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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대승의 소수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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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 (65) 노인을 위한 나라는 누가 만드나
    (65) 노인을 위한 나라는 누가 만드나

    얼마 전 부모님 휴대전화를 바꾸러 통신사 고객센터를 함께 방문했다. 인터넷 접근이 자유로운 사람은 굳이 매장을 방문할 필요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노인들은 아무래도 대면 서비스가 훨씬 편리하다. 방문한 매장은 고객서비스 전체를 담당하는 곳이었는데, 방문자 대부분이 노인이었다. 젊은 사람이 한 명 있었는데 한국어가 익숙지 않은 외국인이었다. 그 광경을 보면서 한국사회의 현재와 미래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지금도 오프라인 고객센터는 ‘노인 고객센터’처럼 운영되는 중이고, 앞으로도 대면 서비스는 주로 노인층을 위해 제공될 가능성이 높다.보조 노동의 확대내가 방문했던 센터의 직원들은 노인과의 대화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바로 옆에서는 남성 노인 고객과 젊은 여성 직원이 격렬하게 대화하고 있었는데, 의도치 않게 몇 마디를 듣게 됐다. 고객은 이번 달 통신 요금이 왜 비싸게 나왔는지를 항의하고, 직원은 지난달 요금이 미납돼서 이번에 두 달 치가 한꺼번에 청구됐다고 설명하는 것 ...

    1656호2025.11.28 14:40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 (64) 투자가 복지인 시대
    (64) 투자가 복지인 시대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흥미로운 것은 주식시장이 이해되는 방식이다. 수많은 개미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일종의 생계 활동으로 간주한다.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것’처럼 ‘먹고살기 위해 투자한다’는 것이다. 주가 상승은 현 정부의 대선 공약이다. 지난 6월 민주당은 심지어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이들 역시 주가 상승을 ‘먹고사는 문제’로 접근한다.20세기 중반 이후, 국가가 다루는 ‘먹고사는 문제’란 무엇보다 두 가지를 의미했다. 하나는 일자리와 노동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보장이다. 이 두 가지의 결합 방식에 따라 복지국가의 유형이 달라진다. 여기에 가장 큰 변화를 불러온 것이 신자유주의였다. 이 개념으로 현재 한국을 설명하려는 사람도 있겠지만,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상당히 다른 상황이다.신자유주의 국가는 사회의 모든 영역에 적극 개입해서 시장화, 상품화, 효율화의 논리를 도입하려 시도한다. 그렇다고 노동과 복지의 중요성이 무시되...

    1653호2025.11.07 15:26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63) 제3정당의 불가능성
    (63) 제3정당의 불가능성

    지난 칼럼 ‘내로남불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에서 한국의 정치 공간을 지배하는 부정성의 논리를 이야기했다. 이 공간의 다른 특징을 살펴보자.부정성의 논리정당에 관한 고전적인 이해에 따르면 자유주의, 사회주의, 보수주의 같은 이념이 정당의 정체성을 규정한다. 자유주의자와 사회주의자는 서로 대립하지만, 각각 ‘사회주의 아님’과 ‘자유주의 아님’을 자기 정체성으로 삼지는 않는다. ‘우리는 자유주의자다’가 정체성이고, 이로부터 ‘우리는 사회주의에 반대한다’가 논리적 귀결 중 하나로 나올 뿐이다. 반면 한국의 정치 공간에서 각 세력의 정체성을 부여하는 것은 ‘무엇임’이라는 긍정성이 아니라 ‘무엇 아님’과 ‘무엇에 반대함’이라는 적대적 부정성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을 반대하는 정당’으로 존재한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양쪽 모두 자기 존재의 이유를 ‘저들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해서’에서 찾는다. 이 두 정당이 싸우는 모습을 보고 ‘이...

    1650호2025.10.17 14:50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62) 내로남불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62) 내로남불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언젠가부터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무슨 사자성어처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은 어른의 표현이고, ‘우리 편 착한 편, 너희 편 나쁜 편’ 같은 어린아이의 표현도 있다. 이는 단순히 자신이 저지른 부정이나 불법에 무지한 상태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고, 이중잣대나 판단 기준의 비일관성 따위로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사람마다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를 수 있다’라는 상대주의적 견해를 표현한 것도 아니다. 내로남불은 객관적인 공통의 윤리 규칙을 부정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옳고 그름의 유일한 가치 기준으로 삼는 태도다.이것의 변형으로는 ‘나에게 피해만 주지 않으면 상관없다’가 있다. 이런 태도를 가진 인간 역시 모든 가치를 옳고 그름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과 불이익으로 판단한다. 그래서 타인의 부당한 행위로 자신이 피해를 보았을 때, 그가 규칙을 어겼다는 사실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자신에게 준 피해에만 집중한다. 이런 사람은 언제라도 내로...

    1648호2025.09.26 15:04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 (61) 정교분리를 다시 생각한다
    (61) 정교분리를 다시 생각한다

    지금 한국을 보면 종교적 대혼돈의 시기가 열린 것 같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건 몇 가지를 나열해 보자. 김건희 주변에는 이른바 무속인들이 항상 들러붙어 있었다. 지금 밝혀지고 있는 사실들에 비하면, 윤석열이 손바닥에 ‘왕(王)’ 자를 적어 놓았던 사건은 웃고 넘길 수준이다. 천공이나 건진법사같이 민망하고 유치한 이름들이 옛 권력의 핵심에서 흘러나온다. 심지어 쿠데타를 기획한 것도 전진 군인이자 현직 무속인 노상원이다. 최근에는 통일교가 김건희와 권성동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수사를 받는 중이다. 심지어 통일교는 트럼프와도 관련을 맺고 있다. 이들이 벌인 사건은 심각하지만, 자세히 볼수록 블랙 코미디에 가까워서 실소를 참을 수 없다.내란 세력이 정치와 종교의 기이한 유착 관계를 보여준다면, 더불어민주당 쪽에서는 좀더 전통적이고 익숙한 유착 관계를 발견할 수 있다. 김민석이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 그와 개신교의 관계가 논란거리였다. 그는 자신을 “기독교적...

    1645호2025.09.05 15:08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 (60) 누가 주권자인가?
    (60) 누가 주권자인가?

    ‘주권자’는 두 번의 대통령 탄핵을 거치며 널리 쓰이는 말이 됐다. 하지만 한국의 공적 공간에서 사용되는 다른 어휘들과 마찬가지로 이 말의 정확한 의미를 찾기는 어렵고, 이 모호함이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된다.주권과 주권자‘주권’을 가장 흔하게 듣는 때는 선거 시기일 것이다. ‘소중한 주권을 행사해달라’는 투표 독려 문구는 언론이나 국가기관에서도 자주 쓴다. 이때 ‘주권’은 투표에 대한 권리나 정치적 권리를 의미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헌법 조항과 ‘주권을 행사’하러 투표장에 가는 사람을 동시에 떠올려보면, 뭔가 혼란스럽지 않은가? 헌법에 언급된 ‘주권’은 권리가 아니고, 개인이 행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집회 현장에서는 ‘주권자의 요구다, 윤석열을 탄핵하라’ 또는 ‘우리는 주권자로서 집회에 참여했다’ 같은 발언을 쉽게 들을 수 있었다. 이때 ‘주권자’란 정확히 누구일까? ‘시민주권’...

    1642호2025.08.15 14:41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59) 폭력을 왜 갑질이라고 부르는가?
    (59) 폭력을 왜 갑질이라고 부르는가?

    갑질 의혹을 받던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했다. 정치인의 갑질 문제는 지겨울 정도로 익숙하지만, 정작 갑질이라는 말의 타당성이 진지하게 검토된 적은 별로 없다.갑질이라는 말갑질은 문제적 용어다. 2019년에 정부가 공개한 ‘공공분야 갑질 근절을 위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갑질은 사회∙경제적 관계에서 우월적 지위에 있는 사람이 권한을 남용하거나, 우월적 지위에서 비롯되는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하여 상대방에게 행하는 부당한 요구나 처우를 의미한다”. 언뜻 보면 그럴듯한 개념 정의 같지만,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의미가 너무 포괄적이고 모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권력 관계에서 발생하는 온갖 종류의 폭력과 부당한 행위 모두를 갑질이라는 범주에 집어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저 가이드라인를 보면, 지위를 이용해 법을 어기거나 뇌물을 받는 행위, 인사 관련 부정, 언어∙신체적 폭력, 기관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용역 업체에 ...

    1639호2025.07.25 14:13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58) 정치의 시간, 경제의 시간
    (58) 정치의 시간, 경제의 시간

    얼마 전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조치를 발표한 뒤 모두의 시선이 부동산시장으로 쏠리고 있다. 작년 말에 시작된 정치의 시간이 점차 마무리되고, 이제 다시 경제의 시간이 시작되는 분위기다. 당연한 말이지만, 경제 상황과 정치권력 사이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고, 이번 정부에서도 경제정책의 성패가 지지율을 결정할 핵심 요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 관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간단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애초에 ‘경제정책의 성패’ 자체가 매우 모호한 개념이다. 경제성장률이 상승했지만, 부동산가격을 잡지 못했다면 경제정책은 성공한 것인가 실패한 것인가? 주가지수는 올랐지만, 자산 불평등이 심해졌다면 이건 또 어떠한가? 개인이 처한 상황은 모두 제각각이고, 그에 따라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도 사람마다 달라진다. 더구나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와 지지율은 또 다른 문제다. 한국 유권자의 경제 상황과 정치 지향 사이의 관계는 매우 복잡하다.부자와 가난한 자의 투...

    1636호2025.07.04 14:36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57) 한국 민주주의는 또 다른 내란을 막을 수 있는가
    (57) 한국 민주주의는 또 다른 내란을 막을 수 있는가

    윤석열의 내란 시도 후 6개월 만에 이재명 정부가 들어섰다. 힘든 시기를 보낸 시민들은 이제야 안심하며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 광경은 마치 2017년의 데자뷔 같지 않은가? 박근혜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고, 5월 대선에서 문재인이 당선되자, 시민들은 한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시기가 열리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던 윤석열이 그다음 대통령으로 당선됐고, 결국 군사쿠데타라는 오래된 악몽을 재소환했다. 미래에 2025년 대선은 어떤 사건으로 기록될 것인가?아이러니하게도 이번 대선을 거치며 내란이 남긴 메시지가 다소 희석된 것처럼 보인다. 작년 12월 3일의 사건은 한국 민주주의가 여전히 자기 안정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지금 한국 시민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질문은 ‘한국 민주주의는 또 다른 국정농단이나 내란을 막을 수 있는가?’이다. 새 정부가 한국 민주주의의 커다란 진전을 이뤄내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민주주의의 ...

    1633호2025.06.13 14:18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56) 예산 떨어지면 중단되는 ‘한국의 복지 서비스’
    (56) 예산 떨어지면 중단되는 ‘한국의 복지 서비스’

    경향신문은 지난 3월 말에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근처 반지하에 살던 60대 남성의 고독사 사건을 보도했다. 그는 ‘긴급복지지원’을 신청하려 주민센터를 방문했지만, 예산이 소진돼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그는 혼자 세상을 떠났고, 시신은 수개월이 지나 발견됐다. 다른 가난한 이들의 죽음처럼 그의 죽음도 잊히고 있다. 그러나 한국 복지 제도의 핵심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이 사건을 더 진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권리 없는 복지2005년에 제정된 긴급복지지원법은 ‘위기 상황’에 처한 사람을 적극적으로 찾아내 ‘금전 또는 현물’을 직접 지원하도록 규정한다. 이 법이 제정된 배경에도 비극적 사건이 있다. 2004년 12월, 대구 불로동의 저소득층 가정에서 다섯 살 아이가 영양실조로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30대 어머니는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었고, 막노동을 하던 30대 아버지는 일거리가 없어 사실상 실직 상태였다. 가족 전체가 굶는...

    1630호2025.05.23 14: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