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하셨어요?”가 인사말처럼 쓰이던 시절이 있었다. 먹는 일이 사는 데 절대적으로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던 가난한 시절의 모습이었다. “먹고 살기 힘들다”며 유독 먹는 일을 강조해서 말하던 그런 시절이었다. 경제성장으로 먹고 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자 언제부턴가 “요즘 많이 바쁘시죠?”가 인사말처럼 쓰이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연락이 닿아 서로의 근황조차 잘 모르는 처지임에도 다짜고짜 “요즘 많이 바쁘시죠?”라고 물으며 말문을 여는 것이 마치 새로운 대화 예절처럼 자리 잡았다.대체 왜 이런 인사법이 생겼을까? 아마도 한창 경제가 성장하던 시기에 바쁨은 곧 ‘활력’을 의미했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지금처럼 청년실업과 조기 퇴직자가 넘치는 경제 정체기에 바쁨이란 ‘건재’함을 나타내는 상징이기 때문이리라. 바쁨이 상대방의 사회적 능력을 인정하는 찬사이자 동시에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는 표현수단인 것이다. 그래서 삶이 힘들 때조차도 이제는 “바빠 죽겠다”며 악착같이 바쁨을 ...
1239호2017.08.07 1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