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을 여행 중이었다. 공교롭게도 노벨상 시상식이 열린다는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을 막 지나칠 무렵 스마트폰 창에 뜬 속보를 통해 노벨문학상 선정자 소식을 접했다. 그리고 고은 시인이 또다시 노벨 문학상 수상에 실패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연관 검색어에 이끌려 며칠 앞선 기사를 검색해 봤다. 고은 시인이 영국의 도박 사이트에서 배당률 4위로 급상승해 수상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설레발치던 뉴스가 눈에 띄었다. 그로부터 몇 시간 후에는 고은 시인의 수상 실패 요인을 진단하고 향후 한국 문학이 노벨문학상을 타기 위해 필요한 전략까지 제시하는 야심찬 분석기사들이 잇달아 인터넷에 올라왔다. 우리 언론이 노벨상을 다루는 방식이 대략 이렇다. 노벨상을, 그것도 문학상 수상 가능성을 판돈이 오가는 도박판 배당률 따위에 근거해 점치고, 결과가 발표된 후에는 마치 스포츠 경기가 끝난 것처럼 승패를 기준으로 파헤친다. 노벨상은 월드컵이 아닌데도 말이다.때마침 며칠 후 스웨덴에서는 룩셈부르크와의 월...
1249호2017.10.23 15: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