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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체 기사 356
  • [취재 후] 차라리 다행?
    차라리 다행?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무슨 달그림자 같은 거를 쫓아가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4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출석해 ‘비상계엄’은 선포했지만 “실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통령의 시적 감수성과 별개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아니면, 말고’식 태도에 우려가 나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부 출범 후 2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대통령이 아직도 본인의 직업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현행 한국 정치구조에서 대통령은 최고의사결정권자입니다. 윤 대통령이 집무실 책상 명패에 써두었다는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문구는 단순한 명언이 아닌 그가 느꼈어야 할 막중한 책임감을 상징합니다. 재판에서야 “아무 일도 안 일어났잖아요, 뭐가 문제입니까” 식의 태도가 유리할지 모르나 정치 지도자가 국민이 보는 앞에서 취할 수 있는 태도는 아니라는 의미입니다.실제로 그...

    1615호2025.02.12 06:00

  • [취재 후] CES가 한국에 던진 질문
    CES가 한국에 던진 질문

    지난 1월 10일 막을 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5’의 주인공은 인공지능(AI) 로봇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다양한 술을 제조하는 바텐더 로봇, 사람을 돌보는 감성 로봇, 가사를 돕는 집사 로봇 등 각양각색의 로봇이 등장했다. 지금까지의 로봇은 공장 같은 정형화된 공간에서 특정 작업을 반복하는 자동화 설비 기기에 불과했다. 이제 AI 발달로 영화 속에만 존재하던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이하 휴머노이드)이 일상에서 구현되는 시대가 개막했다.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는 세계 휴머노이드 시장 규모가 지난해 32억8000만달러(약 4조7000억원)에서 2032년 660억달러(약 95조원)로 성장하리라 추정했다. 연평균 성장률만 45%에 달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CES 2025 기조연설에서 “로봇을 위한 챗GPT 순간이 오고 있다”며 AI의 궁극적인 미래를 로봇 같은 물리(Physical) AI라고 선언했다. AI 패권 경쟁을...

    1614호2025.01.29 06:00

  • [취재 후] 국가는 얼마나 더 버틸 셈인가
    국가는 얼마나 더 버틸 셈인가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다가, 시장에 가다가, 다리 밑에서 놀다가 유괴당한 아이들이 있습니다. 가족과 생이별한 채 부랑인 수용시설에 끌려간 이 아이들은 군대식 생활을 강요받으며 강제노역을 해야 했습니다. 구타와 폭력, 성폭행이 난무하는 이곳에서 법정 의무교육을 받을 기회조차 박탈당했습니다. ‘한국판 아우슈비츠’라 불리는 형제복지원 이야기입니다.형제복지원 사건을 처음 접했을 때 의아했습니다. 이곳의 실상이 알려진 것은 민주화 요구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던 1987년이었습니다. 그해 검찰은 형제복지원장 박인근을 특수감금, 횡령 등 혐의로 축소 기소했습니다. 이후 법원에선 그중에서도 횡령 혐의만 인정돼 겨우 2년 6개월 형이 선고됩니다. 군부정권의 비호 속에 이루어진 극악무도한 인권유린에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졌는데 대중은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당시 민주화 운동 주체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리는 1987년 하면 박종철, 이한열은 떠올리지만 형제복지원에서 죽어간 수많은 아이들은 떠...

    1613호2025.01.22 06:00

  • [취재 후] 이태원 참사 땐 왜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이태원 참사 땐 왜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경찰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족들을 모욕하는 게시물을 퍼뜨린 이들을 적극적으로 수사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참사 이후 전국 시도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악성게시글 전담수사팀을 설치하고 총 118명을 투입했습니다. 지금까지 160여건을 수사해 2명을 검거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작성했다.” 검거된 피의자 한 명은 경찰에서 이렇게 진술했다고 합니다.수사기관이 유족 모욕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보면서 2022년 10월 29일 일어난 이태원 참사가 떠올랐습니다. 이태원 참사 유족은 제가 아는 한 가장 처절하게 2차 가해를 당했던 유족들입니다. 극우 세력은 “국민에게 슬픔을 강요하지 마라”와 같은 현수막을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 앞에 걸었고, 유족에게 시시때때로 다가가 “또 우는소리 하느냐” 등의 막말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인터넷 기사에도 유족 혐오 댓글이 광범위하게 달렸습니다.당시 2차 가해의 ‘논리’를 제시한 것은 고위공직자들이었습니다. 이태원 참사 생존자 김초롱씨는 ...

    1612호2025.01.15 06:00

  • [취재 후] 플라스틱 전쟁이 벌어진 이유
    플라스틱 전쟁이 벌어진 이유

    4년 전쯤만 해도 내가 사는 집 건물 앞엔 분리수거함이 놓여 있었다. 비닐, 플라스틱, 스티로폼, 병, 건전지 등으로 나누어진 큰 봉지에 입주자들이 재활용품을 종류별로 분리해 넣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얼마가 지났을까, 분리수거함이 사라졌다.일부 입주자들은 엄연히 분리수거함이 있는데도 분리배출이 귀찮은지 재활용품을 뭉텅이로 던져놓았다. 분류를 잘못한 것도 많았다. 분리수거함 앞은 항상 지저분했다. 폐쇄회로(CC)TV가 있었지만 효과는 없었다. 결국 정리는 건물 청소를 담당하는 업체 몫이 된 것 같았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쓰레기를 대충 버릴까’ 생각하던 와중 분리수거함이 없어졌다. 분리배출을 아예 포기해버린 것이다.지금 집 건물 앞엔 제대로 분리된 것인지 알 수 없는 재활용품이 마구 쌓여 있다. 봉투에 담지도 않은 채 그냥 버려진 것도 있다. 그런데도 수거 업체는 때가 되면 모두 가져갔다. 구청이든 누구든 재활용품을 제대로 버리라고 지적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

    1611호2025.01.08 06:00

  • [취재 후] 다만 ‘연대’와 함께하소서
    다만 ‘연대’와 함께하소서

    취재를 하면서 만나는 사람 중 가장 인상 깊은 사람들은 대개 활동가들이다. 노조나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 거의 항상 가용 자원이 제한되거나 부족한 상태에서 헌신적인 노력으로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기자라는 직업은 이들의 이름 없는 헌신에 무임승차하는 경우가 많다. 일률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상당수 활동가는 일을 대하는 태도만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놀라움을 준다. 현실이나 한계를 잘 알면서도 미래와 이상을 이야기한다. 활동가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연대’ 같은 말이 그렇다. 각박한 세상살이에 부서지기 쉬운 개개인들의 연대를 활동가들은 믿는다.지난 몇 년간의 사회상을 지켜보면서 활동가들이, 더욱 정확하게는 시민사회가 힘을 잃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시민사회는 진영논리에 쉽게 휘말렸고, ‘운동권’으로 싸잡아 매도되는 일이 잦아졌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새로운 구상을 거의 말하지 못했다. 노골적인 노조 탄압 등에 수세적인 반대를 하기에 급급했기 ...

    1610호2025.01.01 06:00

  • [취재 후] 정치 격랑의 2024년···2025년은 다르기를
    정치 격랑의 2024년···2025년은 다르기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이 예정된 것은 12월 14일 토요일이었습니다. 시사주간지 기자로서는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사주간지 마감과 인쇄는 매주 후반입니다. 발간일을 기준으로 하면 토요일은 과거지만, 마감일을 기준으로 하면 미래였습니다.바로 전주, 그러니까 1차 탄핵소추안 표결이 있던 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토요일에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제목은 ‘계엄 선포에 정치적 완패…탄핵은 사실상 시간문제’로 갔습니다. 1차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한밤중 비상계엄은 딱 떨어지는 탄핵 사유로, 아무리 정략적인 이해득실이 앞선다고 하더라도 결국 탄핵으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봤습니다.2차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는 가결을 전제로 기사를 썼습니다. 점증하는 국민 분노와 압박에 국회, 정확히는 윤석열 대통령이 소속된 여당 국민의힘이 더 버티기 힘들 거라고 봤습니다. 그런데도 만에 하나, 결국 시간문제겠지만 탄핵소추가 한 ...

    1609호2024.12.25 06:00

  • [취재 후] 불통의 끝에 계엄이 왔다
    불통의 끝에 계엄이 왔다

    11월 마지막 주부터 2주간 대학을 취재했다. 당시 대학가에서는 대통령 윤석열의 퇴진을 촉구하는 교수·연구자들의 시국선언과 학생들의 대자보 게시가 잇따랐다. 문제의식은 ‘간만에 대학이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왜 반향이 크지 않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결국 이 질문은 ‘정치 지도자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면서 대학의 구성원들이 했던 고민’과도 맞닿아 있었다.취재하면서 얻은 나름의 답 중 하나는 정치의 양극화였다. 점차 공고해지는 양당제, 극심한 진영논리는 하나의 공식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윤석열을 비판하는 것’을 ‘이재명을 지지하는 것’과 등치시키는 것이다. 시국선언에 동참했던 한 교수는 “윤석열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게 이재명을 원한다는 얘기는 분명 아니다. 그러나 국민은 그렇게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고민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못을 지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중간 지대가 없고, 양당의 수준차가 크지 않아 ‘피장파장’ 논리가 득세하는 사회는 권력자에 ...

    1608호2024.12.18 06:00

  • [취재 후] 계엄군은 왜 충정로에도 출동했을까
    계엄군은 왜 충정로에도 출동했을까

    ‘2024년에 비상계엄이라니.’ 대부분 비슷한 심경이었을 겁니다. 저 역시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해서 유튜브로 생중계되는 대통령 긴급브리핑을 켰습니다. 아래에 달린 자막에 ‘비상계엄 선포’가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진짜였습니다.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던 시간, 회사에 있었습니다. 회사 편집국이 술렁이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큰소리도 나왔습니다. 아마도 회사 인근에 있었을 기자들이 하나둘씩 복귀해 긴급사태 취재에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한 시간쯤 지나 이른바 ‘계엄사령부 포고문(제1호)’이라는 게 나왔는데, 제3항은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라고 돼 있었습니다. 자정 무렵 퇴근했는데, 신문사 문을 나서면 군대나 적어도 경찰이라도 와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휑했습니다.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건 뭐지?’라는 생각을 하며 버스정류장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그런데 이날 이른바 소위 ‘계엄군’이 출동한 현장은 국회만이 ...

    1607호2024.12.11 06:00

  • [취재 후] 마을공동체의 ‘함께 돌봄’에 관하여
    마을공동체의 ‘함께 돌봄’에 관하여

    지난 11월 20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마을극장에서 성미산마을 30주년을 맞은 주민들이 ‘돌봄’을 주제로 이야기자리(포럼)를 열었다. 성미산마을은 1994년 국내 첫 협동조합형 공동육아 어린이집 개원을 시작으로 성미산 주변에 다양한 공동체가 생겨나 형성된 도심 속 마을공동체다. 아이를 돌보는 일에서 시작했기에 성미산마을에서 ‘돌봄’이란 주제는 마을공동체의 정체성을 들여다보는 일이다.짧게는 몇 년, 길게는 30년 이상 성미산마을에서 산 주민들은 육아뿐만 아니라 각자가 속한 공동체가 서로를 돌보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최근 같은 어린이집 조합원인 주민이 둘째 출산 후 첫째 돌봄이 필요한 상황이 되자 다른 주민들이 번갈아 돌봄을 맡아줬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또 다른 주민은 마을에 들어와 여러 공동체에서 활동하다 보니 장애인 청년과도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이웃들과 함께 반찬가게를 열어 운영했는데, 그것이 돌봄이었다고 회고한 주민도 있었다. 마을에...

    1606호2024.12.04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