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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목 내시경]압구정동 로데오거리-패션과 유행이 흘러간 젊은이의 거리
    압구정동 로데오거리-패션과 유행이 흘러간 젊은이의 거리

    1990년대 초반 미국 유학생들이 몰려들면서 그들과 함께 묻어온 문화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에 로데오거리를 만들었다. 오렌지족과 로데오거리는 그 시절의 수입품이다. 지금은 전국 곳곳에 10여 개가 넘는 로데오거리가 생겼다.미국에서 건너온 길 이름이 전국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 로데오거리. 원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 근처 어디쯤 번화가의 이름이라는데 1990년대 초반 미국 유학생들이 몰려들면서 그들과 함께 묻어온 문화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에 로데오거리를 만들었다. 오렌지족과 로데오거리는 그 시절의 수입품이다. 이후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이거나 패션과 유행이 흐르는 곳에는 로데오거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압구정동의 원조 길을 따라 전국 곳곳에 10여 개가 넘는 로데오거리가 생겼다.거리라고는 하지만 강남 일대의 기준으로 보면 골목길이다. 대로의 이면도로에 작은 상점가가 이어져 있고, 젊은 취향의 식당과 술집들도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압구정로를 따...

    1373호2020.04.10 15:07

  • [골목 내시경]성신여대 골목-봄꽃같이 푸르고 아름다운 젊음의 거리
    성신여대 골목-봄꽃같이 푸르고 아름다운 젊음의 거리

    골목 전체에 꽃이 활짝 피었고, 오가는 이들도 봄꽃 같다. 성신여대 인근 돈암동 골목길에 들어서면 젊고 환한 기운이 가득하다. 과거 미아리고개가 주던 무겁고 어두운 느낌은 어디에도 없다. 유난히 무거운 봄날, 이곳의 젊은이들은 그래도 봄 같은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서울에 젊은이들이 모이는 몇몇 곳이 있다. 강남역, 신촌과 홍대 인근, 종로, 화양리 일대, 대학로와 성신여대 근처다. 대개는 큰길이 주를 이루나 골목골목 아기자기한 모습을 즐기려면 성신여대 부근 돈암동과 동선동 일대를 찾으면 된다. 인근에 고려대에서 성신여대, 그리고 한성대와 성균관대로 이어지는 대학벨트가 있다. 때문에 청소년과 대학생들이 주로 모이는 장소가 됐다. 대학교를 끼고 있어 유행에 민감하고 활발히 변화하는 곳이다. 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입구역 바로 옆 하나로길은 인근에서도 가장 복잡하고 번화하다.지금은 사라진 미아리 점집 골목골목 입구부터 유행하는 옷을 걸어놓고 파는 노점상들...

    1371호2020.03.27 15:36

  • [골목 내시경]영등포시장 골목-먹고 입고 마시고 즐기는 풍요로운 시장
    영등포시장 골목-먹고 입고 마시고 즐기는 풍요로운 시장

    영등포시장은 서울 서남부에서 가장 풍요로웠던 곳이다. 사람들이 몰려들고 없는 것이 없었으며, 문 닫힐 틈 없이 성시를 이루었다. 그 주변으로 오래된 골목들이 펼쳐졌는데 영등포시장만큼 오래된 기계산업 관련 공장과 상점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지하철 5호선 영등포시장역에서 나와 골목으로 들어서면 문구와 주방용품, 식자재와 관련한 크고 작은 도매상들이 골목을 지키고 있다. 이 골목길은 한눈에 봐도 오랜 역사가 묻어 있다. 세월의 때가 두껍게 쌓여 있는 골목 안 상점들은 대부분 낡은 기와집이거나 그와 비슷한 꼴이다. 간혹 침과 뜸을 뜨는 한의원도 있고 그 앞을 지나칠 때 나는 짙고 달콤한 탕약의 냄새도 요즘 흔치 않은 골목길의 정경이다.영등포시장 골목에는 그야말로 없는 게 없다. 먹고, 입고, 마시고, 즐길 거리가 골목 안 곳곳에서 눈에 띈다. 고깃집과 횟집 같은 평범한 식당 사이로 흑염소탕 전문점도 보인다. 으슥한 길목에 여관촌 골목도 숨어 있고 아주 오래전에 보고 잊...

    1369호2020.03.13 15:11

  • [골목 내시경]왕십리 골목-신화와 전설과 문학과 예술이 넘치는 곳
    왕십리 골목-신화와 전설과 문학과 예술이 넘치는 곳

    왕십리역을 나서면 광장에서 김소월의 시 <왕십리>를 만날 수 있다. “가도가도 왕십리(往十里) 비가 오네”라는 그의 노래는 우울하지만, 주변이 온통 개발되면서 젊고 화려하고 풍요로운 모습으로 바뀌었다.왕십리는 무학대사의 한양 천도에 얽힌 전설을 지명에 담고 있다. 왕십리 부근에 도읍을 정하려 했으나 우연히 만난 늙은이로부터 “10리를 더 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여 왕십리가 됐다. 진위 여부는 둘째로 치고 왕십리엔 무학대사가 머물렀다는 무학봉이 있고, 도선국사의 설화가 남은 도선동이 있다. 무학대사는 초등학교부터 여고까지 이름을 남겼으니 왕십리와는 뗄 수 없는 인연이다.왕십리를 대표하는 장소는 역이다. 1974년 <문학사상>에 발표한 조해일의 중편소설 <왕십리>는 그 역 주변의 정경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김소월의 ‘가도가도 왕십리 비가 오네’&...

    1367호2020.02.28 14:07

  • [골목 내시경]강남역 골목-취업·스펙·허영·향락 뒤섞인 ‘욕망의 거리’
    강남역 골목-취업·스펙·허영·향락 뒤섞인 ‘욕망의 거리’

    서울 강남역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역동적인 곳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지하철 2호선과 분당선 강남역을 중심으로 동쪽으로 테헤란로로 이어지는 상업지구와 서쪽 서초동 법조타운으로 연결되는 관문이다. 아침이면 출근하는 직장인과 수도권 남부지역 대학 등교버스에 오르는 학생들과 인근 학원으로 등교하는 재수생들, 낮이면 어학원과 유학원에서 내일을 위해 공부하는 청년들, 저녁이면 각종 자격증학원에서 배우는 젊은이들로 붐빈다. 밤이 되면 클럽과 유흥가가 흥청망청이고, 심야까지 차를 잡기 위해 거리는 전쟁터가 된다. 강남역엔 우리 시대 번영과 고민이 몰려 있고, 골목길엔 그 그림자가 짙게 도사리고 있다.강남 일대가 허허벌판이던 1970년대 말까지 이 지역은 뉴욕제과와 제일생명 건물만이 좌표 역할을 하고 있었다. 골목이랄 것도 없었고 멀찍이 들어선 아파트 몇 채와 한참 건설 중인 상가건물만 보일 뿐이었다. 1980년대에 이르러 강남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자리를 잡고 서초동에 법조타운...

    1365호2020.02.14 15:49

  • [골목내시경]수원역전 골목-아시아 음식 맛보고 싶은 사람 어서 오세요
    수원역전 골목-아시아 음식 맛보고 싶은 사람 어서 오세요

    수원역은 경기 남부지역의 교통 요충지다. 경부선과 분당선이 지나고 역전에는 80개 이상의 버스노선이 통과한다. 북적이고 번잡하고 소란하다. 사람과 물자가 모이고 흩어진다. 그러니 수원역전의 골목도 그만큼 복잡하고 다채롭다.수원역 앞을 직선으로 그은 매산로를 두고 남쪽과 북쪽의 골목길은 극단적으로 다르다. 남쪽의 매산시장 일대 골목길은 다국적과 다문화의 정점에 이르렀다. 경기 남부지역 일대의 공장지대는 이주노동자가 없다면 하루도 돌아갈 수 없다. 멀리서 일하러 온 이들을 위한 다양한 공간이 골목을 채우고 있다. 대충 봐도 러시아·중국·몽골·방글라데시·베트남·태국·네팔·인도·미얀마·라오스·캄보디아·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식당이 문을 열었고, 그들을 위한 술집과 노래방까지 성업 중이다. 가히 아시아 대륙의 모든 문화를 이 골목 ...

    1363호2020.02.03 16:32

  • [골목내시경]약수동 골목길 “서민과 노인 살기에 이만한 곳이 없어요”
    약수동 골목길 “서민과 노인 살기에 이만한 곳이 없어요”

    약수터가 있던 마을 약수동. 지금 그 약수터는 다 사라졌다. 약수동이라는 명성에 맞게 유명했던 약수는 대략 두어 군데 있었다고 한다. 금호터널 근방에 있던 약수는 유명했단다. 터널이 생기고 강남으로 가는 길이 나면서 약수터는 사라지고 말았다. 버티고개 근처 남산 줄기와 응봉 골짜기가 만나는 곳 부근에도 응봉약수터가 있었는데, 위장병에 영험했다는 이곳도 사라진 지 오래다. 약수터는 죽어 약수동이라는 이름을 남겼다.약수동에서 40년을 살았다는 주민에게 약수동의 장점을 물었다. “동서남북 어디든 가기가 쉽다. 강남도 금방이고 시내 어디든 통한다”고 말한다. 하긴 지하철도 3호선과 6호선이 지나가고 금호터널을 통해 동호대교로 바로 닿을 수 있다. 장충동 고개를 넘으면 바로 시내다. 인근에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까지 있으니 주거지로는 좋은 조건이다.버티고개에서 응봉산 능선을 따라 지금은 아파트단지가 들어섰다. 차도 올라가기...

    1361호2020.01.10 16:38

  • [골목 내시경]강남 논현동 골목-낮에는 고요하고 밤이면 번성하는 골목
    강남 논현동 골목-낮에는 고요하고 밤이면 번성하는 골목

    모습은 달라졌어도 옛 이름은 변치 않고 남아 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논이 들어선 고개라 하여 논현동이란 이름을 지녔다. 하지만 지금 이 거리에 논과 밭은 흔적도 없다. 오직 그 이름만 남았다. 논현(論峴), 즉 논고개를 사이에 두고 1970년대부터 개발된 거대한 동네가 논현동이다. 그중에서 지하철 7호선 논현역과 학동역, 9호선 신논현역과 언주역 사이의 논현초등학교 주변 골목이 가장 복잡하고 소란스럽다. 이 지역은 강남의 다른 곳들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독특한 면이 있다.논고개가 이름만 남았듯이 강남 상권을 대표하던 영동시장도 시장의 번영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으로 간판이 정비되고 특색있는 무엇인가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 파는 물건을 다 털어봐야 그 옆에서 번창하는 중형마트 한 곳의 구색만도 못한 것이 솔직한 사정이다. 시장 상인은 “예전 강남에선 영동시장이 제일 컸다. 강남 살면 버스를 타고 여...

    1359호2019.12.27 16:04

  • [골목내시경]장안평 자동차 골목-뜯고 고치고 광내서 새 차로 거듭나다
    장안평 자동차 골목-뜯고 고치고 광내서 새 차로 거듭나다

    지역 이름만 들어도 무엇을 하는 데인지 명백한 곳이 있다. 장안평, 혹은 장한평 일대 골목길은 중고자동차를 사고팔고, 뜯고 고치는 모든 것이 몰려 있다. 천호대로를 중심으로 남쪽 골목은 중고자동차매매센터를 중심으로 판매 정비·수리업체들이 몰려 있고, 북쪽 골목길은 각종 부품과 재생부속 업체들이 줄을 이었다. 예전에는 무·배추를 길렀고, 말목장이 있었다고 하던, 그저 너른 들판은 1970년대 말부터 자동차단지가 자리 잡았다. 그 후로 지금까지 장안평은 중고차와 그에 딸린 산업의 중심지가 됐다.천호대로에서 중고자동차매매센터 쪽으로 걸어가면 수많은 이들의 똑같은 질문을 만난다. 걸어가면 “차 필요해요?”, 차를 타고 가면 “팔 거예요?”“차 필요해요?” 똑같은 질문 수없이 들어날이 추우니 업자들은 두껍게 옷을 껴입고 발을 동동 구르며, 수없는 무시와 거부를 무릅쓰고 묻고 ...

    1357호2019.12.16 15:10

  • [골목내시경]염리동 소금길-마포나루와 함께 사라진 소금장수들
    염리동 소금길-마포나루와 함께 사라진 소금장수들

    이름을 들으면 맛이 떠오른다. 염리동 소금길. 아주 짭짤한 맛이다. 지하철 2호선 이대입구역 5번 출구로 나오면 아현동 고갯길에 기대 서 있는 아주 오래된 마을의 골목길을 만날 수 있다. 염리동의 아래쪽 마을 대부분은 재개발로 잘려나가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건너 대흥동이나 옆 아현동에서도 천지개벽이 이루어지고 있다. 새로 짓는 아파트 단지들 사이에서 소금길 주변만 고독한 골목의 섬으로 남아 있다.재개발 바람 속 살아남은 동네“여긴 주민투표해서 재개발을 하지 않기로 했다. 아파트는 누가 공짜로 주나. 다 돈 내야 하는데, 오래된 집이지만 정 붙이고 그냥 사는 편이 더 낫다”는 것이 40년 토박이 주민의 이야기다. 무엇보다 시집와서 이 골목에서 아이를 낳고 잘 키워 떠나보낸, 자기 생의 거의 모든 역사가 길마다 남았기 때문에 그 기억을 쉽게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골목에서 마주친 동년배 주민과 문득 이야기를 나눴다. “언...

    1355호2019.11.29 1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