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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병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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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 병동에서](10)수명연장과 삶의 질을 둘러싼 잔인한 질문
    (10)수명연장과 삶의 질을 둘러싼 잔인한 질문

    평범했던 삶이라면 ‘수명연장’이란 단어는 뉴스에서나 봄 직했다. 수명연장을 돕는 단백질을 찾아 노화의 해법을 찾았다거나, 수명연장으로 노년의 라이프가 중요해졌다는 소식에서나 듣는 낱말이다. ‘삶의 질’에 관해 고민하는 건 내가 어떤 삶을 꿈꾸는지를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바라는 것과 맞닿았을 거다. 워라밸을 꿈꾸거나, 삶의 가치를 고민하거나, 좀 더 높은 경제 수준을 누릴 때 등장했을 단어다.반면 암환자들에게 ‘수명연장’과 ‘삶의 질’이란 단어는 다르게 활용된다. “수명연장을 선택하시겠어요, 아니면 삶의 질을 선택하시겠어요”라는 질문이 대표적이다. 아내가 항암을 우여곡절 끝에 성공하고 조혈모세포 이식에 들어가기 전, 주치의가 면담을 좀 하잔다. 치료의 방향을 공유하는 만남이었다. 주치의가 내게 물었다. 수명연장과 삶의 질 중 하나를 고르란다. 갑자기 훅 들어온 ...

    1400호2020.10.23 15:01

  • [암 병동에서](9)의지에도 디테일이 필요하다
    (9)의지에도 디테일이 필요하다

    “아버님은 또 의지를 가지래. 나 의지 많은데….”통화를 끝낸 며느리는 시아버지의 ‘의지론’을 듣고 웃어넘겼다. 무뚝뚝한 경상도 시아버지는 며느리가 병을 얻은 뒤 하루 이틀 간격으로 보호자인 내게 전화해 상태를 체크했다. 평소라면 1년 내내 전화하지 않는 분이다. 항암을 할 때도, 조혈모세포 이식을 하고 나서도, 퇴원 후 회복하는 지금도 수화기 너머로 “반드시 낫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의지 강요는 갈등의 씨앗암을 이기는 과정에서 살고자 하는 의지가 중요하다는 건 상식처럼 다뤄진다. 아내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의지’라는 단어를 꺼낸다.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다 보니 우리 집 환자도 그 소리가 질린 것 같았다. “힘내라”, “의지를 잃지 마라”라는 식의 격려가 싫다고 했다. 물론 의지가 ...

    1399호2020.10.16 15:48

  • [암 병동에서](8)암도 헤지가 필요하다
    (8)암도 헤지가 필요하다

    백혈병에 걸린 아내를 둔 남편을 가족드라마의 주인공처럼 보는 사람도 있다. 비련의 남주인공 같고 풍파가 몰아치는 인생을 겪는 사람이 된다. 위로에 인색한 사람들조차 어디에선가 소식을 듣고 전화를 하거나 보자고 한다. 그렇게 만난 사람들과 나눈 대화 중에 매번 나누는 게 보험이다. “보험은 들었냐”, “있다니 다행이다”, “나도 들어야 하는데” 그중 반골기질이 있는 한 친구는 암보험을 도박이라고 말했다. 사람이 암에 걸릴지를 두고 확률게임을 하는 거란다. “사람의 불안을 이용해 현재를 저당잡는 거라고 본다. 20년 납입할 그 돈을 차라리 다달이 모아서 활용하는 게 기회비용으로 볼 때 더 좋다.” 적어도 확률게임은 틀린 말은 아니다. 젊은 사람이 같은 보장을 받더라도 보험금을 노인들보다 적게 내는 건 결국 암에 걸릴 확률이 낮아서니까. 아마 과거의 나라면 저 말에 나름 일리가 있다고 말해줬을 거다....

    1398호2020.10.12 14:12

  • [암 병동에서](7)“낫기만 하면 다 잘될 거야”라는 말의 모순
    (7)“낫기만 하면 다 잘될 거야”라는 말의 모순

    “요즘 뭐 먹고 살아?”주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 같은데 차마 묻진 않는다. 내 지갑 사정을 배려하는 낌새는 있다. 원래 돌아가며 계산하던 친목 모임이 있는데 언젠가부터 누구도 내게 계산하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하긴 아내는 급성골수성백혈병이라는, 듣기만 해도 돈 많이 들어갈 것 같은 병을 치료하고 있고 남편은 아내를 돌보겠다며 백수가 됐으니 그럴 법도 했다.가끔 대놓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 밥벌이는 어떻게 하냐고. 그럴 때마다 웃으며 대답한다. “있는 돈 까먹고 살죠.” 실제로 모아놓은 돈을 조금씩 까먹고 있는 건 팩트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우리에게는 보험이 있었다. 아내 명의의 암보험과 실비보험이 있었고, 병원비는 이걸로 해결할 수 있었다. 게다가 아내의 회사에서는 병가 중에도 급여를 일부분 지급해주고 있다. 나 역시 틈틈이 여기저기 프리랜서로 글을 쓰며 고료를 받는다. 모아놓은 돈과 보험금, 달마다 들어오는 ...

    1397호2020.09.24 16:40

  • [암 병동에서](6)훌륭한 건강보험이 더 훌륭했으면 하는 까닭
    (6)훌륭한 건강보험이 더 훌륭했으면 하는 까닭

    우리 건강보험은 위대한 제도다. 집에 암환자 같은 중증환자가 있다면 금방 깨닫는 사실이다. 사람들이 민간 암보험을 드는 건 암을 극복하는 데 가장 중요한 자원 중 하나가 ‘돈’이라서다. 실제로 겪어보니 그렇다. 돈 참 많이 든다. 입원하는 동안 벌어지는 각종 처치와 약제들, 수많은 검사와 수술(혹은 시술)은 하나하나 돈이다. 입원 뒤 한 달 정도 지났을 때 중간정산을 한 적이 있다. 세부 산정 내역을 뽑아보니 한 페이지당 18개의 처치 내역이 적혀 있는 A4 용지를 28장이나 출력했다. 그 빼곡하고 세세하게 정해진 액수를 합한 값에서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는 부분을 뺀 숫자가 보호자인 내가 내야 할 돈이었다.아내가 병원에 입원해 항암을 시작하고 며칠이 지나자 원무과에서 “산정 특례 등록을 하라”고 연락이 왔다. 환자 대신 사인을 하라고 해서 그대로 따랐는데 알고 보니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암환자로 등록하는 절차였고, 이 사인 하나가...

    1396호2020.09.21 12:21

  • [암 병동에서](5)가짜뉴스는 환자의 절박함을 파고든다
    (5)가짜뉴스는 환자의 절박함을 파고든다

    항암치료는 사람을 피폐하게 만든다. 보통 앙상한 환자의 몰골을 생각하기 쉬운데 그런 상상을 현실에서 그대로 재현해내는 게 항암치료다. 아내는 항암을 세 번 하면서 11kg이 빠졌다. 너무 말라가는 몸, 어둡고 퀭해진 눈, 앉아 있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쇠약해진 모습을 보면 다른 어떤 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무조건 먹여야 한다’는 생각만 든다.그나마 먹을 수 있다면 다행이다. 때로는 먹지 못해 영양제를 종일 맞으며 버틸 때도 있으니까 말이다. 식사 시간은 이때부터 전쟁 같다. 멸균식으로 나온 식사는 맛이 없다. 병원 밥은 원래 맛이 없지만 모든 걸 끓이고 볶으며 열을 가해 나오는 멸균식은 더 맛이 없다. 외부 음식도 마찬가지. 통조림 등 ‘멸균제품’이라는 딱지가 붙은 것 중에서 골라야 한다. 매번 먹으라고 힘주어 말해도 지칠 대로 지쳐 못 먹는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는다.“나 오늘부터 초콜릿 안 먹을래.&rdqu...

    1395호2020.09.11 14:30

  • [암 병동에서](4)“이 병에 쓸 수 있는 신약이 많지 않아요”
    (4)“이 병에 쓸 수 있는 신약이 많지 않아요”

    병원 내 편의점 앞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 잠깐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옆 테이블에서는 환자복을 입은 두 명의 남성이 항암제에 관해 토론 중이었다. 한 환자가 평소와 다른 색깔의 약을 맞고 있었는데 그게 ‘신약’이라고 했다. 이 약은 이런 게 좋다더라, 어느 병원에서도 이걸 쓴다더라, 부작용도 적다더라며 은근슬쩍 ‘신약부심’도 드러냈다. 대화를 귀동냥으로 듣던 나는 씁쓸했다. 신약 이야기를 들으면 환자나 보호자는 어둠 속에 한 줄기 빛을 발견하듯 희망에 차오른다. 하지만 반대로 보면 기존 치료법으로는 한계에 부딪혔다는 뜻이기도 했다. 우리 경우가 딱 그랬다.쓸 수 있는 선택지가 단 하나라니아내가 진단받은 급성골수성백혈병(AML)의 치료법은 참 낯설다. 우리에게 익숙한 암은 보통 고형암이고 외과적 수술도 가능하다. 그런데 백혈병과 같은 혈액암은 피를 빼낼 수 없으니 오로지 약물을 사용해 치료한다. 보통은 이렇다. 1...

    1394호2020.09.04 16:27

  • [암 병동에서](3)“그래서 아줌마는 어디서 왔어요?”
    (3)“그래서 아줌마는 어디서 왔어요?”

    중증환자를 둔 집은 의료 관련 뉴스에 귀를 쫑긋 세운다. 요즘 우리는 의사 파업 소식에 관심이 많다. 혹시나 아내의 치료에 지장이 없을까 노심초사하면서 말이다. 뉴스를 보면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 대한의사협회와 정부지만 해법이 다를 뿐, 의료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는 인식에는 공감하는 것 같다. 뻔한 말이지만 의료 격차란 단어는 암처럼 큰 병이 생기면 무시 못 할 현실이 된다.“아줌마는 어디서 왔어요?” 조용했던 외래주사실, 나란히 누운 중년 여성들이 대화를 시작했다. 암병동의 외래주사실은 마치 주사 맞는 공장 같다. 구역별로 놓인 수십 개의 침대와 의자에 사람들이 줄줄이 누워서, 혹은 앉아서 약을 맞는다. 이곳은 통원하며 치료하는 이들만을 위한 공간이다. 누군가는 당장 암을 다스리기 위해 항암제를 맞을 테고, 그런 과정을 이미 거친 이들은 후처치를 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아내도 조혈모세포 이식을 하고 퇴원한 뒤 한 달에 한 번 이곳에 와...

    1393호2020.08.28 14:22

  • [암 병동에서](2)“바깥은 지뢰밭” 코로나가 만든 무서운 세상
    (2)“바깥은 지뢰밭” 코로나가 만든 무서운 세상

    정말 힘들게 항암치료를 견디며 한 줄기 희망을 봤는데 코로나19 탓에 사라진다면 그 얼마나 허무할까. 그렇게 우린 바깥의 팬데믹에 그 누구보다 예민한 사람들이 됐다.무균병동 6호실의 적막이 깨졌다.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입구 쪽 병상 아주머니는 작은딸이랑 얘기하느라 무척 즐거워 보였다. 그나마 아내의 병상은 3인실 가장 안쪽이었고, 가운데 환자가 소음 완충지대 역할을 해주는 게 다행이었다. 저 아주머니는 오늘 오전에는 남편이랑 집 공사 문제로 다퉜고, 어제는 큰딸이랑 손주 얘기를 하느라 바빴다. 지난 주말에는 오랜만에 아들이 찾아왔다며 기뻐했다.“도대체 지금 같은 때에 몇 명이 왔다 갔다 하는 거야!” 참고 있던 아내가 폭발했다. 아주머니는 새내기 혈액암 환자라 여유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우린 그렇지 못했다. 급성골수성백혈병(AML) 진단을 받고 무균실에 들어온 지 3개월째였고, 그새 우린 두 번의 항암치료에 실패했다. 다른 병상의 주인은 ...

    1392호2020.08.21 15:21

  • [암 병동에서](1)어느 병원, 어느 교수님을 선택해야 하나
    (1)어느 병원, 어느 교수님을 선택해야 하나

    “어느 병원, 어떤 교수님을 선택해야 할까요?” 이런 물음에 해답을 구하는 게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란 걸 이전에는 미처 몰랐다. 암과 마주친 사람들이 처음 마주하는 어려움은 병원과 교수를 고르는 것부터 시작한다.누구나 암환자가 될 수 있다. 30·40대의 암 발병률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30대 아내가 갑작스럽게 암에 걸린 상황에서 보호자가 마주해야 하는 현실적인 고민과 감정 등을 8회에 걸쳐 매주 연재한다.지난해 11월, 아내가 주초부터 미열이 있다고 했다. 직장 근처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았는데 열이 잘 안 떨어진다고 했다. 피곤하다고도 했다. 푹 쉬면 괜찮아질 거라고 나도, 아내도 생각했다. 금요일, 출근한 아내가 열이 조금 심해져 조퇴를 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회사 근처 병원에서는 혈액검사를 권했다. 보통 1차 의료기관은 검사 결과가 바로 나오지 않는다. 원인을 빨리 알고 주말 동안 쉬자는 마음에 아내를 데리고 집 근처 대학병원...

    1391호2020.08.14 1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