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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체 기사 374
  • [취재 후]숨겨진 청구서
    숨겨진 청구서

    한 동네에서 20년 넘게 세탁소를 운영해온 장인은 중동에서 벌어진 전쟁의 여파를 고스란히 맞고 있다. 드라이클리닝 기계에 넣는 석유계 용제를 격주로 구입하는데, 전쟁 전인 2월 말 한통(18ℓ)당 4만3000원이던 가격이 3월 중순 4만5000원, 4월 초 6만3000원으로 뛰었다. “더 오르기 전에 사야겠다 싶어 일주일 만에 또 샀는데, 이번(4월 둘째 주)엔 7만3000원이 됐어. 겁 날 정도네.” 세탁된 옷에 씌우는 비닐도 300장 기준 2만원에서 2만4000원으로 올랐단다.원료·재료 값이 무섭게 치솟지만, 4년 전 세탁소 한쪽 벽에 붙여둔 세탁 요금표에는 변동이 없다. 정장 한 벌 드라이클리닝 요금은 여전히 1만원. 장인에게 물었다. “원가가 이렇게 올랐는데, 요금을 300원이든 500원이든 좀 올리는 게 낫지 않겠어요?”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냐, 그냥 하던 대로 받는 거지 뭐. 번거롭기도 하고, 기름값은 전쟁 끝나면 다시 내리겠지. 기름값 출렁일 때마...

    1674호2026.04.15 06:00

  • [취재 후] 한국 정치의 일상다반사
    한국 정치의 일상다반사

    기사를 쓴 기자 입장에서 제일 바라는 것이 있다면 ‘반향’일 겁니다. ‘무플보다 악플’은 이쪽 세상에서도 진리입니다. 지난주 부산 북구갑 르포를 다녀와서 쓴 기사에 대해 상당한 반향이 있었습니다. 주초 지상파 라디오(CBS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기사 내용을 자세히 소개했고, 이어 그 방송에 출연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관련한 진행자 질문에 늦어도 “4월 중순쯤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르포를 다녀와 서울에서 한동훈 측을 만났는데 “한 전 대표가 ‘나는 SOLO’를 테마로 SNL 방송을 찍었다”며 여러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주말에 방송된 후 찾아본 뒤에야 그날 들었던 이야기의 전후 맥락이 연결됐습니다. 극화된 내용을 보면 조국 대표가 어디선가 보궐 출마를 결심하면, 한동훈 전 대표가 따라붙어 꺾겠다는 의지 표명을 형상화한 것처럼 보입니다. 지역에서도 기사가 꽤 화제를 모은 모양입니다. 주말, 인터뷰에 응했던 취재원들로부터 여러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 ...

    1673호2026.04.08 06:00

  • [취재 후]AI, 잘 알지도 못하면서
    AI,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인공지능(AI) 시대의 문제점을 취재할 때 어려운 점은 그 문제점이 외부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차끼리 부딪친 사고 현장이라면 어느 정도로 차가 부서졌는지, 인명 피해가 있는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AI의 무분별한 개발과 적용의 문제점은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 정보가 어디로 공유되는지, 어떻게 사용되는지, 차별적으로 활용되지는 않는지 개인으로서는 알 수 없는 구조다. AI 기업들은 정보 처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 해외에서 아주 드물게 내부고발이 있을 때 AI 기업들의 내막을 조금 알 수 있을 뿐이다.AI 데이터센터도 마찬가지다. 산업화 시대에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인한 환경오염이 문제가 되면서 환경영향평가 제도가 도입됐다. 공장에서 나오는 폐수나 매연은 눈에 보이고, 측정할 수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는 데 비해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깊이 있게 연구된 자료가 거의 없다. AI 수도가 뭔지, AI 기본사회가 ...

    1672호2026.04.01 06:00

  • [취재 후]지방의회를 어찌하오리까
    지방의회를 어찌하오리까

    지난 지방의회 ‘기획특집’에서는 서로 다른 두 갈래의 기사를 담았다. 하나는 규제가 도입된 이후에도 이를 우회하며 사익 추구가 반복되는 현실을 짚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의회를 변화 가능한 정치 공간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담은 대담이었다.‘지분 쪼개고, 대표 넘기고…지방의원의 수의계약 꼼수’ 기사에서는 이해충돌방지법 시행 이후에도 이어지는 우회 관행을 다뤘다. 법은 공직자의 사적 이익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지분 기준을 두고 규제를 강화했지만, 현실에서는 대표직을 가족에게 넘기거나 지분을 분산하는 방식으로 이를 비껴가는 사례가 이어졌다.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서도 지방의원 관련 업체와의 부적절한 수의계약이 대규모로 드러났고, 신고 의무조차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러한 사례들은 지방의회가 집행기관을 견제하는 본연의 기능에서 얼마나 멀어져 있는지를 보여준다. 제도는 존재하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 이해충돌이 예외가 아니라 관행에 가까워...

    1671호2026.03.25 06:00

  • [취재 후] 고향을 빨리 떠나야 이득이 되는 나라
    고향을 빨리 떠나야 이득이 되는 나라

    “아이고 어디 서울하고 비교해서 됩니까. 여기는 지방인데.”서울과 지방 광역시 대장 아파트의 가격상승률이 10년 새 2배 넘게 차이가 난다는 기사를 쓰면서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다. 서울 강남의 아파트가 50억원씩 하는 것은 이제 그러려니 해도, 지방 아파트가 7억~8억원씩 한다는 소식에는 혀를 차는 취재원이 많았다. ‘서울은 마땅히 오를 만하고, 지방이니 별 볼 일 없으니 당연하지 않냐’는 투였다.틀린 말은 아니다. 전체 일자리의 52%, 좋은 일자리의 60%가 집중된 곳, 대기업 본사 10곳 중 8곳이 있고, 연구개발 인력과 자금의 80%가 몰려 있다. 서울은 그래서 언제나 가장 비쌌다. 그래도 지금처럼 거대한 격차가 존재했던 적은 없다. 지방 대장 아파트를 팔면 서울 변두리라도 기웃거릴 수 있었고, 빚을 내고 웃돈을 보태면 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하는 일이 불가능하지 않던 시절도 있었다. 서울 아파트가 오르면 키 맞추기를 하듯 지방 아파트도 올라 균형을 맞추기...

    1670호2026.03.18 06:00

  • [취재 후]지귀연 재판장은 왜
    지귀연 재판장은 왜

    2017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재판을 취재하면서 기억에 남은 게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을 시작하기에 앞서 재판장이 한 말이다. 당시 재판장은 ‘이 사건은 국민적 관심이 많은 중요사건이다. 우리 재판부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서 피고인의 방어권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죄 없는 사람을 막무가내로 처벌해선 안 되기 때문에 심리할 때 피고인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함과 동시에,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규명해 죄 있는 사람을 놓치지 않고 처벌해야 한다는 사법의 역할을 언급한 것이다.이 재판장은 ‘사건 당사자들은 발언할 때 법정의 맨 뒤에 앉은 방청객에게도 잘 들릴 정도로 마이크를 잘 이용해주기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역사적 의미, 시민의 알권리를 고려한 것이다. 심리 도중 박 전 대통령이 재판 거부를 선언하고 지지자들이 소란을 벌이는 등 여러 일이 있었지만, 이 재판은 엄숙한 분위기에서 큰 문제 ...

    1669호2026.03.11 06:00

  • [취재 후] ‘특별시’가 되면 지역민 삶도 특별해질까요
    ‘특별시’가 되면 지역민 삶도 특별해질까요

    기사 마감 다음 날 아침 일찍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혹시 기사에 인용한 수치 같은 것이 틀린 건 아니었을까.’ 그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지면에 인쇄된 기사든 선출고 기사든 아직 독자에게 당도할 시간대는 아니었습니다. 조심스레 물어보니 ‘혹시 어제 통과된 통합법 대안을 갖고 있는지 싶어서 전화했다’고 하더군요. 기자라고 입수할 수 있는 상황은 당연히 아니었습니다.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심사 소위에 대구·경북, 전남·광주, 충남·대전 통합특별시특별법(이하 통합특별법)이 올라온 것은 2월 12일 낮입니다. 기사를 마감한 밤 심야 전체회의에서 각 법안의 대안이 가결됐습니다. 위원회 심사가 끝나면 체계 자구심사 등을 거칩니다. 본회의 심의를 통과한 뒤 정부 이송 후 공포되면 법이 발효되는 것이 일반적인 절차입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웹페이지에 들어가면 현재 법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 거의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경실련 등 시민단체는 일찌...

    1668호2026.03.04 06:16

  • [취재 후] “투자 말고 투쟁하자”
    “투자 말고 투쟁하자”

    지난 1월 22일 현대차 노조가 현대차의 인공지능(AI) 로봇 아틀라스 도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AI 기술 개발의 빠른 속도 만큼이나 놀라웠던 점은 노조를 주가 상승의 방해 세력으로 보는 댓글들이었다. AI 로봇 도입은 당장의 현대차 주가를 넘어 인간의 노동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그에 따른 사회안전망은 어떻게 구축해야 하는지 등 큰 틀에서 논의돼야 하는데 여러 군데서 ‘노조가 코스피 5000시대에 찬물을 끼얹으면 안 된다’는 댓글이 보였다.연일 주식시장 활성화와 AI 기술 개발을 강조하는 이재명 대통령도 “굴러오는 거대한 수레를 피할 수 없다”며 노조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정부가 주식 투자를 장려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주식 투자자와 기업 이익이 곧 사회 전체의 이익인 것처럼 다뤄지는 모습이 계속됐다. 이런 상황에서 주식 안 하는, 못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청년들을 취재했다. 인터뷰한 청년들은 “주식 투자할 여윳돈도 없고, 미래도 없다”고 했다...

    1667호2026.02.18 06:00

  • [취재 후] 골짜기는 누가 메우나
    골짜기는 누가 메우나

    “공유된 비전이 특정한 방향으로 고착되면 그것을 깨고 나와 사회적으로 더 유익할 법한 대안적 궤적을 탐구하기가 어려워진다. 기술 진보의 방향이 지배적인 비전을 가지고 있는 강력한 의사결정자에게 유리하고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불리한 방식으로 사회적 편향성을 띠게 만든다.”(대런 애쓰모글루·사이먼 존슨, <권력과 진보>)‘공유된 비전’이 뭘 말하는 건지 궁금하면 현대자동차그룹이 선보인 피지컬 AI ‘아틀라스’와 관련한 기사 댓글을 보면 된다. 대다수의 댓글이 아틀라스가 인간을, 특히 현대차 노조원들을 대체할 미래를 환영하고 있다. 일부는 현대차 노조의 오랜 꼬리표인 ‘귀족노조’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된 반응일 수 있다. 그런데 전부는 아니다.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믿음과 아틀라스 도입을 거부할 경우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 등이 바탕에 깔려 있다.현재 우리 사회에 지배적인 비전이 있다면 두 갈래로 구성되는 것 같다. 하나는 피지컬 AI가 일자리를 대체할...

    1666호2026.02.11 06:00

  • [취재 후] 퇴직연금, 개인도 이제 공부해야 한다
    퇴직연금, 개인도 이제 공부해야 한다

    “연금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퇴직연금은 그야말로 복잡계 그 자체라고 불립니다. 고려해야 할 사안이 너무 많고, 하나를 고치면 연쇄적으로 다른 곳들이 영향을 받기 때문에 뭘 예측해서 고친다는 게 그만큼 어렵거든요.”퇴직연금 기금화 작업을 취재하며 만난 전문가의 말이다. 정부가 시중은행의 이자 수준인 쥐꼬리 수익률을 기록하는 퇴직연금을 전문가 손에 기금처럼 굴리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지만, 모두가 만족할 방안을 찾기란 그만큼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였다.퇴직연금의 모범으로 자주 언급되는 미국의 401K나 호주의 슈퍼애뉴에이션(Superannuation)은 높은 수익률로 명성이 자자하다. 또 기금이라는 이름으로 뭉쳐진 자본의 힘은 글로벌 자본시장에서도 웬만한 기관들이 주눅 들게 할 만큼 막강하다. 정부나 연구자들이 ‘왜 우리는 아직 이런 제도를 갖지 못했나’ 조급해할 만한 성과들이다.하지만 퇴직금을 대하는 두 문화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간극이 있다. 일찌감치 퇴직금을 은퇴 후 ...

    1665호2026.02.04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