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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체 기사 149
  • '석산 양말'의 추억

    100% 나일론으로 짠 '석산 양말'을 처음 본 것은 1955년 10월, 서울 창경원(지금은 창경궁으로 복원되었다)에서 열린 광복 10주년기념 산업박람회에서였다. 쉽게 구멍이 뚫리는 면 양말, 뚫어질 때마다 전구를 넣고 기워 신던 그 시절에 쉽게 뚫어지지 않는 나일론 양말은 '기적의 양말'이었다. 저녁에 빨아서 그 이튿날 아침에 신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몇달을 신어도 처음의 품질과 감촉을 그대로 유지했다. 시골에서 수학여행 온 중3학생에겐 망설여지는 가격이었지만 선물용으로 한 켤레를 샀던 기억이 남아 있다.  그러나 새로운 화학섬유가 나오고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서 천연섬유를 더 선호하게 되자 석산 양말은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비록 '석산'이라는 브랜드는 사라졌지만 모든 물산이 부족했던 시절에 나온 나일론 양말에 대한 기억은 아직까지도 살아 있다. 새삼 반세기 전의 양말을 떠올리는 것은 우리도 이젠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국산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서다. 사람들...

    600호2004.11.25 00:00

  • '부시 독트린' 역발상 필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치열하게 전개되었던 미국 대선은 예상했던 것보다 깨끗하게 부시의 승리로 끝났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 정부는 4년 전보다 정치적으로 훨씬 더 안정적으로 '강한 미국'을 건설하기 위한 자신들의 정책구상을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동맹국과의 갈등과 마찰을 감수하면서 미국의 안보 이익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임으로써 세계적으로 반미 운동을 촉발시켰던 부시의 일방주의 패권 외교와, 테러와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예방적 선제공격도 불사한다는 공세적인 '부시 독트린'에 대해 미국 국민들의 지지를 얻었다고 믿게 된 부시 대통령은 앞으로도 대외정책에서 계속 힘을 바탕으로 한 일방주의 노선을 추구할 것이다.  특히 대선과정을 통해서 미국 대외정책의 현안으로 떠오른 북한 핵문제를 안고 있는 한반도 정세는 부시의 재선으로 긴박감마저 조성되고 있다 하겠다. 6자회담을 통한 북한 핵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주장하면서도 ...

    599호2004.11.18 00:00

  • 단순함이 해법이다

    인생의 반은 학생으로, 나머지 반은 선생으로 살았다. 나 자신의 교육을 돌이켜보면 몇 분의 훌륭한 선생님들을 만난 행운은 있었지만 선진 교육을 받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교육자로서 지난 20년간 가르쳐 왔지만 내가 하는 교육이 세계적 수준이라고 말하기는 낯 간지럽다. 대한민국의 교육은 지난 반세기 동안 교육행정의 실험대상이었다. 우리 모두 몸으로 경험했고 아무도 만족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 개혁적 실험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고 끝이 보이지 않는다.  무엇이 문제인가? 대한민국 교육의 근원적 문제는 개혁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필요없는 문제를 만들어 낸 것에 있다. 고교 평준화가 그것이다. 대학 본고사 폐지가 그것이다. '망국병'인 과외의 근절이나 인성교육의 활성화 등등 이유가 있어서 한 일이었고, 이미 충분히 시간의 검증을 거쳤으나, 결산 보고서의 내용은 초라하다.이미 '엎질러진 물' 꼴이 되어버린 고교평준화와 대학 본고사 폐지는 이제 그 누구...

    598호2004.11.11 00:00

  • 그라스 벙커 탈출 포인트

    우리 속담에 '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이 있다.넓고 평탄하며 벙커 숫자도 적고 턱도 낮은 한국의 정원식 골프장에서 숙달된 골퍼가 갑자기 외국 골프장에서 플레이를 한다면 환경이 바뀌어 상당히 당황하고 스코어가 무너지는 경우가 다반사다.지난 주 태국 제2의 도시이자 불교 문화의 중심이기도 하며 세계적으로는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 10대 관광지 중 하나인 치앙마이에 다녀왔다. 치앙마이에서도 신설 명코스인 갓산(Gassan) 골프장에서 플레이할 기회가 있었는데 신설 코스의 각별한 디자인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우선 티잉 그라운드에서 내려다 보니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그라스 벙커는 물론 지금까지 사진과 입담으로만 듣던 다양한 모양의 벙커들이 입을 벌리고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라스 벙커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아름답게 디자인된 광경에 감탄이 절로 나왔고 신설 명코스답다는 찬사 또한 함께 흘러나왔다. 그러나 우리 일행 대부분은 한국에서 경험할 수 없...

    598호2004.11.11 00:00

  • 최고가 되는 길

    고대 로마의 몰락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이에 대한 시각은 다양하지만, 가장 황금기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 시기부터 몰락의 전조가 시작되었다고 보는 '로마인 이야기'를 쓴 시오노 나나미의 시각은 시사하는 점이 참으로 크다. 자기 방식이 최상이라는 자만심, 누구보다도 자기가 더 잘 알고 있다는 오만은 진정한 최고의 자리에서 몰락케 하는 씨앗이다. 그리고 이는 의외로 성공의 정점에서 서서히 자라는 경우가 많다. GE가 126년 역사 동안 세계최고 기업의 지위를 유지해 온 대표적인 이유중에 하나는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이루어온 것이고, 그러한 변화와 혁신의 배경에는 GE 방식만이 유일한 길이고 더 나아가 최상의 방법이라는 생각과 관점을 갖지 않으려는 마음이 있다. 오히려 세계 어딘가에는 현재의 GE방식보다 더 나은 사람, 더 나은 생각이 존재하며, 그러한 사람과 생각을 발견하고 습득함으로써, 매일 매일 더 나은 방식을 실현할 수 있도록 행동에 옮기기를 장려하는 문...

    597호2004.11.04 00:00

  • 소주 권하는 사회

    "이 풍진 세상을 아무리 아무리 저 세상의 마음으로 살아간다 해도 때없이 맞닥치는 겨울비 같은 좌절과 낭패를 들켜지고마는 굴욕과 수모를 불싸질러 흔적없이 사루어주는 45도 화주(火酒) 안동소주 사나이의 눈물 같은 피붙이의 통증 같은 첫사랑의 격정 같은 내 고향의 약술..." -유안진의 시 [안동소주]중에서 현진건이 '술권하는 사회'를 썼던 1930년대는 일제의 가혹한 식민통치가 절정을 달리고 있던 시절이다. 군국주의 통치가 굳어지면서 식민지배의 고삐를 죄기 시작한 일제는 사상통제와 지식인에 대한 탄압정책을 강화했다. 일제에 협력하지 않는 지식인들은 대부분 일정한 직장도 생업도 없이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았다. 그들에게 유일한 위안이 있었다면 술에 대취해 잠시나마 뼈아픈 현실을 잊어버리는 것이었다. 현진건의 '술권하는 사회'는 바로 그런 식민지 현실을 그린 소설이다. 얼마 전 재정경제부가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해동안 우리 국민들이...

    596호2004.10.28 00:00

  • 야만적 편가르기

    국정감사가 시작되자마자 예상했던 대로 여기저기서 파열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민심을 읽을 수 있다는 추석 명절이 지나고 며칠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국감에서는 서민들의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 신경 쓰는 시늉이라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역시 우리 정치인들에게는 그런  '사소한' 문제보다, 보안법과 행정수도 이전, 과거사 청산과 같은 거대담론이 더 긴박하고 절박한 문제였던 모양이다. 그런데 정치인들이 서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진 정치-이념-노선투쟁을 벌이는 것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우리 사회 전체가 그런 문제로 패싸움에 휘말리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의 당파싸움을 어제 오늘 보아온 것도 아니고, 또 어떤 면에서는 정치인들의 싸움은 다양한 이익집단간 갈등을 대행하는 기능도 있기 때문에 무조건 매도할 일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정치 싸움을 관전하거나 중개 해설하고, 때로는 심판해야 할 사람들까지도 패를 갈라 싸움판에 뛰어든다면, 그것은 이미 난장판...

    595호2004.10.21 00:00

  • 고령화 사회 적극적 대책

    최근 통계를 보면 약 20년 후 한국은 인구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고 한다. 자연히 낮아진 출산율과 더불어 노인 문제는 앞으로 더 큰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공자와 맹자를 숭상하던 시대에는 노인의 목소리가 큰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고 사실 평균수명이 짧았던 그 시대의 노인은 현재의 중년층 나이에 불과했다. 더욱이 농사의 비법을 노인이 독점하고 있는 농경사회였고, 반복적인 암기를 통해 중국의 문헌을 한자로 익히는 것이 고등교육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었다. 나이 젊은 사람이 나이 든 사람을 이겨내고 사회의 주도세력이 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그러나 산업사회, 정보지식사회에 접어들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10대 사업가가 나올 정도로 나이와는 무관하게, 정보의 활용도에 따라서는 나이가 어린 사람들도 엄청난 사회적 경쟁력을 지니게 된 것이다. 근래에 일어난 벤처기업의 붐도 젊은층이 주도했고, 사회 각 분야에서 그동안 나이 든 사람들이 차지하...

    594호2004.10.14 00:00

  • 정부혁신 시작과 끝

    배가 고픈 사람에게 무엇을 주어야 할까? 답은 명확하다. 밥을 주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책도, 옷도 배고픈 사람의 허기를 달래지는 못한다. 게다가 현실의 상황은 훨씬 더 복잡 다양하다. 허기가 달래진 사람들은 자기의 취향에 따라 식사를 하기를 원한다. 오래간만에 한식을 먹고자 하는 사람에게 양식을 사주는 경우, 비용은 비용대로 치르면서도 고객의 만족도는 높지 않게 된다. 이와같이 공급자가 수요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것을 주어도 그 효과는 거의 없거나 반감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정책이나 정부의 혁신도 마찬가지이다. 정책이나 혁신의 고객이 누구인지를 알고, 고객이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고 고객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고객의 눈에서 보아야 한다. 정책 효과나 생산성 측정도 고객의 입장에서 평가하여야 한다. 배고픈 사람에게 밥 대신 좋은 책을 열심히 권해놓고 스스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 자위해서는 곤란하다.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 ...

    593호2004.10.07 00:00

  • 발해의 옛터 연해주

    러시아 극동지방의 최대 항만도시이자 군항인 블라디보스토크는 지난 50년 동안 우리에겐 금기의 땅이었다. 선조들이 해삼위(海蔘威)로 부르던 이곳은 일제 식민통치 때만 해도 우리에겐 독립운동의 근거지이자 동포들의 터전이었다. 그러나 남북이 갈라지면서 블라디보스토크는 40여 년 동안 금단의 땅이었다. 90년대 들어 러시아와 국교가 트이면서 블라디보스토크를 비롯한 연해주 일대는 한국인이 많이 찾는 관광명소가 되었다. 시내 곳곳에 한국기업들의 광고가 즐비하고 시내에는 한국에서 수입한 중고 버스들이 다닌다. 블라디보스토크를 중심으로 한 연해주 일대를 여행할 때마다 감탄하게 하는 것은 평원과 구릉이 끝없이 펼쳐진 광활함이다. 지금은 비록 러시아와 중국의 영토가 되어 있지만 만주의 동북3성과 연해주 일대의 그 너른 땅은 바로 고구려의 고토(故土)이자 발해의 숨결이 살아 있는 우리의 옛 터전이었다. 특히 블라디보스토크와 훈춘 일대는 발해 때 동경으로 불리던 곳이다. 발해 전성기에는 북...

    592호2004.09.23 00:00