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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서울시장의 옥탑방
    서울시장의 옥탑방

    드라마 속 가난한 청춘들은 늘 옥탑방에 산다. 반지하 원룸에 사는 가난한 청춘들이 더 많은 게 현실이겠지만 그래도 드라마는 늘 옥탑방을 고집한다. 그림이 나오기 때문이다. 옥상 난간에 기대어 도시의 빌딩숲을 내려다보며 고함 한 번 질러 본다거나, 옥상 바닥에 놓인 평상에 왁자지껄 둘러 앉아 소주잔을 기울이는 청춘 드라마의 흔해 빠진 장면을 연출하려면 아무래도 반지하 원룸보다야 옥탑방이 제격이다.박원순 서울시장이 삼양동 옥탑방에서 한 달 살기 중이다. 서민의 일상적 삶 속에 들어가 현장에서 직접 문제 해결방안을 찾아보겠다는 취지라 한다. 그런데 이를 향한 삐딱한 시선이 적지 않다. 서민 코스프레 이벤트이며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쇼라는 비판이다. 하지만 이런 비판은 억지스럽다. 박원순 시장은 역대 민선 서울시장 중 가장 서민적인 이미지를 구축해 온 인물이다. 옥탑방 이벤트를 통해 새삼스럽게 서민 코스프레를 할 이유는 없다. 대선을 염두에 둔 행보라 하기엔 너무 이르다.물론...

    1288호2018.08.06 15:01

  • [칼럼]개념 논란은 백해무익
    개념 논란은 백해무익

    최근 청와대와 언론에서 개념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 대통령이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포용적 성장’ 정책을 언급하자 일부 언론은 이것을 ‘소득주도 성장’의 포기라고 해석했다. 다음날 대통령은 그것이 아니라면서 두 개념을 다시 설명했다. 언론의 과도한 해석 그리고 대통령의 직접 설명은 소득주도 성장 개념이 갖는 상징성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소득주도 성장’이라는 개념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이는 낯설음 때문에 등장부터 논란이 많았던 개념이다. 내가 이해하는 방식으로 간단히 말하면, 다양한 경제적 불평등을 개선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을 통해 경제성장의 모멘텀도 찾겠다는 정책이다. 분배의 개선이 성장을 후퇴시킬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이 정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실 분배와 성장의 관계에 관한 최근 연구들을 보면, 분배의 개선이 장기적으로 성장에도 이롭다는 결과가 압도적으로 많다. 불평등의 개선...

    1288호2018.07.30 15:00

  • [칼럼]‘나라다운 나라’를 위하여
    ‘나라다운 나라’를 위하여

    못된 기업(사용자)이 마음에 안 드는 노동자(노동조합)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가장 악랄한 방법이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입니다. 쟁의행위 중 발생한 손실에 대해 일방적으로 노동자나 노조에 책임을 돌리며 받아들이기 어려운 고액의 손해배상액을 청구하는 거지요. 통장이나 재산에 가압류까지 부과하면 해당자는 모든 경제활동이 봉쇄되어 생활은커녕 생존의 위협을 느끼게 되어 절망에 빠지고 맙니다. 그래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수감이나 해고보다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를 당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합니다.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 저지 싸움에서도 노조는 끝까지 버티었으나 고액의 손배가압류 앞에서는 어쩔 줄 몰랐습니다. 2003년 김주익 위원장이 죽음을 선택했고, 2012년 박근혜 대통령 당선 직후 최강서 조직차장이 158억원에 목을 매고 말았습니다.파업에 참가했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도 430억원의 손배가압류 때문에 힘들어했습니다. 이번에 스스로 목숨을 버린 김주중씨도 ...

    1287호2018.07.23 14:35

  • [칼럼]위험 전가의 사회학
    위험 전가의 사회학

    특정 브랜드 침대에서 라돈 방사능이 검출되자, 사람들은 침대 매트리스를 우체국을 통해 수거한 다음 충남 당진항의 고철야적장으로 옮겨놓았다.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이 있는 경주로 보낼 수도 있었는데 왜 하필 당진일까?당진은 라돈 방사능 침대가 아니더라도 이미 많은 위험이 누적된 지역이다.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알려진 석탄화력발전소는 1999년에 당진에 세워진 이래 현재까지 10개가 운행 중이다. 인근 주민들은 발전소가 생긴 이후부터 암환자가 급증했다고 주장한다. 송전탑도 위험요인이다. 당진시에는 전국 최대 규모인 526개의 송전탑이 설치되어 있고, 여기에 추가로 100여개의 고압송전탑을 설치하려고 하고 있다. 신당진변전소 주변지역에는 모두 42명의 암환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한국전력은 인과관계를 밝히라고 하지만 주민들은 그럴 능력이 없다. 그런데 왜 한전이 아닌 피해자가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하나? 또한 새로 설치하는 송전탑에는 평택시로 공급하는 송전선로가 포함돼 있는데, 평택은 지중화...

    1286호2018.07.16 16:32

  • [칼럼]양심의 자유와 병역의무
    양심의 자유와 병역의무

    군대는 전쟁을 위해 존재한다. 평화를 위한 억지력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정체성을 무엇으로 규정하든 합법적으로 용인된 국가의 물리력, 또는 국가에 의해 정당화된 폭력기구라는 본성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개인의 살인은 중범죄로 처벌하면서, 군대의 (적에 대한) 살인행위는 권장되고 전쟁영웅으로 추앙받는다. 군대라는 물리력을 용인하는 까닭은 그것이 없을 경우 어떤 위해나 폭력 앞에 개인들이 속수무책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고, 이는 각자도생의 자기 무장을 강화해 세상이 아수라장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일 것이다. 토마스 홉스는 일찍이 ‘리바이어던 국가’를 통해 이런 딜레마를 시사했다.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존엄성을 포기해야 하고 권리를 반납해야만 권리가 보장된다는 모순과 역설의 한가운데에 국방의 의무가 있고 병역법이 있다.헌법재판소는 6월 28일 병역법 제88조 1항(입영의 기피 등)에 대해서 합헌 결정을 내린 반면, 동법 5조 1항(병역...

    1285호2018.07.10 13:38

  • [칼럼]그들이 무릎을 꿇었다
    그들이 무릎을 꿇었다

    그들이 무릎을 꿇었다. 지방선거에 참패한 자유한국당 의원들 말이다. 따지고 보면 그들의 무릎 퍼포먼스가 처음 있는 일도 아니었다. 지난 번 총선을 앞두고 당시 새누리당 소속이었던 그들은 “도와 주십시오.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라고 읍소하며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총선이 끝나자 고작 친박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그렇게 박근혜를 도와주다가 결국 촛불을 만났다.박근혜 탄핵 후 새누리당을 뛰쳐나가 바른정당을 창당하던 이들도 첫 출발 자리에서 무릎부터 꿇었다. 그들은 “진정한 보수정당의 새로운 구심점이 되겠다”고 국민 앞에 다짐하며 스스로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불과 몇 개월도 안 되어 그들 중 대다수는 자신의 입으로 낡은 보수라 비판하던 한국당으로 다시 돌아가 버리는 원심력을 발휘했다. 반복되는 무릎 퍼포먼스는 식상하다. 진정성마저 없는 무릎 퍼포먼스라면 더욱 식상하다. 그래서인지 국민의 시선도 냉담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

    1284호2018.07.02 15:04

  • [칼럼]살얼음판 위의 국제금융시장
    살얼음판 위의 국제금융시장

    국제금융시장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6월 12일 이후 한 주 동안 원·달러 환율이 무려 40원 가까이 상승했다. 원화가치가 4%가량 떨어진 것이다. 정상회담으로 한반도의 정치적 위험이 분명 크게 줄었지만 원화가치는 반대로 움직였다. 나아가 원화만 떨어진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신흥국 통화의 가치가 떨어졌다.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금융시장 전반이 위태로워지고 있다는 뜻이다.이번 환율 급등의 계기는 북·미 정상회담을 마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정책 의제를 중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옮긴 것이다. 그는 500억 달러의 중국 수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다시 꺼내들었다. 중국이 이에 반발해 동일한 규모로 미국 수출품에 대해 보복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관세 부과 대상 규모를 2000억 달러로 확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무역전쟁의 암운이 이번 환율 급등에 방아쇠를 당긴 것이다. 하지만 더 근원적...

    1283호2018.06.25 15:53

  • [칼럼] 참매와 흰머리독수리
    참매와 흰머리독수리

    북한의 나라 새는 참매, 미국은 흰머리독수리입니다. 이번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북한과 미국은 나라 새를 상징하는 국가원수 전용기를 띄웠습니다. 참매 1호와 에어포스 원이었습니다. 나라의 운명을 건 싸움터와도 같은 회담장을 향해, 대륙을 건너 수천㎞를 날았습니다. 문득 백기완 선생님이 어린 시절 할머니께 들었다는 ‘장산곶매’ 얘기가 떠올랐습니다.“옛날 황해도 구월산 줄기가 바다를 향해 쭉 뻗다가 끊어진 곳에 장산곶이란 마을이 있었다. 산맥과 바다가 맞부딪치는 곳이라 물살이 드세고 땅의 기운도 센 곳이어서 약한 것들은 살아 남질 못했다. 그 장산곶에 우거진 숲이 있었고 항상 정기가 서려 있었는데 그 숲에 장산곶매가 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장산곶매는 이 숲 속 날짐승들 중 으뜸인 장수매를 일컫는데, 이 놈은 주변의 약한 동물은 괴롭히지 않을 뿐 아니라 1년에 딱 두 번 먼 곳으로 사냥을 떠났다. ...

    1282호2018.06.19 15:39

  • [칼럼]진정한 한강의 기적
    진정한 한강의 기적

    ‘한강의 기적’은 한국의 압축적이고 돌진적 근대화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동시에 한강 자체가 근대적 방식으로 개발되었음을 보여주는 용어다. 전두환 대통령 시절 추진된 한강종합개발사업으로 인해 한강에는 콘크리트 인공구조물 위주의 황량한 둔치가 생겼다. 취수를 위해 잠실수중보가 만들어졌고 하류에는 신곡수중보가 만들어졌다. 이로써 한강은 강이 아닌 호수가 되었다. 비가 오면 처리되지 않은 엄청난 양의 하수가 흘러들어가 물이 썩고 녹조가 창궐했다.오세훈 시장은 한강 르네상스 사업을 추진했다. 세빛둥둥섬, 한강공원 특화사업, 경인 아라뱃길 조성, 수상관광콜택시 사업 등이 도입됐지만 세금만 낭비하고 강의 생태계는 더 피폐해진 것으로 드러났다. 박원순 시장은 개발주의와 단절하고 한강의 자연성 회복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두모포(현재 옥수동 근처)에 큰 고니 날아오르고 아이들이 멱감는 한강”을 만들겠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한강은 국가하천인 데다가...

    1281호2018.06.11 15:44

  • [칼럼]정죄당하는 차이, 차별
    정죄당하는 차이, 차별

    “여름 내내 개미가 열심히 일하는 동안 베짱이는 노래만 불렀습니다. 개미는 ‘어쩌려고 저렇게 빈둥빈둥 놀기만 할까’ 걱정도 됐지만 다른 한편으론 두고 보자 하는 억한 심정도 없지 않았습니다. 겨울이 되자 먹을 것이 없어진 베짱이는 개미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습니다. 개미가 퉁명스레 묻습니다. ‘내가 죽도록 땀 흘려 일할 때 너는 대체 무얼 했는데? 너같이 게으른 놈에겐 적선도 사치야!’ 문전박대를 당한 베짱이는 지난날을 후회하며 추위와 배고픔 속에 죽습니다.” 누구나 다 아는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다. 어릴 적 이 우화를 접했을 때, 성실한 개미와 게으른 베짱이의 대비가 공포스럽게 뇌리에 박혔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그런데 과연 개미는 부지런하고, 베짱이는 게으를까. 부지런히 일하는 것만 미덕이고 노는 것은 악덕인가. 베짱이의 노래는 노는 것일까. 그래서 베짱이도 개미처럼 살아야 옳을까. 아니다. 이는 애...

    1280호2018.06.04 15: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