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자’라는 말이 있습니다. 뜻은 법무부의 자식이라고 합니다. 내가 당분간 지내야 하는 세계에서는 위생용품, 의류, 간식 등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주기적으로 모든 수용자에게 배급되는 필수용품이 있지만, 왠지 손이 가지 않습니다. 구매품에 비해 질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바깥세상에서 누렸던 호화스러운 소비 습관을 재현함으로써 지난 삶과의 간극을 조금이라도 좁히고픈 욕심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라면 사먹을 영치금도 없는 법자의 몫으로 남겨두자는 말은 선의보다는 조롱에 가깝습니다. 돈을 부쳐줄 가족이 없으면 누구도 자립하지 못하는 세계에서, 관계가 단절돼 돌봄을 받을 수 없는 이를 겨냥한 ‘자식’이라는 은유는 몹시 차별적입니다. 그나마 속옷까지 사제 명품으로 들여오던 시절에 비해 나아진 건 있답니다. 적어도 겉모습만으로는 한사람이 짊어진 가난을 식별할 수 없도록 대부분의 물품을 반입하지 못하도록 한 점입니다....
1438호2021.07.23 1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