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주간경향

연재

취재 후
  • 전체 기사 356
  • [취재 후] 이상기후 못 막아도 재난은 막을 수 있다
    이상기후 못 막아도 재난은 막을 수 있다

    우려했던 일이 결국 벌어졌다. 지난 8월 극심한 가뭄으로 50% 제한급수에 돌입했던 강릉시가 불과 열흘 만에 수도계량기의 75%를 잠그는 제한급수에 들어갔다. 강릉시민의 식수원인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13%대까지 떨어져 식수 공급의 마지노선이 사실상 무너졌다. 수도검침원이 다녀간 가정에선 평소 4분의 1밖에 물이 나오지 않는다. 샤워나 빨래, 요리 같은 일상이 강릉 시민들에게는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게 됐다.가뭄 상황 취재를 위해 방문했던 음식점 사장님께 전화를 걸었다. 그는 휴업을 당연히 예상한다는 듯 “문제는 과연 언제까지 문을 닫느냐”라고 했다. 주방 이모도, 서빙을 보는 아르바이트생도 휴가를 준다고 했다. 당연히 무급이다. 불편쯤으로 치부됐던 가뭄은 이제 강릉 시민들의 생계까지 위협하고 있다.강릉 지역 가뭄의 일차적인 원인은 이상기후다. 한 번씩 큰비를 뿌려주며 영동 지역 가뭄 해갈에 도움을 줬던 태풍이 올해는 오지 않았다. 여름내 역대급 폭염을 만들어낸 뜨...

    1645호2025.09.10 06:00

  • [취재 후] 여전히 눈물을 타고 흐르는 전기
    여전히 눈물을 타고 흐르는 전기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은 10GW의 전력을 필요로 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이중 3GW를 LNG발전으로, 7GW를 호남권 재생에너지와 장거리 송전선로를 통해 충당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전북 완주, 정읍, 진안 등지에 신규 송전탑 건설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주민들은 뒤늦게 이러한 사실을 통보받았다. 입지선정위원회에는 주민대표가 일부 포함됐으나 최적 경과대역 선정 5개월 후에야 관련 사실을 알게 됐다. 주민들은 송전탑 건설 백지화 전북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켜서 해당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8월 14일 방문한 전북 정읍시·완주군 곳곳에는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 “정읍시민 생존 위협하는 신정읍변전소 반대한다” 등의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완주군 소양면에서 만난 박성래 완주군 송전탑건설백지화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송전탑이 우리 동네 앞으로 지나가도 문제이고, 다른 동네로 보내도 문제이고 그야말로 외통수에 걸린 셈”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1644호2025.09.03 06:00

  • [취재 후] 피해자, 조국
    피해자, 조국

    독재·권위주의 정권 시절 국가폭력 피해자들을 취재한 적이 있다. 정권에 비판적인 시민들을 억압하고 사건을 조작하는 데는 검찰과 법원도 동원됐다. 피해자들은 시위에 참여하거나 유인물을 배포했다는 이유로 영장 없이 잡혀가 고문 수사를 당했다. 정찰제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개월, 수년을 감옥에 갇힌 뒤에야 풀려났다.2000년대 들어 정부 차원의 진상규명이 시작됐다. 과거사를 청산해야 통합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사회적 합의에서 특별법이 제정됐다. 교수, 법조인, 고위공무원, 역사연구자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국가가 사건을 어떻게 조작했는지, 어떤 인권침해가 있었는지를 상세히 조사했다. 법원에선 재심 절차가 진행됐다. 법정에서 검찰과 싸우며 까다로운 재심 요건을 뚫어야 했다. 거듭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증명하는 단계를 거쳐 비로소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었다. 국가책임과 자신의 무고함을 확인받는 데 30년 이상 걸린 피해자가 많다.국가폭력 피해자들을 떠올린 것은 조국...

    1643호2025.08.27 06:00

  • [취재 후] 밀물에 표류하는 배도 있다
    밀물에 표류하는 배도 있다

    한때 사람들은 자유시장과 자유무역이라는 밀물이 모든 배를 띄운다(A rising tide lifts all boats)고 믿었다. 각국이 비교우위에 따라 상품을 생산해 자유시장에서 교역하면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의 배든, 미국의 배든 모두가 부로 가득한 대양을 항해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었다.그러나 2000년대 이후, 특히 신자유주의 질서를 주도했던 미국에서 이 믿음은 완전히 무너졌다. 미국에서는 첨단산업과 서비스업이 성장했지만, 제조업이 급격히 쇠퇴했다. 제조업 일자리를 발판 삼아 중산층으로 올라섰던 노동자들도 삶의 기반을 잃었다. 한국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막대한 대미 무역 흑자를 기록했지만,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논리 아래 하청·재하청, 불법 파견, 장시간 노동이 일상화됐다. 두 나라 모두에서 경쟁력이 약하다고 평가되는 산업과 지역의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생존 그 자체를 위협받는다. 자유무역이 만든 부가 사회 전반에 재분배되...

    1642호2025.08.20 06:00

  • [취재 후] 집에 대하여
    집에 대하여

    바늘처럼 얇은 불꽃이 하늘에서 하나둘 떨어졌다. 하늘은 새까맣고 태양은 유달리 빨갛게 보이던 순간이었다. 사람이 걷기조차 힘든 속도의 바람이 불자 얇은 불꽃은 순식간에 전구만 한 덩어리가 됐다. 나무데크에 불꽃이 내리꽂히면서 순식간에 온 집안에 불이 붙었다. 이재민 김남수씨(58)는 지난 3월 25일 오후 6시 경북 영양의 자신 집을 덮친 불의 시작을 이렇게 기억했다.그는 모든 걸 잃었다. 집은 물론 복숭아, 고추, 배추 농사에 필요한 농기계 모두 타버렸다. 가장 마음이 사무친 건 불이 날 때 도망치느라 미처 데리고 나오지 못한 반려견 구름이다. 구름이는 다 타버린 채 다음 날 발견됐다. 구름이를 묻어줄 때 그는 많이 울었다. 그는 말했다. “물난리·불난리가 나면 누가 피할 수 있나요? 애초에 시골에 사는 게 잘못이지.”산불과 수해는 예고되지 않은 재난이다. 재난 상황은 도시에서도 온종일 뉴스로 전달받는다. 그럼에도 이를 자기 일처럼 실감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

    1641호2025.08.13 06:00

  • [취재 후]상식과 업계 관행이 엇갈릴 때
    상식과 업계 관행이 엇갈릴 때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철회 전 짧게나마 인사 검증 취재를 했습니다. 당시 취재를 하면서 고민했던 것들을 지난주 두 꼭지 기사로 썼습니다. 고민은 기자가 가진 일반인의 상식과 학계의 관행이 상당히 다르다는 데서 출발했습니다. 첫 번째 문제의식은 제자의 학위논문을 학술지에 발표하면서 교수가 제1저자를 가져가는 것이 옳으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학계에선 이런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한 연구자들 반응도 “별문제도 아니다”라는 답변부터 “우리 학교 주변에서는 본 적도 없다”는 답변까지 다양했습니다. 분야는 다르지만, 기자도 여러 명이 함께 쓴 기사에 필자를 표시합니다. 언론계 누구에게 물어봐도 ‘바이라인’(기사를 쓴 기자의 서명) 제일 앞머리에 기사를 쓴 기자의 이름이 나온다는 데 이견이 없을 겁니다. 그런데 학계에서는 논문을 꼭 쓰지 않았더라도 기여도에 따라 제1저자가 될 수 있다는 견해가 존재했습니다.이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건 두 번째 고...

    1640호2025.08.06 06:00

  • [취재 후]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일찌감치 승부가 결정됐던 지난 대선은 제대로 된 공약 검증 없이 치러진 유례없는 선거였다. 교육 부문은 특히 그 정도가 심해서, 검증은커녕 후보들의 공약이 무엇인지 기억하기조차 어려울 정도였다. 그리고 승패가 확정되고 나서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승자의 자격으로 훌쩍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 이름을 올렸다.‘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아무 맥락 없이 툭 하고 튀어나온 것은 아니다. 혁신적인 교육개혁을 주장해온 진영에서 서울대는 나라를 망치는 대학 서열화의 주범으로 오랫동안 지목돼왔고, 서울대가 사라져야 대한민국의 정상화가 시작된다는 주장도 적지 않게 등장했다. 대학 서열화와 서울공화국이라는 병폐는 너무도 크고 공고해서 이런 방식이 아니면 절대로 파괴하기 어려우리라는 것이 주장의 근거였다.그리고 이런 “코페르니쿠스적인 사고”(김종영 경희대 교수)는 대선 공약 검증의 공백 속에 주류로 부상했다. 정책의 골자는 간단하다. ‘9개의 거점국립대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자’...

    1639호2025.07.30 06:00

  • [취재 후] ‘영혼 없는 공무원’의 기준
    ‘영혼 없는 공무원’의 기준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8월 22일 새 정부 첫 업무보고에서 “공직자는 국민과 함께 깨어 있는 존재가 돼야지, 그저 정권의 뜻에 맞추는 영혼 없는 공무원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이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정권의 위법한 지시를 따라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것이다.그런데 정권의 지시가 위법한지 아닌지 그 기준은 누가, 어떻게 정할까. 맹점은 여기에 있었다.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같은 경우는 비교적 법 위반임이 명료했다. 문화예술인을 정치적 성향에 따라 나누고 지원을 배제하는 것은 정책이라 할 수 없다. 그러나 공무원 조직에서 일반적인 상급자 지시가 위법한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정책은 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하지만, 모든 사안이 다 법에 정해져 있지는 않다. 법 바깥에서 협의하고 토론해야 할 일도 많다. 어느 정부든 집권 초반 국정과제 추진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고들 말한다. 강한 정책 추진력과 위법이라는 잣대는...

    1638호2025.07.23 06:00

  • [취재 후]피로감이 큰 기사
    피로감이 큰 기사

    재벌개혁. 이 네 글자는 누군가에겐 생경하고, 누군가에겐 식상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박근혜·문재인 정부 때만 해도 정치권에서 늘 들려왔던 이 네 글자는 윤석열 정부를 거치면서 자취를 감췄다. 오히려 재벌은 개혁의 대상이 아닌 경제 성장의 필수 동반자로만 자리매김했다. ‘정경유착’이란 말이 한물간 용어가 된 것만 같이, 오히려 정·재계가 가깝게 보이기 위해 애를 쓰는 듯한 사진 구도도 여러 번 노출됐다. 대기업 총수들이 2023년 12월 6일 부산 중구 깡통시장에서 윤 전 대통령과 함께 떡볶이를 시식하는 장면, 모두 기억할 것이다.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별다른 재벌개혁을 언급하지 않았다. 어쩌면 당연했다.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강력히 추진하긴 했지만, 그 배경도 재벌의 지배구조를 뜯어고치겠다는 의도보다는 주식시장의 개미들을 보호하려는 목적이 컸다.삼성생명 일탈 회...

    1637호2025.07.16 06:00

  • [취재 후] 40대 AI미래기획수석 기용의 의미
    40대 AI미래기획수석 기용의 의미

    1941년생인 어머니 집에는 컴퓨터가 없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PC가 없습니다. ‘손 안의 컴퓨터’로 불리는 스마트폰은 가지고 계시니까요. 그래도 일상생활엔 큰 불편은 없는 듯합니다. 어머니는 여전히 지상파 드라마 방영 시간이 되면 TV 앞에서 ‘본방사수’를 합니다. 인터넷은 쓰지 않습니다.AI도 마찬가지일 듯합니다. 적응하는 사람들에겐 예전엔 경험해보지 못한 ‘신세계’겠지만, 아닌 사람에겐 막연하게 ‘뭔가 변화가 벌어지고 있지만 잡히지 않은 신기루 같은 것’일 겁니다.‘100조원을 쏟아부으면 AI 3대 강국에 올라설 수 있을까’라는 제목을 일찍 정하고 전문가들을 접촉했습니다. 100조원, 작은 규모가 아닙니다. 코멘트를 해준 한상기 박사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1년 예산은 18조8000억원입니다. 100조원이면 과기정통부 1년 예산의 5배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액수죠. 강조하고자 했던 것은 굉장히 큰돈이지만 제대로 세계적인 강국이 되기엔 충분치 않다는 겁니...

    1636호2025.07.09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