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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대승의 소수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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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 (50) 뒤처리 전문, 한국 민주주의
    (50) 뒤처리 전문, 한국 민주주의

    한국 민주주의의 최대 강점은 내적 위협이 발생할 때 뚜렷이 드러난다. 윤석열의 내란 직후, 한국 시민이 보여준 반응 속도와 강도를 보라. 세상 어디에도 이런 강력한 방어 장치를 갖춘 민주주의가 없다. 많은 사람이 여기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하지만 감탄만 하기에는 뭔가 찝찝하다. 불과 2년 전 윤석열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선출한 것도 한국 시민이었다. 외부의 폭력이 개입한 적도 없고, 선거 부정이 일어나지도 않았다. 인민의 일반 의지는 민주주의 선거제도를 통해 그를 선택했다. 물론 ‘난 그를 찍지 않았다’고 원망 어린 항변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게 별 소용이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그의 권력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결정에서 비롯한 것이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대통령이 된 자가 2년 뒤에 군사쿠데타를 시도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민주주의에서 상상 가능한 최악의 악몽은 무엇일까? 광인(狂&...

    1609호2024.12.20 15:00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 (49) 대통령 윤석열의 가벼움
    (49) 대통령 윤석열의 가벼움

    정치인의 기질은 흔한 미디어 상품이다. 정당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면, 언론은 그의 말투, 성격, 첫인상 따위를 분석하기에 바쁘다. 물론 이런 분석은 한계가 명확하다. 정치인의 행동에 개입하는 요소는 매우 다양하고, 그의 사람됨보다 해당 시기의 정치적 상황, 주변의 권력 구조, 시민의 의지와 요구 등이 더 결정적일 때가 많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일종의 예외로 보인다. 지난 11월 7일에 열린 기자회견을 본 후, 적지 않은 시민이 비슷한 질문을 떠올렸을 것이다. 지금 대통령실 주변에서 벌어지는 기가 막힌 상황은 무엇보다 윤석열이라는 사람 개인의 성격과 기질에서 비롯하는 것 아닌가? 벼랑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면서도, 자기 발밑만 바라보며 신소리를 해대는 예외적인 인물이 이런 난장판의 첫 번째 원인 아닐까?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한국식 위계 구조의 특징을 살펴보자.위계적 공간 배치한국 영화와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미장센이 있는데, 바로 ‘ㄷ(디귿)’ 모양의 ...

    1606호2024.11.29 15:50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48) 공과 사를 둘러싼 전쟁
    (48) 공과 사를 둘러싼 전쟁

    미디어의 연예면에서 가장 잘 팔리는 콘텐츠가 이른바 “사생활 논란”이다. 이 말은 그 자체로 형용모순이라 할 수 있다. 어떤 사건이 사생활에 속한다면 공적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없고, 공적 공간에서 다루어져야 할 사건이라면 애초에 사생활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에 등장한 미묘한 문제 중 하나가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의 관계다. 한국사회는 이 관계를 다룰 정교한 규칙을 수립하는 대신, 오히려 난잡하게 뒤섞으려는 경향을 나타낸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사생활 논란이라는 역설적 표현이다.공사의 구별 한국어 공(公)과 사(私)는 주로 서구어 퍼블릭(public)과 프라이빗(private)의 번역어로 사용되지만, 두 개념 쌍의 의미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퍼블릭은 ‘한 공동체의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것들의 영역’ 정도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박이대승의 소수관점(47) ‘한국에 개인들의 공동체가 존재하는가’ 참고).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1603호2024.11.08 16:00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47) 한국에 개인들의 공동체가 존재하는가
    (47) 한국에 개인들의 공동체가 존재하는가

    넷플릭스 시리즈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을 보면, 출연자 에드워드 리가 비빔밥을 영어로 설명하면서 “저는 이 흔한 요리를 특별하게 만들고 싶었어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여기서 “흔한 요리”는 영어 “such a common dish”를 번역한 것이다. 이걸 보며 문득 생각했다. 한국에 커먼(common)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있는가?‘커먼’의 의미영어 ‘커먼’은 라틴어 ‘communis’에서 온 말이고, 다른 서구어 대부분에도 비슷한 철자와 의미를 가진 단어가 존재한다. 메리엄 웹스터 영어사전이 이 말의 핵심 의미를 잘 정의해 놓았는데, ‘한 공동체나 그룹의 모든 구성원에게 공유되고 있는 것’ 정도로 옮길 수 있겠다. 여기에 정확히 일치하는 한국어 단어는 없다. 흔히 ‘공통’, ‘공동’, ‘일반’, ‘보통’ 등으로 번역하는데, 이런 단어에 원래 의미를 온전히 담기는 아무래도 어렵다. 커먼에는 ‘널리 퍼져 있는 것’이라는 의미도 있으니, 에드워드 리의...

    1600호2024.10.18 16:00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46) 모두가 평등하게 막말하는 사회
    (46) 모두가 평등하게 막말하는 사회

    지난 4월 민희진 어도어 당시 대표의 기자회견이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그는 공적 공간에서 사용 가능한 표현의 한계를 의도적으로 무시하며 막말과 욕설을 쏟아냈는데, 오히려 이 점이 대중의 열광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한국사회는 막말에 관대한 것일까? 이 문제를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자.막말의 기능‘막말’의 사전적 의미는 ‘말을 함부로 하거나 속되게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말의 내용과 표현 모두가 포함된다. 예컨대 처음 만난 사람에게 ‘당신의 외모는 제가 생각했던 것만큼 아름답지는 않군요’라고 말한다면, 이건 막말일까? 표현은 정중하지만, 발언 내용의 무례함 때문에 막말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반면 평범한 일상어에 습관적으로 욕설과 비속어를 덧붙이는 사람, 나이 어린 사람에게 다짜고짜 반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들의 발언은 내용이 아니라 표현 방식 때문에 막말로 간주된다.많은 사회에 ‘품위 있는 언어를 써야 한다’는 관습적 규칙이 존재하는데, 이 규칙이 일차적으로 다루는...

    1597호2024.09.27 16:00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45) 뉴라이트의 헛소리가 가능한 이유
    (45) 뉴라이트의 헛소리가 가능한 이유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가 거센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뉴라이트 인사들은 계속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늘어놓는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까.광복절의 의미광복절을 다시 생각해 보자. 이날은 한국만의 기념일이 아니다. 여러 나라가 독일과 일본이 항복한 1945년 5월 8일과 8월 15일을 기념하고 있다. 기념일의 명칭은 다양하지만 대부분 전쟁 승리와 해방의 의미를 담고 있다.기념일은 역사적 사건을 지시하는 숫자의 조합이 아니라 후세에 전하는 일종의 메시지다. 5월 8일과 8월 15일은 어떤 메시지를 남기는가? 역사에 대한 해석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거의 모두가 합의하는 한 가지 메시지가 있다. 반파시즘, 즉 파시즘의 존재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절대적 원칙이다. 두 기념일이 지시하는 일차적 사실은 ‘우리 연합군이 독일과 일본에 승리했다’는 것이고, 이는 미래세대를 향해 ‘앞으로도 전 세계적 반파시즘 연대가 파시스트에게 승리를 거두어야 한다’를 요구한다...

    1594호2024.08.30 16:00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44) 동성결혼 반대하는 것은 가능한가
    (44) 동성결혼 반대하는 것은 가능한가

    얼마 전 대법원은 동성부부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는 역사적 판결을 내렸다. 그들의 결혼이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더라도, 사실혼 관계까지 부정하는 것은 분명한 차별이라는 것이다. 이제 동성결혼에 관한 진지한 논쟁이 시작돼야 한다.동성결혼의 쟁점현대 민주주의의 법적 원리에서 곧바로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들이 있다. 예컨대 태아를 법적 인간으로 볼 것인지 말 것인지, 마약이나 성매매를 허용할 것인지, 국내 체류 외국인에게 어떤 권리를 보장할 것인지 등에는 정해진 답이 없다. 그래서 정치적 논의의 결과에 따라 전혀 다른 결정을 할 수 있다. 실제로 유럽은 국가마다 성매매에 관한 법 제도가 다르고, 미국의 이민자 정책은 선거 결과에 따라 수시로 바뀐다. 반면 남성과 여성에게 동등한 투표권을 줄 것인지, 피부색에 따라 같은 권리를 보장할 것인지 따위는 애초에 쟁점 자체가 될 수 없다. 차별을 인정하는 것은 곧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동성결혼 법제화는...

    1590호2024.08.02 16:00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43) 작은 스캔들만 가득한 기이하게 고요한 세상
    (43) 작은 스캔들만 가득한 기이하게 고요한 세상

    최근 한국은 전례 없는 고요한 시대를 살고 있다. 작은 사건은 계속되지만, 거대 사건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거대 전선의 실종현 정부도 이른바 보수로 분류되지만, 과거 보수 정부와는 몇 가지 차이가 있다. 이명박은 집권하자마자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에 직면했고, 국정원 여론 조작 사건은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대중적 저항을 촉발했다. 탄핵의 직접적 계기는 세월호 참사와 국정 농단이었지만, 보수 정부를 향한 폭발적 저항의 잠재력은 항상 존재하고 있었다.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국회 입법 청원이 100만명을 넘겼지만, 예전과 같은 대규모 저항 운동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원인은 다양할 것이다. 현 정부가 보여주는 극도의 무능력과 취약한 지지기반이 오히려 저항의 필요성을 제거하고 있는지 모른다. 굳이 거리로 나가 촛불시위를 하지 않아도 그들을 충분히 저지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또는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반감 ...

    1587호2024.07.12 16:00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42) 다른 국가와 정치를 상상하기
    (42) 다른 국가와 정치를 상상하기

    대중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세상의 이야기를 사랑한다. 작가의 역량은 상상의 세계를 얼마나 치밀하게 구축할 수 있는지에서 드러난다. 거기서 국가와 정치에 관한 상상이 빠질 수는 없고, 이는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에도 영향을 미친다. 생각나는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종말 이후의 국가<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와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는 아포칼립스보다 국가의 탄생과 변형에 관한 창조신화에 가깝다. 영화의 세계를 구성하는 세 가지 정치 형태를 구별할 수 있다. 사막을 떠돌아다니는 약탈적 유목민, 시타델이라는 유사 국가, 퓨리오사가 돌아가려는 어머니들의 푸른 땅이다. 유목 집단을 이끄는 디멘투스는 국가의 자원과 권력을 욕망하지만, 그걸 운영할 역량은 없는 비겁하고 포악한 인물이다. 시타델을 지배하는 임모탄 조는 근대적 독재자보다 고대 국가의 왕에 가깝다. 유목민에 맞서 국가를 지키는 것이 그의 첫 번째 임무다. 그의 권력은 억압적 국가기구가 아니라 물과...

    1584호2024.06.21 16:00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41) 인간관계를 양적으로 환산할 수 있는가
    (41) 인간관계를 양적으로 환산할 수 있는가

    결혼 축의금에 관한 사연이 SNS에 종종 보인다. 대부분 ‘축의금 3만원 한 친구와 손절해야 할까요?’ 따위의 내용이다. 액수에 대한 고민은 축의금의 역사만큼 오래된 것이지만, 최근의 분위기는 예전과 미묘한 차이가 있다. 축의금을 일종의 현금 교환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더욱 강해지는 것이다.도움과 은혜축의금이나 부조금의 기본 성격은 ‘돕는다’는 데 있다. 도움은 양적 교환이 아니다. 내가 같은 양의 대가를 돌려받을 생각으로 상대방을 돕는다면 애초에 도움이라고 말할 수 없다. 물론 그가 내게 무언가를 돌려줄 수도 있겠지만, 내가 주었던 도움과 그가 돌려주는 것의 가치가 동일할 수는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도움을 ‘돌려받는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만일 그가 은혜를 갚기 위해 나를 도와준다면, 이는 받았던 도움을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내게 새로운 도움을 주는 것이다.도움이나 은혜는 한쪽이 다른 한쪽에게 일방적으로 주는 것이고, 이는 사라지지 않는 부채 관계를 남긴다...

    1581호2024.05.31 1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