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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률 프리즘]헌법재판에 가처분도 가능할까
    헌법재판에 가처분도 가능할까

    정부는 1996년 8월 사법시험령을 개정했다. 이른바 ‘고시 낭인’을 막겠다며 응시 자격 제한 조항을 신설한 것이다. 1차 시험을 4차례 응시한 사람은 마지막 응시 이후 4년간 1차 시험에 다시 응시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개정 4년 후에 생겼다. 1997년부터 2000년까지 사법시험 제1차 시험에 4번 응시해 내리 불합격한 수험생들이 실제로 시험 응시가 막히자 집단 반발했다.1286명의 수험생은 사법시험령의 응시자격 제한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사법시험에 응시할 수 없게 돼 헌법상 보장되는 직업선택의 자유, 공무담임권 등 기본권을 침해당한다는 주장이었다. 이들은 “시험부터 칠 수 있게 해달라”며 헌법소원심판의 결론이 날 때까지 해당 조항의 효력을 중지해달라는 ‘가처분’도 함께 냈다. 가처분이란 본안사건에 대한 재판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법적 지위나 권리의 임시적 보호를 위해 본안사건 ...

    1408호2020.12.18 14:58

  • [법률 프리즘]체포와 긴급체포 무엇이 다를까
    체포와 긴급체포 무엇이 다를까

    자극적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한 변호사가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었다가 8시간 후 석방됐다. 체포 이후 그 변호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다른 운영자는 ‘모 변호사 긴급체포’라는 헤드라인을 띄워 “도주 우려도 증거인멸 우려도 없는데 체포당했다”면서 경찰을 비판했다. 20개 이상의 언론은 이를 그대로 받아 ‘모 변호사가 긴급체포됐다’라는 기사를 올렸고, 심지어 “대통령을 비난해 그런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러나 그는 긴급체포된 것이 아니라 영장에 의해 체포된 것이다.형사소송법상 긴급체포는 사형, 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 등에 해당하는 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있으며 판사의 체포영장을 받을 수 없을 때 영장 없이 할 수 있는 체포이다(형사소송법 제200조의2). 우리 헌법은 개인의 신체의 자유...

    1407호2020.12.11 14:12

  • [법률 프리즘]휴대폰 비번, 당연히 진술 거부 대상
    휴대폰 비번, 당연히 진술 거부 대상

    “네 죄를 네가 알렷다!” 사극에서 죄인을 심문하는 장면은 꽤 상투적이다. 추포된 죄인(피고인)이 관아 마당에 무릎을 꿇고 앉자마자 서슬 퍼런 고함이 날아든다. “놈이 이실직고할 때까지 곤장을 쳐라!” 자복하지 않으면 곤장을 맞고, 자복해도 곤장 세례다. 뭘 선택해도 흠씬 매질을 당하는 불합리한 선택지다.이런 상황을 막고자 생긴 게 바로 자기부죄거부(自己負罪拒否) 내지 진술거부권이다. 범죄를 저질렀다고 기소되거나 의심받는 사람은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17세기 영국에서 청교도 혁명을 주도한 존 릴번은 ‘반정부 선동’ 혐의로 기소되자 불리한 답변을 하지 않겠다며 진술을 거부해 유죄 판결을 받았고, 이에 분개한 시민은 거리로 나섰다. 이후 미 수정헌법에 이런 원칙이 명문화됐고, 우리 헌법도 “모든 국민은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제12조...

    1406호2020.12.04 14:24

  • [법률 프리즘]고리대금은 악이고 저리 대출은 선인가
    고리대금은 악이고 저리 대출은 선인가

    얼마 전 같은 날, 두 기사를 보았다. 첫 번째 기사는 법정 최고이자율을 초과하는 연 360%의 폭리를 취하고 불법적인 방법으로 변제를 독촉한 20대 무등록 대부업자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됐다는 내용이다. 이 대부업자는 200만원을 빌린 채무자의 나체 사진을 찍어 변제할 것을 협박하기도 했다. 두 번째 기사는 정부가 법정 최고금리를 연 24%에서 20%로 낮추기로 했고, 유력 대선후보인 정치인은 “일하지 않으면서 일하는 사람의 성과를 착취하는 고리대금업”이라면서 최고이자율 20%도 높으니 10%로 제한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는 내용이다.극악무도한 불법 대부업자를 욕하고 1년의 징역이 솜방망이 처벌이라 비판하는 것은 쉽다. 고리대금업이 노동 없이 성과만 착취하는 것이라 비난하는 것도 쉽다. 그러나 상황은 단순하지 않다. 모든 금융기관의 이자율은 그들이 감수한 위험에 따른 비용이다. 대부업체를 예로 들면, 모집수수료와 판관비, 대부업체가 다른 금융...

    1405호2020.11.27 15:52

  • [법률 프리즘]법정의 권위는 법복에서 나온다?
    법정의 권위는 법복에서 나온다?

    지난 9월 별세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 연방대법관은 1993년 대법관 취임 직후부터 검은 법복 위에 리본이나 레이스 칼라(collar·목둘레 장식)를 걸쳐 입었다. 일종의 파격이었다. 그는 대법원 다수 의견, 소수 의견 어느 쪽에 속하느냐에 따라 다른 모양새의 칼라를 걸쳤다. ‘법복 위 칼라’ 패션은 생전 여성·소수자 인권을 대변하는 판결을 내던 긴즈버그 대법관의 상징물이 됐다.우리나라 법원에선 이런 광경을 볼 수 없다. 철저히 규격화되어 있는 법복 규정 때문이다. 재판에 임하는 판사들은 대법관에서 배석판사에 이르기까지 같은 모양의 법복을 입는다. 법복 위에 뭔가 걸치는 건 언감생심이고, 타이 핀을 끼거나 귀걸이를 거는 정도가 ‘차별화’의 거의 전부다.법복에 관한 규정이 처음부터 엄격했던 건 아니었다. 대한제국 시기 반포된 ‘평리원 이하 각 재판소 사법관 및 주사 재판정복규칙(19...

    1404호2020.11.20 14:24

  • [법률 프리즘]삼성 상속세 10조원 부과는 정당한가
    삼성 상속세 10조원 부과는 정당한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별세하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상속인들이 18조원가량의 주식을 상속받기 위해 10조원 이상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한국의 상속세가 과도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뜨겁다.한국의 상속세율이 세계적으로 높은 것은 사실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보다 상속세율이 높은 국가는 일본뿐이고 스웨덴, 오스트리아 등 많은 국가에는 상속세가 없다. 과세표준의 산정, 공제율 등이 동일하지 않지만, 이재용 부회장과 같이 상속재산이 많은 경우에는 상속재산의 60% 가까이 상속세로 내도록 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높은 것이다. 이에 따라 쓰리세븐 등 오너 일가는 상속세 부담으로 주식을 팔아 회사 경영권을 넘기기도 했다.그러나 한국의 높은 상속세의 이면에는, OECD에서 세 번째로 한계실효세율이 낮은 세금 제도가 있다. 한국은 소득세, 재산세, 양도세 등이 낮고 상속세 공제범위가 높은 편인 대신 부자에...

    1402호2020.11.06 15:24

  • [법률 프리즘]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위법한 공무집행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위법한 공무집행

    법원은 “위법한 공무집행에 대항하는 것은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하지 않고, 그 과정에서 상해를 가한 행위는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근거 없는 위력 행사를 지시했던 공무원들은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았다.A씨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였다. 그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을 받고 서울구치소 제9동상 소용동 1실에 수감됐다. A씨는 2014년 7월 ▲하절기 순시점검 시간 반바지 착용 금지 ▲외국인 분리수용 문제 등을 이유로 교도소장 면담을 신청했다. 그러나 소장은 A씨를 면담하지 않았다.같은 달 17일 보안과장과 기동대장, 교도관들이 순시점검 시간에 A씨가 수용돼 있던 1실을 지나가자 A씨는 수용실 안에서 “강제탄압 중단하고, 소장이 직접 면담하라” 등의 내용을 큰소리로 외쳤다. 보안과장이 10실 부근을 순시할 즈음 A씨는 한 번 더 같은 구호를 반복했다. 보안과장은 기동대장에게 “A씨를 ...

    1401호2020.10.30 15:39

  • [법률 프리즘]진실을 말했는데 웬 명예훼손?
    진실을 말했는데 웬 명예훼손?

    얼마 전 헌법재판소에서 흔히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라 칭하는 형법 제307조 1항이 위헌인지에 대한 공개 변론이 열렸다. 우리 형법은 진실을 말한 경우에도 타인의 사회적 평판을 훼손하면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고 본다. 다만 이것이 공익만을 위한 것이라면 처벌하지 않는데 위 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오래전부터 있었기 때문이다.용어부터 정리하자. 형법 제307조 1항에서 말하는 ‘사실’은 ‘진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판단, 즉 ‘의견’과 배치되는 개념으로 증명이 가능한 표현을 의미한다. 즉 사실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진실한 사실’과 ‘허위 사실’이 존재하기에 명예훼손죄는 허위이든 진실이든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만 성립한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라는 말은 동어반복이다. 실무에서 형법 제307조 1항으로...

    1400호2020.10.23 15:01

  • [법률 프리즘]심리불속행 판결문엔 왜 이유가 없을까
    심리불속행 판결문엔 왜 이유가 없을까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은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에 해당해 이유가 없다고 인정되므로 같은 법 제5조에 입각해 상고인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무미건조하게 나열된 문장은 길지만, 속뜻은 짧다. 대법원이 당신의 재판을 더 진행하지 않고 사건을 끝내겠다는 뜻이다. 이른바 ‘심리불속행’이다.지난해 대법원에 상고한 사람들 대부분은 이런 문구가 적힌 서류를 우편으로 받고, 비로소 자신의 재판이 끝났음을 알게 됐다. 2019년 대법원이 종결 처리한 민사·가사·행정소송 사건 1만6990건 가운데 1만2258건(72.1%)이 이런 방식으로 처리됐다.심리불속행 제도는 대법원이 추가적인 심리 없이 상고기각을 하는 제도다. 상고가 제기된 지 4개월 이내여야 하고, 당사자가 주장하는 상고이유에 ‘원심판결이 헌법이나 법률, 대법원 판례를 위반했거나 중대한 법령 위반이라는 점’ 등이 담기지...

    1399호2020.10.16 15:48

  • [법률 프리즘]저작권 분쟁 휘말린 그림책
    저작권 분쟁 휘말린 그림책 <구름빵>

    백희나 작가가 쓴 <구름빵>이라는 책이 있다. 세계적 아동문학상을 수상했을 뿐 아니라 40여만부가 팔리는 등 흥행에도 성공한 그림책이다. 그러나 이 책을 검색하면 나오는 이야기는 온통 분쟁 이야기뿐이다.신인 작가였던 백희나 작가는 출판사와 ‘저작물 개발 용역’ 계약을 체결한다. 원칙적으로 작가가 회사의 용역에 따라 작품을 생산하는 것이기에 저작재산권은 회사에 부여되는 계약이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작품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다는 점, 작가는 위험부담 없이 작품을 생산할 수 있는 점이 장점이지만, 이후 저작재산권을 작가가 전혀 행사할 수 없다는 점에서 문제 소지가 있었다.역시나 문제는 책의 성공으로 발생했다. 이후 뮤지컬, 애니메이션 등 2차 콘텐츠가 나오게 됐는데 백희나 작가는 이에 대해 수익을 거두지 못함은 물론 의견을 내지도 못했다. 백희나 작가는 자신이 만든 작품에 아무런 권리 행사도 할 수 없다는 것은 불공정하다면서 소송...

    1398호2020.10.12 1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