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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호사가 보고 있다](7)인간은 존엄하다
    (7)인간은 존엄하다

    환자에게 바지를 꼭 입히고, 사방에 커튼이나 칸막이를 쳐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상태가 양호한 환자가 화장실을 가기를 원하면 이동형 모니터링 기계를 달고 간호사 동반하에 화장실을 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가?‘존엄’은 감히 범할 수 없을 정도로 높고 엄숙하다는 의미다. 인간은 스스로를 존엄한 존재로 보고, 다른 동식물들보다 자신의 생명을 좀 더 특별하게 여긴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그 ‘인간’의 생명을 가장 우선시해야 할 가치로 보고 생명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생명이 너무나도 소중해서 지켜야 하기 때문에 바로 그 ‘존엄성’을 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일부 중환자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중환자실 환자들은 바지를 입지 않는다. ‘바지를 입지 않는다면 외국처럼 치마형 환자복을 입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냥 바지를 ...

    1323호2019.04.16 09:32

  • [간호사가 보고 있다](6)제약회사 직원은 왜 우리 회식비를 낼까?
    (6)제약회사 직원은 왜 우리 회식비를 낼까?

    병원에서 일하면서 신기했던 것 중 하나가 제약회사의 직원이 우리 회식비를 내주고 가는 것이었다. 제약회사 직원이 회식비를 낼 때면 늘 비싼 식당에 갔다. 소고기나 일식 코스요리를 먹은 적도 있었다. ‘뇌물을 줄 생각이라면 교수님께나 드릴 것이지 말단 간호사한테까지 이렇게 대접을 할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제약 마케팅의 일종이었다.2010년 ‘리베이트 쌍벌제’가 도입돼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쪽뿐만 아니라 받는 쪽도 처벌받게 되었다. 그래서 제약회사들은 방법을 좀 더 교묘하게 바꿨다. 물론 그 법이 생기기 이전에도 거액의 돈을 계좌로 보내준다든가 하는 노골적으로 뇌물은 주는 행위는 서로 부담이었을 것이다. 바로 ‘부담 없는 방법으로 부담 주기’ 방식이다.교수들이 쉽게 리베이트를 받는 이유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2013년 동아제약은 의사들에게 3400여회에 걸쳐 약...

    1322호2019.04.08 15:23

  • [간호사가 보고 있다](5)병원은 합법적인 범죄조직인가요?
    (5)병원은 합법적인 범죄조직인가요?

    의료법을 가장 많이 위반하는 곳은 어디일까? 아이러니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게 병원이라고 생각한다. 병원이 의료법을 가장 많이 어길 수밖에 없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일단 일반인들은 의료법을 어길 일이 별로 없다. 주식을 하지 않는 사람이 주가조작 범죄를 저지를 일이 없는 것처럼, 일반인들은 아예 의료행위를 할 일이 없으니 의료법을 어길 일도 없다. 일반인들은 의료행위에 접근 자체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자연히 의료법 위반은 의료인들 사이에서, 병원에서 가장 많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간호사가 의사 ID로 대리처방두 번째는 병원 내에서 의료법 어기는 걸 가볍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가령 나의 첫 근무지였던 내과 중환자실은 컴퓨터 옆에 아예 의사의 ID와 비밀번호를 써서 붙여 놓았었다. 의사가 너무 바쁘기 때문에 간단한 처방은 간호사가 의사 ID로 로그인해서 넣으라는 것이다. 실제 의사들은 주당 100시간 이상 일하곤 했다. 2016...

    1321호2019.04.01 15:06

  • [간호사가 보고 있다](4)살리지 마세요
    (4)살리지 마세요

    ‘살려주세요’가 아니라 ‘살리지 마세요’라니. 이게 무슨 말인가. ‘DNR.’ DNR은 ‘소생시키지 말아 달라(Do Not Resuscitate)’의 줄인 말이다. 이게 무슨 얘기일까.지난해 2월부터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일명 ‘존엄사법’으로도 불린다. 이런 법이 통과된 것은 ‘살리지 말아 달라’는 요구가 많아졌기 때문일 것이다.중환자실에서 일하다 보면 그런 요구가 납득이 간다. 중환자실은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라는 말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현대의학이 빠르게 발달하면서 예전 같았으면 죽었을 사람들을 많이 살려냈다. 스스로 숨을 쉬지 못하는 환자에게는 인공호흡기가, 심장이 제대로 뛰지 않는 ...

    1320호2019.03.25 15:30

  • [간호사가 보고 있다](3)간호사가 자살하는 병원, 환자는 안전하지 않다
    (3)간호사가 자살하는 병원, 환자는 안전하지 않다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지난 3월 6일 고 박선욱 간호사의 죽음을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중환자실에서의 교육과정과 긴박한 업무수행, 그리고 간호사 교육의 구조적인 문제로 직장 내에서 적절한 교육이나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고인이 과중한 업무를 수행했고, 이로 인해 정신적인 억제력이 저하돼 자살에 이르게 됐다는 이유에서다.박 간호사의 죽음이 산재로 인정받은 것은 매우 중요하고 의미있는 일이다. 이 자살을 단순히 직장 내 괴롭힘이나 혹은 개인의 문제라고 치부하지 않고, 신규 간호사 교육 시스템이 미비하고 신입에게 과도한 업무부담을 준 병원 시스템의 문제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박 간호사는 지난해 2월 15일, 서울아산병원 인근 아파트에서 투신했다.신규 간호사 ‘독립’하는 날, 병원은 긴장당시 나는 자초지종을 듣기도 전에 그가 중환자실 신규 간호사였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자살을 선택한 이유가 저절로 이해 됐다. 나 역시 박 간호사와...

    1319호2019.03.18 14:12

  • [간호사가 보고 있다](2) 교수님 조금만 더 친절해주세요
    (2) 교수님 조금만 더 친절해주세요

    “아픈 게 죄지, 아픈 게 죄야.”환자나 보호자들이 넋두리처럼 흔히 하는 말이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아픈 건 절대 죄가 아니다. 그런데 왜 아픈 환자들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게 된 걸까?요즘 TV나 소셜미디어(SNS)에 종종 등장하는 백화점이나 식당에서 벌어지는 고객들의 갑질이 병원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소위 말하는 ‘빅5’ 병원이라고 불리는 서울의 상급종합병원의 진료를 받거나 TV에 명의라고 소개된 교수의 진료를 받기 위해 몇 달씩 기다리는 환자들의 입장에서는 어렵게 만난 교수에게 말 한마디 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갑질은커녕 병원에서 환자는 ‘을 중의 을’이다. 내 몸을 맡긴 교수님에게 조금이라도 밉보이진 않을까 두려워 정당한 요구조차 쉽게 하지 못하고 염려하는 모습이 때론 안타깝다.의사에게 밉보일까봐 제대로 말도 못해환자나 보호자가 간호사에게 많이 하는 질문 중에 하...

    1318호2019.03.11 14:50

  • [간호사가 보고 있다](1) 환자는 가까운 병원으로 간다
    (1) 환자는 가까운 병원으로 간다

    환자는 병원에서 자신의 병에 대한 정보를 얻고 치료를 받는다. 가장 안심하고 편하게 접해야 할 병원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병원에 대한 정보와 이를 근거로 한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과잉진료는 아닌지, 혹여 잘못 진단을 내린 것은 아닌지…. 인터넷 포털 등을 통해 접하는 확인되지 않은 병원후기들은 환자들을 병원과 멀리하게 하는 원인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행동하는 간호사회’의 최원영 간호사는 종합병원에서 응급센터, 중환자실 등 다양한 병동을 거친 9년차 현직 간호사다. <주간경향>은 그가 풀어내는 병원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7회에 걸쳐 매주 연재한다.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지인들로부터 질문을 많이 받게 된다. ‘어디가 아픈데 어느 병원을 가야 하느냐’, ‘어느 교수님 진료를 봐야 하느냐’ 등의 내용이다. 대부분 나의 대답은 “미안하지만 나도 잘 모른다&r...

    1317호2019.03.04 14: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