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향해 다가오는 것이 내가 기르던 개인지, 나를 해치려고 결심한 늑대인지 분간할 수 없는 이른 새벽과 늦은 오후의 시간대를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 한다. 무척 문학적인 표현이다. 또 지역 경찰의 현장을 잘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다.교대근무를 하는 지역 경찰은 주간근무 때는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하고, 야간근무 때는 저녁에 출근해서 다음날 아침에 퇴근한다. 개와 늑대의 시간에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면서 내가 처리하는 신고와 민원 하나하나가 개인지 늑대인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확인해야만 한다. 단순해 보이는 주민 간의 갈등이 칼부림으로 이어지는 늑대가 될 수도 있고, 경찰관을 괴롭히던 악성 민원인이 별안간 우호적인 개로 변할 수도 있다(사실 이 경우는 거의 겪어보지 못했다). 매 순간 긴장을 늦추지 않고 대기하느라 퇴근 후엔 온몸이 녹초가 된다. 야간근무가 끝날 때쯤 밝아오는 햇살을 보고 있노라면 오늘 하루도 무사히 버텼다는 감정이 벅차오른다...
1344호2019.09.06 15: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