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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 후] 위기가 된 ‘윤 정부의 확신’
    위기가 된 ‘윤 정부의 확신’

    미국 대통령선거 결과를 취재하며 가장 많이 들은 말은 “김 기자는 몰랐어? 나는 알았어!”였습니다. 대선 기간에 꽤 많은 미국 내 보도, 전문가 분석 등을 읽었지만 솔직히 몰랐습니다. ‘나름대로 예측은 있었지만, 확신할 수 없었다’가 보다 정확한 표현일 것입니다. 아마도 “나는 알았어”라고 말한 분들 역시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누구든 확신했다면, 지금쯤 엄청난 부자가 됐거나 거지가 됐을 테니 말입니다. 이처럼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을 ‘확신’한다는 것은 엄청난 기회이자, 동시에 위기입니다. 적어도 공신력을 지향해야 할 언론, 국민을 책임진 정부가 할 일은 아닙니다.미국 대통령선거가 끝난 시점에서 지난 2년 반, 윤석열 정부 외교정책을 돌아봅니다. 왜 자꾸 ‘확신’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질문만 떠오르는지 모르겠습니다. “왜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영원할 것처럼 확신했습니까”, “왜 한·미동맹만 한국 안보정책의 전부인 것처럼 확신했습니까” 등입니다. 정부의 확신은 트럼프 2기 행...

    1605호2024.11.27 06:00

  • [취재 후] ‘여사 문제’ 입에 올리지 못하던 윤석열 대선캠프
    ‘여사 문제’ 입에 올리지 못하던 윤석열 대선캠프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일한 안종범 전 경제수석 비서관은 자신의 기록이 사초(史草)가 됐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실제 안 전 수석이 수기로 남긴 수첩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 통화 녹음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결정적 근거가 됐습니다. 감옥에서 나온 뒤 안 전 수석은 수첩 속 메모에 기반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건을 재구성하는 책 두 권(<안종범 수첩>·<수첩 속의 정책>)을 썼습니다.정윤회씨와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가 박근혜 정권의 비선 실세라는 이야기는 박근혜 정부 출범 전부터 정·관계나 언론 주변에서 떠돌았습니다. 그런데 당시 ‘공식’ 대선캠프에서 일하던 사람들을 취재했지만, 캠프 내에서 최씨나 정씨를 봤다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비선 국정농단이 사실로 드러난 건 JTBC가 최씨가 쓴 것으로 알려진 태블릿PC를 공개한 뒤였습니다. JTBC 보도가 나오고 1년쯤 뒤 포렌식으로 복구한 해당 태블릿PC의 ...

    1604호2024.11.20 06:00

  • [취재 후] “하루 저녁만 자고 갔으면 좋겠어”
    “하루 저녁만 자고 갔으면 좋겠어”

    “누구든지 높은 사람들이 와서 하루 저녁만 자고 갔으면 좋겠어.”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으로 고통받고 있는 인천 강화군 당산리와 경기 파주시 대성동마을 주민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말을 했습니다. 하루 종일 소음에 시달리는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지만 접경지역 밖의 그 누구도 고통에 공감하지 못한다는 외로움, 절망감이 느껴졌습니다.직접 가보기 전까지는 저도 몰랐습니다. 처음 소음을 접한 것은 파주에서 민간인 출입이 가능한 지역 중 가장 소음이 잘 들린다는 오두산전망대에서였습니다. 강 건너 북한땅에서 전투기가 이착륙하는 듯한 나지막한 소음이 들려왔습니다. 귀를 기울이면 거슬릴 정도라고 생각했습니다. 이튿날 당산리에 가서야 보통 일이 아닌 걸 알았습니다.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소리가 귓전을 울렸고, 마을 어디를 가든 소리가 따라왔습니다.층간소음으로 살인도 일어나는 세상입니다. 최고소음이 주간에는 57㏈, 야간에는 52㏈을 초과할 때 층간소음으로 봅...

    1602호2024.11.06 06:00

  • [취재 후] 얼음과 눈이 녹는 시간
    얼음과 눈이 녹는 시간

    카페에 가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잠시 후 테이블에 ‘아·아’가 놓인다. 다짐한다. ‘아·아’ 속 얼음이 다 녹을 때 마지막 모금을 마실 것이다. 그때 이 카페에서 일어서야지.굳이 시간을 보고 싶지 않은 한가로운 시간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마침내 일어서면서 시계를 얼핏 보았더니 대략 한 시간이 흘렀다.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의 소설 중 ‘눈 한송이가 녹는 동안’이라는 단편을 떠올려 본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노힐부득과 달달박박 설화가 주요 모티브다. 소녀는 젊은 스님에게 ‘함께 있어 달라’고 애원하지만, 스님은 거부한다. 소녀는 머리 위의 눈을 가리키며 “제발, 눈송이가 녹는 동안만”이라고 애원한다. 소설 속 소설로 등장하는 설화에서 이 말은 단편의 제목이 됐다. 그런데 소녀가 “제발 한 시간만”이라고 말했으면 어떠했을까. 운치도, 절박함도 없어졌을 것이다.윤석열 대통령의 임기는 2027년 5월 끝난다. 5년 임기도 이제는 반환점에 다다랐다. 오...

    1601호2024.10.30 06:00

  • [취재 후] 전세사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전세사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전세사기에 대한 불안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올해는 대학가를 중심으로 100억원대가 넘는 전세사기가 잇따라 발생해 해당 임대인들이 모두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 4월 서울 동대문구를 시작으로 6월에는 신촌에서, 최근에는 관악구에서 2030대를 노린 전세사기가 확인됐다. 2022년 하반기 전세사기 문제가 공론화되기 전 계약을 체결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 심의를 거쳐 차례대로 피해자로 인정받고 있지만, 보증금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출을 받은 이들은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 전부터 빚의 굴레를 짊어져야 한다. 올해 10월 기준 정부가 인정한 피해자는 2만2503명인데 이중 74%가 2030세대다.전세사기의 원인을 개인의 부주의만으로 볼 수 없다. 이들은 국가가 만든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중개제도를 믿고 거래했다. 하지만 정부와 공공기관은 일부 임대사업자와 공인중개사의 불법 행위를 막지 못했고, 전세대출 위험도 관리하지 않았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전...

    1600호2024.10.23 06:00

  • [취재 후] 나도 해녀가 될 수 있을까
    나도 해녀가 될 수 있을까

    나도 해녀가 될 수 있을까. 제주 해녀 문화가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뒤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정작 해녀 수는 점점 줄어 소멸위기인 상황을 취재하면서 한번 상상해봤다. 잠수복을 입어야 하고, 숨을 오래 참아야 하고, 수 미터 깊이의 바닷속에 들어가야 하고, 수영을 잘해야 하고, 해산물을 찾아야 하고…. 제주엔 해녀학교가 있어 외지인도 해녀가 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고 하니 그곳에서 배우면 될 것이다. 쉽진 않겠지만 여차저차 공부하고 익숙해지면 가능할 것도 같다.그런데 취재를 하면 할수록 해녀가 되기 어려운 이유는 ‘기술’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 어려운 것은 해녀들 사이에 녹아 있는 ‘공동체 문화’였다. 해녀들은 바다에 들어가기 전후 불턱(해녀들의 쉼터)에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어떻게 지냈는지 서로 안부를 묻고, 마을에 무슨 일이 있으면 일종의 의사결정도 이 불턱에서 한다. 실력이 좋든 안 좋든, 나이가 많든 적든 채취한 해산물을 함께...

    1599호2024.10.16 06:00

  • [취재 후] 곱씹어 볼 ‘경험의 격차’
    곱씹어 볼 ‘경험의 격차’

    “그냥, 그냥이라는 말은 뭔가 좀 슬프네요.”고립은둔 경험이 있는 한 청년의 말이다. 통계청이 매월 발표하는 고용동향에서 ‘그냥 쉬었음 청년인구’는 큰 관심을 받는다. 15~29세 청년 중에서 ‘일하지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고 쉬었다’고 응답한 인구다. ‘그냥 쉬었음 청년’은 지난 7월 기준 44만3000명, 8월 기준 46만명이다. ‘역대 최대’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그 규모가 작지 않으니 관련 기사도 많고, 말도 많다. 지난 8월 18일에 한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연합뉴스의 ‘7월 그냥 쉬었음 청년’ 통계 기사에는 댓글만 500개가 넘게 달렸다.그냥 쉬었음 청년은 흔히 ‘니트족’(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으로 불리는데, 그 안의 ‘고립은둔청년’은 조금 다른 상황에 처해 있다. ‘일하지 않는다’로만 접근하면 이들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취재 중 만난 26세 청년은 17세부터 4년간 집에서만 고립생활을 하고도 ‘나이가 들었으니 일을 해...

    1598호2024.10.09 06:00

  • [취재 후] 지방소멸 해법, 달라져야 합니다
    지방소멸 해법, 달라져야 합니다

    언젠가 기사에서도 밝힌 것처럼 저는 기사에 달린 댓글을 될 수 있는 한 모두 챙겨 읽습니다. 포털이나 커뮤니티, e메일로 들어온 의견도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이번 추석 연휴에도 포털과 소셜미디어(SNS), 커뮤니티에 올라온 기사의 반응을 열심히 읽었습니다. e메일로 진지한 제언을 주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소중한 의견, 감사드립니다.“지자체장이라는 인간들과 지역 국회의원들이 중앙정부에 삥 뜯어서는 그 돈으로 외곽지역 토지 매입해 공공기관 이전하고, 산단 만들고 시청·군청 신청사 짓는다. 결국 자가용 없는 사람은 출퇴근도 못 하고, 군청에도 못 가는 상황이 되고, 원도심은 황폐해지니 자가용 없는 젊은 여성들이 다 떠난다. 젊은 여자들이 떠나니 젊은 남자들도 떠난다. 남는 건 제네시스나 외제차 몰고 다니는 중장년층 꼰대 토호들, 그리고 갈 곳 없는 노인들과 외노자(외국인 노동자)뿐이다.” 네이버에 전송된 기사에 달린 indi****님의 댓글입니다. 사전에 연락할 수 있었다면 기사에...

    1597호2024.10.02 06:00

  • [취재 후] 농업을 포기해야 할까요
    농업을 포기해야 할까요

    지난 1595호 표지 이야기(대파·양파 ‘닥치고 수입’···기후 대응 이게 최선일까)의 댓글로 독자들의 여러 반응을 접했습니다. 특히 ‘농산물 수입을 하지 말란 얘기냐’는 질문이 있어서 답을 남겨봅니다.수입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수입을 ‘잘’하자는 얘깁니다. 수입을 하되 농가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따져서 적정량을 고민하자는 얘깁니다. 정부가 관세를 깎아주는 저관세·무관세 수입은 세금으로 지원을 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정부의 정책으로 농가 피해가 명확하다면 보전 수단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물가 잡자고 농업을 포기할 생각이 아니라면 말입니다.아울러 농산물 가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통념만큼 크지 않다는 점, 한국의 농산물 가격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많이 비싼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댓글 중엔 이런 주장도 있었습니다. “농부들은 소수이고 소비자는 다수이니 당연히 다수 편에서 서서 생각해야 한다. 어차피 농촌은 피폐화를 면할...

    1596호2024.09.18 06:00

  • [취재 후] 좌편향 교과서로 배웠다?
    좌편향 교과서로 배웠다?

    고등학교 시절, 한국 근현대사 과목을 배웠습니다. 수능 선택과목이기도 했고, 평소 역사를 좋아해서 밑줄을 그어가며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특히 만주에서 활약한 독립군 부대 이름은 비슷비슷한 경우가 많아 구분을 위해 지도까지 그려가며 외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 덕분인지 지금도 홍범도, 김좌진 장군 등이 활약한 전투와 위치를 지도에서 짚어낼 수 있습니다. 또 김구의 무장투쟁론, 이승만의 외교독립론의 차이도 곧잘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난 뒤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습니다. 제가 배운 한국 근현대사는 ‘잘못된 역사’라는 것이었습니다. 정확히는 좌편향된 교과서로 배웠다고 했습니다. 제가 공부한 한국 근현대사 책이 그 유명한 ‘금성출판사’ 책이었습니다.아무리 곱씹어봐도 한국 근현대사를 배우며 대한민국 건국 과정이 ‘잘못된 역사’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북한 체제를 조금이라도 우호적 시선으로 본 기억도 없습니다. 대신 너무나 어려 보이는 일본군 ‘위안부’ 사진을...

    1595호2024.09.11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