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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대승의 소수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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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57) 한국 민주주의는 또 다른 내란을 막을 수 있는가
    (57) 한국 민주주의는 또 다른 내란을 막을 수 있는가

    윤석열의 내란 시도 후 6개월 만에 이재명 정부가 들어섰다. 힘든 시기를 보낸 시민들은 이제야 안심하며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 광경은 마치 2017년의 데자뷔 같지 않은가? 박근혜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고, 5월 대선에서 문재인이 당선되자, 시민들은 한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시기가 열리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던 윤석열이 그다음 대통령으로 당선됐고, 결국 군사쿠데타라는 오래된 악몽을 재소환했다. 미래에 2025년 대선은 어떤 사건으로 기록될 것인가?아이러니하게도 이번 대선을 거치며 내란이 남긴 메시지가 다소 희석된 것처럼 보인다. 작년 12월 3일의 사건은 한국 민주주의가 여전히 자기 안정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지금 한국 시민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질문은 ‘한국 민주주의는 또 다른 국정농단이나 내란을 막을 수 있는가?’이다. 새 정부가 한국 민주주의의 커다란 진전을 이뤄내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민주주의의 ...

    1633호2025.06.13 14:18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56) 예산 떨어지면 중단되는 ‘한국의 복지 서비스’
    (56) 예산 떨어지면 중단되는 ‘한국의 복지 서비스’

    경향신문은 지난 3월 말에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근처 반지하에 살던 60대 남성의 고독사 사건을 보도했다. 그는 ‘긴급복지지원’을 신청하려 주민센터를 방문했지만, 예산이 소진돼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그는 혼자 세상을 떠났고, 시신은 수개월이 지나 발견됐다. 다른 가난한 이들의 죽음처럼 그의 죽음도 잊히고 있다. 그러나 한국 복지 제도의 핵심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이 사건을 더 진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권리 없는 복지2005년에 제정된 긴급복지지원법은 ‘위기 상황’에 처한 사람을 적극적으로 찾아내 ‘금전 또는 현물’을 직접 지원하도록 규정한다. 이 법이 제정된 배경에도 비극적 사건이 있다. 2004년 12월, 대구 불로동의 저소득층 가정에서 다섯 살 아이가 영양실조로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30대 어머니는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었고, 막노동을 하던 30대 아버지는 일거리가 없어 사실상 실직 상태였다. 가족 전체가 굶는...

    1630호2025.05.23 14:38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55) 영드 ‘소년의 시간’, 살인자의 이해를 이해하기
    (55) 영드 ‘소년의 시간’, 살인자의 이해를 이해하기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국 드라마 <소년의 시간>이 전 세계 시청자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 드라마를 학교의 공식 커리큘럼으로 사용하자는 논의를 조직하고 있다. 온라인 여성혐오(misogyny)가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차단할 것인지는 그곳에서도 큰 논쟁거리이기 때문이다. 이 시리즈는 넷플릭스 역대 시청 순위 5위에 올랐을 정도로 폭발적 반응을 만들어냈지만,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적게 논의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특히 한국에서 이 작품을 주의 깊게 보아야 할 몇 가지 이유가 있다(스포일러가 무의미한 작품이지만, 그래도 혹시 걱정되는 독자가 있다면 아래 글을 읽기 전에 드라마를 먼저 보길 추천한다).<소년의 시간>은 원 테이크로 촬영된 네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다.1편은 열세 살 소년 제이미가 집에서 체포되는 장면에서 시작돼 그가 케이티를 살인하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확인하는 것으로 ...

    1626호2025.04.25 14:35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54) 어디에서 다시 시작할 것인가?
    (54) 어디에서 다시 시작할 것인가?

    윤석열의 파면 여부가 조만간 결정될 예정이다. 그가 대통령직에 복귀한다면 예측 불가능한 극단적 정세가 펼쳐질 것이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한다고 해도 모든 것이 정상화되지는 않는다. 애초에 한국은 ‘정상적’ 상태가 아니었다. 어디에서 정상화를 위한 출발점을 찾아야 하는가?실천의 출발점그동안 이 칼럼은 해당 시기에 필요한 여러 주제를 다루어왔지만, 모든 글이 하나의 목표를 공유하고 있었다. 근대 민주주의를 기준으로 삼아 한국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변화의 방향을 제안하는 것이다. 여기서 근대 민주주의란 단순히 선거나 정당 같은 대의 제도와 기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서구에서 만들어진 특정한 정치·사회 모델이며, 개인과 집단의 존재 방식, 언어 형식, 지식 체계 등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고유한 방식으로 규정한다. 그것은 ‘서구에서만 실현 가능한 보편적 모델’이라는 역설적 본성을 가지고 있다. 비서구 지역에 정상적 민주주의가 정...

    1622호2025.03.28 14:00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 (53) 팩트체크가 무의미한 시대
    (53) 팩트체크가 무의미한 시대

    얼마 전 기자들과 만나 요즘 한국 상황에 관해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기억에 남는 이야기 중 하나가 요즘엔 팩트체크가 무의미하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우리는 거짓과 진실의 구별이 중요치 않은 시절을 살고 있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믿는다’ 혹은 ‘나는 내가 믿고 싶은 정보를 나 스스로 창조한다’가 이 시대의 규칙이다. 그게 거짓인지 진실인지는 별 상관이 없다. 생각해 보면 충격적인 일이지만, 우리는 이미 이 새로운 규칙에 익숙해지는 중이다.이른바 ‘레거시 언론의 위기’는 이미 식상한 이야기가 됐다. 우리는 ‘위기’ 이전의 시대를 기억하기도 힘들다. 그럼에도 지난 10년간 팩트체크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거짓을 규탄하고 진실을 밝히는 일의 가치를 부정할 수는 없고, 바로 여기에 언론의 첫 번째 존재 이유가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부정할 수 없다고 믿었던 가치마저 노골적으로 부정당하고 있다. 언론의 위기는 또 다른 위기로 대체되고 있...

    1618호2025.02.28 15:00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52) 윤석열은 한국의 트럼프가 아니다
    (52) 윤석열은 한국의 트럼프가 아니다

    작년 12월 3일 이후, 모두가 던졌던 질문 중 하나는 ‘도대체 왜?’였다. 윤석열은 무얼 위해 그런 짓을 벌였는가? ‘오래전부터 쿠데타를 한번 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무속인의 점괘를 믿어서’ 따위의 설명이 농담처럼 떠돌기도 했다. 그동안 밝혀진 전후 상황을 고려하면, 이걸 농담이 아니라 설득력 있는 가설로 받아들여야 할지 모른다. 성폭력을 저질러 군에서 쫓겨난 노상원이 무속인과 어울리다가 국방부 장관의 비선처럼 활동하고, 현직 군인들이 이런 인물과 함께 롯데리아에서 쿠데타를 모의하고, 대통령은 이들에게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를 공격하라고 명령하고, 심지어 무속인이 국회 증인으로 출석하는 광경을 보면서 과연 쿠데타의 이유라는 것을 찾을 수 있을까? ‘비선 실세 최순실’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었는지 여전히 이해하기 힘든 것처럼 이번 사태도 이해 불가능한 어떤 것으로 남을지 모른다.윤석열, 트럼프, 전두환누군가는 윤석열을 ‘한국의 트럼프’라고 부르는데, 이 둘은 전혀 다르다...

    1615호2025.02.07 14:50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51) 어떻게 극우를 제거할 것인가
    (51) 어떻게 극우를 제거할 것인가

    지난해 12월 3일 내란 사태 직후에는 국민의힘과 주변 세력 모두 주춤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윤석열을 적극 방어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들은 제도 정당이기를 포기하고 내란 세력의 일부가 돼버렸다. 지금 그들이 쏟아내는 말 중 멀쩡한 것은 단 하나도 없다. 고려할 가치가 없는 사실 왜곡, 거짓, 궤변, 헛소리뿐이다. 국민의힘은 민주주의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위협이다. 한국 민주주의의 안정화와 정상화를 위해서는 이들을 제거해야 한다. 그런데 이때 제거란 어떤 의미인가?극우와 보수의 구별일단 보수와 극우를 구별하자. 보수(conservative)는 말 그대로 보존한다는 의미다. 공동체의 기존 질서와 가치를 지키고 유지하려는 정치이념이 보수다. 이는 근대 민주주의와 함께 출현했고, 지금도 세계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주류 이념 중 하나로 작동하고 있다. 반면 극단적 우파 또는 우파 극단주의의 목표는 민주주의의 파괴다. 그것은 파시즘과 나치즘의 유산에서 태어...

    1612호2025.01.10 15:30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 (50) 뒤처리 전문, 한국 민주주의
    (50) 뒤처리 전문, 한국 민주주의

    한국 민주주의의 최대 강점은 내적 위협이 발생할 때 뚜렷이 드러난다. 윤석열의 내란 직후, 한국 시민이 보여준 반응 속도와 강도를 보라. 세상 어디에도 이런 강력한 방어 장치를 갖춘 민주주의가 없다. 많은 사람이 여기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하지만 감탄만 하기에는 뭔가 찝찝하다. 불과 2년 전 윤석열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선출한 것도 한국 시민이었다. 외부의 폭력이 개입한 적도 없고, 선거 부정이 일어나지도 않았다. 인민의 일반 의지는 민주주의 선거제도를 통해 그를 선택했다. 물론 ‘난 그를 찍지 않았다’고 원망 어린 항변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게 별 소용이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그의 권력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결정에서 비롯한 것이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대통령이 된 자가 2년 뒤에 군사쿠데타를 시도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민주주의에서 상상 가능한 최악의 악몽은 무엇일까? 광인(狂&...

    1609호2024.12.20 15:00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 (49) 대통령 윤석열의 가벼움
    (49) 대통령 윤석열의 가벼움

    정치인의 기질은 흔한 미디어 상품이다. 정당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면, 언론은 그의 말투, 성격, 첫인상 따위를 분석하기에 바쁘다. 물론 이런 분석은 한계가 명확하다. 정치인의 행동에 개입하는 요소는 매우 다양하고, 그의 사람됨보다 해당 시기의 정치적 상황, 주변의 권력 구조, 시민의 의지와 요구 등이 더 결정적일 때가 많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일종의 예외로 보인다. 지난 11월 7일에 열린 기자회견을 본 후, 적지 않은 시민이 비슷한 질문을 떠올렸을 것이다. 지금 대통령실 주변에서 벌어지는 기가 막힌 상황은 무엇보다 윤석열이라는 사람 개인의 성격과 기질에서 비롯하는 것 아닌가? 벼랑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면서도, 자기 발밑만 바라보며 신소리를 해대는 예외적인 인물이 이런 난장판의 첫 번째 원인 아닐까?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한국식 위계 구조의 특징을 살펴보자.위계적 공간 배치한국 영화와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미장센이 있는데, 바로 ‘ㄷ(디귿)’ 모양의 ...

    1606호2024.11.29 15:50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48) 공과 사를 둘러싼 전쟁
    (48) 공과 사를 둘러싼 전쟁

    미디어의 연예면에서 가장 잘 팔리는 콘텐츠가 이른바 “사생활 논란”이다. 이 말은 그 자체로 형용모순이라 할 수 있다. 어떤 사건이 사생활에 속한다면 공적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없고, 공적 공간에서 다루어져야 할 사건이라면 애초에 사생활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에 등장한 미묘한 문제 중 하나가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의 관계다. 한국사회는 이 관계를 다룰 정교한 규칙을 수립하는 대신, 오히려 난잡하게 뒤섞으려는 경향을 나타낸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사생활 논란이라는 역설적 표현이다.공사의 구별 한국어 공(公)과 사(私)는 주로 서구어 퍼블릭(public)과 프라이빗(private)의 번역어로 사용되지만, 두 개념 쌍의 의미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퍼블릭은 ‘한 공동체의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것들의 영역’ 정도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박이대승의 소수관점(47) ‘한국에 개인들의 공동체가 존재하는가’ 참고).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1603호2024.11.08 1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