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하면 무엇부터 하시렵니까?”라는 자로(子路)의 물음에 공자는 단 한마디로 “正名(이름을 바로 잡고자 한다)”이라고 답한다. 이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엉클어지게 마련이고, 말이 엉클어져 소통이 안 되니 정치가 제대로 될 리 없으며, 결국 형벌(刑罰)이 바르게 적용되지 못해 사람들이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된다고 했다. 정의롭지 못한 것을 정의라고 부른다면 그것은 바르지 못한 이름(不正名)이기에, 불의(不義)라고 바로 잡겠다고 한 것이다. 불의한 것에는 불의를, 정의로운 것에는 정의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 정명이고, 이것이 곧 정치의 기본사명이라는 말이겠다. 논어 자로편 제3장의 내용이다.우리가 무심코 쓰는 말 중에 부정명(不正名)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보수’다. 프랑스대혁명 시기 공화파와 왕당파, 이후 자코뱅당과 지롱드당이 각각 좌우에 착석한 이래 서구에선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민주공화주의를 함께 ...
1259호2018.01.02 1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