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주간경향

연재

취재 후
  • 전체 기사 387
  • [취재 후] 불안정한 평화마저 위태로워질까
    불안정한 평화마저 위태로워질까

    과거 ‘빨갱이’라는 단어가 힘을 얻었던 이유는 통일정책의 영향이 크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을 끝으로 시작된 냉전 시기, 한국은 무력을 통해서 북한과 통일을 이루겠다고 했다. 이른바 북진통일론이다. 이에 따라 북한과 내통한다는 뉘앙스를 담은 빨갱이는 내부의 적이었다.40여년이 지난 1990년대, 냉전에서 승리한 미국을 중심으로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강화됐다. 한국은 북한과 교류·협력을 늘려가면서 북한의 체제 전환을 꾀한다는 전략을 짰다. 한국은 북한의 우호국인 중국·러시아와 수교를 맺었지만, 북한은 미국·일본과 수교에 실패했다. 궁지에 몰린 북한은 한국의 손을 잡았다.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등 교류·협력 성과도 있었다.다시 30여년이 지난 2020년대, 미국 일극체제는 약화하고 있다. 미국은 여전히 패권국이지만 그 영향력은 예전만 못하다. 북한은 한국과 남남으로 살면서 핵보유국이 되겠다는 전략을 짰다. 북한은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반기를 든 중...

    1687호2026.07.15 06:00

  • [취재 후] 전세 이후의 집
    전세 이후의 집

    1~2인 가구와 청년층이 사는 서울 비아파트 방 한칸(원룸)의 평균 전세 보증금이 한 달새 600만원가량 뛰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 조사에 따르면, 5월 기준 서울 연립·다세대 원룸(전용면적 33㎡ 이하)의 평균 전세 보증금이 2억2284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보다 599만원(2.8%) 상승한 금액이다. 같은 기간 보증금 1000만원 기준 원룸의 평균 월세는 0.8% 오른 70만원으로 조사됐다. 아파트 전세 매물 감소에 따른 전세 수요가 비아파트 시장으로 확산한 것이 전월세 상승에 영향을 끼쳤다고 다방은 분석했다.치솟는 전셋값에 내 집 마련에 나선 30대도 있지만, 대다수 청년에게는 남의 나라 얘기다. 대출이나 주식 투자로 서울에서 집을 사는 데 보탬이 될 만큼 돈을 불리려면 종잣돈이 있거나, 부모지원 없이는 쉽지 않다. 전세가 사라진 자리는 반전세나 월세로 채워지고 있다. 그 비용은 임차인에게 주거비로 전가된다. 정부가 뒤늦게 “닥치고 (주택) 공급”을 꺼냈...

    1686호2026.07.08 06:00

  • [취재 후] 참교육이 필요한 정치
    참교육이 필요한 정치

    이 정도로 미움받을 수 있을까 싶었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마주한 잠실 시위 청년들은 입을 모아 ‘탈정치’를 외쳤다. 대학생들의 대자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진보 성향의 청년도 허구한 날 정쟁만 일삼는 정치권이 이번 사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는 보지 않았다. 청년들에게 정치는 믿을 구석이 아니었다.그러고 보니 정말 그랬다. 정치는 믿을 수가 없었다. 정치 기사를 쓸 때면 합리적인 판단에 기반했다고 생각한 분석과 예상이 번번이 빗나갔다. 그땐 그게 정치의 특성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러 해 국회를 출입하면서 비로소 정치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문제는 ‘권력욕’이었다. 권력을 탐하는 정치인들은 오로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멋대로 결론을 내리고 중요한 정치적 결정을 했다. 표에 따라 공약과 정책을 결정하고, 자리보전을 위해 명백한 잘못도 인정하지 않고 버티는 식이다. 이번 국면에서도 몇 얼굴이 스쳤다. 청년들이 진짜 요구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그저 정치적...

    1685호2026.07.01 06:00

  • [취재 후] 인문학적 소양, 그건 어떻게 키울까
    인문학적 소양, 그건 어떻게 키울까

    독일 소설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단편소설집 <깊이에의 강요>에는 ‘문학적 건망증’이라는 제목의 에세이가 실려 있다. 과거에 내가 읽은 책인데 내용이 잘 생각나지 않을 때 ‘문학적 건망증’이라는 여섯 글자가 위로를 주곤 했다. “독서는 서서히 스며드는 활동일 수 있다”고, 내용은 까맣게 잊어버렸어도 내 안에 무언가 남아 있을 것이라고, 그러니 독서는 쓸모없는 일은 아니었다고. 대학 다닐 때는 소설 읽을 시간에 취업에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해야 하나 불안했던 것도 같다.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 대학을 졸업한 기자도 어떤 행동이든 ‘쓸모’가 있어야 한다는 인식을 내재화했기 때문이다.쓸모가 떨어지는 학문으로 취급받던 인문학이 중요해졌다고 한다. 학자들뿐만 아니라 인재를 끌어모으는 빅테크 기업가들이 앞장서서 내놓은 전망이다. AI 시대에 기술을 발전시키고, 발전된 기술로 더 나은 재화와 서비스를 만들고, 기술에 종속되지 않은 삶을 살기 위해서 비판적 사고와 질문하는 능력이 중...

    1684호2026.06.24 06:00

  • [취재 후] 부동산이 또 이겼다
    부동산이 또 이겼다

    부동산이 또 이겼다. 6·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들의 희비를 가른 건 결국 부동산 민심이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아파트값 상승률 상위 10개 서울 자치구 중 8곳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인의 득표율이 높았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 조사한 서울 아파트 매매 시가총액(평균 시세 합계) 순으로 정렬해도 ‘오세훈 우세’ 경향이 뚜렷했다. 시가총액 상위 5개구는 강남·송파·서초·양천·강동구(2025년 12월 기준)다. 서울에선 오 당선인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기대가 내란 심판·정권 안정론보다 더 강하게 결집한 것이다.불과 1년 전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25개 자치구 중 21곳에서 승리했다는 점을 비교해보면 더욱 실감 나는 변화다. 이는 지선이 대선·총선보다 유권자들의 삶과 직결되는 정책이 결정되는 선거라는 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실제로 지선 직전 만난 서울 유권자들은 후보 결정 시 12·3 불법 계엄이나 이념보다 ‘내 삶에 얼마나 도움이...

    1683호2026.06.16 06:00

  • [취재 후] AI 해커, 백신 맞듯 대비해야
    AI 해커, 백신 맞듯 대비해야

    인공지능(AI)이라는 새로운 종이 출현했습니다. 사람이 원하는 대로 순식간에 역할을 바꿉니다. 변호사도, 회계사도, 개발자도 될 수 있습니다. ‘몸’만 얻는다면 공장 노동자도 될 수 있죠. AI가 우리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두려움이 생기는 건 당연합니다.AI가 인간의 악행도 대신합니다. AI로 만든 가짜뉴스, 가짜영상은 이미 사회문제가 됐습니다. 여기에 새롭게 걱정거리가 추가됐습니다. 해킹입니다.7월 공개 예정인 미국 AI 기업 앤트로픽의 미토스는 사전 공개 단계에서 리눅스를 비롯한 오픈소스 운영체제에서 수많은 인간 개발자도 미처 발견하지 못한 취약점을 다수 찾았습니다. 짧은 시간에 취약점을 공격할 코드까지 자동으로 만들었습니다. 고도의 지식과 경험이 없어도 누구나 해커가 될 수 있는 세상이 머지않았습니다.세계 여러 정부와 기업이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한국도 국가안보실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을 중심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방공망 아이언 돔에 빗댄 ...

    1682호2026.06.10 06:00

  • [취재 후]언론이 살아 있기를 바란다
    언론이 살아 있기를 바란다

    레거시 미디어(기성 언론)의 문제를 다룬 ‘미디어 리빌딩’ 기획을 준비하면서 고민이 많았다. 기자들이 직접 관련된 문제인지라 자칫 잘못하면 ‘자기방어’밖엔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언론을 언급하며 비판·비난을 하는데 모른 체하는 것도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현실을 보려고 노력했다.기사엔 담지 못했지만 기자들 취재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사회에 필요한 기사와 조회수가 일치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대부분 기자가 “일치하지 않는다”고 했다. 권력자 비리를 드러내고 유명인을 저격하는 기사는 그나마 조회수가 좀 나온다. 반면 사회적 약자, 소외된 이들을 다룬 기사는 조회수가 잘 나오지 않는다. 기사가 인기 없다는 사실은 이들이 그 자체로 많은 사람의 관심에서 동떨어진 소수자임을 반증하기도 한다.공들여 쓴 기사에 대한 칭찬은 쉽게 찾아보기 힘들고 기자에 대한 욕설과 공격은 잘 보인다. 기자들...

    1681호2026.06.03 06:00

  • [취재 후] 다시 삼성 공화국
    다시 삼성 공화국

    삼성전자 노조가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성과급 배분을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하자 지난 5월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입장을 밝혔다. 이 회장은 “노동조합 여러분, 삼성 가족 여러분,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이라며 “지금은 지혜롭게 힘을 모아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지난 5월 18일 이재명 대통령은 “힘 세다고 더 많이 가지고 더 행복한 것이 아니다”라며 “연대하고 책임지며 모두 함께 잘사는 세상이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했다. 두 사람 모두 ‘함께’를 강조한 것이다.이들이 말하는 ‘함께’를 쉽사리 믿을 수 없었다. IMF 금융위기 때 전 국민이 고통을 같이 짊어졌지만, 불평등은 더욱 심해졌다. 경쟁은 치열해졌고 개인들의 삶은 피폐해졌다. 삼성은 오랫동안 무노조 경영을 이어가다 노조 파괴 공작으로 임원진이 유죄 판결을 받은 뒤에야 노조가 설립됐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 편법 활용, 권력과의 유착이 문제 된 적도 있다. 최근 삼성 주가는 계속 올랐지만, 실...

    1680호2026.05.27 06:00

  • [취재 후]쿠팡과 장동혁, 우연이 아닌 이유
    쿠팡과 장동혁, 우연이 아닌 이유

    ‘한국 정부를 압박할 수 있는 권력자.’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방미 중 만난 상·하원 의원 중 다수가 쿠팡이 로비한 인사인 이유는 하나로 귀결됐다. 장 대표는 야당 대표로서 정치적 이유로 현 정부와 여당을 흔들 강력한 스피커가 필요했다. 쿠팡은 정보 유출 이후 규제를 강화하는 현 정부를 압박할 권력이 절실했다. 이유는 다르지만 목적이 같은 두 집단의 이해가 일치한 것이다.집권과 수익 극대화가 제1의 목표인 정치인·기업이라도 국경을 넘어서면 국익이라는 공동선을 위해 힘쓰는 것이 불문율이다. 이는 정치권의 오랜 암묵적인 합의이기도 했다. 장 대표 본인도 원내대변인 시절인 2023년 4월 15일 논평을 통해 “매국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익을 저버리더라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국 정부를 비난하는 더불어민주당이라고 말하겠다”고 했다.장 대표는 이번 방미를 통해 과거 발언을 되돌려 받았다. 그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으로 코너에 몰렸다. 공...

    1679호2026.05.20 06:00

  • [취재 후] 늑구를 이해하기
    늑구를 이해하기

    고양이가 다 같지 않다는 것을 함께 살아보고서야 알았다. 기자와 사는 고양이는 성격이 사납다. 1분 이상 품에 안겨 가만히 있는 적이 없고, 매번 발버둥치는 바람에 발톱 한번 깎기 힘들다. 이름을 불러도 들은 체 만 체할 뿐 오지 않는다. 반대로 안 왔으면 할 때는 굳이 와서 밟거나 깨문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 흔히 등장하는 ‘개냥이’와는 딴판이다.멋대로인 고양이가 미울 때도 있다. 이내 ‘다른 존재란 이런 것이구나’를 깨달았다. 말이 통하지 않고 성격이 맞지 않지만 그저 있음을 인정해야 하는 것,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것이었다. 한편으로는 죄책감이 들었다. 동물을 집에 두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거나 중성화 수술을 해선 안 된다고 지적하는 말들 때문이었다. 그런 지적에 잘 답변하기 위해 동물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고 책을 사 읽었다. 인간이라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겠지만 최대한 동물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 공부하려고 노력하게 됐다.판다 ‘푸바오’ 팬덤 현상을 좋지...

    1678호2026.05.13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