소년의 유흥업소 출입금지는...

    1532호2023.06.09 11:23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26)종말과 위기 감각
    (26)종말과 위기 감각

    영화 <돈 룩 업>은 과장된 블랙 코미디가 아니다. 지금 인류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을 보라. 혜성 충돌이라는 사건이 실제로 발생한다면, 현실의 인류가 영화 속 바보들보다 현명하게 대처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생존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인간의 ‘자연적 본성’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지만, 이런 본성은 경우에 따라 작동을 멈춘다.위기감의 실종현시대의 가장 놀라운 사실은 인류가 종말의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기후위기의 재앙적 결과를 경고하는 목소리는 이제 익숙해졌고, 위기의 감각을 가진 사람은 여전히 소수다. 이미 적지 않은 학자들이 이런 기이한 현상을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해왔다. 여기서는 한국적 상황을 염두에 두면서 몇 가지 분석을 추가해보자.위기의 감각은 시간에 의존한다. 위험은 항상 미래의 위험으로 등장한다. 남은 시간 동안 그 위험을 어떻게 회피할 것인지가 문제다. 신체적 감각이 인지할 수 있는 순...

    1528호2023.05.12 14:33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25)부채감으로 유지되는 사회
    (25)부채감으로 유지되는 사회

    한국사회에서 정의의 첫 번째 의미는 ‘가해자의 죗값을 받아내는 것’이다. 이 과정은 가해자-피해자 도식과 복수극의 형식을 따라 실현된다(‘박이대승의 소수관점’ 16회와 24회 참고). 여기에는 ‘피해자를 위한 정의’를 주장하는 제3자가 개입하는데, 이들을 움직이는 힘은 부채감이다.앞서서 가나니 산 자여 따르라부채감은 말 그대로 ‘내가 타인에게 빚지고 있다’는 감정이고, 이는 타인에게 무엇인가를 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이어진다. 부채감은 인간의 의식을 지배하는 가장 원초적이고 일반적인 감정 중 하나지만, 문화권마다 형태가 다르다. 예컨대 한국의 부모 자식 관계는 늘 눈물을 동반할 정도로 절절한데, 이들은 끊임없이 서로에게 미안해한다. 미안함은 부채감의 일종이다. 이들의 사랑은 부채감으로 유지되고, 서로에 대한 의무도 부채감에서 나온다. 이러한 의무는 책임감이 부과하는 의무와 미...

    1525호2023.04.21 13:55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24)가해자-피해자 도식을 넘어
    (24)가해자-피해자 도식을 넘어

    한국에서는 인간의 고통을 야기하는 사건이 발생하면 사건 전체가 ‘가해자 vs 피해자’라는 도식으로 환원된다. 이 도식은 너무나 일반적이어서 학교 폭력, 성폭력, 직장 내 괴롭힘, 아동 학대같이 개인이 개인에게 가하는 직접적 폭력은 물론 노동 사고, 대규모 참사, 전쟁 범죄, 식민주의적 착취같이 개인적 수준을 벗어난 사건에도 적용된다.객관적 구조의 실종폭력 사건에는 당연히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지만, 사건 전체를 이 두 행위자 사이의 상호관계로 환원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다. 대부분의 사건은 폭력을 용인하거나 방조하는 객관적 구조와 환경 아래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예컨대 학교 폭력은 단순히 가해자와 피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거기에는 학교라는 폐쇄적 사회관계, 교육 제도가 만든 폭력적 구조, 사회경제적 불평등, 괴롭힘과 학대를 사회적 관계의 하나로 활용하는 가학적 문화 등이 개입된다.한국사회를 지배하는 가해자-피해자 도식은 오로지 사...

    1521호2023.03.24 12:50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23)문제는 문해력이 아니다
    (23)문제는 문해력이 아니다

    우연히 대한민국 대통령실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대통령의 말과 글’이란 메뉴가 있다. 이곳에 올라온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과 연설문을 읽다 보면 ‘한국에서 말과 글의 기능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하게 된다. 대통령은 분명 말을 하고 있지만, 그것은 의미가 담긴 언어적 표현이라기보다 물리적 소리와 문자의 무의미한 연쇄에 가깝다. 이건 그저 대통령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일정 시간을 채우기 위해 말을 하고, 정해진 지면을 채우기 위해 글을 쓰지만, 아무런 의미도 전달하지 않는 언어 사용자가 많다. 교장 선생님 훈화, 주례사, 기관 홈페이지의 대표 인사말, 학술대회 개회사, 정치인의 연설, 저명인사의 신문 칼럼 등 비슷한 사례는 여기저기에 널렸다. ‘어쩌고저쩌고’나 ‘중얼중얼’로 대체해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은 말과 글을 듣거나 읽다 보면 리터러시(literacy)의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1517호2023.02.24 11:16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22)‘돈의 논리’에 빠진 한국사회
    (22)‘돈의 논리’에 빠진 한국사회

    한국에서는 하루건너 사건 사고가 터지고, 언론과 여론은 현재를 따라가기에 바쁘다. 과거는 곧 잊히고, 미래를 내다볼 여유는 없다. 가끔 제 자리에 멈추어 현재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미 알려진 사실 몇 가지를 재확인하자.한국은 살 만한 곳인가?한국 경제는 급속히 성장해왔다. GDP는 세계 10위권에 근접했고, 1인당 GDP는 2000년에 비해 세 배 가까이 올라 유럽연합 평균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은 말 그대로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 하지만 OECD 최신 통계를 보면, 한국의 GDP 대비 사회복지 지출 비율은 38개국 중 34위다. 사회 보장에 관한 지표도 대체로 낮은 수준이다. 빈곤율은 높은 편이고, 특히 노인빈곤율은 가입국 중 가장 높다. 소득 불평등(지니 계수)도 큰 편에 속한다.성별 임금 격차는 지난 30년간 세계 1위를 기록 중이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OECD 가입국 중 독일에 이어 두 번째이고, 성차별...

    1514호2023.02.03 11:25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21)노동운동의 위기이자 민주주의의 위기다
    (21)노동운동의 위기이자 민주주의의 위기다

    작년 말 화물연대 파업은 패배로 끝났다. 윤석열 정부는 노동조합을 탄압하기 위해 온갖 기발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이제 ‘노조 때리기’ 말고는 지지율을 유지할 다른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많은 사람이 현 정부를 규탄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노동조합의 자기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시민들이 등을 돌린 노동운동은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이다.왜 노조가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가? 노동조합이 파업을 하려면 대중의 지지가 필요하다. 이는 현 상황에 대한 객관적 묘사다. ‘살기 위해서는 물을 마셔야 한다’와 마찬가지로 부정하기 힘든 사실 판단이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 자체가 정상적인지는 다른 문제다. 노동자가 파업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 상황이 과연 정상적인가?오로지 자기 조합원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는 노조가 실제로 존재한다. 비정규직 차별을 묵인하는 정규직 노...

    1511호2023.01.06 14:17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20)감정 중독 사회의 한계
    (20)감정 중독 사회의 한계

    한국인은 2022년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이태원 참사의 슬픔일까, 월드컵축구 16강의 행복일까? 개인의 삶과 마찬가지로 사회도 무수한 감정을 거치며 살아간다. 새로운 감정이 과거를 대체하기도 하고, 집단적 감정 사이의 충돌이 일어나기도 한다. 감정의 변화는 그냥 그렇게 일어나는 것이지,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슬픔에 빠졌던 사회가 한 달 만에 축제 분위기로 바뀐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감정의 운동이 사회의 모든 것이 될 때다. 이런 사회는 겉으로만 역동적으로 보일 뿐, 실제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기억보다 중요한 것 반지하 주택이 폭우에 침수돼 일가족이 사망한 것이 불과 4개월 전이다. 충격적 사건이었고, 현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의 태도는 공분을 일으켰다. 이 사건이 주거권 보장을 위한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을까? 아마 어려울 것이다. 감정은 흘러가고 기억은 흐려진다. 슬픔과 분노는 강렬하지만 실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미미...

    1508호2022.12.16 11:30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19)폭력과 노동자의 죽음
    (19)폭력과 노동자의 죽음

    노동자의 죽음이 끊이지 않는다. 흔히 생각하듯이, 이윤을 위해 노동현장의 안전을 희생하는 데 첫 번째 이유가 있다. 이런 일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는 또 다른 문제다. 어떻게 인간의 생명을 소모품처럼 취급할 수 있단 말인가. 여기서 소모품은 일종의 비유인가 아니면 실제 사실인가.폭력과 사고 폭력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전쟁이나 살인이다. 인간이 물리적 힘으로 다른 인간의 신체를 파괴하고 생명을 빼앗는 행위, 여기에 폭력의 원초적 의미가 있다. 교통사고도 인간의 신체를 파괴하지만, 폭력이라고 불리지는 않는다. 폭력과 사고의 차이는 무엇일까? 인간의 의지가 개입됐다면 폭력, 아니라면 사고라고 답할 수 있다. 사고는 인간 능력의 한계를 벗어난 것, 따라서 인간이 완벽히 막을 수 없기도 하다. 여기에는 인간과 자연의 구별이 전제돼 있다. 즉 폭력은 인간의 행위이지만, 사고는 자연적 사건의 일종이다. 자동차는 인간의 발명품이지만, 교통사고는 길 가다 ...

    1503호2022.11.11 1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