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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대승의 소수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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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 (60) 누가 주권자인가?
    (60) 누가 주권자인가?

    ‘주권자’는 두 번의 대통령 탄핵을 거치며 널리 쓰이는 말이 됐다. 하지만 한국의 공적 공간에서 사용되는 다른 어휘들과 마찬가지로 이 말의 정확한 의미를 찾기는 어렵고, 이 모호함이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된다.주권과 주권자‘주권’을 가장 흔하게 듣는 때는 선거 시기일 것이다. ‘소중한 주권을 행사해달라’는 투표 독려 문구는 언론이나 국가기관에서도 자주 쓴다. 이때 ‘주권’은 투표에 대한 권리나 정치적 권리를 의미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헌법 조항과 ‘주권을 행사’하러 투표장에 가는 사람을 동시에 떠올려보면, 뭔가 혼란스럽지 않은가? 헌법에 언급된 ‘주권’은 권리가 아니고, 개인이 행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집회 현장에서는 ‘주권자의 요구다, 윤석열을 탄핵하라’ 또는 ‘우리는 주권자로서 집회에 참여했다’ 같은 발언을 쉽게 들을 수 있었다. 이때 ‘주권자’란 정확히 누구일까? ‘시민주권’...

    1642호2025.08.15 14:41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59) 폭력을 왜 갑질이라고 부르는가?
    (59) 폭력을 왜 갑질이라고 부르는가?

    갑질 의혹을 받던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했다. 정치인의 갑질 문제는 지겨울 정도로 익숙하지만, 정작 갑질이라는 말의 타당성이 진지하게 검토된 적은 별로 없다.갑질이라는 말갑질은 문제적 용어다. 2019년에 정부가 공개한 ‘공공분야 갑질 근절을 위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갑질은 사회∙경제적 관계에서 우월적 지위에 있는 사람이 권한을 남용하거나, 우월적 지위에서 비롯되는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하여 상대방에게 행하는 부당한 요구나 처우를 의미한다”. 언뜻 보면 그럴듯한 개념 정의 같지만,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의미가 너무 포괄적이고 모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권력 관계에서 발생하는 온갖 종류의 폭력과 부당한 행위 모두를 갑질이라는 범주에 집어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저 가이드라인를 보면, 지위를 이용해 법을 어기거나 뇌물을 받는 행위, 인사 관련 부정, 언어∙신체적 폭력, 기관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용역 업체에 ...

    1639호2025.07.25 14:13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58) 정치의 시간, 경제의 시간
    (58) 정치의 시간, 경제의 시간

    얼마 전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조치를 발표한 뒤 모두의 시선이 부동산시장으로 쏠리고 있다. 작년 말에 시작된 정치의 시간이 점차 마무리되고, 이제 다시 경제의 시간이 시작되는 분위기다. 당연한 말이지만, 경제 상황과 정치권력 사이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고, 이번 정부에서도 경제정책의 성패가 지지율을 결정할 핵심 요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 관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간단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애초에 ‘경제정책의 성패’ 자체가 매우 모호한 개념이다. 경제성장률이 상승했지만, 부동산가격을 잡지 못했다면 경제정책은 성공한 것인가 실패한 것인가? 주가지수는 올랐지만, 자산 불평등이 심해졌다면 이건 또 어떠한가? 개인이 처한 상황은 모두 제각각이고, 그에 따라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도 사람마다 달라진다. 더구나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와 지지율은 또 다른 문제다. 한국 유권자의 경제 상황과 정치 지향 사이의 관계는 매우 복잡하다.부자와 가난한 자의 투...

    1636호2025.07.04 14:36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57) 한국 민주주의는 또 다른 내란을 막을 수 있는가
    (57) 한국 민주주의는 또 다른 내란을 막을 수 있는가

    윤석열의 내란 시도 후 6개월 만에 이재명 정부가 들어섰다. 힘든 시기를 보낸 시민들은 이제야 안심하며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 광경은 마치 2017년의 데자뷔 같지 않은가? 박근혜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고, 5월 대선에서 문재인이 당선되자, 시민들은 한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시기가 열리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던 윤석열이 그다음 대통령으로 당선됐고, 결국 군사쿠데타라는 오래된 악몽을 재소환했다. 미래에 2025년 대선은 어떤 사건으로 기록될 것인가?아이러니하게도 이번 대선을 거치며 내란이 남긴 메시지가 다소 희석된 것처럼 보인다. 작년 12월 3일의 사건은 한국 민주주의가 여전히 자기 안정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지금 한국 시민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질문은 ‘한국 민주주의는 또 다른 국정농단이나 내란을 막을 수 있는가?’이다. 새 정부가 한국 민주주의의 커다란 진전을 이뤄내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민주주의의 ...

    1633호2025.06.13 14:18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56) 예산 떨어지면 중단되는 ‘한국의 복지 서비스’
    (56) 예산 떨어지면 중단되는 ‘한국의 복지 서비스’

    경향신문은 지난 3월 말에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근처 반지하에 살던 60대 남성의 고독사 사건을 보도했다. 그는 ‘긴급복지지원’을 신청하려 주민센터를 방문했지만, 예산이 소진돼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그는 혼자 세상을 떠났고, 시신은 수개월이 지나 발견됐다. 다른 가난한 이들의 죽음처럼 그의 죽음도 잊히고 있다. 그러나 한국 복지 제도의 핵심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이 사건을 더 진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권리 없는 복지2005년에 제정된 긴급복지지원법은 ‘위기 상황’에 처한 사람을 적극적으로 찾아내 ‘금전 또는 현물’을 직접 지원하도록 규정한다. 이 법이 제정된 배경에도 비극적 사건이 있다. 2004년 12월, 대구 불로동의 저소득층 가정에서 다섯 살 아이가 영양실조로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30대 어머니는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었고, 막노동을 하던 30대 아버지는 일거리가 없어 사실상 실직 상태였다. 가족 전체가 굶는...

    1630호2025.05.23 14:38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55) 영드 ‘소년의 시간’, 살인자의 이해를 이해하기
    (55) 영드 ‘소년의 시간’, 살인자의 이해를 이해하기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국 드라마 <소년의 시간>이 전 세계 시청자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 드라마를 학교의 공식 커리큘럼으로 사용하자는 논의를 조직하고 있다. 온라인 여성혐오(misogyny)가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차단할 것인지는 그곳에서도 큰 논쟁거리이기 때문이다. 이 시리즈는 넷플릭스 역대 시청 순위 5위에 올랐을 정도로 폭발적 반응을 만들어냈지만,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적게 논의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특히 한국에서 이 작품을 주의 깊게 보아야 할 몇 가지 이유가 있다(스포일러가 무의미한 작품이지만, 그래도 혹시 걱정되는 독자가 있다면 아래 글을 읽기 전에 드라마를 먼저 보길 추천한다).<소년의 시간>은 원 테이크로 촬영된 네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다.1편은 열세 살 소년 제이미가 집에서 체포되는 장면에서 시작돼 그가 케이티를 살인하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확인하는 것으로 ...

    1626호2025.04.25 14:35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54) 어디에서 다시 시작할 것인가?
    (54) 어디에서 다시 시작할 것인가?

    윤석열의 파면 여부가 조만간 결정될 예정이다. 그가 대통령직에 복귀한다면 예측 불가능한 극단적 정세가 펼쳐질 것이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한다고 해도 모든 것이 정상화되지는 않는다. 애초에 한국은 ‘정상적’ 상태가 아니었다. 어디에서 정상화를 위한 출발점을 찾아야 하는가?실천의 출발점그동안 이 칼럼은 해당 시기에 필요한 여러 주제를 다루어왔지만, 모든 글이 하나의 목표를 공유하고 있었다. 근대 민주주의를 기준으로 삼아 한국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변화의 방향을 제안하는 것이다. 여기서 근대 민주주의란 단순히 선거나 정당 같은 대의 제도와 기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서구에서 만들어진 특정한 정치·사회 모델이며, 개인과 집단의 존재 방식, 언어 형식, 지식 체계 등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고유한 방식으로 규정한다. 그것은 ‘서구에서만 실현 가능한 보편적 모델’이라는 역설적 본성을 가지고 있다. 비서구 지역에 정상적 민주주의가 정...

    1622호2025.03.28 14:00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 (53) 팩트체크가 무의미한 시대
    (53) 팩트체크가 무의미한 시대

    얼마 전 기자들과 만나 요즘 한국 상황에 관해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기억에 남는 이야기 중 하나가 요즘엔 팩트체크가 무의미하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우리는 거짓과 진실의 구별이 중요치 않은 시절을 살고 있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믿는다’ 혹은 ‘나는 내가 믿고 싶은 정보를 나 스스로 창조한다’가 이 시대의 규칙이다. 그게 거짓인지 진실인지는 별 상관이 없다. 생각해 보면 충격적인 일이지만, 우리는 이미 이 새로운 규칙에 익숙해지는 중이다.이른바 ‘레거시 언론의 위기’는 이미 식상한 이야기가 됐다. 우리는 ‘위기’ 이전의 시대를 기억하기도 힘들다. 그럼에도 지난 10년간 팩트체크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거짓을 규탄하고 진실을 밝히는 일의 가치를 부정할 수는 없고, 바로 여기에 언론의 첫 번째 존재 이유가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부정할 수 없다고 믿었던 가치마저 노골적으로 부정당하고 있다. 언론의 위기는 또 다른 위기로 대체되고 있...

    1618호2025.02.28 15:00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52) 윤석열은 한국의 트럼프가 아니다
    (52) 윤석열은 한국의 트럼프가 아니다

    작년 12월 3일 이후, 모두가 던졌던 질문 중 하나는 ‘도대체 왜?’였다. 윤석열은 무얼 위해 그런 짓을 벌였는가? ‘오래전부터 쿠데타를 한번 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무속인의 점괘를 믿어서’ 따위의 설명이 농담처럼 떠돌기도 했다. 그동안 밝혀진 전후 상황을 고려하면, 이걸 농담이 아니라 설득력 있는 가설로 받아들여야 할지 모른다. 성폭력을 저질러 군에서 쫓겨난 노상원이 무속인과 어울리다가 국방부 장관의 비선처럼 활동하고, 현직 군인들이 이런 인물과 함께 롯데리아에서 쿠데타를 모의하고, 대통령은 이들에게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를 공격하라고 명령하고, 심지어 무속인이 국회 증인으로 출석하는 광경을 보면서 과연 쿠데타의 이유라는 것을 찾을 수 있을까? ‘비선 실세 최순실’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었는지 여전히 이해하기 힘든 것처럼 이번 사태도 이해 불가능한 어떤 것으로 남을지 모른다.윤석열, 트럼프, 전두환누군가는 윤석열을 ‘한국의 트럼프’라고 부르는데, 이 둘은 전혀 다르다...

    1615호2025.02.07 14:50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51) 어떻게 극우를 제거할 것인가
    (51) 어떻게 극우를 제거할 것인가

    지난해 12월 3일 내란 사태 직후에는 국민의힘과 주변 세력 모두 주춤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윤석열을 적극 방어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들은 제도 정당이기를 포기하고 내란 세력의 일부가 돼버렸다. 지금 그들이 쏟아내는 말 중 멀쩡한 것은 단 하나도 없다. 고려할 가치가 없는 사실 왜곡, 거짓, 궤변, 헛소리뿐이다. 국민의힘은 민주주의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위협이다. 한국 민주주의의 안정화와 정상화를 위해서는 이들을 제거해야 한다. 그런데 이때 제거란 어떤 의미인가?극우와 보수의 구별일단 보수와 극우를 구별하자. 보수(conservative)는 말 그대로 보존한다는 의미다. 공동체의 기존 질서와 가치를 지키고 유지하려는 정치이념이 보수다. 이는 근대 민주주의와 함께 출현했고, 지금도 세계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주류 이념 중 하나로 작동하고 있다. 반면 극단적 우파 또는 우파 극단주의의 목표는 민주주의의 파괴다. 그것은 파시즘과 나치즘의 유산에서 태어...

    1612호2025.01.10 1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