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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목 내시경]상도동-귀하지도 험하지도 않은 평범한 이들의 골목
    상도동-귀하지도 험하지도 않은 평범한 이들의 골목

    서울 노량진에서 남쪽으로 향하면 상도동이 있다. 상도동은 권역이 상당히 넓은 동네다. 지하철 7호선 숭실대입구역, 상도역, 장승배기역, 신대방삼거리역을 두루 걸쳐 지난다. 그 넓이만큼이나 주민 수도 상당하다. 12만명 이상이 살고 있다. 상도동은 국사봉(179m)에 기대 북쪽을 향해 비탈을 이루며 펼쳐져 있다. 전망과 주변 여건에 따라 일찌감치 대단위 아파트로 재개발이 이뤄졌다. 골목은 사라졌고 이제는 아파트단지의 통로가 말끔한 길을 이어준다. 미처 재개발이 이뤄지지 못했던 곳도 지난 흔적을 밀어내고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장승배기역 주변에 남아 있던 옛 골목과 집도 이주와 철거가 한창 진행 중이다. 골목을 걸어 들어가다 보면 곧바로 출입을 금하는 표식을 만난다. 버려진 쓰레기가 수북이 쌓여 있어 그곳에 살던 이들의 뒷모습을 보여준다. 어느 집엔 아직 떠나지 못한 이들이 남아 있는지 인기척이 들렸다. 벽엔 수도와 전기를 끊었다는 표시가 크게 남아 있다. 골목의 휑...

    1488호2022.07.22 11:16

  • [골목 내시경]남영동-검은 벽돌 건물, 그곳의 악몽을 기억하며
    남영동-검은 벽돌 건물, 그곳의 악몽을 기억하며

    서울 지하철 1호선 남영역에 잇대어 남영동이 있다. 용산구 남영동은 현대사의 상처와 변곡점이 남아 있는 곳이다. 남영역 플랫폼에서 담벼락 넘어 보이는 검은 벽돌 건물이 남영동의 상징이던 때가 있었다.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 1976년에 경찰청 치안본부의 대간첩 수사를 위해 만들었다. 지금은 민주인권기념관으로 다시 나기 위해 공사 중이다. 본디 목적을 뛰어넘어 대공분실은 언제부턴가 고문과 조작의 악명을 뒤집어썼다. 영화 <1987>이나 <남영동 1985> 등이 그곳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을 잘 보여준다. 세월이 변했어도 남영역에서 바라보는 검은 벽돌 건물은 마음에 무거운 돌덩이를 던진다.남영역은 일반적인 전철역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기차가 지나는 철교에 이어져 역이 있는 형국이라 겉보기에도 낯설다. 역을 나서자마자 남쪽으로 꺾인 샛골목을 들어서면 청년 주택을 짓는 건축현장이 있고, 곧바로 길게 철조망이 쳐진 담이 나온다. 그곳에 검은 건물이 있다...

    1485호2022.07.01 14:51

  • [골목 내시경]오장동 골목길-평화가 없던 시대, 그 흔적이 남아 있는 곳
    오장동 골목길-평화가 없던 시대, 그 흔적이 남아 있는 곳

    서울 중구 오장동엔 함흥냉면집이 있다. 예전엔 3곳이 있었으나 이제는 2곳만이 남아 있다. 아직도 그 명성은 대단해 오장동을 검색하면 온통 함흥냉면집 이야기뿐이다. 오장동 일대에는 또 국내에서 가장 큰 건어물 시장인 중부시장이 있다. 이 또한 함흥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한국전쟁 당시 흥남 철수로 내려온 피란민들이 중부시장 일대에 자리 잡으면서 함흥냉면집도 따라왔다. 흥남은 조선시대부터 명태 등 건어물의 주산지였으니 그 특기에 맞춰 중부시장이 국내 최대 건어물 시장이 되는데도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이남으로 온 평안도 출신들이 남대문시장 일대를 터전으로 삼았다면 함경도 피란민들은 중부시장에 터를 잡았다. 피란은 개인과 가족의 개인사를 넘어 한 지역의 문화가 고스란히 이식되는 경로가 되기도 한다.일제강점기 오장동 일대에 일본인들이 많이 살았다. 오장동과 맞닿은 묵정동엔 일본인 유곽이 있었다. 그런저런 영향으로 오장동 골목길엔 일본인들이 지은 목조 이층집이 많이 남...

    1481호2022.06.03 11:23

  • [골목 내시경]성남 모란장-도심 속 5일마다 열리는 흥겨운 장마당
    성남 모란장-도심 속 5일마다 열리는 흥겨운 장마당

    4일과 9일에는 장이 열린다.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 모란장으로 알려진 전통시장의 장날이다. 지하철 8호선과 수인·분당선 모란역엔 아침부터 저녁까지 장을 보러온 이들로 붐빈다. 돌아가는 이들은 손에 가득 무엇인가를 사들고 가고, 장을 향하는 이들은 바쁜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모란은 부귀를 상징하는 꽃들의 여왕이다. 하나 모란장의 이름은 평양 출신의 어느 재향군인이 고향인 모란봉에서 이름을 따 재향군인을 위한 공동체 모란 개척단과 시장을 만든 데서 유래했단다. 1962년부터의 일이니 모란장의 역사는 그다지 길지 않은 편이다. 그렇다 해도 오일장이 사라져 가는 추세에서 모란장의 위세는 지금도 여전하다.모란장은 몇차례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길바닥에 난장을 펼치던 시절을 지나 지금은 한구역에 정비된 모습으로 장을 연다. 평일에는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장날에는 공터에 길이 만들어져 골목길이 생기고 좌판이 들어선다. 모란시장 입구에 ‘골목형 전통시장...

    1478호2022.05.13 14:17

  • [골목 내시경]화곡동 골목길
    화곡동 골목길

    서울지하철 5호선 화곡역에서 내리면 소위 역세권을 실감할 수 있다. 지하철역을 나선 이들은 역 앞 정류장에서 강서구 곳곳으로 가는 마을버스를 기다린다. 화곡역은 인근 주민들만 애용하는 게 아니라 퇴근시간이면 인천과 부천 사람들도 이곳에서 차를 갈아탄다. 그야말로 역 하나에 얼마나 많은 유동인구가 집중되는지를 알 수 있다. 큰 길가로 병원과 의원들이 눈에 보이고, 극장과 유흥시설뿐 아니라 학원들도 자리를 잡고 있다. 유흥가는 이곳보다 목동과 신정역 주변에 더 발달해 있다. 화곡역 주변은 그야말로 주민들이 오가며 이용하기에 꼭 필요한 업종들이 밀집해 있다. 강서구 교통의 요지라 사람 사는 분주함과 활기가 보인다.벼이삭 사라지고 사람들 뿌리내려화곡동은 화곡본동과 1동부터 8동까지 모두 7개의 동으로 이뤄져 있다. 화곡5동과 화곡7동은 각각 우장산동과 화곡1동에 통합돼 존재하지 않는다. 화곡동 전체에 걸쳐 5호선 지하철 우장산역, 화곡역, 까치산역이 지나가고 있...

    1476호2022.04.29 15:35

  • [골목 내시경]효제동 골목
    효제동 골목

    서울 사대문 안에는 100년 넘은 초등학교가 몇곳 있다. 그야말로 우리 교육사와 발자취를 같이한 곳들인데 그중 하나가 서울효제초등학교다. 서울효제초등학교는 1895년 11월 15일 관립 양사동소학교로 문을 열어 지금까지 남아 있다. 아쉽게도 효제동이란 이름은 일제강점기의 행정구역으로 지은 이름인데, 사람들의 반발을 피해 유교의 충절 이념인 부모에 대한 효와 형제간의 우애를 뜻하는 효제(孝弟)를 따왔다고 했다. 효제동과 맞닿은 동네가 충신동이니 효제충신(孝弟忠信)이란 옛 시대의 가치가 이름에 박혀 있다.지금은 조용한 골목길 효제동 골목길은 서울효제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종로6가 일대 뒷길을 이리저리 얽고 있다. 동쪽으로는 동대문에 닿고 북쪽은 이화동과 대학로에 이르며 서쪽은 종로5가에 닿는 넓은 영역이다. 골목길은 시대의 변화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데, 100년도 훨씬 전에 초등학교가 들어설 정도로 활발한 주거지였다. 지금 그 흔적은 먼지 한톨도 남아 있지 않아 골목길...

    1474호2022.04.18 13:32

  • [골목 내시경]수원 행궁동 골목길
    수원 행궁동 골목길

    경기도 수원의 중심은 어디일까? 수원역을 비롯해 저마다 중심으로 삼는 이유가 있겠으나 대부분은 수원화성(水原華城)을 꼽는다. 그곳에 또 화성행궁(華城行宮)이 있다. 팔달문을 중심으로 동쪽에는 시장의 골목이 줄지어 북적이고, 서쪽 행궁산 기슭으로 공방거리와 행궁동 카페골목이 있다. 젊은이들은 어떻게 그리도 좋은 곳들을 잘 찾아다니는 건지 어디건 그들의 발길이 닿는 곳엔 눈 호강을 하며 느린 산책을 할 수 있는 골목길이 숨어 있다.수원화성을 높이 꼽는 이유는 여러 실용적인 이유와 역사적 사실이 있겠지만, 왕과 실학자들이 꿈꾼 이상을 구현하려 했기 때문이다. 정조대왕은 “여기에는 나의 깊은 뜻이 있다. 장차 내 뜻이 성취되는 날이 올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의 뜻이 성취된 날이 왔는지는 알 수 없으나, 성이 세워지고 허물어지며 흩어지기를 여러 번 반복한 후 오늘날 오롯이 다시 제모습을 찾았다. 성을 굳이 아름답게 만들 필요가 있겠냐는 질문과...

    1471호2022.03.28 11:38

  • [골목 내시경]삼양동과 빨래골
    삼양동과 빨래골

    사라져 버린 과거가 지명에 남아 있는 곳들이 있다. 서울 강북구 삼양동과 수유동 빨래골도 그런 곳 중 하나다. 조선시대 궁중의 빨랫감들을 처리하던 빨래터가 이곳에 있었고, 궁중 나인이나 무수리들은 이곳에서 빨래를 하고 바깥나들이에 쉬기도 하는 여러모로 쓸모 있던 장소라 한다. 북한산에서 흘러내린 풍부한 물길과 빨래를 널어 말리기에 좋은 평평한 너럭바위들이 골짜기에 연이어 있었다는데, 하천은 복개됐고 암반 위에는 집들이 들어섰다. 오직 이름만으로 옛 모습을 상상할 수 있으니 빨래골이란 지명은 역사책처럼 참으로 귀한 이름이다.조용히 모습을 바꾸는 골목서울의 오래된 마을과 골목들처럼 이곳도 행인 중 태반이 노인이다. 보행 보조기를 밀면서 느릿한 걸음을 옮기던 노인은 이곳에서 평생을 살았단다. 80년 가까이 한곳에 뿌리내리고 살기란 쉽지 않은 일일 터인데 그는 “여기가 공기도 좋고 동네가 조용해 살기에 편하다. 사람들 인심도 순하고 모난 데가 없어 동...

    1469호2022.03.11 11:18

  • [골목 내시경]인천 부평종합시장
    인천 부평종합시장

    시장은 번영의 중심이다. 전통시장이 줄어들고 위축돼가고 있지만, 인천 부평종합시장은 아직도 활기가 넘치는 몇 안 되는 시장 중의 한곳이다. 채소와 수산물, 먹을거리부터 생필품과 옷까지 없는 게 없다. 가게에 따라 새벽부터 문을 열고 자정까지 장사하며 하루를 바쁘게 살고 있다. 통칭으로 부평종합시장이라 하지만, 시장 안을 살펴보면 깡시장과 진흥종합시장 그리고 부평종합시장이 있다. 한편에 있던 부평자유시장은 철거로 사라졌다. 깡시장은 농수산물 경매를 하던 곳이나 이제는 경매기능을 잃어버렸다. 진흥종합시장은 상가건물로 출발해 이제는 부평종합시장의 일부가 됐다. 시장은 모두 5곳의 구역으로 나눈다. 장터 곳곳이 골목으로 연결돼 있어 처음 오는 이들은 미로 속에서 헤매기 십상이다. 다른 전통시장에 비해 공용주차장이 잘 돼 있고, 안내판과 시장 골목도 잘 정비된 편이라 지금도 시장을 찾는 이들이 많다.한국전쟁 직전에 시장이 처음 열렸다. 당시 공설시장으로 출발해 좌판이 대...

    1466호2022.02.18 13:57

  • [골목 내시경]북아현동-박제된 시간 속 우리네 추억이 남아 있다
    북아현동-박제된 시간 속 우리네 추억이 남아 있다

    도시는 골목을 통해 풍부한 표정과 삶의 방식을 드러낸다. 서울 북아현동 골목길은 드물게 옛 골목의 흔적이 숨어 있다. 서울지하철 2호선 아현역을 나서면 남쪽과 북쪽 모두 새로 지은 아파트촌이 보인다. 아현동 남쪽 골목은 지도에서 흔적조차 없고, 북쪽 북아현동 골목길도 반은 뭉개졌다. 겨우 남은 반마저 언제까지 행인이 오가는 골목으로 존재할지 기약이 없다. 풍요로운 골목의 표정을 보고 싶다면 지금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일지 모른다.북아현동은 아현 고개의 북쪽에 깃들어 있다. 충정로에서 마포 쪽으로 빠지는 길목에 안산에서 길게 뻗은 고갯길이 애오개인데, 한자로 아현(阿峴)이라 불렀다. 생김새가 아이처럼 작다는 뜻에서 아이 고개(兒峴) 또는 작은 고개라고 했으며, 지하철 5호선 애오개역에 그 흔적이 남아 있다.북아현동의 동과 서는 확연히 달라졌다. 마치 다른 행성의 모습이라도 되는 듯 안산에서 뻗어 내린 길을 따라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분명히 나누고 있다. 이제 막 지...

    1464호2022.02.04 15: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